"우린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네가 나한테 명령하는 것 좀 봐봐, 벌써 몇 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명령하잖아." 강훈이 이죽거리며 말했다.진아연이 또다시 그를 노려보았다: "도와주려거든 도와주고, 싫으면 말아. 설마 강도평 씨가 조명주 씨가 화장실 갈 때도 따라가진 않겠지."강훈: "글쎄. 아버지께서 오늘 조명주 씨의 안전을 위해 경호원을 몇 명이나 부르셨어. 어쩌면 화장실을 갈 때 여자 경호원이 따라붙을지도 모르지."순식간에 진아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조명주 씨가 상을 받고 나면, 조명주 씨의 몸값은 껑충 치솟을 거야. 내가 아버지였어도 조심스러웠을 거야." 강훈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둘째 줄 좌석에 도착했다.진아연은 강도평이 첫 번째 줄 앞에 서서 몇몇 심사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았다."진아연, 여기 앉아!" 강훈이 그녀에게 좌석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네 아버지 자리는 어디야?" 그녀가 물었다.강훈이 손가락으로 자기 반대편 좌석을 가리켰다.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강훈의 옆자리에 앉았다."조명주 씨는? 왜 안 보여?" 진아연이 자리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조명주 씨는 우리 아버지와 함께 왔어." 강훈이 대답했다. "아까 우리 아버지랑 함께 서 있는 걸 봤어."강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명주가 옆문으로 걸어 들어왔다."화장실에 다녀왔나 보네." 강훈이 또다시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쩌니. 네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망해 버려서."진아연이 강훈을 쏘아보며 작게 속삭였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또 다른 방법도 있어.""다른 방법?" 강훈이 물었다."조명주 씨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돼." 진아연이 말했다. "조명주 씨도 나와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와 따로 만날 방법을 알아서 찾겠지.""전화번호도 있으면서, 왜 바로 연락하지 않은 거야?" 강훈이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바로 연락하면 될 걸, 왜 굳이 화장실이라는 냄새나는 방법을 생각한 거야?""예전에 내가 메시
움츠러든 모습의 진아연을 보는 것은, 그녀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 같았다.강도평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 잰걸음으로 다가와 그녀들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았다."무슨 이야기 나누고 있었어?" 강도평이 조명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즐겁게 웃고 있던데."조명주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진아연 씨와 훈이가 부부처럼 닮은 것 같아서요.""하하! 우리 둘이 보는 눈이 비슷하군. 게다가 훈이와 아연 씨는 서로 동창이야." 강도평이 진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아연 씨, 박시준 씨는 요즘 좀 어떻습니까? 별 쓸모도 없는 남자 곁을 지키고 있을 필요 있겠습니까? 우리 훈이와 만나면, 앞으로 우리 강씨 가문의 미화 제약은 진아연 씨의 드림 메이커 그룹보다 훨씬 강력해질 거예요!""그럼요. 훈이와 결혼하면, 서로 네 것 내 것 따질 게 어디 있겠어요. 우린 한 가족이 되는 거예요." 강도평이 덧붙였다. "내일은 나와 명주 씨의 결혼식이 있는 날입니다. 만약 진아연 씨가 훈이와 결혼한다면, 앞으로 진아연 씨는 명주 씨에게 어머니라고 불러야겠죠. 박시준 씨의 목숨을 부지하길 원한다면, 명주 씨는 분명 물심양면으로 도울 거예요!"강도평은 이미 협박을 시작한 것이다.아주 분명하게 협박하고 있었다.조명주는 재미난 구경거리를 지켜보는 구경꾼처럼, 웃으며 이 모든 걸 지켜보았다."아연 씨, 오늘 저녁에 있는 축하연에 함께 남아 축하해 주시죠." 강도평이 진아연을 초대했다.진아연: "오늘 저녁에 아들이 일찍 하교해서요. 제가 늦으면 아들이 걱정할 거예요.""아들이 열 몇 살 정도 되었지요? 이제 다 컸으니, 걱정하지 말아요.""맞아요. 하지만 저야 그렇다 쳐도, 제 아들이 제 일에 관심이 많아서요." 진아연이 아무렇게나 핑곗거리를 찾았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 말을 끝으로 진아연은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방금 강도평과 조명주와의 대화에서, 진아연은 이미 그들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강도평은 노골적이었고, 조명주는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호텔, 마치 의학상 시상식장시상자가 무대에서 조명주의 이름을 부르자, 곧바로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향했다.모두의 뜨거운 박수 속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걸어갔다."제가 드디어 이 무대에 서 있네요. 63살이라는 나이에, 꿈에 그리던 이 트로피를 쥐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생에는 이 상을 받을 수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 상은 반드시 노력에 비례해 돌아오는 그런 상이 아니니까요." 조명주가 한 손에는 마이크를, 다른 한 손에는 트로피를 든 채, 온 얼굴 가득 들뜬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손에 넣었죠."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박수 소리가 멈춘 후, 조명주가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우선 제 모교와 저희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제 약혼자, 강도평 씨입니다."조명주의 말에 스포트라이트가 객석을 향했다. 그러고는 객석에 앉아있던 강도평을 비추었다.강도평의 웃는 얼굴이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지난 몇 년,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저에게 끊임없이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강도평 씨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조명주가 강도평을 향해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다음으로, 저와 함께 묵묵히 연구를 이어간 저희 연구팀 팀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팀원들이 제 팀에 합류했을 때, 저희는 모두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은 연구 내용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아무도 제 팀원들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제 팀원들은 지금 이 자리에 저와 함께 서 있어야 마땅합니다... 팀원들의 보호 덕에, 오늘 제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오늘 제가 기분이
