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여소정은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았다. “전부 한이 사진이잖아. 한이가 키가 훌쩍 크더니 얼굴도 잘생겨지네?”“그러게. 키가 쑥쑥 크더니 이젠 날 따라잡으려 해.” 진아연이 말했다. “점점 더 아빠를 닮아가는 것 같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한이가 박시준보다 더 잘생긴 것 같아. 너랑 박시준의 장점을 합친 것 같아.”“우리 한이가 생긴건 잘생겼어도 늘 혼자만 놀아.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저러다가 나중에 커서 친구도 없을까 걱정이야. 박시준도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도 있고 친구들 하고 사이도 괜찮잖아.” 진아연은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것을 말했다.“친구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야. 나중에 한이가 성공하고 나면 한이와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거야. 이게 무슨 문제라고 그래? 나중에 신붓감을 어떻게 찾을지 걱정하는 줄 알았네.”“그 문제를 고민하기엔 아직 이르니까.” 진아연은 잔을 들고 물 한 잔을 따랐다. “왜 보현이를 데려오지 않은 거야?”“엄마가 데리고 유치원 보러 갔어.” 여소정이 말했다. “보현이를 지성이랑 같은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야. 서로 의지되고 좋잖아. 그런데 엄마는 지성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우리 집이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다른 유치원 몇 군데 더 둘러보고 싶은 가봐.”“어머니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돼. 지성이는 이미 일 년을 다녔고 보현이는 이제 갓 입학할 테니 같은 유치원에 다닌다고 해도 같은 반이 아니야. 그럴 바엔 보현이가 집이랑 가까운 유치원을 다니는 게 나아. 픽업하기도 쉽고 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 학교에 찾아갈 수도 있잖아.” 진아연이 말했다.“맞아.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어. 나중에 초등학교를 지성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게 하래. 같은 반은 아니지만 서로 도와주면 내 마음도 놓일 거야.” 여소정은 딸 한 명뿐이라 걱정이 많았다.진아연은 그녀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우리 네 남자친구 얘기하고 있었던 거 아
최은서는 점심을 먹고 나서 촬영장으로 향했다.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마친 최은서는 간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잠시 후 최은서는 밖에서 누군가가 전화하는 걸 들었다.“가영 씨가 몸이 안 좋다고요? 왜 갑자기 안 좋은 거죠? 그럼 오늘 촬영에 올 수 있어요? 촬영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두 시간 정도면 되는데... 은서는 한 시간 전에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아니에요, 가영 씨가 프로답지 못하단 말이 아니에요. 가영 씨가 몸이 안 좋으니 당연히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일을 하라고 강요하면 안 되죠. 다만 우리도 우리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그래요. 시간은 미리 약속한 거라 변경하기 어려워요. 스태프분들도 다 기다리고 있고요.”“은서... 은서 씨는 해외에서 돌아왔어요... 해외에서 상도 받고 꽤 유명한 사람이에요. 우리 속옷을 해외로 수출하려는 계획이 있어서 은서 씨를 초대했어요. 누군가의 부탁으로 일부러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가영 씨랑 콜라보하도록 한 게 아니에요.”...최은서는 직원의 말를 듣고 나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차렸다.가인은 그녀가 유명하지 않고 인기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 그녀와의 콜라보를 거부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러하다면 왜 애당초 이 계약에 동의한 것일까?계약서에 사인하고 보증금까지 받은 상태에서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적어도 최은서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최은서는 한순간 마음이 답답해왔다. 오후 촬영을 순조롭게 마칠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여기는 덥고 답답해서 안 좋은 감정이 점점 쌓여만 갔다.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었는데성빈이 보내온 문자를 발견했다.지난번 다툼이 있은 후 그녀는 성빈과 연락하지 않았다.하지만 성빈은 매일 그녀에게 문자 몇 통씩 보내왔다. 그녀가 제때 밥을 먹고 있는지, 일은 잘 돼가는지, 언제 휴식하는지....가끔 그녀는 그의 문자에 답장하고 싶었지만 오만한 마음에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싶었다.그녀가 성빈의 문자에 답장하려던 순간 스태
