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연은 켕기는 게 있는 듯 전화를 끊은 뒤 전원까지 껐다.그것을 지켜본 진아연은 차분하게 물었다. "전화를 왜 안 받으세요?"하수연은 자기 앞에 있는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요."하수연은 진아연과 왕은지가 서로 원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하수연은 매우 갈등했다.진아연은 그녀에게 잘 대해줬고 기꺼이 도와주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사실 그녀는 앞으로 그럭저럭 살아갈 수만 있다면 별장 한 채와 20억은 필요 없었다.물론 때때로 그녀는 별장과 20억이 있으면 박시준이라는 아들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박시준의 성격은 너무 냉철하여 앞으로 그녀에게 잘 대해줄지는 모르는 일이다.지난번에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시준은 그녀에게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이번 만남도 그녀가 참지 못하고 진아연에게 연락했기에 이뤄진 것이다."어머님, 전 이 사람을 잘 알고 있어요." 진아연이 입을 열었다. "그녀가 이렇게 빨리 어머님께 연락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요. 아마도 어머님이 박시준의 생모인 걸 알게 되어 연락했을 거예요. 그 여자가 처음 연락한 건 언제예요? 만난 적은 있나요? 뭐라고 하던가요?"진아연이 물어본 질문에 하수연은 속이 뒤집힐 듯 극도로 당황했다.그녀는 이번에 먼저 진아연에게 연락한 걸 왕은지에게 말하지 않았다.지금 그녀가 진아연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왕은지가 알았다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만난 적이 있어... 알 수 없는 여자야..." 하수연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진아연은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그 여자는 저와 시준 씨의 적이에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저의 원수예요. 그 여자가 우리 엄마를 죽였거든요.""그 여자가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하수연은 그들 사이의 피맺힌 깊은 원한에 충격을 받았다."그 여자에게 딸이 있었는데 죽었거든요. 제가 죽인 게 아닌데, 그 여자는 제가 진범이라고 여기는 거죠.""그런 일이 있었구나...""어머님
"어머님, 말씀하시기 불편하시면 안 하셔도 괜찮아요. 그냥 여쭤본 거예요. 이따가 시준 씨에게 말해서 구정 때 어머님을 모셔 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고마워, 아연아!""별 말씀을요. 다 사소한 일이에요. 시준 씨에게 배다른 남매가 있는데, 지금까지도 인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에 대한 태도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그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 진아연은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 "비밀번호는 나중에 휴대폰으로 보내드릴게요. 그 안에 있는 돈은 마음대로 쓰세요."하수연은 즉시 거절했다."받으세요, 어머님. 왕은지가 다시 연락하면 더 이상 찾지 말라고 하세요. 여기서 어려움이 있으시면 저희가 해결해 드릴게요. 우린 가족이잖아요."진아연의 말은 하수연이 완전히 경계를 놓게 만들었다.그녀는 진아연의 카드를 받았다.그날 저녁.진아연은 집에 돌아왔다.그녀는 박시준에게 오늘 하수연과의 만난 것에 대해 말했다."왕은지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겉으로는 조용해진 듯하지만, 뒤에서는 계속 수작을 부리고 있네요. 내가 그 인간을 알아도 너무 잘 알죠.""하수연이 너에게 먼저 연락한 거야?" 박시준이 물었다."네. 곧 구정이잖아요? B국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어요. 우리와 함께 설을 보내고 싶어 하던데요. 시준 씨, 어머니 모셔와서 같이 설 보내요." 진아연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만약에 거절하면 왕은지에게 매수될 수도 있잖아요. 당신이 어머니한테 감정이 있든 없든 시준 씨의 생모는 한 명뿐인데, 우리가 어머니한테 잘해주는 건 우리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는 건 그도 잘 알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혐오스러웠다."그 여자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문서를 집어 들었다. "내가 뒷조사 좀 해봤어. 처음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B국에 있다고 해서 먼저 B국에 사람을 보냈지. 근데 아무것도 알아낸 게 없었어."그녀는 문서를 받으며 그의 엄숙한 얼굴을 바라
