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가 너무 많아 정서훈 집에서 다 읽을 수가 없을 거 같아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아연아, 성빈이가 저녁 같이 먹자고 하는데." 박시준이 전화를 끊은 뒤, 말했다. "만약 너무 피곤하면 거절할게.""은서 씨와 같이요?" 진아연은 조금 피곤했지만 최은서를 볼 수 있다면 갈 의향이었다.박시준은 바로 성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최은서랑 같이 있어?""아직 퇴근 안 했는데? 요즘 맨날 9시에 들어와. 설마... 나만 있다고 저녁 식사 거절하는 건 아니지?" 성빈이 말했다. "만약 아연 씨가 피곤하면 너 혼자라도 나와! 이렇게 오랫동안 안 봤는데. 너도 내가 안 보고 싶은 거 아니지?"박시준은 약간 닭살이 돋았다. "네가 이쪽으로 온다면 뭐 생각해 볼게.""야... 내가 가면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 알고 있지?" 성빈은 말했다. "나 지금 환자라고!""얼굴 상처 별로 심각하지 않다며?" 박시준은 비웃으며 말했다. "최운철이 그렇게 심하게 때렸는데 어떻게 견뎠어?"성빈은 차가운 그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갈게.""만약 너 혼자 오는 거면 아내는 안 가겠데." 박시준은 그가 서운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오늘 많이 피곤하다고 했거든.""하! 알겠다고! 최은서의 손톱만큼도 안 중요하다는 거 알겠다고! 너랑 술마실 거야." 성빈은 말을 끝내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박시준은 진아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 들린 문서를 가져갔다."그만 읽어. 내일 봐.""네? 그냥 심심한데...""아까 시원찮게 먹던데. 성빈이랑 같이 밥 먹으러 나가는 건 어때?" 박시준이 말했다. "성빈이가 이쪽으로 오기로 했어.""시준 씨만 가서 먹어요. 전 별로 배고프지 않아요!" 그녀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마도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그럼 돌아올 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올게."정서훈의 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다.정서훈 어머니는 테이블 가득 음식을 차렸지만 모두
"네. 일이 좀 있어서요.""알겠어요. 그럼 일 끝나면 만나요.""네. 그럼 집 가서 푹 쉬어요. 성빈 씨는 기다리지 말고요. 당신 둘째 오빠랑 오늘 밤새 술 마실 거예요."최은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둘째 오빠가 아연 씨 앞에서 꼼짝도 못 하네요!""그런 것보다... 존중해 주는 거죠. 술 냄새를 풍기고 돌아오면 화를 낼 거라는 걸 알거든요.""아연 씨, 둘째 오빠를 아주 참 잘 가르쳤어요.""저도 늦게 들어올 때, 그에게 말하는 걸요." 그녀는 씻고 나온 상태라 침대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졸음이 몰려왔다.전화 통화를 마친 뒤, 그녀는 불도 끄지 않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레스토랑.박시준은 성빈의 얼굴에 있는 마스크를 벗겼다.얼굴의 멍은 아직 그대로였다."다 마실 수 있겠어?" 박시준이 물었다."안 아파. 항염증제도 안 먹어도 되고. 그러니 술 마실 수 있어." 성빈은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네 다리도 다 나았나보네. 진아연 씨가 이렇게 너보고 나오라고 허락하는 걸 보니.""응. 술 마시겠다고 말했는 걸.""허락했어?""응.""에? 허락했다고? 난 네가 몰래 나와 마시는 줄 알았는데!" 성빈은 그와 잔을 부딪혔다."내가 몰래 술 마실 사람이냐? 그리고 내 와이프가 바보도 아니고. 속일 걸 속여라.""하하하! 예전에 고독에 쩔어 있으면서 비웃던 사람이 누구더라... 진아연 씨한테 붙잡혀 사네! 봐봐, 난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마실 수 있지. 누구한테 보고할 필요도 없고." 성빈이 놀리기 시작했다.박시준은 천천히 와인을 마셨다. "글쎄. 내가 볼 때는 아무도 널 신경 안 쓰는 게 아니고?""하... 아주 붙잡혀 사는 주제에. 허세는?""당연하지. 과음하고 집에 돌아가면 돌봐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거든."성빈: "..."와인 두 잔을 마신 뒤,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시준아, 예전에는 내가 많이 어리석었다... 다른 사람한테는 말할 수 없지만 너한테만큼은..."박시준: "됐
