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입한 게 아니고 제 아내가 가입했어요." 박시준은 진아연의 계정 아이디를 알려주며 말을 이었다. "계정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어요. 사진도 많이 저장했는데 해당 부서 기술진에게 부탁해 계정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 주시겠어요?""네. 제가 기술 개발 부서를 담당하고 있으니 바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늘 12시 전까지 연락드리지 않으면 오늘은 일단 편히 쉬세요.""그럼 수고하세요.""괜찮습니다. 대표님의 부인께서 저희 제품을 선택해 주시다니 저희의 영광입니다."박시준은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 앨범을 클릭해 김영아가 보내준 4D 입체 초음파를확대해 아기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봤다.아직 어린 아기지만 확실히 라엘과 많이 닮았다.그는 호기심에 화장실로 향했고 거울 속의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라엘은 분명 진아연과 닮았는데, 왜 김영아와의 아이가 라엘과 비슷한 거지?그는 거울을 한참 보더니 다시 사진첩을 열어 라엘의 사진을 찾았다.라엘의 얼굴을 보면 예쁨과 동시에 자기만의 특색을 갖추었고진아연을 닮기도 했고 박시준과 닮았다고 느껴진다.박시준은 이런 생각에 마음을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김영아한테 아무 감정이 없어 이들의 아이한테도 그 어떤 감정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사진 속 라엘과 꼭 빼닮은 아기를 보니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물론 그도 마음이 약해지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바로 라엘과 닮았기 때문이다.만약 아이가 김영아를 닮았거나 자기와 닮았다면 절대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을 거였다.약 30분 후, 진아연은 노크하고 서재의 문을 열어 들어왔다."시준 씨, 서재에서 뭐 하세요?"박시준은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방금 계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련 회사에 연락해 부탁했어.""너무 늦은 시간인데 괜찮을까요? 급한 일도 아닌데 내일 하지 그랬어요?" 진아연은 그와 서재에서 나온 후 말을 이었다. "이제 씻으러 가요! 한이와 라엘은 샤워 마쳤어요.""아이들이 블록 가지고 놀고 있지 않았어?" 박시준은 시간을
그는 모 금융 어플을 클릭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갑자기 그는익숙한 회사 이름 제이 그룹에 이목이 이끌렸다.해당 뉴스는 소문에 의해 제이 그룹이 곧 B국에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다.뉴스의 내용은 짧지만, 만약 진짜라면 왕은지의 야망이 그만큼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와 그녀의 배후 투자자의 야망 말이다!A국 회사가 B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배후에 그만한 이익관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런 결정은 불가능했다.박시준은 왕은지가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결심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해외 출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아니면 대단한 후원자라도 찾아 그의 존재를 무시하는 건가?박시준은 아직 뉴스의 진위를 모르지만, 알게 된 이상 사실인지 무조건 알아내야 했다.그는 휴대폰의 해당 뉴스를 스크린샷으로 성빈에게 보냈고성빈은 스크린샷을 보더니 바로 그에게 연락했다."제이그룹이 B국에 출시한다고?"박시준은 그저 담담하게 답했다. "B국에 가서 조사해줘.""알았어! B국에 갈 수 있다니... 너무 기쁜걸." 성빈은 그의 부탁에 이 순간의 행복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마침 B국에 가서 은서한테 전해줄 선물이 있었어. 곧 모델 대회가 있는데 그럼 대회를 마치는 대로 귀국할게."이에 박시준은 그를 비웃었다. "회사가 준 돈으로 연애할 생각이야?"성빈은 그의 말을 듣더니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맙네. 최은서는 나와 연애할 생각이 없어. 전에 왜 나와 사귈 생각이 없냐고 물었는데. 내가 너무 늙었다고 말했지, 뭐야. 그리고 지금은 사업을 주로 신경 쓰고 싶다고 했어. 나중에 성공한 후 이것저것 겪어보고 더 많은 남자와 만난 후 나와 연애할지 결정하겠다고도 말했어."박시준: "갑자기 왜 똑똑해진 거지?"그는 최은서의 현명한 결정에 놀랐다.그는 성빈과 좋은 친구 사이지만, 최은서와 성빈이 함께 하기를 강요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서로한테 맞는 사람인지는 함께