다음날 박시준은 B국에서 걸어온 성빈의 전화를 받았다."시준아,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제이그룹이 B국에서 상장한다는 말은 못 들었어!"박시준: "그 뉴스도 이미 삭제됐어.""음,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네. 제이그룹은 상장할 생각이 있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아 먼저 여론을 알아본 거지. 왕은지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그렇게 열심인데, 상장은 하고 싶었을 거야." 성빈은 웃으며 말했다. "너만 없었으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언제 돌아와?" 박시준이 물었다."지난번에 얘기하지 않았어? 은서의 모델 대회가 끝나면 돌아갈 거라고." 성빈은 당분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와 최은서의 관계는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눈앞에 희망의 새벽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달력 안 봤어?" 박시준이 그에게 상기시켜줬다. "너 매년 부모님과 함께 구정 보냈잖아? 최은서가 참가하는 그 모델 대회가 바로 구정 당일이던데."성빈은 잠시 멍해졌다. "달력을 보지 않은 건 맞아. 그러면 올해는 은서랑 같이 보내면 되겠네 뭐! 그동안 계속 부모님과 같이 보냈는데, 어쩌다 은서랑 같이 보낸다고 뭐라 하진 않으실 거야.""둘이 지금 어디까지 갔어?" 그의 득의양양한 말투에 박시준은 궁금해졌다.성빈은 큰 소리로 웃다가 얼굴의 상처가 아파 바로 멈췄다."최운철 그 새끼가 내 얼굴에 손 댔어. 사람 만나러 나가기도 쪽팔려 죽겠어. 제이그룹 상장에 대해 알아보려고 나갈 때도 마스크를 쓰고 다녔지. 만날 때도 못 벗고. 사람들이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그냥 알레르기가 있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을 정도야.""심각해?""심각한 건 아니고, 그냥 잘생긴 얼굴에 금이 가서." 성빈은 수심에 잠겼다. "대회 당일까지 다 나을지 모르겠네. 무대에 올라가 은서한테 꽃을 줄 생각인데."그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이틀 전에 본 뉴스가 떠올랐다."이 세상에 어떤 나무가 있는데, 이름이 뭐랬더라? 아무튼 그 종이 딱 한 그루만 남았어. 남은 건 백 년 이상을 산 수나무인데, 암나무가 멸종해
"붓글씨 많이 쓰라고요. 선물해도 되니까요." 진아연에겐 이미 계획이 있었다. "위정 선배가 우리를 내일 선배 집으로 초대했는데, 선물하면 좋을 것 같네요.""아연아, 내 실력에 선물해도 될 수 있겠어? 확실해?""물론이죠! 진짜 서예가들 앞에서 자랑하지 않는 한 일반인들은 당신이 아마추어라는 것을 알지 못할 거예요."박시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선지를 준비했고, 그는 붓과 먹을 준비했다.지성은 보석같이 맑은 눈을 뜨고 옆에서 구경했다."시준 씨, 인터넷에서 대련을 찾아놨는데 괜찮은지 한번 봐요." 그녀는 휴대폰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꽤 괜찮은 것 같은데..."해가 뜨면 강물은 불처럼 붉고, 봄이 오면 강물은 파랗고 초록빛이라는 뜻의 대련이었다.그리고 횡서는 노래하는 새와 향기로운 꽃이라는 뜻이었다."그리고 이것도 좋은 거 같아요." 진아연은 그에게 설명했다. "겨울 눈 속에서 붉은 매화꽃이 피어나고, 푸른 버드나무가 싹을 틔우며 새봄을 맞이한다..."박시준은 날카로운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이건 획이 너무 많아."진아연: "난 당신이 뭐든 다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박시준: "쓸 수는 있지만, 잘 쓰느냐가 문제지."진아연: "그럼 먼저 써봐요. 좋아 보일 수도 있잖아요?""그렇다면 말 들어야지." 박시준은 먹을 갈기 시작했다.진아연은 옆에 서서 즐거워했다. "동작 보니 제법인데요, 아주 서예가 같아요."박시준: "그냥 척하는 거야. 사실 매우 긴장돼."그는 순전히 정조를 수양하기 위해 붓글씨를 썼는데,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남에게 선물하려고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하, 그럼 내가 긴장 풀게 해줄게요." 그녀는 붓과 선지를 집어 들고 먹을 찍어 선지에 '박시준'의 한자를 적었다.그녀는 붓글씨를 써본 적이 전혀 없었기에 글씨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다."고마워.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어.""하하하! 나중에 나한테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줘요." 그녀는 붓을 내려놓고 ‘박시준’이라는 세 글자가 적힌 선지를 지
