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훈이 죽은 뒤, 진아연은 정서훈의 가족과 연락을 취했었다.전화 혹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했었다.정서훈의 부모님은 굉장히 예의 바른 사람들이었다.정서훈의 죽음은 부모에게 아주 큰 충격을 줬지만 그들은 진아연에게 원망의 말을 건넨 적이 없었다.그런 모습에 진아연은 더욱더 죄책감이 밀려왔다.두 사람이 정서훈의 집에 도착했다. 진아연은 정서훈 어머니의 백발의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아주머니, 예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제 남편이 크게 다쳐서 지금에서야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정서훈 어머니의 표정은 매우 엄숙했다."오지 말라 했잖니. 귀찮게...!" 정서훈 어머니는 그들에게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 "우리 서훈이의 죽음은 그래... 그렇다고 쳐도. 은솔이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타국에서 그렇게 죽었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구나."정서훈의 어머니는 이 말을 하고선 눈물을 흘렸다.진아연은 바로 휴지를 꺼내 정서훈 어머니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았다."아주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정서훈과 은솔 씨가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아플 거예요."정서훈 어머니는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은솔이는 친딸이나 다름 없었단다... 항상 우리를 잘 챙겨줬어. 나중에 우리 서훈이랑 결혼을 하면 우리랑 같이 살고 싶다고 했어... 그렇게 착한 아이가... 우리 서훈이 복수를 위해 혼자 그렇게 가다니...!"진아연은 은솔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정서훈 어머니 말을 통해 은솔의 모습이 그려졌다."그만 울게나.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겠다고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닐 텐데." 정서훈 아버지는 흐느끼는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연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어서 물어봐!"진아연은 바로 말했다. "아주머니, 묻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물어보세요. 제가 다 말씀 드릴게요."정서훈 어머니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서훈이가... 독살된 건... 김형문 그 사람이 했다고 하지 않았니? 대체 김형문이 왜
"정서훈... 우리 아들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들인 게 틀림 없어." 정서훈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연이 너와 경호원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너희들을 원망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단다."진아연은 바로 말했다. "저랑 경호원 빼고... 병원 사람들이랑도 접촉을 했었어요."박시준은 그녀의 말이 끝난 뒤, 말했다. "또... 김영아와도 만났지.""그 말은... 김영아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요?" 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글쎄. 하지만 김영아가 정서훈을 만나러 갔던 적은 있었어.""김영아가 왜... 서훈이를...?" 진아연이 말했다. "설마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나요?""정서훈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었어. 그때 정서훈에게 너를 데리고 그곳을 떠나게 만들려고 초대했다고 말했었지."박시준의 말을 듣고 김영아가 정서훈을 죽일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김영아가 정말 정서훈에게 진아연과 같이 떠나라고 요청했다면 정서훈이 거절했다 하더라도 김영아는 정서훈을 더더욱 죽일 수 없었을 것이다."딱 한 사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긴 하지." 박시준이 말했다. "아연아, 봉민이라는 사람 기억하지? 정서훈은 그의 손에 죽었을 거야. 정서훈의 여자 친구분 역시... 정서훈에게 사용했던 똑같은 독으로 죽었으니깐. 정서훈의 여자 친구는 봉민이 죽였어.""그럼... 그 봉민이라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겠니? 지금 Y국에 있는 거야?" 정서훈 어머니는 크게 동요하며 말했다. "내가... 직접 Y국으로 가서 물어볼게!""아주머니, 진정하세요." 박시준이 말했다. "비록 김형문이 죽어 세력이 많이 약해졌긴 하지만 그 봉민이라는 사람... 아주 악질입니다. 직접 가신다면 위험할 거예요.""하... 그럼 너희들이 봉민이라는 사람과 연락을 해보겠니? 복수보다는... 그저 왜 아들이 이렇게 개죽음을 당했어야 했는지...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건지... 그것만 알면 돼. 만약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우리 역시 더이상 살고 싶지 않구나...!"