계정에는 300 여장의 사진이 저장되었다.진아연이 임신했을 때의 셀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도 있었다.물론 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박시준은아래부터 천천히 살펴봤다.첫 번째 사진은 그녀와 장희원이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진아연은 불룩한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고 곁의 장희원은 자애로운 미소를 그녀를 보고 있었다.박시준은 눈앞의 사진에 눈물샘이 폭발했다.그녀가 라엘과 한이를 뱄을 때, 그녀와 아이들에게 그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은 자기가 미웠던 거다.쌍둥이 임신은 보통 임신보다 훨씬 힘들었고 당시 진아연은 경제적으로도 힘들며 학업도 병행해야 했으니 얼마나 고생했을까.그는 이런 생각에 뒤에 있는 사진들을 살펴봤다——그녀의 학교 풍경 사진, 학우들과의 사진, 노경민 교수님과의 사진도 있었다.사진을 살펴보던 그는 화면 속의 흑백 초음파 사진에 이목이 끌렸다.사진을 확대해보니 사진 속 두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아무래도 평범한 초음파 사진이어서 아기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이에 박시준은 사진 아래의 진단 분석을 유심히 살펴봤고 전문적인 단어는 이해할 수 없지만, 검진 결과를 보자면 발육 상태가 정상적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아이들이 분명 정상적으로 태어났지만, 박시준은 사진 속의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박시준은 진아연이 일반 초음파 사진도 찍어서 저장했으니 4D 입체 초음파을 저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급히 앨범에서 찾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진아연은 아이들의 4D 입체 초음파 사진을 저정했었다.박시준은 컬러 초음파 사진을 자세히 보더니 곧바로 라엘의 컬러 초음파 사진을 찾아냈다.그는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김영아가 보낸 컬러 초음파 사진을 찾아냈다.사진 두 장을 비교한 그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리고 이 한기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퍼졌다.왜 그와 김영아의 딸이 라엘과 이리도 닮은 거지!사진을 비교하지 않았다면 그냥 좀 닮았다고
그는 밤에 그녀의 계정 비밀번호를 보내왔었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려 깊이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어젯밤 밤을 새운 탓에 지금까지 깊은 잠을 자는 모양이다.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얼굴에 가볍게 키스했다.그는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참이라 그녀의 키스에 갑자기 눈을 떴다."밤새 안 잤던 거예요? 눈 충혈된 거 좀 봐... 그냥 계정일 뿐이잖아요. 못 찾아도 괜찮은데." 그녀는 그가 그녀의 계정 때문에 잠을 못 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계정 찾는 건 마이크에게 부탁해도 됐어요. 하지만 예전 사진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거기에는 엄마랑 노경민 교수님 사진도 있고, 그리고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 사진도 많거든요."인생은 앞을 내다보며 살아가는 거라고 항상 자신에게 상기시키지 않는다면 과거의 기억 속에 갇히기 쉽다."어젯밤 네가 임신했을 때의 사진을 봤어. 보고 나니 죄책감이 들었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 말을 꺼냈다가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 바로 바꿨다. "오늘 새로 개발한 신제품 보러 회사에 간다고 했지?""네, 난 이만 일어나야겠어요. 당신은 계속 자고 있어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졌다. "밤새우지 마요. 몸에 안 좋으니까.""알았어."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그는 그녀가 침실을 떠날 때까지 그녀의 모습을 계속 보았다.진명 그룹.진아연은 연구개발부에 가서 신제품 소개를 들었다.시간이 어느덧 점심 때가 되었다."아연아, 어떻게 생각해?" 마이크는 그녀와 함께 식사하러 밖에 나갔다."괜찮은 것 같아. 원래는 제이그룹에게 주기로 한 디자인이라고?""맞아.""제이그룹에서는 무슨 반응이야?" 진아연이 물었다.마이크가 비웃었다. "이제 진명그룹의 대주주는 박시준이잖아. 왕은지가 감히 우리와 맞설 수 있겠어? 우릴 건드리는 건 곧 박시준을 건드리는 걸 의미하는데. 그 여자 지금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어."진아연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왕은
