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이 그녀의 눈물과 뒤섞였다.그녀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빌리와의 만남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선배가 그녀에게 전화한 것이다.그녀의 휴대폰은 가방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 가방은 욕실에 들어오기 전에,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들어왔다.30분 후, 샤워를 마친 그녀가 목욕 수건으로 몸을 단단히 감싼 뒤 욕실에서 나왔다.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가 거실로 걸어가 바닥에서 가방을 집어 들었다.그녀는 너무나 두려웠다.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누구를 불러야 좋을지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가방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열어보니, 선배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휴대폰을 들고 망설이던 사이, 선배에게서 또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그녀가 떨리는 손가락 탓에 전화를 받아버렸다.“강민아, 우리 대표님과는 잘 만나고 왔어? 어땠어? 우리 대표님은 어떻게 생기셨어? 사람은 괜찮아 보였고? 둘이 어떤 얘기를 나눴어?”강민은 이가 덜덜 떨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 그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에요!”선배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 사람이 널 괴롭혔어? 네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 난 보통 그 사람과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데, 딱히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거든.”“다시는 저한테 그 사람 얘기를 꺼내지도 마세요. 두 번 다시 꺼내지 말아요!” 강민이 금방 실성이라도 할 것처럼 미친 듯이 소리쳤다. 온 아파트에 그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마치 공포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 그래... 알았어. 지금 어디야? 네 상태가 조금 걱정되는데, 내가 가서 같이 있어 줄까?” 선배가 말했다. “아참, 박시준 씨가 우리 대표님의 사진과 신상 정보에 현상금 200억을 걸었어.”‘박시준’이라는 세 글자에 강민은 비로소 이성을 되찾았다.오늘 빌리를 만나기 전, 그녀는 이미 마음속
“강민 씨, 이건 그저 근거 없는 소문일 뿐입니다. 당신 친구가 확실한 사진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그리 쉽게 현상금을 차지하긴 어려울 겁니다.”박시준의 대답에 강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준 씨, 오해예요. 현상금 때문에 드린 말씀이 아니에요. 전 그저 빌리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으시다기에, 제가 알고 있는 걸 말씀드린 것뿐이에요.”“강민 씨가 알고 있는 건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전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요.” 박시준이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 “할 말 끝났으면 끊겠습니다. 지금 여긴 한밤중이라서요. 다음번엔 전화하기 전에 시간을 먼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죄송...” 강민은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강민이 눈가에 고인 눈물을 꾹 참았다.자업자득이었다!이 모든 건 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다!그녀가 빌리를 유혹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갖지 않았다면, 이런 큰 굴욕을 당할 일이 있었겠는가?그녀는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와인렉으로 걸어가 와인 한 병을 집어 들었다.그녀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빌리의 변태적인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만큼, 그녀는 계속 진명 그룹에 남아 원래의 계획대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강민의 전화를 끊은 뒤, 박시준은 완전히 잠이 다 달아났다.그는 침대 옆의 램프를 켠 다음, 긴 다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화장실에 가 세수를 한 다음, 그는 침대로 돌아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시간은 곧 새벽 두 시였다.일어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하지만 강민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빌리가 왜소증 환자라고? 그는 당장 진아연을 만나 확실하게 물어보고 싶었다.진아연은 지금까지 그녀의 새로운 연애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게 다 빌리가 가진 신체적인 결함 때문이었던 걸까?진아연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왜 김세연과 만나지 않았겠는가? 왜 마이크와 만나지 않았
그녀는 곧바로 안뜰 문으로 향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초췌한 얼굴의 박시준을 보고는 눈살을 확 찌푸렸다.“박시준 씨, 도대체 무슨 바람이 든 거예요? 이제 겨우 6시가 넘었어요.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았다고요...” 진아연은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었다. 말을 하는 중간에도 확실히 기운이 없었다.“문 열어.” 박시준이 굳게 잠긴 안뜰 문을 내려다보았다.“... 먼저 무슨 일로 온 건지부터 말하죠?” 진아연이 붉게 충혈된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문득 어제 딸이 전화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거기에 생각이 이르자, 그녀는 그의 대답을 더 기다리지 않고, 안뜰 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다.“내가 무슨 일로 여기 왔는지 알아?” 그가 열린 안뜰 문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진아연, 정말 조금도 양심에 걸리는 게 없나?”“내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첫째로, 난 불법이나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어요. 둘째로, 난 친척들과 친구들을 배신한 일도 없죠.”