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 “???”진아연은 아침을 대충 먹고 나서 방에 돌아가 다시 잠을 자려 했다.하지만 침대에서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마이크가 어제 강민이 ‘빌리’ 를 만나려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마이크의 번호를 눌렀다.“마이크, 강민 쪽은 어떻게 했어? 강민이 자발적으로 빌리를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그래, 이미 만났어. 강민이 오늘 밤 아마 악몽을 꾸게 될걸, 하하하!” 마이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몰라. 감시 카메라를 돌려볼래?”“감시 카메라까지 돌렸어?”“당연하지, 강민이 앞으로 함부로 행동하면 감시카메라 내용을 공개해서 망신 줄 거야.” 마이크가 쌀쌀하게 웃었다. “진명 그룹이 그 여자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마이크가 말했다.“진명 그룹은 우리 스스로 포기한 거야. 진명 그룹이 얼마나 성장하든 우리랑 이제 상관이 없는 일이야.” 박시준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진명 그룹이 지금은 박시준의 것이니 그녀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녀의 약점을 잡고 있으면 나쁠 건 없잖아. 그녀가 먼저 도발하지 않으면 나도 동영상을 퍼뜨리진 않을 거야. 너 한번 볼래? 너 보면...”“아니, 안 볼래.” 그녀는 역겨운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줘.”“왜소증이 있는 남자를 찾았거든...”왜소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아연은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맞았다. 다 맞았다.박시준은 누군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왜소증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강민이라니!그는 강민의 말을 믿었다. 그래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날이 밝자마자 그녀를 찾아간 것이다.이런 생각에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그 사람에게 강민을 겁주라고 했어. 하지만 강민이 너무 당당한 거 있지. 왜소증이 걸린 늙은 남자고, 얼굴도 아
“네 덕분에 내가 왜소증 남자친구를 찾은 줄로 알고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방금 돌아갔어.” 진아연은 씩씩 거리며 말했다.박시준을 향한 화이기도 하고 마이크를 향한 화이기도 했다.마이크가 너무 제멋대로 처리했다고 생각했다.계속 그대로 놔둔다면 얼마 안 지나 박시준이 드림메이커 대표의 진짜 신분을 알아낼 것이다.하지만 한이는 박시준의 ST 그룹을 완전히 능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분을 공개하려 했다.“아니, 네가 어떤 남자친구를 찾든지 박시준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렇게 흥분한대?” 마이크가 코웃음 쳤다. “설마 강민이 가짜 빌리의 정보를 가지고 박시준을 찾아가 200억을 요구한 건 아니겠지? 하하!”“마이크, 앞으로는 조용히 있어, 어수선하고 이상한 이런 짓거리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강민이 또 찾아오면 무시하면 그만이야.” 진아연이 말했다. “내가 이번에 귀국한 건 현이 때문이야. 네가 이렇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 머리 아파.”마이크: “귀국하면 박시준이랑 마주치는 건 어쩔 수 없어. 너도 머리 아프겠지만 박시준은 더 머리 아플 거야. 강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하니 어쩌겠어?”“박시준은 나랑 싸우려고만 해. 만약 지운 씨가 매일 마이크를 찾아가 싸운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할 거야?”“그건 별개의 문제야. 너희들은 문제가 너무 많아.” 마이크는 자신만의 주장이 있었다. “네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도망가는 건 비겁한 일이야. 박시준은 너랑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보여. 그리고 넌 강철심장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여리기만 해. 박시준이 빨리 움직이게 내가 채찍질하지 않으면 너희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데? 물론 박시준이 원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야 하는 게 맞아.”진아연이 차갑게 웃었다. “네 걱정이나 해. 나는 박시준이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을 혼자 잘 살거야.”“누가 너희들 걱정했다고 그래? 이런 일은 나에게 식은 죽 먹기야.”“또