저녁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성빈은 최은서가 돌아온 줄 알고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었다.예상과는 달리 문밖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성빈이 놀라 하자 문밖에 있던 남자도 놀랐다.두 사람은 전에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여긴 왜 왔어?!""너 왜 여기 있는데?"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다."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여긴 한이의 집이야." 성빈은 문을 막고 서서 최운철을 들여보내지 않으려 했다.전에 최은서는 최운철과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으며, 돈을 다 쓰기 전까지 최운철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지금 최운철이 여기에 찾아온 건 돈을 다 써버린 건가?성빈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인간을 가장 싫어했다! 최은서의 현재 월급으로는 기본 생활만 유지할 수 있을 뿐 최운철에게는 줄 돈은 전혀 없었다.그래서 성빈은 최운철이 최은서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허허, 누구 집이든 중요하지 않아, 내 여동생이 여기 사는 것만 알면 되니까! 은서는 어디 있어?" 성빈에게서 푸대접받자 최운철은 조금 짜증이 났다."은서를 왜 찾는데?" 성빈은 집에서 나온 뒤 문을 닫았다."내가 내 동생을 찾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둘이 함께 있어?" 최운철은 성빈을 훑어보았다. "둘이 헤어졌던 거 아니야?""우리 둘이 헤어졌다는 걸 누구한테서 들었어?" 성빈은 차갑게 말했다. "대체 은서는 왜 찾는데? 지난번에 내가 준 돈 벌써 다 써버리고 은서한테 돈 달라고 찾아온 거야? 야, 최운철, 너 지금 꼬라지 좀 봐. 그 나이 먹고 동생한테서 돈이나 뜯어내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최운철 얼굴이 빨개졌고 화가 치밀었다. "동생 보러 온 게 네 눈엔 돈 뜯어내는 걸로 보여? 난 단 한 번도 은서한테 돈 달라고 한 적 없어! 그냥 너한테서 몇 푼 받은 거 가지고 그러네. 그리고 그건 네가 자진해서 준 거잖아! 왜? 내 동생이 유산하니까 그 돈 다시 돌려받으려고?!""네 그 못난
성빈: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넘어져서 이렇게 다치는 건 처음 봤거든요." 최은서는 혀를 쯧쯧 찼다.성빈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소파 테이블 위의 약상자는 열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요오드포, 면봉 그리고 항염증제가 놓여 있었다."누구한테 맞았어요?" 최은서는 가까이에서 그를 비웃기 위해 그의 옆에 앉았다. "B국에도 적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그래! 나도 B국에 적이 있을 줄은 몰랐어. 공교롭게도 그 사람의 성은 최씨야." 성빈은 약을 약상자에 넣었다.그는 최운철에게 맞았지만 그도 최운철을 때렸다.그렇지 않으면 최운철은 쉽게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10살만 어렸더라도 최운철에게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무슨 말이에요? 내가 때린 것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최은서는 눈살을 찌푸린 채 당혹스러워했다."너랑 상관있는 게 아니라, 네 큰오빠랑 상관있어. 그 인간 너한테 전화하지 않았어?""아니요! 큰오빠가 여기 왔었다고요? 그리고 당신을 이렇게 때렸어요?" 최은서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왜 사람을 때리고 난리래요?"최은서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찾아 최운철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성빈은 그녀를 끌어 소파에 앉혔다. "내가 그렇게 못난 거 같아? 네 큰오빠가 나보다 더 다쳤거든! 결국 싸움에서 내가 이긴 셈이지.""아이고 아주 자랑이세요." 최은서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둘이 왜 싸웠는데요?""내 물음에나 대답해. 너한테 전화하지 않았어?""한 적 없어요! 전 연습할 때 전화 꺼놓고 있거든요. 나에게 전화해도 연락 안 되요." 최은서는 궁금해했다. "어떻게 여길 찾았는진 모르겠는데, 당신한테 돈을 달라고 했나요?""아니. 그 인간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할 배짱은 없어. 하지만 아마도 네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여기 온 거 같아." 성빈은 소파 테이블을 정리한 후 최은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서야, 너 지금 돈 없지?""조금은 있어요. 하지만 큰오빠에게 줄
