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자신의 판단이 옳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도 없다.그녀가 한때 그를 잘못 판단한 것처럼.만약에 그가 노크도 하지 않고 감히 쳐들어온다면 그녀는 내일 경호원이 있는 옆 방으로 옮길 것이다.한 30분 정도 후, 진아연은 샤워를 마치고 한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이가 영상통화를 받자 갑자기 세 남매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세 아이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훈훈한 모습을 보며 진아연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지성이가 이렇게 많이 자란 후, 세 남매가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그녀는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작에 세 남매끼리 모이게 했어야 했다.박시준과 이혼했더라도 매년 세 남매가 만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줘야 했었다.”지성아, 형이라고 불렀어?” 울다가 웃는 그녀의 모습은 지성이를 약간 당황하게 만들었다. ”동생이 형이라고 불렀어요!” 라엘이가 먼저 대답했다. “엄마, 울지 마세요! 우리 지금 너무 행복해요!””엄마도 너무 기뻐서 눈물을 못 참았네...” 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문 앞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엄마 지금 호텔에 계세요?” 라엘이는 스크린 속의 화면을 보며 말했다. “엄마, 엄마가 지내는 호텔 너무 예뻐요! 금빛이 찬란한게 마치 궁전 같아요.””응, 여기 호텔 인테리어가 이런 느낌이네...” 진아연은 말하며 카메라를 뒤로 돌리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묵고 있는 스위트 룸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 결과, 박시준이 화면 속에 들어갔다.박시준은 금방 샤워를 마치고 가운만 두르고 있었다.잠옷으로 갈아 입으려고 했는데 문밖에서 들려오는 진아연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나왔다.마침 진아연이 휴대폰을 들고 그의 방향을 향하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당신...” 진아연은 박시준이 가운만 둘러싼 모습을 보고 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 “왜 옷도 안 입고 나온 거예요!?”진아연은 즉시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고 재빨리 박시준에게 다가가 그를
진아연은 한숨을 쉬며 딸에게 설명하려고 했다. 이때, 박시준이 입을 열었다.”라엘아, 엄마는 원래 아빠랑 같은 방은 안 쓰려고 했는데 아빠가 같은 방 쓰자고 고집부린 거야. 여기 치안이 안 좋아서, 엄마한테 무슨 위험이 생길까 봐...””아버지가 가장 위험한 것 같은데요.” 라엘이는 아버지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박시준은 즉시 얼굴이 빨개졌다.그는 딸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한이를 찾아가기 전에 딸은 그에게 이렇게 가차없이 말하지 않았다.진아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거실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지금 뭐하고 있어?""우리 지금... 놀고 있어요!” 라엘이는 휴대폰을 들고 후방카메라로 바꾸니 마이크와 조지운이 화면에 나타났다.두 사람은 한 켠에 같이 앉아 무엇인가 속삭이고 있었다.라엘이가 카메라로 두 사람을 찍고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지운 오빠, 지성이랑 라엘이 데리고 B국에 가줘서 고마워요. 애들이 가는 길에 무슨 폐를 끼치진 않았죠?” 진아연은 조지운을 보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조지운은 갑자기 진아연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놀라서 혼이 나가는 것 같았다.그는 카메라를 흘끗 쳐다보았다, 라엘이가 자신의 쪽을 향해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라엘아, 후방카메라로 바꿨으면 말을 해야지?”조지운은 라엘이 옆으로 다가가 전방카메라로 전환했다.”아연 씨, 안녕하세요! 라엘이랑 지성이 엄청 착해요, 지성이도 비행기에서 떼쓰지 않고 얌전하게 잘 왔어요, 라엘이는 더 걱정할 필요 없고요.””다행이네요, 제가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감사해요.””아니에요, 두 분은 거기서 괜찮으시죠?” 조지운은 자신의 상사가 걱정됐다.진아연은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박시준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그러나 박시준은 그의 비서를 전혀 보고싶어 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아이들만 보고싶었다.그리고 한이가 자신을 보고싶어 하지 않을까봐 카메라를 계속 피했다.”애들이랑 얘기해.” 박시준은 진아연
