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이 그녀의 눈물과 뒤섞였다.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빌리와의 만남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선배가 그녀에게 전화한 것이다.그녀의 휴대폰은 가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가방은 욕실에 들어오기 전에,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들어왔다.30분 후, 샤워를 마친 그녀가 목욕 수건으로 몸을 단단히 감싼 뒤 욕실에서 나왔다.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가 거실로 걸어가 바닥에서 가방을 집어 들었다.그녀는 너무나 두려웠다.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누구를 불러야 좋을지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가방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열어보니, 선배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망설이던 사이, 선배에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가 떨리는 손가락 탓에 전화를 받아버렸다.“강민아, 우리 대표님과는 잘 만나고 왔어? 어땠어? 우리 대표님은 어떻게 생기셨어? 사람은 괜찮아 보였고? 둘이 어떤 얘기를 나눴어?”강민은 이가 덜덜 떨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 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에요!”선배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 사람이 널 괴롭혔어? 네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 난 보통 그 사람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딱히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거든.”“다시는 저한테 그 사람 얘기를 꺼내지도 마세요. 두 번 다시 꺼내지 말아요!” 강민이 금방 실성이라도 할 것처럼 미친 듯이 소리쳤다. 온 아파트에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마치 공포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 그래... 알았어. 지금 어디야? 네 상태가 조금 걱정되는데, 내가 가서 같이 있어 줄까?” 선배가 말했다. “아참, 박시준 씨가 우리 대표님의 사진과 신상 정보에 현상금 200억을 걸었어.”‘박시준’이라는 세 글자에 강민은 비로소 이성을 되찾았다.오늘 빌리를 만나기 전, 그녀는 이미 마음속
“강민 씨, 이건 그저 근거 없는 소문일 뿐입니다. 당신 친구가 확실한 사진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그리 쉽게 현상금을 차지하긴 어려울 겁니다.”박시준의 대답에 강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준 씨, 오해예요. 현상금 때문에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전 그저 빌리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으시다기에, 제가 알고 있는 걸 말씀드린 것뿐이에요.”“강민 씨가 알고 있는 건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요.” 박시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할 말 끝났으면 끊겠습니다. 지금 여긴 한밤중이라서요. 다음번엔 전화하기 전에 시간을 먼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죄송...” 강민은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강민이 눈가에 고인 눈물을 꾹 참았다.자업자득이었다!이 모든 건 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다!그녀가 빌리를 유혹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갖지 않았다면, 이런 큰 굴욕을 당할 일이 있었겠는가?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와인렉으로 걸어가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었다.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빌리의 변태적인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만큼, 그녀는 계속 진명 그룹에 남아 원래의 계획대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강민의 전화를 끊은 뒤, 박시준은 완전히 잠이 다 달아났다.그는 침대 옆의 램프를 켠 다음, 긴 다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화장실에 가 세수를 한 다음, 그는 침대로 돌아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은 곧 새벽 두 시였다.일어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하지만 강민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빌리가 왜소증 환자라고? 그는 당장 진아연을 만나 확실하게 물어보고 싶었다.진아연은 지금까지 그녀의 새로운 연애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게 다 빌리가 가진 신체적인 결함 때문이었던 걸까?진아연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왜 김세연과 만나지 않았겠는가? 왜 마이크와 만나지 않았
그녀는 곧바로 안뜰 문으로 향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초췌한 얼굴의 박시준을 보고는 눈살을 확 찌푸렸다.“박시준 씨, 도대체 무슨 바람이 든 거예요? 이제 겨우 6시가 넘었어요.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았다고요...” 진아연은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 말을 하는 중간에도 확실히 기운이 없었다.“문 열어.” 박시준이 굳게 잠긴 안뜰 문을 내려다보았다.“... 먼저 무슨 일로 온 건지부터 말하죠?” 진아연이 붉게 충혈된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문득 어제 딸이 전화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거기에 생각이 이르자, 그녀는 그의 대답을 더 기다리지 않고, 안뜰 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내가 무슨 일로 여기 왔는지 알아?” 그가 열린 안뜰 문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진아연, 정말 조금도 양심에 걸리는 게 없나?”“내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첫째로, 난 불법이나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어요. 둘째로, 난 친척들과 친구들을 배신한 일도 없죠.”그녀는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그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일어나신 김에 제가 나가서 아침 식사를 좀 사 올까요?” 