“이렇게 실력도 없으면서 백이나 믿고 설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 가영이는 날카롭게 말을 뱉고는 경멸에 찬 눈빛을 지었다.최은서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나는 백으로 여기에 온 게 아니에요. 남자친구에게 의존한 적이 없거든요.”“남자친구? 당신 돈줄인가 보죠?” 가영이 야유했다. “ST 그룹의 임원이면 나이가 꽤 될 텐데 설마 가정이 있는 남자 아니에요? 내연녀면 내연녀인 거지 자신이 무슨 여자친구나 되는 듯 말하긴!”최은서는 자신의 마인드가 그녀와 전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와 따져봤자 결국 결론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지도 못했기에 최은서는 그녀와 시비를 가릴 이유가 없었다.일을 순조롭게 마치고 나면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최은서는 성큼성큼 자리를 떠나 촬영 장소로 향했다.잠시 후 가영은 옷을 갈아입고 촬영을 시작했다.가영은 최은서에게 불만이 많았지만 작업 상태에 들어가니 시비를 걸진 않았다.촬영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작업이 끝난 후 촬영 책임자는 최은서와 가영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가영이 거절하려는 순간 최은서가 한발 나서 말했다. “전 저녁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가영은 최은서를 흘겨보았다.그녀를 무시하는 거라 생각했다.“최은서 씨가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니 저라도 가 드리죠.” 가영은 말을 하고 나서 매니저와 함께 차에 탔다.가영이 가자 담당자가 곧 최은서의 손을 잡고 설득했다. “은서 씨, 가영 씨 말에 신경 쓰지 말아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방금 은서 씨랑 호흡이 잘 맞았어요. 우리 대표님이 은서 씨를 선택한 건 절대 성빈 님 때문이 아니에요. 가영이가 뭘 몰라서 실수한 것 같은데 좀 있다 식사 자리에서 제가 잘 설명할게요.”“촬영을 마쳤으니 설명할 필요 없어요. 제 일을 그녀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고요.” 최은서가 말했다.“그렇긴 하네요. 어쨌거나 이건 은서 씨 사생활이니 말이에요.
“최은서 씨, 정말 웃기는군요. 내 돈줄이 누구일 것 같은 데요?” 아무도 가영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없었기에 한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이 먼저 저한테 묻지 않았다면 제가 왜 그런 질문을 했겠어요? 난 당신에게 관심조차 없는 걸요.” 최은서가 잔을 들고 시큰둥하게 물을 마셨다.“하하, 나도 당신에게 관심이 없긴 하지만 그 남자친구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가긴 해요. 은서 씨가 지금 큰소리치는 것 같아서요. 제대로 된 임원이라면 왜 은서 씨랑 사귀겠어요?” 가영이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박시준이라는 사람을 알아요? 난 예전에 그분이랑 함께 식사도 했는데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은 평범한 여자따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최은서가 반박했다. “박시준이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하지 않아요? 박시준은 진아연을 좋아하는데 쓸데 없는 생각따윈 집어치우시죠!”“하하! 내가 언제 박시준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박시준 같은 남자가 세상에 없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신경이나 쓴데요?” 가영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그래요...” 최은서는 그녀가 흥분으로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을 보고 속마음까지 캐내진 말자고 생각했다.“뭐가 ‘그래요’예요? 난 다른 사람이 나에게 ‘그래요’라고 하는 걸 싫어해요.” 가영이 눈살을 찌푸리고 화를 버럭 냈다. “박시준처럼 쪼잔한 남자랑 결혼한 사람이 재수없는 거예요. 진아연을 봐요, 박시준과 이혼하더니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회사까지 전부 넘겨줬잖아요. 이런 남자는 나도 처음 보네요. 그래도 좋다는 사람이나 실컷 가서 당하하고 해요. 나는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으니까요.”최은서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박시준을 오해하고 있을 줄 몰랐다.오해를 한 것도 모자라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의논까지 하고 있다.“박시준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최은서가 화를 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최은서는 화를 내기 전까지 보여준 이미지는 다
