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네가 나한테 명령하는 것 좀 봐봐, 벌써 몇 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명령하잖아." 강훈이 이죽거리며 말했다.진아연이 또다시 그를 노려보았다: "도와주려거든 도와주고, 싫으면 말아. 설마 강도평 씨가 조명주 씨가 화장실 갈 때도 따라가진 않겠지."강훈: "글쎄. 아버지께서 오늘 조명주 씨의 안전을 위해 경호원을 몇 명이나 부르셨어. 어쩌면 화장실을 갈 때 여자 경호원이 따라붙을지도 모르지."순식간에 진아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조명주 씨가 상을 받고 나면, 조명주 씨의 몸값은 껑충 치솟을 거야. 내가 아버지였어도 조심스러웠을 거야." 강훈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은 둘째 줄 좌석에 도착했다.진아연은 강도평이 첫 번째 줄 앞에 서서 몇몇 심사위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걸 보았다."진아연, 여기 앉아!" 강훈이 그녀에게 좌석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네 아버지 자리는 어디야?" 그녀가 물었다.강훈이 손가락으로 자기 반대편 좌석을 가리켰다.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강훈의 옆자리에 앉았다."조명주 씨는? 왜 안 보여?" 진아연이 자리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조명주 씨는 우리 아버지와 함께 왔어." 강훈이 대답했다. "아까 우리 아버지랑 함께 서 있는 걸 봤어."강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명주가 옆문으로 걸어 들어왔다."화장실에 다녀왔나 보네." 강훈이 또다시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쩌니. 네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망해 버려서."진아연이 강훈을 쏘아보며 작게 속삭였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또 다른 방법도 있어.""다른 방법?" 강훈이 물었다."조명주 씨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돼." 진아연이 말했다. "조명주 씨도 나와 만나고 싶어 한다면, 나와 따로 만날 방법을 알아서 찾겠지.""전화번호도 있으면서, 왜 바로 연락하지 않은 거야?" 강훈이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 "바로 연락하면 될 걸, 왜 굳이 화장실이라는 냄새나는 방법을 생각한 거야?""예전에 내가 메시
움츠러든 모습의 진아연을 보는 것은, 그녀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 같았다.강도평은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 잰걸음으로 다가와 그녀들 사이에 자리 잡고 앉았다."무슨 이야기 나누고 있었어?" 강도평이 조명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즐겁게 웃고 있던데."조명주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진아연 씨와 훈이가 부부처럼 닮은 것 같아서요.""하하! 우리 둘이 보는 눈이 비슷하군. 게다가 훈이와 아연 씨는 서로 동창이야." 강도평이 진아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아연 씨, 박시준 씨는 요즘 좀 어떻습니까? 별 쓸모도 없는 남자 곁을 지키고 있을 필요 있겠습니까? 우리 훈이와 만나면, 앞으로 우리 강씨 가문의 미화 제약은 진아연 씨의 드림 메이커 그룹보다 훨씬 강력해질 거예요!""그럼요. 훈이와 결혼하면, 서로 네 것 내 것 따질 게 어디 있겠어요. 우린 한 가족이 되는 거예요." 강도평이 덧붙였다. "내일은 나와 명주 씨의 결혼식이 있는 날입니다. 만약 진아연 씨가 훈이와 결혼한다면, 앞으로 진아연 씨는 명주 씨에게 어머니라고 불러야겠죠. 박시준 씨의 목숨을 부지하길 원한다면, 명주 씨는 분명 물심양면으로 도울 거예요!"강도평은 이미 협박을 시작한 것이다.아주 분명하게 협박하고 있었다.조명주는 재미난 구경거리를 지켜보는 구경꾼처럼, 웃으며 이 모든 걸 지켜보았다."아연 씨, 오늘 저녁에 있는 축하연에 함께 남아 축하해 주시죠." 강도평이 진아연을 초대했다.진아연: "오늘 저녁에 아들이 일찍 하교해서요. 제가 늦으면 아들이 걱정할 거예요.""아들이 열 몇 살 정도 되었지요? 이제 다 컸으니, 걱정하지 말아요.""맞아요. 하지만 저야 그렇다 쳐도, 제 아들이 제 일에 관심이 많아서요." 진아연이 아무렇게나 핑곗거리를 찾았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이 말을 끝으로 진아연은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방금 강도평과 조명주와의 대화에서, 진아연은 이미 그들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강도평은 노골적이었고, 조명주는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호텔, 마치 의학상 시상식장시상자가 무대에서 조명주의 이름을 부르자, 곧바로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향했다.모두의 뜨거운 박수 속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걸어갔다."제가 드디어 이 무대에 서 있네요. 63살이라는 나이에, 꿈에 그리던 이 트로피를 쥐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생에는 이 상을 받을 수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 상은 반드시 노력에 비례해 돌아오는 그런 상이 아니니까요." 조명주가 한 손에는 마이크를, 다른 한 손에는 트로피를 든 채, 온 얼굴 가득 들뜬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전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손에 넣었죠."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박수 소리가 멈춘 후, 조명주가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를 빌려, 우선 제 모교와 저희 교수님의 가르침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제 약혼자, 강도평 씨입니다."조명주의 말에 스포트라이트가 객석을 향했다. 그러고는 객석에 앉아있던 강도평을 비추었다.강도평의 웃는 얼굴이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지난 몇 년,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저에게 끊임없이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그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강도평 씨에게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조명주가 강도평을 향해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다음으로, 저와 함께 묵묵히 연구를 이어간 저희 연구팀 팀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팀원들이 제 팀에 합류했을 때, 저희는 모두 비밀 유지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은 연구 내용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아무도 제 팀원들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제 팀원들은 지금 이 자리에 저와 함께 서 있어야 마땅합니다... 팀원들의 보호 덕에, 오늘 제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오늘 제가 기분이