“그... 그러면 안 되죠. 그런 남자친구를 찾을 거면 그냥 대표님이랑 화해하시지.” 이모님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아연 씨는 그렇게 대단한데 아무리 상대방이 돈이 많다고 해도 몸매나 얼굴이 너무 아니면 안 되죠. 가뜩이나 라엘이도 예쁜 걸 좋아하는데 그런 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 거라면요?”“그럼 더 불가사의하죠. 연애만 할 거라면 왜 잘생긴 남자를 찾지 않은 걸까요?” 이모님이 질문했다. “대표님, 무슨 사정이 있는 게 분명해요. 아연 씨가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어요.”박시준: “...”그는 오늘 아침 진아연에게 쫓겨났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그도 그녀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거절하니 어쩔 수 없었다.점심, 여소정이 진아연이 아끼는 분홍색 차를 돌려주려 찾아왔다.“아연아, 언제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여소정은 오늘 일부러 이 질문을 하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귀국한 지 꽤 됐는데 남자친구가 너 보고싶다고 안 그래? 아주 바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를 잊으면 안 되지.”진아연: “소정아, 아침에 박시준이 이 문제로 날 찾아왔었어.”여소정: “그래? 내가 가장 빠른 줄 알았는데 박시준이 한발 앞섰네. 질투에 미쳐 콧물 눈물 짜낸 거 아니야? 돌아오라고, 한 번만 기회를 더 달라고 그러진 않았어?”진아연: “...”여소정의 생각이 참 참신하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박시준이 어떤 사람인지 여소정은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강민이 박시준에게 내 남자친구가 작고 못생기고 장애까지 있다고 했나 봐. 그래서 찾아와서 나한테 한바탕 화를 내고 갔어.”여소정: “강민이 왜 그랬대? 네가 잘 사는 걸 못 보겠대? 왜 네 남자친구는 비방하고 다니는 거야? 박시준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왜 강민의 말을 믿는 거야?”진아연은 갑자기 여소정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소정아, 강민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떨 것 같
“누구야?” 여소정은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전부 한이 사진이잖아. 한이가 키가 훌쩍 크더니 얼굴도 잘생겨지네?”“그러게. 키가 쑥쑥 크더니 이젠 날 따라잡으려 해.” 진아연이 말했다.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한이가 박시준보다 더 잘생긴 것 같아. 너랑 박시준의 장점을 합친 것 같아.”“우리 한이가 생긴건 잘생겼어도 늘 혼자만 놀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저러다가 나중에 커서 친구도 없을까 걱정이야. 박시준도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도 있고 친구들 하고 사이도 괜찮잖아.” 진아연은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말했다.“친구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야. 나중에 한이가 성공하고 나면 한이와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거야. 이게 무슨 문제라고 그래? 나중에 신붓감을 어떻게 찾을지 걱정하는 줄 알았네.”“그 문제를 고민하기엔 아직 이르니까.” 진아연은 잔을 들고 물 한 잔을 따랐다. “왜 보현이를 데려오지 않은 거야?”“엄마가 데리고 유치원 보러 갔어.” 여소정이 말했다. “보현이를 지성이랑 같은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야. 서로 의지되고 좋잖아. 그런데 엄마는 지성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우리 집이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다른 유치원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싶은 가봐.”“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돼. 지성이는 이미 일 년을 다녔고 보현이는 이제 갓 입학할 테니 같은 유치원에 다닌다고 해도 같은 반이 아니야. 그럴 바엔 보현이가 집이랑 가까운 유치원을 다니는 게 나아. 픽업하기도 쉽고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 학교에 찾아갈 수도 있잖아.” 진아연이 말했다.“맞아.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어. 나중에 초등학교를 지성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하래. 같은 반은 아니지만 서로 도와주면 내 마음도 놓일 거야.” 여소정은 딸 한 명뿐이라 걱정이 많았다.진아연은 그녀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우리 네 남자친구 얘기하고 있었던 거 아