경호원은 그들 사이를 가득 채운 긴장감을 느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지금은 시간이 일러도 너무 일렀다.진아연은 전혀 입맛이 없었다.“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혼자 가서 먹고 와요!”경호원이 대답과 함께 나갈 준비를 했다.“만둣국 한 그릇이랑, 만두 한 판, 그리고 두유 한 잔 부탁해. 소고기 국수도 있으면 한 그릇 부탁하고. 너무 맵지 않게.” 박시준은 사양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경호원은 놀라 경악했다.박시준은 매일 아침 이렇게 많이 먹는단 말인가?경악스러운 건 진아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침이 먹고 싶으면 가서 알아서 먹어요. 왜 내 경호원을 부려 먹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시준이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어 경호원에게 건넸다. “부탁할게. 고마워.”경호원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고마움 가득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진아연은 순식간에 경계심이 무너졌다.“그 시체 구덩이 지금 어디 있어요?!” 그녀가 흐느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박시준 역시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그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다시 소파에 앉혔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어.” 그가 그녀의 곁에 앉아, 가까이에서 그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진 아연, 현이의 일 외에 지금 내가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밤새도록 생각해 봤어. 당신이 만난다는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림자처럼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지. 두 사람이 정식으로 만나기로 했다면, 왜 그 사람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 건지.”“박시준 씨, 당신이 내 부모에요? 내가 연애하는데 왜 당신한테 그 사람을 보여줘야 해요?” 그녀가 재빨리 감정을 조절하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우리가 이제 더 이상 가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이긴 하잖아? 친구 사이에 보여주지 못할 게 뭐 있어?” 박시준이 한발 물러나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을 직접 보여주지 않을 거면, 그 사람 사진이라도 보여줘!”“사진 같은 거 없어요.” 그녀가 딱 잘라 대답했다. “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잖아요.”“그럼, 그 사람 혹시 왜소증이야?”“박시준 씨, 이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에요. 왜 이렇게 계속 캐물어요?” 진아연이 깊게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난 남자친구를 고를 때 얼굴도, 몸매도 보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 장애 여부도 상관하지 않죠. 심지가 굳고 나와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면 돼요.”진아연의 대답은 박시준의 추측을 증명한 셈이었다.빌리는 정말로 강민이 말한 그대로인 것이었다!”그가 가진 돈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가 붉어진 두 눈으로 폭언을 퍼부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도대체 당신이 왜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건지! 듣자 하니 그 사람은 못생기고 장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상한 취미까지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난 왜 당신한테 그런 취미가 있는 줄 여태 몰랐지?
진아연: “???”진아연은 아침을 대충 먹고 나서 방에 돌아가 다시 잠을 자려 했다.하지만 침대에서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마이크가 어제 강민이 ‘빌리’ 를 만나려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마이크의 번호를 눌렀다.“마이크, 강민 쪽은 어떻게 했어? 강민이 자발적으로 빌리를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그래, 이미 만났어. 강민이 오늘 밤 아마 악몽을 꾸게 될걸, 하하하!” 마이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감시 카메라를 돌려볼래?”“감시 카메라까지 돌렸어?”“당연하지, 강민이 앞으로 함부로 행동하면 감시카메라 내용을 공개해서 망신 줄 거야.” 마이크가 쌀쌀하게 웃었다. “진명 그룹이 그 여자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마이크가 말했다.“진명 그룹은 우리 스스로 포기한 거야. 진명 그룹이 얼마나 성장하든 우리랑 이제 상관이 없는 일이야.” 박시준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진명 그룹이 지금은 박시준의 것이니 그녀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녀의 약점을 잡고 있으면 나쁠 건 없잖아. 그녀가 먼저 도발하지 않으면 나도 동영상을 퍼뜨리진 않을 거야. 너 한번 볼래? 너 보면...”“아니, 안 볼래.” 그녀는 역겨운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줘.”“왜소증이 있는 남자를 찾았거든...”왜소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아연은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맞았다. 다 맞았다.박시준은 누군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왜소증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강민이라니!그는 강민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날이 밝자마자 그녀를 찾아간 것이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그 사람에게 강민을 겁주라고 했어. 하지만 강민이 너무 당당한 거 있지. 왜소증이 걸린 늙은 남자고, 얼굴도 아