그녀는 별장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그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일어나신 김에 제가 나가서 아침 식사를 좀 사 올까요?” 경호원은 그들 사이를 가득 채운 긴장감을 느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지금은 시간이 일러도 너무 일렀다.진아연은 전혀 입맛이 없었다.“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혼자 가서 먹고 와요!”경호원이 대답과 함께 나갈 준비를 했다.“만둣국 한 그릇이랑, 만두 한 판, 그리고 두유 한 잔 부탁해. 소고기 국수도 있으면 한 그릇 부탁하고. 너무 맵지 않게.” 박시준은 사양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경호원은 놀라 경악했다.박시준은 매일 아침 이렇게 많이 먹는단 말인가?경악스러운 건 진아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침이 먹고 싶으면 가서 알아서 먹어요. 왜 내 경호원을 부려 먹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시준이 지갑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어 경호원에게 건넸다. “부탁할게. 고마워.”경호원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고마움 가득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진아연은 순식간에 경계심이 무너졌다.“그 시체 구덩이 지금 어디 있어요?!” 그녀가 흐느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박시준 역시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그가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다시 소파에 앉혔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어.” 그가 그녀의 곁에 앉아, 가까이에서 그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진 아연, 현이의 일 외에 지금 내가 가장 걱정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밤새도록 생각해 봤어. 당신이 만난다는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림자처럼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지. 두 사람이 정식으로 만나기로 했다면, 왜 그 사람을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 건지.”“박시준 씨, 당신이 내 부모에요? 내가 연애하는데 왜 당신한테 그 사람을 보여줘야 해요?” 그녀가 재빨리 감정을 조절하며 그의 말에 반박했다.“우리가 이제 더 이상 가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구이긴 하잖아? 친구 사이에 보여주지 못할 게 뭐 있어?” 박시준이 한발 물러나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을 직접 보여주지 않을 거면, 그 사람 사진이라도 보여줘!”“사진 같은 거 없어요.” 그녀가 딱 잘라 대답했다. “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잖아요.”“그럼, 그 사람 혹시 왜소증이야?”“박시준 씨, 이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에요. 왜 이렇게 계속 캐물어요?” 진아연이 깊게 심호흡하며 말을 이었다. “난 남자친구를 고를 때 얼굴도, 몸매도 보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 장애 여부도 상관하지 않죠. 심지가 굳고 나와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면 돼요.”진아연의 대답은 박시준의 추측을 증명한 셈이었다.빌리는 정말로 강민이 말한 그대로인 것이었다!”그가 가진 돈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가 붉어진 두 눈으로 폭언을 퍼부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도대체 당신이 왜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건지! 듣자 하니 그 사람은 못생기고 장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상한 취미까지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난 왜 당신한테 그런 취미가 있는 줄 여태 몰랐지?
진아연: “???”진아연은 아침을 대충 먹고 나서 방에 돌아가 다시 잠을 자려 했다.하지만 침대에서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마이크가 어제 강민이 ‘빌리’ 를 만나려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마이크의 번호를 눌렀다.“마이크, 강민 쪽은 어떻게 했어? 강민이 자발적으로 빌리를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그래, 이미 만났어. 강민이 오늘 밤 아마 악몽을 꾸게 될걸, 하하하!” 마이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감시 카메라를 돌려볼래?”“감시 카메라까지 돌렸어?”“당연하지, 강민이 앞으로 함부로 행동하면 감시카메라 내용을 공개해서 망신 줄 거야.” 마이크가 쌀쌀하게 웃었다. “진명 그룹이 그 여자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마이크가 말했다.“진명 그룹은 우리 스스로 포기한 거야. 진명 그룹이 얼마나 성장하든 우리랑 이제 상관이 없는 일이야.” 박시준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진명 그룹이 지금은 박시준의 것이니 그녀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녀의 약점을 잡고 있으면 나쁠 건 없잖아. 그녀가 먼저 도발하지 않으면 나도 동영상을 퍼뜨리진 않을 거야. 너 한번 볼래? 너 보면...”“아니, 안 볼래.” 그녀는 역겨운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줘.”“왜소증이 있는 남자를 찾았거든...”왜소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아연은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맞았다. 다 맞았다.박시준은 누군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왜소증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강민이라니!그는 강민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날이 밝자마자 그녀를 찾아간 것이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그 사람에게 강민을 겁주라고 했어. 하지만 강민이 너무 당당한 거 있지. 왜소증이 걸린 늙은 남자고, 얼굴도 아