"좋아요, 드세요! 전 술 대신 물로 함께 할게요." 진경훈이 주전자를 들어 자신의 컵에 물을 따랐다,진아연이 술병을 들고 술잔에 술 한 잔 따랐다.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친 다음, 각자 단숨에 잔을 비웠다.그런 그녀를 본 진경훈은 그녀가 금방 취해버릴까 걱정되었다."대표님, 왜 술을 드시고 싶으신 건지 저도 잘 알아요. 박시준 씨의 일 때문이시죠?" 진경훈이 술잔을 들어 그녀에게 술을 조금 따라주었다.그녀가 자기 잔을 채우는 속도대로라면, 그녀는 석 잔도 채 마시지 않아 취해버릴 것이다."시준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 모든 아픔이 다 시준 씨 때문은 아니에요." 진아연이 손가락으로 술잔을 꽉 쥔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시준 씨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 같아요. 내 아픔은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사람 때문이에요.""강도평 말씀이죠? 그 노인네는 딱 봐도 교활하고 만만치 않아 보여요." 진경훈이 자기 물잔에 물을 가득 따른 다음, 계속해서 그녀와 함께 속도를 맞춰주었다. "대표님, 어쨌든 지금 박시준 씨의 목숨은 그들 손에 있는 것이 사실이니, 저도 무슨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그들에게서 벗어나려면 한 가지 방법뿐이예요. 대표님께서 박시준 씨의 목숨을 유지할 방법을 연구해 내시는 거죠.""맞아요. 경훈 씨는 정신이 멀쩡하네요!" 진아연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경호원과 건배했다."정신이 멀쩡하면 뭐 해요, 별 도움도 되지 않는걸요.""경훈 씨가 나랑 같이 마셔주니 너무 기분이 좋아요. 아까는 정말로 소정이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야 하나 했다니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괜히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요. 내가 술 마시는 걸 보면, 분명 굉장히 걱정할 거예요.""대표님, 드세요! 술에 취하면 생각도 사그라들 거예요." 진경훈은 위로에 서툴러, 그저 그녀가 술을 마실 때 함께 자리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2시간 후, 진경훈이 술에 만취 된 진아연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다.이렇게까지 술을 마신 진아연을 보고, 아주머니가 놀
박시준이 침실로 돌아가 방문을 닫았다.침실 안이 그녀에게서 나는 술 냄새로 가득 찼다.그가 침대로 걸어가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 같았다.그녀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것은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안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가 이렇게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신 모습은 처음 보았다.그녀는 얼마나 상심이 컸기에 이렇게까지 많은 술을 마신 걸까.그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졌다.그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옥죄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이렇게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자, 그의 마음은 더욱 아프고 괴로웠다.만약 그가 조명주의 손에 되살아나지 않고 진작 죽어버렸더라면, 아마 그녀는 지금쯤 이미 모든 것을 털어냈을 것이고, 이렇게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가 해장국을 끓여 와 문을 두드렸다.박시준이 방문을 열었다."박 대표님, 아연 씨를 깨워서 해장국을 좀 드시게 하는 게 어떨까요? 이러다 술병이라도 나실까 걱정이에요."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 식사는 이미 다 차려두었어요. 아니면 대표님께선 먼저 식사하세요! 아연 씨는 제가 깨울게요."박시준은 차마 그녀를 깨울 수 없어 방을 나섰다.그가 식탁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열자, 여러 개의 알림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있었던 마치 의학상 시상식과 관련된 뉴스 기사들이었다.그가 아무렇게나 메시지 중 하나를 클릭하자,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손에는 트로피를 든 채, 눈부신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조명주가 보였다.그녀의 미소와 눈빛이 승자의 빛으로 반짝였다.조명주가 유명해지자, 각종 언론은 그녀의 약혼자인 강도평에게도 인터뷰를 진행했다.강도평은 며칠 전, 드림 메이커 그룹 사옥의 LED 전광판에 등장했던 스캔들에 대해 처음으로 반응을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이 환영을 보는 것 으로 생각했다.그녀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일어났어?" 그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나... 나 머리가 너무 아파요... 시준 씨, 나 머리가 너무 아파요!" 그녀가 두통을 완화하려, 손으로 머리를 두드렸다.그녀가 머리를 계속 두드리지 못하도록, 박시준이 곧바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시준 씨... 시준 씨는 머리 아플 때 이렇게 안 해요?" 그녀가 얼굴을 찌푸린 채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그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는 또 이렇게 마시지 마.""... 그렇지만 다른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마시고 싶어지는걸요..." 그녀가 관자놀이를 문지르더니 잠시 말을 멈췄다. "시준 씨한테 하려던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봐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갑자기 기억이 안 나요..."