“네 덕분에 내가 왜소증 남자친구를 찾은 줄로 알고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방금 돌아갔어.” 진아연은 씩씩 거리며 말했다.박시준을 향한 화이기도 하고 마이크를 향한 화이기도 했다.마이크가 너무 제멋대로 처리했다고 생각했다.계속 그대로 놔둔다면 얼마 안 지나 박시준이 드림메이커 대표의 진짜 신분을 알아낼 것이다.하지만 한이는 박시준의 ST 그룹을 완전히 능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분을 공개하려 했다.“아니, 네가 어떤 남자친구를 찾든지 박시준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렇게 흥분한대?” 마이크가 코웃음 쳤다. “설마 강민이 가짜 빌리의 정보를 가지고 박시준을 찾아가 200억을 요구한 건 아니겠지? 하하!”“마이크, 앞으로는 조용히 있어, 어수선하고 이상한 이런 짓거리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민이 또 찾아오면 무시하면 그만이야.” 진아연이 말했다. “내가 이번에 귀국한 건 현이 때문이야. 네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머리 아파.”마이크: “귀국하면 박시준이랑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어. 너도 머리 아프겠지만 박시준은 더 머리 아플 거야. 강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니 어쩌겠어?”“박시준은 나랑 싸우려고만 해. 만약 지운 씨가 매일 마이크를 찾아가 싸운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 거야?”“그건 별개의 문제야. 너희들은 문제가 너무 많아.” 마이크는 자신만의 주장이 있었다. “네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도망가는 건 비겁한 일이야. 박시준은 너랑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여. 그리고 넌 강철심장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여리기만 해. 박시준이 빨리 움직이게 내가 채찍질하지 않으면 너희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데? 물론 박시준이 원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야 하는 게 맞아.”진아연이 차갑게 웃었다. “네 걱정이나 해. 나는 박시준이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을 혼자 잘 살거야.”“누가 너희들 걱정했다고 그래? 이런 일은 나에게 식은 죽 먹기야.”“또
“그... 그러면 안 되죠. 그런 남자친구를 찾을 거면 그냥 대표님이랑 화해하시지.” 이모님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아연 씨는 그렇게 대단한데 아무리 상대방이 돈이 많다고 해도 몸매나 얼굴이 너무 아니면 안 되죠. 가뜩이나 라엘이도 예쁜 걸 좋아하는데 그런 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 거라면요?”“그럼 더 불가사의하죠. 연애만 할 거라면 왜 잘생긴 남자를 찾지 않은 걸까요?” 이모님이 질문했다. “대표님, 무슨 사정이 있는 게 분명해요. 아연 씨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박시준: “...”그는 오늘 아침 진아연에게 쫓겨났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그도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거절하니 어쩔 수 없었다.점심, 여소정이 진아연이 아끼는 분홍색 차를 돌려주려 찾아왔다.“아연아, 언제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여소정은 오늘 일부러 이 질문을 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귀국한 지 꽤 됐는데 남자친구가 너 보고싶다고 안 그래? 아주 바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를 잊으면 안 되지.”진아연: “소정아, 아침에 박시준이 이 문제로 날 찾아왔었어.”여소정: “그래? 내가 가장 빠른 줄 알았는데 박시준이 한발 앞섰네. 질투에 미쳐 콧물 눈물 짜낸 거 아니야? 돌아오라고,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그러진 않았어?”진아연: “...”여소정의 생각이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박시준이 어떤 사람인지 여소정은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강민이 박시준에게 내 남자친구가 작고 못생기고 장애까지 있다고 했나 봐. 그래서 찾아와서 나한테 한바탕 화를 내고 갔어.”여소정: “강민이 왜 그랬대? 네가 잘 사는 걸 못 보겠대? 왜 네 남자친구는 비방하고 다니는 거야? 박시준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왜 강민의 말을 믿는 거야?”진아연은 갑자기 여소정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소정아, 강민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떨 것 같
“누구야?” 여소정은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전부 한이 사진이잖아. 한이가 키가 훌쩍 크더니 얼굴도 잘생겨지네?”“그러게. 키가 쑥쑥 크더니 이젠 날 따라잡으려 해.” 진아연이 말했다.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한이가 박시준보다 더 잘생긴 것 같아. 너랑 박시준의 장점을 합친 것 같아.”“우리 한이가 생긴건 잘생겼어도 늘 혼자만 놀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저러다가 나중에 커서 친구도 없을까 걱정이야. 박시준도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도 있고 친구들 하고 사이도 괜찮잖아.” 진아연은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말했다.“친구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야. 나중에 한이가 성공하고 나면 한이와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거야. 이게 무슨 문제라고 그래? 나중에 신붓감을 어떻게 찾을지 걱정하는 줄 알았네.”“그 문제를 고민하기엔 아직 이르니까.” 진아연은 잔을 들고 물 한 잔을 따랐다. “왜 보현이를 데려오지 않은 거야?”“엄마가 데리고 유치원 보러 갔어.” 여소정이 말했다. “보현이를 지성이랑 같은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야. 서로 의지되고 좋잖아. 그런데 엄마는 지성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우리 집이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다른 유치원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싶은 가봐.”“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돼. 지성이는 이미 일 년을 다녔고 보현이는 이제 갓 입학할 테니 같은 유치원에 다닌다고 해도 같은 반이 아니야. 그럴 바엔 보현이가 집이랑 가까운 유치원을 다니는 게 나아. 픽업하기도 쉽고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 학교에 찾아갈 수도 있잖아.” 진아연이 말했다.“맞아.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어. 나중에 초등학교를 지성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하래. 같은 반은 아니지만 서로 도와주면 내 마음도 놓일 거야.” 여소정은 딸 한 명뿐이라 걱정이 많았다.진아연은 그녀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우리 네 남자친구 얘기하고 있었던 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