최은서는 점심을 먹고 나서 촬영장으로 향했다.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마친 최은서는 간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잠시 후 최은서는 밖에서 누군가가 전화하는 걸 들었다.“가영 씨가 몸이 안 좋다고요? 왜 갑자기 안 좋은 거죠? 그럼 오늘 촬영에 올 수 있어요? 촬영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두 시간 정도면 되는데... 은서는 한 시간 전에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니에요, 가영 씨가 프로답지 못하단 말이 아니에요. 가영 씨가 몸이 안 좋으니 당연히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일을 하라고 강요하면 안 되죠. 다만 우리도 우리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그래요. 시간은 미리 약속한 거라 변경하기 어려워요. 스태프분들도 다 기다리고 있고요.”“은서... 은서 씨는 해외에서 돌아왔어요... 해외에서 상도 받고 꽤 유명한 사람이에요. 우리 속옷을 해외로 수출하려는 계획이 있어서 은서 씨를 초대했어요. 누군가의 부탁으로 일부러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가영 씨랑 콜라보하도록 한 게 아니에요.”...최은서는 직원의 말를 듣고 나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차렸다.가인은 그녀가 유명하지 않고 인기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 그녀와의 콜라보를 거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러하다면 왜 애당초 이 계약에 동의한 것일까?계약서에 사인하고 보증금까지 받은 상태에서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적어도 최은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최은서는 한순간 마음이 답답해왔다. 오후 촬영을 순조롭게 마칠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여기는 덥고 답답해서 안 좋은 감정이 점점 쌓여만 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는데성빈이 보내온 문자를 발견했다.지난번 다툼이 있은 후 그녀는 성빈과 연락하지 않았다.하지만 성빈은 매일 그녀에게 문자 몇 통씩 보내왔다. 그녀가 제때 밥을 먹고 있는지, 일은 잘 돼가는지, 언제 휴식하는지....가끔 그녀는 그의 문자에 답장하고 싶었지만 오만한 마음에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싶었다.그녀가 성빈의 문자에 답장하려던 순간 스태
“이렇게 실력도 없으면서 백이나 믿고 설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 가영이는 날카롭게 말을 뱉고는 경멸에 찬 눈빛을 지었다.최은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백으로 여기에 온 게 아니에요. 남자친구에게 의존한 적이 없거든요.”“남자친구? 당신 돈줄인가 보죠?” 가영이 야유했다. “ST 그룹의 임원이면 나이가 꽤 될 텐데 설마 가정이 있는 남자 아니에요? 내연녀면 내연녀인 거지 자신이 무슨 여자친구나 되는 듯 말하긴!”최은서는 자신의 마인드가 그녀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와 따져봤자 결국 결론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했기에 최은서는 그녀와 시비를 가릴 이유가 없었다.일을 순조롭게 마치고 나면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최은서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나 촬영 장소로 향했다.잠시 후 가영은 옷을 갈아입고 촬영을 시작했다.가영은 최은서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작업 상태에 들어가니 시비를 걸진 않았다.촬영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작업이 끝난 후 촬영 책임자는 최은서와 가영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가영이 거절하려는 순간 최은서가 한발 나서 말했다. “전 저녁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가영은 최은서를 흘겨보았다.그녀를 무시하는 거라 생각했다.“최은서 씨가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니 저라도 가 드리죠.” 가영은 말을 하고 나서 매니저와 함께 차에 탔다.가영이 가자 담당자가 곧 최은서의 손을 잡고 설득했다. “은서 씨, 가영 씨 말에 신경 쓰지 말아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방금 은서 씨랑 호흡이 잘 맞았어요. 우리 대표님이 은서 씨를 선택한 건 절대 성빈 님 때문이 아니에요. 가영이가 뭘 몰라서 실수한 것 같은데 좀 있다 식사 자리에서 제가 잘 설명할게요.”“촬영을 마쳤으니 설명할 필요 없어요. 제 일을 그녀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고요.” 최은서가 말했다.“그렇긴 하네요. 어쨌거나 이건 은서 씨 사생활이니 말이에요.