"좋아요, 드세요! 전 술 대신 물로 함께 할게요." 진경훈이 주전자를 들어 자신의 컵에 물을 따랐다,진아연이 술병을 들고 술잔에 술 한 잔 따랐다.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친 다음, 각자 단숨에 잔을 비웠다.그런 그녀를 본 진경훈은 그녀가 금방 취해버릴까 걱정되었다."대표님, 왜 술을 드시고 싶으신 건지 저도 잘 알아요. 박시준 씨의 일 때문이시죠?" 진경훈이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술을 조금 따라주었다.그녀가 자기 잔을 채우는 속도대로라면, 그녀는 석 잔도 채 마시지 않아 취해버릴 것이다."시준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 모든 아픔이 다 시준 씨 때문은 아니에요." 진아연이 손가락으로 술잔을 꽉 쥔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시준 씨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 같아요. 내 아픔은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사람 때문이에요.""강도평 말씀이죠? 그 노인네는 딱 봐도 교활하고 만만치 않아 보여요." 진경훈이 자기 물잔에 물을 가득 따른 다음, 계속해서 그녀와 함께 속도를 맞춰주었다. "대표님, 어쨌든 지금 박시준 씨의 목숨은 그들 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니,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그들에게서 벗어나려면 한 가지 방법뿐이예요. 대표님께서 박시준 씨의 목숨을 유지할 방법을 연구해 내시는 거죠.""맞아요. 경훈 씨는 정신이 멀쩡하네요!" 진아연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경호원과 건배했다."정신이 멀쩡하면 뭐 해요, 별 도움도 되지 않는걸요.""경훈 씨가 나랑 같이 마셔주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아까는 정말로 소정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야 하나 했다니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괜히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요. 내가 술 마시는 걸 보면, 분명 굉장히 걱정할 거예요.""대표님, 드세요! 술에 취하면 생각도 사그라들 거예요." 진경훈은 위로에 서툴러, 그저 그녀가 술을 마실 때 함께 자리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2시간 후, 진경훈이 술에 만취 된 진아연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다.이렇게까지 술을 마신 진아연을 보고, 아주머니가 놀
박시준이 침실로 돌아가 방문을 닫았다.침실 안이 그녀에게서 나는 술 냄새로 가득 찼다.그가 침대로 걸어가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 같았다.그녀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안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가 이렇게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모습은 처음 보았다.그녀는 얼마나 상심이 컸기에 이렇게까지 많은 술을 마신 걸까.그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졌다.그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옥죄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이렇게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자, 그의 마음은 더욱 아프고 괴로웠다.만약 그가 조명주의 손에 되살아나지 않고 진작 죽어버렸더라면, 아마 그녀는 지금쯤 이미 모든 것을 털어냈을 것이고, 이렇게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가 해장국을 끓여 와 문을 두드렸다.박시준이 방문을 열었다."박 대표님, 아연 씨를 깨워서 해장국을 좀 드시게 하는 게 어떨까요? 이러다 술병이라도 나실까 걱정이에요."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 식사는 이미 다 차려두었어요. 아니면 대표님께선 먼저 식사하세요! 아연 씨는 제가 깨울게요."박시준은 차마 그녀를 깨울 수 없어 방을 나섰다.그가 식탁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열자, 여러 개의 알림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있었던 마치 의학상 시상식과 관련된 뉴스 기사들이었다.그가 아무렇게나 메시지 중 하나를 클릭하자,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트로피를 든 채, 눈부신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조명주가 보였다.그녀의 미소와 눈빛이 승자의 빛으로 반짝였다.조명주가 유명해지자, 각종 언론은 그녀의 약혼자인 강도평에게도 인터뷰를 진행했다.강도평은 며칠 전, 드림 메이커 그룹 사옥의 LED 전광판에 등장했던 스캔들에 대해 처음으로 반응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환영을 보는 것 으로 생각했다.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일어났어?" 그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나... 나 머리가 너무 아파요... 시준 씨, 나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녀가 두통을 완화하려, 손으로 머리를 두드렸다.그녀가 머리를 계속 두드리지 못하도록, 박시준이 곧바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시준 씨... 시준 씨는 머리 아플 때 이렇게 안 해요?" 그녀가 얼굴을 찌푸린 채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그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는 또 이렇게 마시지 마.""...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마시고 싶어지는걸요..." 그녀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더니 잠시 말을 멈췄다. "시준 씨한테 하려던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봐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갑자기 기억이 안 나요..."박시준은 술에 취했음에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천천히 생각해, 서두를 것 없어."