룸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최은서는 성빈이 이 일을 공개하리라 생각지 못했다.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기 전 모두 최은서가 남자친구의 인맥으로 이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앞으로 그녀가 박시준의 여동생이라는 걸 알았으니 또 박시준의 인맥으로 이 일을 한다고 하지 않을까?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게 분명했다!그녀는 성빈의 힘도, 박시준의 힘도 필요 없었다.최은서는 화가 치밀어 올라 룸에서 나왔다.성빈은 가영을 제대로 혼내주려 했는데 최은서가 가버리니 황급히 따라나갔다.“최은서 씨가 박시준의 친동생이에요?” 가영이 멍하니 담당자를 바라보았다.담당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도 모르죠. 남자친구가 성빈 씨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박시준의 친동생이라는 건 전혀 몰랐어요. 은서 씨 매니저도 나한테 은서 씨가 박시준의 친동생이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고요.”“성빈이 우릴 속인 건 아니에요?” 가영이 물었다.그녀는 성빈이 그들을 속일 이유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성빈 씨는 박시준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예요. 그런데 이런 일로 우릴 속이지는 않겠죠? 최은서 씨가 박시준과 배다른 남매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 박시준의 생부가 최... 최... 뭐라고 뉴스에서 본 적이 있어요.” 담당자가 짐작했다.그가 ‘최’라고 하자 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최은서도 성이 최 씨다.그녀와 박시준은 이복 남매가 틀림없었다.“가영 씨, 오늘 태도는 가영 씨 이미지에 큰 스크래치를 줬어요.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박시준을 의논하는 게 아니었어요. 은서 씨가 돌아가서 박시준에게 이르기라도 하면 가영 씨는 끝장이라고요.” 담당자가 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은서 씨에게 사과해요. 일이 커지면 오늘 찍은 광고도 못 내보내요.”가영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최은서의 미움을 산 것은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그녀는 방금 박시준에 대한 나쁜 말을 했다.“최은서가 없는데 어디 가서 사과하라는 거예요?” 가영이는 식욕을 잃었다.그녀는 가방을 들고 가려고
최은서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아직 귀국히신 게 아니었어요?”“모레 도착할 거야. 미리 너랑 상의하는 거니까 모레 다른 일정 잡지 마.”“네...” 최은서는 휴대폰을 꺼내 매니저에게 말하려 했지만휴대폰을 켜자 매니저 장일호가 보내온 문자를 발견했다.——은서 씨 박시준 친동생이었어요? 왜 얘기 안 했어요? 서민 체험이라도 하려는 거였어요?——은서 씨, 나 은서 씨 욕한 적 없죠? 있다고 해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난 은서 씨가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늘 은서 씨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요.——가영이 전화가 와서는 울면서 사과하고 싶다네요. 문자를 보는 대로 전화해 줘요... 문자해도 되고요... 아니면 내일 얘기해도 되고요.최은서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며 답장을 보냈다. 모레 일이 있어서 하루 휴가 낼게요.장일호: 그래요. 내일은 휴가낼 거예요? 내일 휴가 내는 게 아니면 회사로 와서 얘기 좀 해요.최은서: 알았어요.박시준의 별장.박시준은 종일 잠만 잤다.자고 일어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그가 위층에서 내려와보니 1층은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그는 마당으로 나가 경호원에게 물었다. “이모님과 아이는 어디 갔어?”경호원이 대답했다. “워터파크에 행사가 있는데 라엘이와 지성이가 물놀이하고 싶대서 이모님이 데리고 나갔어요.”박시준은 별장으로 돌아가 텅 빈 집안을 바라보며 마음이 허전했다.오늘 아침 진아연의 집에서 그녀와 다툼이 있었던 걸 떠올린 그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30분 후, 조지운이 도착했다.“대표님, 오늘 기분이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술은 몸에 해로우니 적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박시준이 같이 술을 마시자고 조지운을 부른 것이다.조지운은 술병을 들고 자신에게 한 잔 부었다.“지운, 난 라엘에게 진아연을 다시 데려온다고 약속했으니 절대 여기서 물러나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조지운이 오기 전에 이미 술을 두 잔 마셨다.그
