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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3장

사실 진아연은 박시준이 깨어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라엘이와 지성이가 그리 큰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는데, 깨어나지 않을 리가 있을까?

전날 아무리 늦게 자도 지금까지 누워있었으면 깨어났을 텐데, 더군다나 박시준은 전날 일찍 누워 잠을 청했었다.

지금의 박시준은 그냥 현실에서 도피하고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과 만나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었다.

진아연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지금처럼 도망치고 피하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이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자 그녀는 휴대폰을 확인했고

이는 위정이 보낸 메시지였다. 아연아, 박시준 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진아연의 예상대로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위정은 속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방금 진아연이 이들한테 박시준과 본인에게 시간을 줬으면 한다는 말에 위정은 그녀 말투 속의 슬픔을 눈치챘고 이에 박시준한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을 거라 의심했다.

진아연은 침대 옆에 앉아 고개를 숙여 위정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박시준은 천천히 눈을 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사실 라엘이 아빠라고 부를 때, 그는 깨어났었다.

아니, 진아연이 전화를 받으려고 일어날 때부터 그는 이미 잠에서 깨어났지만

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박시준은 그 누구보다도 바로 휴대폰을 뺏어 아이들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현재 그의 목숨은 다른 사람한테 달려있었고 까딱하면 죽을 수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박시준은 지금의 자신이 진짜 사람인지 의심했고

본인은 단지 조명주가 공을 세워 이름을 날리기 위한 실험체일뿐

더는 과거 위풍당당한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는 그의 지위와 명예를 포함해 그의 모든 것을 부수는 것보다 더 슬프고 괴로운 사실이었다.

아무리 지위와 명예, 그리고 지금까지 그가 이룬 것을 잃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그는 도대체 뭐지?

뿐만 아니라 진아연도 그와 함께 조명주의 위협을 받고 함께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박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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