박시준은 휴대폰 화면을 끄며 말했다. "아연이한테는 말하지마.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니깐.""뭘 기다리는 건데?" 성빈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아이가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누굴 닮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박시준은 계속 해서 말했다. "나와 김영아의 아이라면... 라엘이와 닮을 수 없지.""그건 그렇네! 라엘이는 진아연 씨랑 완전 붕어빵이니깐! 누가 봐도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지. 만약 너랑 김영아 씨 사이의 아이라면 널 닮거나, 김영아 씨를 닮아야지... 진아연 씨를 닮을 수는 없어!" 성빈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흥분하며 말했다."아연이한테는 말하지마. 아니!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박시준은 말했다. "아연이랑 약속했어. 다시는 Y국에 가지 않겠다고. 그러니 김영아에게 절대로 먼저 연락하는 일 없을 거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절대로 김영아와 그 아이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거야." 박시준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라엘이를 닮은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매우 괴로워졌다."걱정마. 절대 말하지 않을게." 성빈은 와인병을 치운 뒤, 물 한 잔을 따랐다. "술맛이 확 떨어졌어.""왜?""내가 취해버리면 누가 널 위로해 주냐?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고?" 성빈은 힘없이 말했다. "다시 말해서 네가 술에 취하면 내가 진아연에게 전화해서 데려가라고 해야할 거 아니야."박시준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고 있어. 오늘 오자마자 정서훈 집에 갔거든. 비행기에서 한숨도 자지 않았어.""내가 그녀라도 죄책감을 느낄 거야.""정서훈 부모는 그녀를 원망하지 않았어.""당연히 그녀를 비난할 수 없지. 정서훈이 왜 죽었는지 알 수 없으니깐!" 성빈은 그리고 아이에 대한 화제로 돌리며 말했다. "근데 Y국에 앞으로 가지 않겠다고 했잖아. 그럼 김영아 아이는 언제 보려고?"박시준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를 흘끗 보았다."글쎄. 아무튼 난 가지 않을 거야. 가면 진아연이 화를 낼 테니깐." 성
최은서는 성빈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샤워를 막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고 있었다.갑자기 성빈의 이름이 뜨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성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서... 나 술 좀... 마셨거든... 데리러... 와 줄래?"정말 술이 취한 듯 말하면서 간간히 딸꾹질을 했다.최은서는 마치 휴대폰에서 술 냄새가 나오는 것 같았다."너무 추운데요... 안 갈래요!" 최은서는 단번에 그의 말을 거절했다. 거절 후,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말했다. "가까운 호텔에 가는 게 어때요?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굳이 우리집으로 와야해요?."성빈은 그녀의 대답에 마음이 점점 차가워졌다."둘째 오빠랑 술 마시고 있는 거 아니에요? 둘째 오빠도 취했어요?" 성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최은서가 다시 물었다.성빈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 "네 둘째 오빠는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 생각해 봐. 다리도 아직 불편한 녀석한테 나를 부축하라고?""알아서... 가세요!""취했다고!""아..." 최은서는 막 씻고 나왔고 밖은 엄청 추웠다. "그러면 둘째 오빠한테 말하세요. 택시 잡아주라고요... 문 안 잠그고 있을 테니깐 알겠죠?"이것이 그녀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그녀는 내일도 연습이 있지만 늦게까지 그를 기다리는 것 정도면 충분히 많이 봐준거였다.성빈은 처음에는 낙담했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피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알겠어! 바로 갈게!"박시준은 성빈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별장으로 돌아왔다.저녁 10시가 되자 차디 찬 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마치 칼에 베이는 듯한 추위였다.그는 5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침실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침대에 기대어 정서훈의 서재에서 가져온 자료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아직도 안 잤어?" 그는 외투를 벗으며 침대로 가서 앉았다.그의 몸에 희미한 술 냄새를 맡자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뭐 사온 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악몽?" 