“최은서 씨, 정말 웃기는군요. 내 돈줄이 누구일 것 같은 데요?” 아무도 가영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없었기에 한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이 먼저 저한테 묻지 않았다면 제가 왜 그런 질문을 했겠어요? 난 당신에게 관심조차 없는 걸요.” 최은서가 잔을 들고 시큰둥하게 물을 마셨다.“하하, 나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긴 하지만 그 남자친구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긴 해요. 은서 씨가 지금 큰소리치는 것 같아서요. 제대로 된 임원이라면 왜 은서 씨랑 사귀겠어요?” 가영이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박시준이라는 사람을 알아요? 난 예전에 그분이랑 함께 식사도 했는데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은 평범한 여자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최은서가 반박했다. “박시준이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 박시준은 진아연을 좋아하는데 쓸데 없는 생각따윈 집어치우시죠!”“하하! 내가 언제 박시준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박시준 같은 남자가 세상에 없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신경이나 쓴데요?” 가영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그래요...” 최은서는 그녀가 흥분으로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을 보고 속마음까지 캐내진 말자고 생각했다.“뭐가 ‘그래요’예요? 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래요’라고 하는 걸 싫어해요.” 가영이 눈살을 찌푸리고 화를 버럭 냈다. “박시준처럼 쪼잔한 남자랑 결혼한 사람이 재수없는 거예요. 진아연을 봐요, 박시준과 이혼하더니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회사까지 전부 넘겨줬잖아요. 이런 남자는 나도 처음 보네요. 그래도 좋다는 사람이나 실컷 가서 당하하고 해요. 나는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니까요.”최은서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박시준을 오해하고 있을 줄 몰랐다.오해를 한 것도 모자라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의논까지 하고 있다.“박시준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최은서가 화를 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최은서는 화를 내기 전까지 보여준 이미지는 다
룸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최은서는 성빈이 이 일을 공개하리라 생각지 못했다.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기 전 모두 최은서가 남자친구의 인맥으로 이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앞으로 그녀가 박시준의 여동생이라는 걸 알았으니 또 박시준의 인맥으로 이 일을 한다고 하지 않을까?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그녀는 성빈의 힘도, 박시준의 힘도 필요 없었다.최은서는 화가 치밀어 올라 룸에서 나왔다.성빈은 가영을 제대로 혼내주려 했는데 최은서가 가버리니 황급히 따라나갔다.“최은서 씨가 박시준의 친동생이에요?” 가영이 멍하니 담당자를 바라보았다.담당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도 모르죠. 남자친구가 성빈 씨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박시준의 친동생이라는 건 전혀 몰랐어요. 은서 씨 매니저도 나한테 은서 씨가 박시준의 친동생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고요.”“성빈이 우릴 속인 건 아니에요?” 가영이 물었다.그녀는 성빈이 그들을 속일 이유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성빈 씨는 박시준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예요. 그런데 이런 일로 우릴 속이지는 않겠죠? 최은서 씨가 박시준과 배다른 남매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 박시준의 생부가 최... 최... 뭐라고 뉴스에서 본 적이 있어요.” 담당자가 짐작했다.그가 ‘최’라고 하자 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최은서도 성이 최 씨다.그녀와 박시준은 이복 남매가 틀림없었다.“가영 씨, 오늘 태도는 가영 씨 이미지에 큰 스크래치를 줬어요.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박시준을 의논하는 게 아니었어요. 은서 씨가 돌아가서 박시준에게 이르기라도 하면 가영 씨는 끝장이라고요.” 담당자가 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은서 씨에게 사과해요. 일이 커지면 오늘 찍은 광고도 못 내보내요.”가영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최은서의 미움을 산 것은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그녀는 방금 박시준에 대한 나쁜 말을 했다.“최은서가 없는데 어디 가서 사과하라는 거예요?” 가영이는 식욕을 잃었다.그녀는 가방을 들고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