자료가 너무 많아 정서훈 집에서 다 읽을 수가 없을 거 같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아연아, 성빈이가 저녁 같이 먹자고 하는데." 박시준이 전화를 끊은 뒤, 말했다. "만약 너무 피곤하면 거절할게.""은서 씨와 같이요?" 진아연은 조금 피곤했지만 최은서를 볼 수 있다면 갈 의향이었다.박시준은 바로 성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최은서랑 같이 있어?""아직 퇴근 안 했는데? 요즘 맨날 9시에 들어와. 설마... 나만 있다고 저녁 식사 거절하는 건 아니지?" 성빈이 말했다. "만약 아연 씨가 피곤하면 너 혼자라도 나와! 이렇게 오랫동안 안 봤는데. 너도 내가 안 보고 싶은 거 아니지?"박시준은 약간 닭살이 돋았다. "네가 이쪽으로 온다면 뭐 생각해 볼게.""야... 내가 가면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 알고 있지?" 성빈은 말했다. "나 지금 환자라고!""얼굴 상처 별로 심각하지 않다며?" 박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 "최운철이 그렇게 심하게 때렸는데 어떻게 견뎠어?"성빈은 차가운 그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갈게.""만약 너 혼자 오는 거면 아내는 안 가겠데." 박시준은 그가 서운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오늘 많이 피곤하다고 했거든.""하! 알겠다고! 최은서의 손톱만큼도 안 중요하다는 거 알겠다고! 너랑 술마실 거야." 성빈은 말을 끝내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박시준은 진아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 들린 문서를 가져갔다."그만 읽어. 내일 봐.""네? 그냥 심심한데...""아까 시원찮게 먹던데. 성빈이랑 같이 밥 먹으러 나가는 건 어때?" 박시준이 말했다. "성빈이가 이쪽으로 오기로 했어.""시준 씨만 가서 먹어요. 전 별로 배고프지 않아요!" 그녀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마도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그럼 돌아올 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올게."정서훈의 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정서훈 어머니는 테이블 가득 음식을 차렸지만 모두
"네. 일이 좀 있어서요.""알겠어요. 그럼 일 끝나면 만나요.""네. 그럼 집 가서 푹 쉬어요. 성빈 씨는 기다리지 말고요. 당신 둘째 오빠랑 오늘 밤새 술 마실 거예요."최은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둘째 오빠가 아연 씨 앞에서 꼼짝도 못 하네요!""그런 것보다... 존중해 주는 거죠. 술 냄새를 풍기고 돌아오면 화를 낼 거라는 걸 알거든요.""아연 씨, 둘째 오빠를 아주 참 잘 가르쳤어요.""저도 늦게 들어올 때, 그에게 말하는 걸요." 그녀는 씻고 나온 상태라 침대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졸음이 몰려왔다.전화 통화를 마친 뒤, 그녀는 불도 끄지 않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레스토랑.박시준은 성빈의 얼굴에 있는 마스크를 벗겼다.얼굴의 멍은 아직 그대로였다."다 마실 수 있겠어?" 박시준이 물었다."안 아파. 항염증제도 안 먹어도 되고. 그러니 술 마실 수 있어." 성빈은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네 다리도 다 나았나보네. 진아연 씨가 이렇게 너보고 나오라고 허락하는 걸 보니.""응. 술 마시겠다고 말했는 걸.""허락했어?""응.""에? 허락했다고? 난 네가 몰래 나와 마시는 줄 알았는데!" 성빈은 그와 잔을 부딪혔다."내가 몰래 술 마실 사람이냐? 그리고 내 와이프가 바보도 아니고. 속일 걸 속여라.""하하하! 예전에 고독에 쩔어 있으면서 비웃던 사람이 누구더라... 진아연 씨한테 붙잡혀 사네! 봐봐, 난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마실 수 있지. 누구한테 보고할 필요도 없고." 성빈이 놀리기 시작했다.박시준은 천천히 와인을 마셨다. "글쎄. 내가 볼 때는 아무도 널 신경 안 쓰는 게 아니고?""하... 아주 붙잡혀 사는 주제에. 허세는?""당연하지. 과음하고 집에 돌아가면 돌봐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거든."성빈: "..."와인 두 잔을 마신 뒤,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시준아, 예전에는 내가 많이 어리석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말할 수 없지만 너한테만큼은..."박시준: "됐