그는 외투를 쥐며 물었다."이상한 꿈이었어요... 말도 나오지 않아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꿈은 꿈일 뿐이야. 가짜라고." 그는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설마 Y국에 있었던 일을 꿈꾼 거야?"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꿈에 정서훈이 나왔어요. 저랑 관계가 좋았는데... 몇 년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죠. 그리고 꿈에서... 나쁜 사람으로 변한 그를 만났어요.""나쁜 사람? 뭘 했는데?""그가... 우리 둘을 갈라놓았어요. 꿈에서는 김영아 곁에 서서 날 바라보았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차가워졌다. "서훈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절대 김영아의 편에 서있을 사람이 아닌데! 김영아와...""아연아, 진정해. 꿈은 꿈일 뿐이야. 실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죽지도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사올게.""가지 말라고 했잖아요.""네가 배고픈 건 싫어." 그는 그녀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하나도 안 추워.""알았어요. 그럼 같이 가요."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녀 역시 외투를 들고 그와 함께 나갔다. "먹고 싶은 건 딱히 없어요. 그냥 아무거나 먹어요! 아, 근데 성빈 씨는 어떻게 돌아갔어요?""택시 불러서 갔지."두 사람은 별장에서 나왔고 천천히 걸어갔다."이게 안 춥다고요?" 진아연은 몸을 움츠리며 옷깃을 여몄다.그는 그녀를 천천히 안았고, 그녀가 살며시 웃었다. "당신이랑 같이 있으니깐 확실히 춥진 않네요.""진짜 아까 물 한 잔 마시니깐 하나도 배가 안 고픈 거 있죠." 그녀는 다시 말했다. "진짜 하나도 안 고파요.""그래도 그걸 잊어버린 건 내 잘못이야." 그는 그녀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그러니깐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빈 씨랑 무슨 이야기 했어요?""후회한다고 했어. 그렇게 오랫동안 강진을 마음에 두고만
그를 본 순간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성빈은 그녀에게 한 대 맞을 거라 생각했고, 재빨리 그녀를 소파 위로 다시 올려놓았다."뭐 하는 거야... 너무 폭력적인데?" 성빈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변명했다. "소파에서 자길래 그래서 방으로 옮길려고 그랬던 거야. 넌 무슨 생각을 한 거야?"최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 "무슨 짓이라도 하는 줄 알았죠...!""아니... 내가 왜...? 처음에도 역시 내가 강요한 게 있었나? 난 여자에게 강요하지 않아." 그는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최은서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김세연 씨처럼 잘~ 생긴 사람이 그랬다면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거예요."성빈: "???""그런 잘생긴 사람이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뭐... 친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용 당해도 상관 없을 거예요." 성빈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회색빛으로 물들었고, 입을 꾹 다물었다."왜 아무 말도 없어요?" 성빈은 그녀의 물음에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그 사람한테 가지 그래!"최은서: "제가 얼굴빠이긴 하지만 저도 제 주제를 잘 안다고요. 김세연 씨와 같은 사람은 저와 급이 맞지 않는다는 거 아주 잘 알고 있다고요."성빈은 마치 말로 뺨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럼 김세연한테는 급이 안 맞고, 뭐 나한테는 네가 급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 성빈은 김세연과 같은 미소년같은 느낌은 아니였지만 최은서한테 무시 당할 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마요. 제가 한참 부족하죠. 하지만 제가 오라고 하진 않았잖아요?" 최은서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런 거 신경쓸 시간에 건강이나 챙기지 그래요.""... 내가 늙었으면 얼마나 늙었다고!" 성빈은 억울했다.최은서 역시 억울한 건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늙은 게 제 잘못도 아니잖아요. 알았어요. 앞으로 말하지 않을게요."성빈: "...""근데 취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술 다 깨신 거 같은데." 최은서는 그의 얼굴을 몇 초간 응시했다.