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차분하게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시준 씨...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요..." 그녀가 숨을 크게 헐떡였다. 기억해 내려고 할수록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아주 중요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에요, 정말로 시준 씨한테 할 말이 있었다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나요..."그녀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말을 할수록 더욱 조바심이 난 그녀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게다가 울면 울수록 마음이 아파져 왔고, 울면 울수록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면, 그녀가 지금처럼 박시준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어차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견뎌온 이상,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견뎌낼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술이 그녀의
한이는 그의 대담하면서도 직설적인 눈빛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느꼈다.그의 평상시 눈빛은 훨씬 더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엄마는 파티에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한이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이는 그의 외출을 막고 싶었다.엄마가 깼을 때, 그가 집에 없는 걸 보면 걱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너희 엄만 내가 일하는 걸 지지해." 아들이 먼저 말을 걸 줄 몰랐던 박시준은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한이야, 요즘 엄마는 동생들과 영상 통화를 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 너라도 자주 동생들과 영상 통화를 해야 해.""박시준 씨,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한이에게 영상 통화를 하라고 시킬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하면 되지 않습니까? 핸드폰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마이크는 그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연이와 다퉜습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아연이가 왜 술에 취해요? 아연이는 술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마이크, 내일 강씨 가문의 결혼식에 아연이와 함께 참석해!" 박시준이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동행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을수록 더 안전하겠지."마이크: "...""난 이미 저녁 식사를 마쳤어. 두 사람도 가서 식사해!" 할 말을 마친 박시준은 떠날 준비를 했다.떠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웠다.그가 조지운을 흘끗 바라보자, 조지운은 곧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이해했다."우린 이만 가볼게요." 조지운은 마이크에게 이 말을 건넨 후, 박시준과 함께 떠났다.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이크가 고개를 돌려 한이를 바라보았다: "너희 아빠, 조금 이상하지 않았어?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좀 이상해 보였어... 온통 이상한 점 투성이였던 것 같아."한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박시준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한이도 마찬가지였다.특히 박시준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내 생각엔 너희 엄마랑 싸운
박시준은 와인 두 병을 주문해서조지운과 함께 한 병씩 마시려 했다.박시준이 혼자 와인 한 병을 다 마실 수 없다는 걸 조지운은 잘 알고 있었다.이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면 그도 진아연처럼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할 것이다.술 한잔을 마신 조지운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용기를 냈다."대표님, 오늘 밤 진아연 씨 집에서 나올 때 한이를 한참 바라보던데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조지운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당장 한이를 집어 삼킬 것 같은 눈빛으로 보고 있으니 한이가 주동적으로 대표님이랑 대화하기 싫어하는 거예요.”"평소에는 그렇게 그 애 얼굴을 바라본 적 없어. 난 그렇게 자세히 그 애 얼굴을 살펴본 적이 없어.” 박시준이 눈빛을 내려 잔에 담긴 빨간 액체를 바라보았다. “오늘 자세히 보니 한이가 점점 나를 닮아간다는 느낌이 들어.”"맞아요. 한이는 대표님이랑 판박이예요. 생긴 것만 대표님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닮았어요. 한이가 차가워 보여도 마음속엔 불덩이를 안고 사는 사람이에요. 누가 자신에게 잘해주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조지운이 와인잔을 들고 박시준과 잔을 부딪쳤다. “대표님, 포기하지 말아요, 네?”박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지운은 박시준이 생명을 포기하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운, 넌 날 잘 알 거라 생각했어.”"대표님이 지금 고통스럽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부탁할게요. 애들을 봐서라도 조금만 더 참아요.” 조지운은 와인잔을 꽉 잡았다. 심장도 따라서 조여오는 것 같았다.그는 조명주를 어떻게든 잡아 오겠다고, 그러면 조명주에게 더는 협박받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해내지 못한 일이라 입 밖으로 뱉을 수 없었다."술이나 마셔!" 박시준이 힘겹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대표님, 성빈 형이 아직 은서 씨랑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적어도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해요... 성빈 형은 대표님이랑 친형제나 다름없는데 대표님이 성빈 형의 결혼식에 불참하시면 되겠어요?” 박시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