최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영혼이 빠져나간 듯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20억! 20억! 20억!그녀는 속으로 세 번 읽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깨달았다.그녀의 놀란 표정을 본 성빈은 그녀가 믿지 않을까 봐 최운철에게 이체한 내역을 찾아냈다."은서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색하지 않아. 너는 내가 너를 무시했다고 계속 말하지만, 나는 널 무시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함께 자지만 않았다면...""그 얘기 하지 마요!" 최은서는 그의 말을 끊었다. "왜 큰오빠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줬어요? 뭐 하자고 그렇게 많이 준 거예요?"그녀는 열심히 돈을 벌어 그가 준 2억을 그에게 돌려줄 계획이었다.그런데 지금 2억이 20억이 되었으니, 그렇게 큰 빚은 단기간에 갚으려야 갚을 수 없었다.성빈은 심호흡했다. "확실히 적은 돈은 아니지. 하지만 내 미래 신부에게 주는 결혼 예물이라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야. 그때 넌 나의 아이를 가졌는데 어떻게 널 섭섭하게 할 수 있겠어?""아, 그래요? 결국은 아이 때문에 준 거군요. 안타깝게도 아이는 없어졌지만." 최은서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가 없었으면 2억인가요?""네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 거야.""맞네요! 당신 부모님께서 그 아이를 너무 원해서 나랑 결혼하라고 강요한 거죠?" 궁금증이 풀린 최은서는 어딘가 불쾌했다. "큰오빠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서 왜 나한테는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어요?""사실대로 얘기하면 네가 너무 부담스러워할까 봐. 너 전에도 돈을 갚겠다고 하지 않았어?""그러면 끝까지 얘기하지 말지 그랬어요.""난......""설명하지 마세요. 나중에 큰오빠가 날 찾아오면 돈을 갚으라고 할게요." 최은서는 소파에 기대어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근데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예요? 설마 날 찾아온 건 아니겠죠? 난 당신이랑 놀아줄 시간 없어요."그는 바닥에서 쇼핑백을 집어 들었다."지난번에 튼튼한 상자로 바꿔주겠다고 했잖아?" 그는 상자를
그는 현재 자신이 최은서에 대한 태도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개처럼 여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그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오히려 그것이 꽤 흥미로웠다.최은서는 그의 말에 놀라 입이 벌어졌다.그는 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낯가죽이 너무 두꺼운 건가?"그나저나 특별히 널 찾아온 건 아니야. 내일 연습 있으면 그냥 연습 가면 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지자 그는 사실을 얘기했다. "네 둘째 오빠가 날 보낸 거야.""둘째 오빠가 보냈다고요? 무슨 일로요?""업무상의 일이야. 여기서 며칠만 지낼 수 있을까? 한이의 방이 비어 있던데...""한이 방에서 자지 마세요. 나중에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최은서는 소파에서 일어나 그를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이 방에서 자요."성빈 방을 훑어보았다. "너무 작은데.""싫으면 호텔에 가든가. 당신은 돈 많으니까 로얄 스위트룸에서 자면 되겠네요." 최은서는 그를 비꼬았다. "난 여기 있으라고 한 적 없거든요.""또 오해하네. 작다고 한 건 그냥 객관적인 평가일 뿐이지, 싫다고는 안 했어... 그냥 여기서 머물게! 내일 네 큰오빠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니까.""찾아와도 날 어찌하지 못할 건데, 당신이 이 누추한 곳에 머물 필요는 없잖아요.""휴... 난 그냥 너랑 잠시라도 더 있고 싶어. 네 큰오빠가 찾아오든 말든 상관없어." 성빈은 한숨을 쉬었다. "너한테는 돌려서 말하면 안 되겠네.""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빙글빙글 돌려서 얘기해요?" 최은서는 키가 커서 그를 쏘아볼 때 고개를 올릴 필요가 없었다."그래! 네 말이 맞아." 성빈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은서야, 난 모델 대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A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야.""원하는 대로 하세요! 어쨌든 난 같이 있을 시간 없으니까 원하는 만큼 여기 있어도 돼요.""조금 부드럽게 말하면 안 되?""방금까지 돌려서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