씻은 후 그녀는 방에서 나왔다.옆방의 문은 닫혀 있었고, 박시준은 아직 쉬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먼저 아침을 먹으러 내려갈 예정이었다.그녀가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박시준의 방문이 열렸다.그는 단정하게 차려입고 산뜻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그녀는 깜짝 놀랐다.”당신도 일어났잖아?” 그는 그녀와 함께 나섰다. “다크서클 좀 봐, 어젯밤에 잘 못 잤어?””아니요, 잠은 잤는데 계속 악몽을 꿨어요.”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침 먹고 그 공범자 만나러 가요!”박시준은 그녀의 피곤한 모습을 보며 제안했다: “아니면 아침 먹고 당신 방으로 돌아가서 좀 더 자는 건 어때? 어쩌면 낮에 더 편히 잘 수도 있잖아.”"무슨 과학적 근거라도 있나요?"”아니, 없어.” 박시준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아니면 약이라도 좀 먹을래?””저 불면중 같은 거 없어요, 약 안 먹어도 되요.” 그녀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약에 너무 의존하면 안 좋아요, 약이라면 다 부작용도 있을 거고요.””하지만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다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환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약을 먹어야 하죠, 하지만 아프지 않는다면 함부로 약을 먹지 않는 게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정도라면 약은 안 먹어도 되요. 애들도 마찬가지고요, 쓸데없이 괜히 약 먹이지 마세요.” 그녀는 그에게 경고했다.박시준은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진아연은 그를 노려보며 협박하는 눈빛으로 얘기했다.”지성이 매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려. 애들 아플 때 얼마나 불쌍한지 내가 말 안 해도 당신도 알지? 약을 먹일 수밖에 없어, 안 그럼 얼마나 울고 난리인데.” 박시준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라엘이는 좀 나아, 1년에 한 두세 번 정도.”진아연도 애들이 아플 때 얼마나 안쓰러운지 알고 있다.그래서 더 이상 그를 탓하지 않았다.”라엘이 제 곁에 있을 때, 기껏해야 1년에 두 번 정도 아팠어
진아연은 박시준을 한 켠으로 끌고 가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이 여자 본 적 있어요. 저번에 제가 Y국에 왔을 때 이 여자가 현이 A국으로 팔려 갔다고 말해준 거예요.””현이가 A국에 팔려 갔다는 증거는 없어. 저 여자가 당신한테 거짓말한 거일 수도 있어.” 박시준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한테 왜 거짓말을 해요? 시체 현장에 대해서도 아는 거 보면 저 여자 분명히 뭔가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진아연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 여자도 절 알아봤을 거예요. 현이에 대한 소식 알려주는 조건으로 제가 수면제 주기로 했었거든요. 근데 전 결국 주지 않았어요, 저 여자 분명히 절 많이 원망할 거예요.”박시준은 그 여자를 흘끗 쳐다보았다.그 여자는 역시 증오로 가득찬 표정으로 진아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니면 당신 먼저 나가 있어, 내가 저 여자랑 얘기해 볼게.” 박시준이 진아연에게 말했다.”알겠어요.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저 여자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만둬요.” 진아연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여자의 입에서 이미 듣고 싶은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시체 무더기 속에 있는 모든 백골들의 DNA 검사를 마친 후, 현이의 유골이 없다면 계속해서 A국에서 돌아가 찾으면 되는 것이다.진아연은 밖으로 나가며 방문을 닫았다.박시준은 여자의 반대편에 앉았다.”둘이 한 패에요?” 여자는 경계하며 말했다. “저 여자 전에 나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서 지금 나랑 말하기 꺼리는 거죠?””당신이 그녀에게 불법인 양의 수면제를 요구했는데 그녀가 어떻게 주겠습니까? 안락사는 Y국에서 불법입니다.” 박시준은 진아연을 위해 해명했다.”그럼 애초에 왜 주겠다고 한 겁니까? 왜 이랬다저랬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거냐고요! 그 여자 편에서 말하는 거 보니까 둘이 한 패 맞네요!” 여자는 흥분하며 얼굴을 붉혔다. “왜 또 찾아온 겁니까?””저희 딸 현이의 행방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 묻고자 찾아왔습니다. 지난번에 현이가 A국에 팔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 자신의 조건을 얘기했다.구치소에서 나온 후, 박시준은 경호원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은 한쪽으로 가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고, 자신의 경호원으로부터 걸려 온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를 확인했다.