박시준은 술에 취했음에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천천히 생각해, 서두를 것 없어." 그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차분하게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시준 씨...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요..." 그녀가 숨을 크게 헐떡였다. 기억해 내려고 할수록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아주 중요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이에요, 정말로 시준 씨한테 할 말이 있었다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나요..."그녀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말을 할수록 더욱 조바심이 난 그녀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게다가 울면 울수록 마음이 아파져 왔고, 울면 울수록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면, 그녀가 지금처럼 박시준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어차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견뎌온 이상,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견뎌낼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술이 그녀의
한이는 그의 대담하면서도 직설적인 눈빛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느꼈다.그의 평상시 눈빛은 훨씬 더 많은 뜻을 담고 있었다."엄마는 파티에 가는 걸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한이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이는 그의 외출을 막고 싶었다.엄마가 깼을 때, 그가 집에 없는 걸 보면 걱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너희 엄만 내가 일하는 걸 지지해." 아들이 먼저 말을 걸 줄 몰랐던 박시준은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한이야, 요즘 엄마는 동생들과 영상 통화를 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 너라도 자주 동생들과 영상 통화를 해야 해.""박시준 씨,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한이에게 영상 통화를 하라고 시킬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하면 되지 않습니까? 핸드폰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마이크는 그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아연이와 다퉜습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아연이가 왜 술에 취해요? 아연이는 술 마시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마이크, 내일 강씨 가문의 결혼식에 아연이와 함께 참석해!" 박시준이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동행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을수록 더 안전하겠지."마이크: "...""난 이미 저녁 식사를 마쳤어. 두 사람도 가서 식사해!" 할 말을 마친 박시준은 떠날 준비를 했다.떠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웠다.그가 조지운을 흘끗 바라보자, 조지운은 곧바로 그 눈빛의 의미를 이해했다."우린 이만 가볼게요." 조지운은 마이크에게 이 말을 건넨 후, 박시준과 함께 떠났다.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이크가 고개를 돌려 한이를 바라보았다: "너희 아빠, 조금 이상하지 않았어?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딘가 좀 이상해 보였어... 온통 이상한 점 투성이였던 것 같아."한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박시준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한이도 마찬가지였다.특히 박시준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내 생각엔 너희 엄마랑 싸운
박시준은 와인 두 병을 주문해서조지운과 함께 한 병씩 마시려 했다.박시준이 혼자 와인 한 병을 다 마실 수 없다는 걸 조지운은 잘 알고 있었다.이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면 그도 진아연처럼 인사불성이 되도록 취할 것이다.술 한잔을 마신 조지운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용기를 냈다."대표님, 오늘 밤 진아연 씨 집에서 나올 때 한이를 한참 바라보던데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조지운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했다. “당장 한이를 집어 삼킬 것 같은 눈빛으로 보고 있으니 한이가 주동적으로 대표님이랑 대화하기 싫어하는 거예요.”"평소에는 그렇게 그 애 얼굴을 바라본 적 없어. 난 그렇게 자세히 그 애 얼굴을 살펴본 적이 없어.” 박시준이 눈빛을 내려 잔에 담긴 빨간 액체를 바라보았다. “오늘 자세히 보니 한이가 점점 나를 닮아간다는 느낌이 들어.”"맞아요. 한이는 대표님이랑 판박이예요. 생긴 것만 대표님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닮았어요. 한이가 차가워 보여도 마음속엔 불덩이를 안고 사는 사람이에요. 누가 자신에게 잘해주는지 잘 알고 있거든요.” 조지운이 와인잔을 들고 박시준과 잔을 부딪쳤다. “대표님, 포기하지 말아요, 네?”박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조지운은 박시준이 생명을 포기하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운, 넌 날 잘 알 거라 생각했어.”"대표님이 지금 고통스럽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부탁할게요. 애들을 봐서라도 조금만 더 참아요.” 조지운은 와인잔을 꽉 잡았다. 심장도 따라서 조여오는 것 같았다.그는 조명주를 어떻게든 잡아 오겠다고, 그러면 조명주에게 더는 협박받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아직 해내지 못한 일이라 입 밖으로 뱉을 수 없었다."술이나 마셔!" 박시준이 힘겹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대표님, 성빈 형이 아직 은서 씨랑 결혼하지도 않았는데 적어도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해요... 성빈 형은 대표님이랑 친형제나 다름없는데 대표님이 성빈 형의 결혼식에 불참하시면 되겠어요?” 박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