“네 덕분에 내가 왜소증 남자친구를 찾은 줄로 알고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방금 돌아갔어.” 진아연은 씩씩 거리며 말했다.박시준을 향한 화이기도 하고 마이크를 향한 화이기도 했다.마이크가 너무 제멋대로 처리했다고 생각했다.계속 그대로 놔둔다면 얼마 안 지나 박시준이 드림메이커 대표의 진짜 신분을 알아낼 것이다.하지만 한이는 박시준의 ST 그룹을 완전히 능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분을 공개하려 했다.“아니, 네가 어떤 남자친구를 찾든지 박시준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렇게 흥분한대?” 마이크가 코웃음 쳤다. “설마 강민이 가짜 빌리의 정보를 가지고 박시준을 찾아가 200억을 요구한 건 아니겠지? 하하!”“마이크, 앞으로는 조용히 있어, 어수선하고 이상한 이런 짓거리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민이 또 찾아오면 무시하면 그만이야.” 진아연이 말했다. “내가 이번에 귀국한 건 현이 때문이야. 네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머리 아파.”마이크: “귀국하면 박시준이랑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어. 너도 머리 아프겠지만 박시준은 더 머리 아플 거야. 강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니 어쩌겠어?”“박시준은 나랑 싸우려고만 해. 만약 지운 씨가 매일 마이크를 찾아가 싸운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 거야?”“그건 별개의 문제야. 너희들은 문제가 너무 많아.” 마이크는 자신만의 주장이 있었다. “네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도망가는 건 비겁한 일이야. 박시준은 너랑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여. 그리고 넌 강철심장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여리기만 해. 박시준이 빨리 움직이게 내가 채찍질하지 않으면 너희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데? 물론 박시준이 원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야 하는 게 맞아.”진아연이 차갑게 웃었다. “네 걱정이나 해. 나는 박시준이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을 혼자 잘 살거야.”“누가 너희들 걱정했다고 그래? 이런 일은 나에게 식은 죽 먹기야.”“또
“그... 그러면 안 되죠. 그런 남자친구를 찾을 거면 그냥 대표님이랑 화해하시지.” 이모님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아연 씨는 그렇게 대단한데 아무리 상대방이 돈이 많다고 해도 몸매나 얼굴이 너무 아니면 안 되죠. 가뜩이나 라엘이도 예쁜 걸 좋아하는데 그런 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 거라면요?”“그럼 더 불가사의하죠. 연애만 할 거라면 왜 잘생긴 남자를 찾지 않은 걸까요?” 이모님이 질문했다. “대표님, 무슨 사정이 있는 게 분명해요. 아연 씨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박시준: “...”그는 오늘 아침 진아연에게 쫓겨났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그도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거절하니 어쩔 수 없었다.점심, 여소정이 진아연이 아끼는 분홍색 차를 돌려주려 찾아왔다.“아연아, 언제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여소정은 오늘 일부러 이 질문을 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귀국한 지 꽤 됐는데 남자친구가 너 보고싶다고 안 그래? 아주 바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를 잊으면 안 되지.”진아연: “소정아, 아침에 박시준이 이 문제로 날 찾아왔었어.”여소정: “그래? 내가 가장 빠른 줄 알았는데 박시준이 한발 앞섰네. 질투에 미쳐 콧물 눈물 짜낸 거 아니야? 돌아오라고,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그러진 않았어?”진아연: “...”여소정의 생각이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박시준이 어떤 사람인지 여소정은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강민이 박시준에게 내 남자친구가 작고 못생기고 장애까지 있다고 했나 봐. 그래서 찾아와서 나한테 한바탕 화를 내고 갔어.”여소정: “강민이 왜 그랬대? 네가 잘 사는 걸 못 보겠대? 왜 네 남자친구는 비방하고 다니는 거야? 박시준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왜 강민의 말을 믿는 거야?”진아연은 갑자기 여소정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소정아, 강민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떨 것 같
“누구야?” 여소정은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전부 한이 사진이잖아. 한이가 키가 훌쩍 크더니 얼굴도 잘생겨지네?”“그러게. 키가 쑥쑥 크더니 이젠 날 따라잡으려 해.” 진아연이 말했다.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한이가 박시준보다 더 잘생긴 것 같아. 너랑 박시준의 장점을 합친 것 같아.”“우리 한이가 생긴건 잘생겼어도 늘 혼자만 놀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저러다가 나중에 커서 친구도 없을까 걱정이야. 박시준도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도 있고 친구들 하고 사이도 괜찮잖아.” 진아연은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말했다.“친구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야. 나중에 한이가 성공하고 나면 한이와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거야. 이게 무슨 문제라고 그래? 나중에 신붓감을 어떻게 찾을지 걱정하는 줄 알았네.”“그 문제를 고민하기엔 아직 이르니까.” 진아연은 잔을 들고 물 한 잔을 따랐다. “왜 보현이를 데려오지 않은 거야?”“엄마가 데리고 유치원 보러 갔어.” 여소정이 말했다. “보현이를 지성이랑 같은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야. 서로 의지되고 좋잖아. 그런데 엄마는 지성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우리 집이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다른 유치원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싶은 가봐.”“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돼. 지성이는 이미 일 년을 다녔고 보현이는 이제 갓 입학할 테니 같은 유치원에 다닌다고 해도 같은 반이 아니야. 그럴 바엔 보현이가 집이랑 가까운 유치원을 다니는 게 나아. 픽업하기도 쉽고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 학교에 찾아갈 수도 있잖아.” 진아연이 말했다.“맞아.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어. 나중에 초등학교를 지성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하래. 같은 반은 아니지만 서로 도와주면 내 마음도 놓일 거야.” 여소정은 딸 한 명뿐이라 걱정이 많았다.진아연은 그녀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우리 네 남자친구 얘기하고 있었던 거 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