조지운은 대표님의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대표님의 모습을 보니 일을 망칠 것 같진 않았다.지금의 이런 모습으로 가면 진아연을 한 대 치거나 빌리를 한 대 칠 것 같았다.그가 누굴 때리든 진아연은 화를 낼 것이다.“대표님, 안주도 드세요.” 조지운이 젓가락으로 박시준에게 안주를 집어 주었다. “성빈이 형을 부르지 그러셨어요?”조지운의 주량이 별로라는 걸 박시준도 잘 알고 있었다.방금 고작 한 잔을 마셨을 뿐인데 조지운은 머리가 어지러웠다.“은서랑 함께 있어.”“아... 진전이 있어요?” 조지운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지난번에 물었을 땐 최은서에 대해 도무지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박시준이 말했다. “은서는 성빈이를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걸 포기하고 귀국한 거야. 그런데 무슨 일이 있겠어?”“맞아요! 은서 씨는 사실 이미 입장을 밝힌 거나 다름없어요. 성빈이 형은 좋겠어요.” 말을 마친 조지운은 박시준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대표님, 어떻게 아연 씨를 데려가실 거예요?”“나한테 다 방법이 있어.” 박시준의 마음속에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라엘이와 지성이가 아직 개학도 하지 않았는데 대표님이 억지로 진아연 씨를 데려가시면...”“네 눈엔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해 보여?” 박시준은 진아연을 억지로 데려갈 생각이 없었다.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는 진아연에게 함부로 대한 적이 없었다.“그런 게 아니라 대표님... 취한 것 같아서 그래요...”“난 취하지 않았어!” 박시준의 눈빛에 화가 묻어 있었다. “넌 이제 가봐! 난 안 마실 거야!”조지운은 미안한 표정으로 잔을 들고 단숨에 마셨다.“대표님, 좀 더 마셔요. 집에 왜 사람이 없어요? 애들은요?” 조지운이 두리번거렸다.“다들 놀러 갔어.”“왜 같이 가지 않으셨어요? 조지운은 대표님 혼자 집에 남아 있으니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었다.” “라엘이는 왜 아직도 그렇게 철이 없는 거예요?”박시준은 방금 취기가
“음... 휴가 때 마이크 아저씨 보러 갈까?” 라엘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왜냐하면 그녀 역시 마음속으로 B국으로 가서 오빠를 보러 갈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었다.지운이 만약 B국에 가고 싶다면 함께 B국에 갈 의향도 있었다.“물어보지는 않았는데.” 박시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딸의 손을 잡고는 물었다. “오늘 물장나는 재밌었어?”“네! 동생이 더 행복해 했어요. 전 좀 유치한 거 같았는데.” 라엘이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며 말했다. “아빠, 저는 이제 씻을 게요. 지운이 아저씨 만나러 가세요!”“알았어.” 박시준은 딸을 방으로 데려다 준 뒤, 아들에게 향했다.지성은 물에 빠진 쥐와도 같았다.검은 눈동자로 바라보며 작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말했다. “아빠, 냄새나요.”지성이가 집으로 온 뒤로, 박시준은 처음으로 집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오늘 그럼 이모랑 자. 어서 너도 씻으러 가고!” 박시준이 말하자 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박시준은 식당으로 갔고 조지운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정신이 좀 들어?” 박시준이 놀리는 듯이 말했다. “주사가 점점 더 별로네.”조지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피곤해 죽겠습니다... 어제도 한숨도 못 자고...”“기사한테 데려달라고 할테니까 이만 가봐.” 박시준은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제 주량이 나빠진 게 아니라 대표님 주량이 좋아졌다고요.” 조지운은 말했다. “예전에는 술 두 잔만 마셔도...”“너도 세 잔은 안 넘어갔잖아.”“그때는 졸려서 잠을 잔겁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계속 마시겠습니까?”“피곤하니까 가봐.” 박시준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조지운은 운전 기사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술에 취해 박시준의 집에서 엎드려 한 숨 잤기 때문에 조지운은 거의 술이 다 깬 상태였다.그는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대표님께서 술을 같이 마시자고 하셨어요. 세 잔 정도 같이 마셨을까... 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더군요.” 조지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