그녀는 오늘 구치소에 오기 전에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설정했다.지금 밖으로 나왔으니 그녀는 무음 모드를 취소하고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어디 가셨습니까!?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 답장도 없으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경호원은 급한 마음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박시준의 경호원과 함께 왔다 갔다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걱정하지 마요, 일이 있아서 잠깐 나온 것뿐이이에요.” 진아연은 경호원에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 오늘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서 일부러 안 불렀어요.””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지금 어디세요? 당장 찾으러 갈게요.” 경호원이 물었다.진아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거절했다.동시에 박시준 또한 그의 경호원의 요청을 거절했다: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 여기 볼 일 끝나고 필요하면 데리러 오라고 할게.”그 여자는 두 사람에게 부탁을 하나 제안했다.오늘 오후 그 여자는 두 사람을 데리고 현이를 찾으러 가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경찰이나 개인 경호원을 데려오지 말라고 했다.셋이서 가자고 부탁했다.박시준과 진아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다.그 여자가 시체 현장에 관한 뉴스를 폭로할 수 있었던 것은 여자가 그 범죄 조직에 대한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지금 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박시준과 진아연이 어떻게 그 여자를 의심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 여자는 엄청 말랐기에 박시준이 없다고 해도 진아연은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통화를 마친 두 경호원은 호텔 로비에서 마주쳤다."너희 대표님이 뭐라고 하셔?""너희 대표님은 뭐라고 하셨는데?"”우리 대표님은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았다고 했어.” 진아연의 경호원이 말했다. “너희 대표님은
두 사람은 점심을 먹을 때 의논했다.이 여자가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진아연은 운전하고 박시준은 이 여자를 지키기로 약속했다.이 여자는 수갑과 발찌를 차고 있었기에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이 차에 탄 후 진아연이 물었다: “이젠 주소 알려주실 수 있죠?””시체 현장에 가본 적 있습니까?” 여자가 물었다.”가봤어요.” 박시준의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현이가 그곳에 있다는 건 아니겠죠?”진아연은 운전대를 꽉 잡은 채 귀를 기울이며 여자의 대답을 기다렸다."아니요, 다른 곳에 있어요." 여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우선 그쪽으로 운전하세요, 그 근처에 도착하면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거리가 좀 있었기 때문에 박시준은 진아연에게 물었다: “아니면 내가 운전할게!””아니요, 제가 운전하면 되요.” 진아연은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차안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섬뜩했다.진아연은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조이는 것처럼 답답함을 느꼈다: “제 딸 도대체 살아있는 겁니까, 아니면 죽은 겁니까?”“딸이 아직 살아 있다면 두 분이 그렇게 샅샅이 뒤졌는데 아무런 행방도 못 찾았겠습니까?” 여자의 반문은 박시준과 진아연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진아연의 눈물이 순식간에 떨어졌다.그녀는 즉시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박시준의 마음도 무거워졌다."아연아, 차 세우고 쉬었다 가는게 어때!"”저 괜찮아요... 우리 현이가 죽었다고 해도 시신이라도 집에 데려갈 거에요.” 진아연은 심호흡을 하며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았다.박시준은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며 의문을 제기했다: “설마 또 다른 시체 현장이 있는 건가요?”여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했다.진아연의 억지로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쏟아져 내렸다!박시준은 등골이 시리는 것 같았다, 너무 화가 나서 목소리가 약간 떨리기까지 했다: “대체 시체 현장이 몇 개나 되는 겁니까?””두 개 입니다.” 여자는 박시준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