"시준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뺨에 키스를 하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박시준은 그녀의 입맞춤에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바깥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니깐... 그냥 여러가지 감정이 떠올라서." 그의 눈은 다시 창 밖으로 향했다. "눈은 변함없지만 우리는 예전과 같지 않아서.""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는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어 눈썹을 찡그렸다."결국 늙고 없어지겠지만 눈은 그때도 여전히 이렇게 내리겠지." 그는 천천히 그의 감정에 대해서 말했다. "그냥... 매년 생일이랑 구정이 다가오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하하하! 아직 저는 어려서 그런 걸까요. 생일이나 구정에는 그저 행복한 일만 떠오르던데요."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침 식사 해야죠. 맛은 없겠지만 참아줘요.""요리 했어?" 그가 물었다."네. 그냥 계란말이랑 국수... 정도?"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다른 재료가 없어서요. 날씨도 안 좋으니깐 배달도 못 시키잖아요.""응. 몇 시에 일어났어?" 그는 몸을 돌려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7시에 눈을 뜨긴 했는데 8시에 침대에서 일어났어요." 그녀는 화장실 문에 서서 말했다. "서훈이 수술 사례 관련해서 봤는데요. 세 케이스 정도 저랑 같더라고요. 근데 다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훈이 교수님에게 물어보려고요.""같이 가자.""오늘 눈이 많이 내리기도 했고, 저 혼자 갈게요." 그녀는 말했다. "동창들한테 물어서 이미 교수님에게 연락했어요.""교수님이 달라?" 그는 세수를 끝내며 말했다.그리고 그녀는 그와 손을 잡고 식당으로 걸어갔다."대학원 가기 전에는 같았죠. 제가 여기서 대학교 다녔다는 거 잊었어요? 제 인생에서 아주 큰 전환점이었죠. 제가 노경민 교수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노경민 교수님이 아니었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거야
그녀가 나간 뒤, 그는 눈 앞에 국수와 계란이 너무 짜서 차마 먹을 수 없었지만 열심히 만들었던 그녀를 생각하며 먹었다.크게 심호흡을 한 뒤, 그는 물 세 잔을 연달아 마셨다.진아연은 정서훈의 교수님과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두 사람은 만났고 교수님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맞이했다."아연아, 저번에 서훈이가 너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단다. 서훈이가 전화로 널 보러 Y국에 가야한다고 말했었어."진아연은 놀라며 말했다. "그리고 또 뭐라고 했나요?""네가 자기를 많이 믿는다고 긴장이 된다고 하더구나." 교수님은 말했다. "Y국에 도착한 뒤에도 한번 전화를 걸었는데 개인 문제라고 많은 걸 물어보지 말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더 이상 묻지 않았어.""네. 제 병에 대해서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하긴 했어요.""그래, 이해한단다. 아무튼 사망 소식을 듣고 부모님을 만나러 갔단다. 감히 무슨 일이라고 물어볼 수도 없었단다...""솔직히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진아연은 Y국에서 받은 검사지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서훈이랑 저랑 같이 확인한 수술 계획서입니다. 여기... 서훈이가 제게 요청한 검사 항목입니다. 수술하기 하루 전에 전신마취를 했어요. 전신 마취가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지는 아실 거예요.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2회 이상 시행하지 않아요."이 말을 들은 교수님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그럴 리가...! 정서훈... 그 아이가 대체 왜 이렇게...?!""그때 물어볼 때는 마취제 용량이 전신마취 용량이 아니라고 했어요. 당시에는 딱히 의심하지 않았죠. 그가 떠난 뒤, 확인을 해보니깐 전신마취 용량이었어요.""그럴 리가! 서훈이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았거나,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네 병에 대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널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닐 거야!"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혀 이상한 행동도 없었어요. 제가 정말 빨리 회복되기를 원했어요.""그럼 너 역시 이유를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