"아들아, 먹을 얼굴에 칠하면 안 되지?" 박시준은 자신의 작품이 파괴된 것을 보았으나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지성의 까맣게 된 작은 손과 먹물로 잔뜩 얼룩이 진 옷이며 얼룩덜룩한 작은 얼굴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어디서 먹물을 묻힌 거야?" 진아연은 지성에게 다가가 옷을 벗겼다. "먹물은 어디서 났어? 책상 위에 올라가는 건 보지 못했는데!"지성은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작은 손으로 옆을 가리켰다.옆에 있던 의자 위에 박시준이 연습할 때 쓰던 먹물 한 병이 있었다."아까 먹을 꺼내면서 잠시 놓아둔 건데 집어넣는 걸 깜빡했네." 박시준이 설명했다. "아들 탓은 아니야.""두둔하기는. 병뚜껑은 어떻게 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진아연은 아들의 옷을 벗긴 후 바로 아들을 안고 목욕시키러 갔다.박시준은 아들이 난장판을 만든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한이도 어렸을 때 이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성은 확실히 장난꾸러기였다.다음날, 진아연과 박시준은 세 아이를 데리고 위정의 집을 방문했다.진아연은 박시준이 쓴 대련을 꺼내 위정에게 보여주었다."박시준이 썼는데 멋있죠?"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볼만 해."진아연은이 평가를 듣고 약간 당황했다. "그냥 괜찮은 정도인가요? 전 아주 좋은 것 같은데!"위정은 그녀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바라보며 벽에 걸린 서예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걸린 건 어때 보여?"진아연은 벽을 흘끗 본 뒤 바로 감탄했다. "어머나! 획이 거침없이 매끄럽고 기세가 웅장한데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딱 봐도 대가가 쓴 것 같네요."위정: "우리 아버지가 쓴 거야.""와! 아버님이 서예가이신 건 몰랐네요!" 진아연은 얼굴을 빨개진 채 자신이 선물한 대련을 되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위정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의 아버지가 서예에서 이렇게 높은 조예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 위정의 아버지가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위정 선배가 벽에 걸린 서예가 아버님 작
"그럼 위정 씨 집에 걸어놔." 시은은 얼굴을 붉히며 속삭였다. "위정 씨랑 결혼하면 이 집도 제 집이니깐."진아연은 시은을 끌어당겨 소파에 앉혔다. "시은 씨,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시준 씨도 허락했어요. 내년 봄에 둘이 같이 살아도 괜찮다고 했어요.""지금 40kg 야. 위정 씨가 제 키에는 45kg이 딱 좋다고 말했어.""맞아요. 너무 말랐어요. 그렇다고 과식을 하는 것도 좋지 않아요."시은은 가만히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연아, 나는 잔디밭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어."진아연: "너무 좋아요! 야외 결혼식은 정말 낭만적일 거예요."두 사람은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위정은 두 여자의 즐거워 보이는 대화를 끊을 수 없었다.아직 결정된 것도 없었지만 두 사람은 마치 결혼식이 곧 시작될 것처럼 흥분하며 이야기했다."한이야, 어색한 거야?" 위정은 한이가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걸어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고향인데 그럴 이유가 없죠." 한이가 대답했다."그럼 너랑 아빠는...""위정 삼촌, 아버지랑 김영아에 대해서 알고 있죠?""응." 위정은 그가 마음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했다. "한이 너는 공부에 집중하면 돼. 어른들 일은 어른들이 해결할 거니깐."한이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박시준이 어머니를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는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 결심했다."시은 고모랑 결혼했으니 잘 해주세요." 한이가 갑자기 말했다."그럴게.""속상하게 만들지 마세요." 한이는 계속해서 말했다.위정은 말했다. "알았어. 하지만 모든 것들을 들어줄 수는 없을 거야.""그냥 고모가 말하면 먼저 경청해 주세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말하면 돼요. 싸우지 말고... 비난도 하지 말고요."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이는 나중에 아주 좋은 남자가 될 거야."한이는 얼굴이 붉어졌다. "저... 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왜?""이유는 없어요. 그냥... 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그래. 그건
