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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1장

"그럼 일 때문에 이런 곳에 온 거예요?" 박시준은 너무 슬픈 모습 때문에 진아연에게 영향줄까 봐 티 내지 않았다.

"집에서 저를 노인네에게 시집을 보내려 강요해서 도망쳤어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당시 최대한 멀리 도망갈 생각에 이곳까지 온 겁니다. 아무래도 번화한 도시이다 보니 일할 기회가 많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조순현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박시준의 눈빛에는 살의가 점점 사라졌고

조순현은 당분간은 안전할 거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녀는 자기한테 일어났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한테 있어서 이런 일들은 마음속 깊은 상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건 상처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진아연은 이들의 대화를 멍하니 듣는 듯했지만, 사실 너무 슬픈 나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전부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왔지만

설마가 사실이 되는 순간 그녀한테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

한 시간 후, 이들은 첫 시체 구덩이에 도착했다.

"앞으로 가다 보면 갈림길이 보이는데, 오른쪽 길로 빠지면 됩니다." 조순현은 진아연에게 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진흙길이라 운전해서 들어갈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운전해서 들어갈 수 없으면 걸어서 갈 수밖에 없어요.”

"걸어가면 얼마나 걸려요?" 박시준은 그녀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마 10분 좀 넘게 걸릴 겁니다! 전에 함께 살던 곳이지만, 너무 오래된 곳이라 아마 황폐해졌을 겁니다! 박시준 씨, 설마 후회할 생각은 아니죠? 저는 돈을 바라지도 않고 제가 당신들의 딸을 찾아주는 대신 그냥 풀어주실 수 있다면..." 조순현은 차가운 시선으로 박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시신을 찾고 DNA 검사까지 마치면 다시 얘기하죠." 박시준은 그녀를 죽일 듯이 노려봤고

조순현은 그의 시선에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조순현 씨, 만약 제 딸이 살아있으면 살려줄 생각이지만, 혹시라도 죽었다면 아무리 범죄자의 꼭두각시라도 죽어야 마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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