박시준은 휴대폰 화면을 끄며 말했다. "아연이한테는 말하지마.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니깐.""뭘 기다리는 건데?" 성빈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아이가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누굴 닮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박시준은 계속 해서 말했다. "나와 김영아의 아이라면... 라엘이와 닮을 수 없지.""그건 그렇네! 라엘이는 진아연 씨랑 완전 붕어빵이니깐! 누가 봐도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지. 만약 너랑 김영아 씨 사이의 아이라면 널 닮거나, 김영아 씨를 닮아야지... 진아연 씨를 닮을 수는 없어!" 성빈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흥분하며 말했다."아연이한테는 말하지마. 아니!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박시준은 말했다. "아연이랑 약속했어. 다시는 Y국에 가지 않겠다고. 그러니 김영아에게 절대로 먼저 연락하는 일 없을 거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절대로 김영아와 그 아이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라엘이를 닮은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매우 괴로워졌다."걱정마. 절대 말하지 않을게." 성빈은 와인병을 치운 뒤, 물 한 잔을 따랐다. "술맛이 확 떨어졌어.""왜?""내가 취해버리면 누가 널 위로해 주냐?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고?" 성빈은 힘없이 말했다. "다시 말해서 네가 술에 취하면 내가 진아연에게 전화해서 데려가라고 해야할 거 아니야."박시준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고 있어. 오늘 오자마자 정서훈 집에 갔거든. 비행기에서 한숨도 자지 않았어.""내가 그녀라도 죄책감을 느낄 거야.""정서훈 부모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어.""당연히 그녀를 비난할 수 없지. 정서훈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으니깐!" 성빈은 그리고 아이에 대한 화제로 돌리며 말했다. "근데 Y국에 앞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럼 김영아 아이는 언제 보려고?"박시준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를 흘끗 보았다."글쎄. 아무튼 난 가지 않을 거야. 가면 진아연이 화를 낼 테니깐." 성
최은서는 성빈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샤워를 막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고 있었다.갑자기 성빈의 이름이 뜨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성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서... 나 술 좀... 마셨거든... 데리러... 와 줄래?"정말 술이 취한 듯 말하면서 간간히 딸꾹질을 했다.최은서는 마치 휴대폰에서 술 냄새가 나오는 것 같았다."너무 추운데요... 안 갈래요!" 최은서는 단번에 그의 말을 거절했다. 거절 후,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말했다. "가까운 호텔에 가는 게 어때요?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굳이 우리집으로 와야해요?."성빈은 그녀의 대답에 마음이 점점 차가워졌다."둘째 오빠랑 술 마시고 있는 거 아니에요? 둘째 오빠도 취했어요?" 성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최은서가 다시 물었다.성빈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 "네 둘째 오빠는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 생각해 봐. 다리도 아직 불편한 녀석한테 나를 부축하라고?""알아서... 가세요!""취했다고!""아..." 최은서는 막 씻고 나왔고 밖은 엄청 추웠다. "그러면 둘째 오빠한테 말하세요. 택시 잡아주라고요... 문 안 잠그고 있을 테니깐 알겠죠?"이것이 그녀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그녀는 내일도 연습이 있지만 늦게까지 그를 기다리는 것 정도면 충분히 많이 봐준거였다.성빈은 처음에는 낙담했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피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알겠어! 바로 갈게!"박시준은 성빈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별장으로 돌아왔다.저녁 10시가 되자 차디 찬 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마치 칼에 베이는 듯한 추위였다.그는 5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침실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침대에 기대어 정서훈의 서재에서 가져온 자료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아직도 안 잤어?" 그는 외투를 벗으며 침대로 가서 앉았다.그의 몸에 희미한 술 냄새를 맡자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뭐 사온 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악몽?" 