정서훈이 죽은 뒤, 진아연은 정서훈의 가족과 연락을 취했었다.전화 혹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했었다.정서훈의 부모님은 굉장히 예의 바른 사람들이었다.정서훈의 죽음은 부모에게 아주 큰 충격을 줬지만 그들은 진아연에게 원망의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그런 모습에 진아연은 더욱더 죄책감이 밀려왔다.두 사람이 정서훈의 집에 도착했다. 진아연은 정서훈 어머니의 백발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아주머니, 예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제 남편이 크게 다쳐서 지금에서야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정서훈 어머니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오지 말라 했잖니. 귀찮게...!" 정서훈 어머니는 그들에게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우리 서훈이의 죽음은 그래... 그렇다고 쳐도. 은솔이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타국에서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구나."정서훈의 어머니는 이 말을 하고선 눈물을 흘렸다.진아연은 바로 휴지를 꺼내 정서훈 어머니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았다."아주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정서훈과 은솔 씨가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아플 거예요."정서훈 어머니는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은솔이는 친딸이나 다름 없었단다... 항상 우리를 잘 챙겨줬어. 나중에 우리 서훈이랑 결혼을 하면 우리랑 같이 살고 싶다고 했어... 그렇게 착한 아이가... 우리 서훈이 복수를 위해 혼자 그렇게 가다니...!"진아연은 은솔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정서훈 어머니 말을 통해 은솔의 모습이 그려졌다."그만 울게나.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겠다고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닐 텐데." 정서훈 아버지는 흐느끼는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연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어서 물어봐!"진아연은 바로 말했다. "아주머니, 묻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물어보세요. 제가 다 말씀 드릴게요."정서훈 어머니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서훈이가... 독살된 건... 김형문 그 사람이 했다고 하지 않았니? 대체 김형문이 왜
"정서훈... 우리 아들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들인 게 틀림 없어." 정서훈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연이 너와 경호원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너희들을 원망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단다."진아연은 바로 말했다. "저랑 경호원 빼고... 병원 사람들이랑도 접촉을 했었어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이 끝난 뒤, 말했다. "또... 김영아와도 만났지.""그 말은... 김영아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요?"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글쎄. 하지만 김영아가 정서훈을 만나러 갔던 적은 있었어.""김영아가 왜... 서훈이를...?" 진아연이 말했다. "설마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나요?""정서훈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어. 그때 정서훈에게 너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게 만들려고 초대했다고 말했었지."박시준의 말을 듣고 김영아가 정서훈을 죽일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김영아가 정말 정서훈에게 진아연과 같이 떠나라고 요청했다면 정서훈이 거절했다 하더라도 김영아는 정서훈을 더더욱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딱 한 사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긴 하지." 박시준이 말했다. "아연아, 봉민이라는 사람 기억하지? 정서훈은 그의 손에 죽었을 거야. 정서훈의 여자 친구분 역시... 정서훈에게 사용했던 똑같은 독으로 죽었으니깐. 정서훈의 여자 친구는 봉민이 죽였어.""그럼... 그 봉민이라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겠니? 지금 Y국에 있는 거야?" 정서훈 어머니는 크게 동요하며 말했다. "내가... 직접 Y국으로 가서 물어볼게!""아주머니, 진정하세요." 박시준이 말했다. "비록 김형문이 죽어 세력이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그 봉민이라는 사람... 아주 악질입니다. 직접 가신다면 위험할 거예요.""하... 그럼 너희들이 봉민이라는 사람과 연락을 해보겠니? 복수보다는... 그저 왜 아들이 이렇게 개죽음을 당했어야 했는지...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건지... 그것만 알면 돼. 만약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우리 역시 더이상 살고 싶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