"그럼 일 때문에 이런 곳에 온 거예요?" 박시준은 너무 슬픈 모습 때문에 진아연에게 영향줄까 봐 티 내지 않았다."집에서 저를 노인네에게 시집을 보내려 강요해서 도망쳤어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당시 최대한 멀리 도망갈 생각에 이곳까지 온 겁니다. 아무래도 번화한 도시이다 보니 일할 기회가 많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조순현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그녀를 바라보는 박시준의 눈빛에는 살의가 점점 사라졌고조순현은 당분간은 안전할 거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녀는 자기한테 일어났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한테 있어서 이런 일들은 마음속 깊은 상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건 상처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진아연은 이들의 대화를 멍하니 듣는 듯했지만, 사실 너무 슬픈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실 전부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왔지만설마가 사실이 되는 순간 그녀한테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한 시간 후, 이들은 첫 시체 구덩이에 도착했다."앞으로 가다 보면 갈림길이 보이는데, 오른쪽 길로 빠지면 됩니다." 조순현은 진아연에게 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진흙길이라 운전해서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운전해서 들어갈 수 없으면 걸어서 갈 수밖에 없어요.”"걸어가면 얼마나 걸려요?" 박시준은 그녀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마 10분 좀 넘게 걸릴 겁니다! 전에 함께 살던 곳이지만, 너무 오래된 곳이라 아마 황폐해졌을 겁니다! 박시준 씨, 설마 후회할 생각은 아니죠? 저는 돈을 바라지도 않고 제가 당신들의 딸을 찾아주는 대신 그냥 풀어주실 수 있다면..." 조순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박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시신을 찾고 DNA 검사까지 마치면 다시 얘기하죠." 박시준은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고조순현은 그의 시선에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조순현 씨, 만약 제 딸이 살아있으면 살려줄 생각이지만, 혹시라도 죽었다면 아무리 범죄자의 꼭두각시라도 죽어야 마땅한
조순현은 뒤돌아 박시준과 진아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저기 집들 보세요. 감옥 같지 않아요?"박시준과 진아연은 그녀의 말에 단층집들을 자세히 바라봤지만아무래도 잡초에 시선이 가려진 탓에 아무리 자세히 봐도 별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확실히 다른 집들과 차이점이 있었다.그중 제일 큰 특이점은 바로 일반 주택과 달리 단층집 모두 문과 창문이 없다는 점이다."제가 안내하지 않았다면 분명 길을 잃었을 거예요." 조순현은 앞장서 걸어가면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박시준과 진아연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들어갈 수 있는 대문은 바닥에 숨겨져 있어요." 조순현은 이들을 데리고 대문 쪽으로 향했고철문으로 보이는 대문은 방 옆에 설치되었다.박시준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려 애썼지만, 아무리 힘을 써봐도 열리지 않았다.아무래도 문이 잠겨 있어 열쇠가 필요한 듯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또 다른 입구가 있습니다." 조순현은 애쓰고 있는 박시준을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다른 입구는 바로 지하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지하로 들어간다고요?" 그녀의 말에 놀란 진아연은 바로 물었다."네. 죄를 지은 사람들은 보통 극도로 불안한 상태입니다. 저희는 빛을 두려워하고 경찰이 두려워 어둠 속에 숨어 있죠.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에 보셨던 시체 구덩이보다 훨씬 큰 지하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박시준은 진아연의 손을 꽉 잡고 조순현과 함께 지하실 입구로 향했다.이들이 서쪽으로 약 2분 정도 걷자 웬 맨홀 뚜껑 앞에서 멈췄고조순현은 박시준에게 맨홀 뚜껑을 밀어달라고 부탁했다."여기가 바로 입구에요."박시준이 맨홀 뚜껑을 밀자 아래는 매끄러운 판자가 보였고판자를 치워보니 눈앞에 엄청 커다란 구멍이 나타났다."구멍으로 내려가면 지하실이 보일 겁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딸도 지하실에 있어요. 지하실 안은 아이들의 시신뿐만 아니라 범죄 집단 내부 사람이 죽은 후 버려지는 경우가 있어 성인의 시신도 있을 겁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