그는 외투를 쥐며 물었다."이상한 꿈이었어요... 말도 나오지 않아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꿈은 꿈일 뿐이야. 가짜라고." 그는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설마 Y국에 있었던 일을 꿈꾼 거야?"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꿈에 정서훈이 나왔어요. 저랑 관계가 좋았는데... 몇 년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죠. 그리고 꿈에서... 나쁜 사람으로 변한 그를 만났어요.""나쁜 사람? 뭘 했는데?""그가... 우리 둘을 갈라놓았어요. 꿈에서는 김영아 곁에 서서 날 바라보았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차가워졌다. "서훈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절대 김영아의 편에 서있을 사람이 아닌데! 김영아와...""아연아, 진정해. 꿈은 꿈일 뿐이야. 실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죽지도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사올게.""가지 말라고 했잖아요.""네가 배고픈 건 싫어." 그는 그녀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하나도 안 추워.""알았어요. 그럼 같이 가요."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녀 역시 외투를 들고 그와 함께 나갔다. "먹고 싶은 건 딱히 없어요. 그냥 아무거나 먹어요! 아, 근데 성빈 씨는 어떻게 돌아갔어요?""택시 불러서 갔지."두 사람은 별장에서 나왔고 천천히 걸어갔다."이게 안 춥다고요?" 진아연은 몸을 움츠리며 옷깃을 여몄다.그는 그녀를 천천히 안았고, 그녀가 살며시 웃었다. "당신이랑 같이 있으니깐 확실히 춥진 않네요.""진짜 아까 물 한 잔 마시니깐 하나도 배가 안 고픈 거 있죠." 그녀는 다시 말했다. "진짜 하나도 안 고파요.""그래도 그걸 잊어버린 건 내 잘못이야." 그는 그녀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그러니깐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빈 씨랑 무슨 이야기 했어요?""후회한다고 했어. 그렇게 오랫동안 강진을 마음에 두고만
그를 본 순간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성빈은 그녀에게 한 대 맞을 거라 생각했고, 재빨리 그녀를 소파 위로 다시 올려놓았다."뭐 하는 거야... 너무 폭력적인데?" 성빈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변명했다. "소파에서 자길래 그래서 방으로 옮길려고 그랬던 거야. 넌 무슨 생각을 한 거야?"최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 "무슨 짓이라도 하는 줄 알았죠...!""아니... 내가 왜...? 처음에도 역시 내가 강요한 게 있었나? 난 여자에게 강요하지 않아." 그는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최은서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김세연 씨처럼 잘~ 생긴 사람이 그랬다면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거예요."성빈: "???""그런 잘생긴 사람이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뭐... 친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용 당해도 상관 없을 거예요." 성빈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회색빛으로 물들었고, 입을 꾹 다물었다."왜 아무 말도 없어요?" 성빈은 그녀의 물음에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그 사람한테 가지 그래!"최은서: "제가 얼굴빠이긴 하지만 저도 제 주제를 잘 안다고요. 김세연 씨와 같은 사람은 저와 급이 맞지 않는다는 거 아주 잘 알고 있다고요."성빈은 마치 말로 뺨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럼 김세연한테는 급이 안 맞고, 뭐 나한테는 네가 급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 성빈은 김세연과 같은 미소년같은 느낌은 아니였지만 최은서한테 무시 당할 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마요. 제가 한참 부족하죠. 하지만 제가 오라고 하진 않았잖아요?" 최은서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런 거 신경쓸 시간에 건강이나 챙기지 그래요.""... 내가 늙었으면 얼마나 늙었다고!" 성빈은 억울했다.최은서 역시 억울한 건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늙은 게 제 잘못도 아니잖아요. 알았어요. 앞으로 말하지 않을게요."성빈: "...""근데 취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술 다 깨신 거 같은데." 최은서는 그의 얼굴을 몇 초간 응시했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