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카카오톡으로 또 친구추가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물었다."아니." 그는 바로 대답했다.김영아가 두 번째로 그를 찾을 때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했었다. 확실히 단 한번도 카카오톡을 통해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만약 카카오톡을 추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시죠?" 그녀는 그의 뺨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졌다."무시한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하면서 동시에 물었다. "음식은 어때?""요리 실력은 마스터 셰프에 견줄만 한데요?" 그녀는 정말로 그의 요리 솜씨에 감동을 먹었다."정서훈 집에서 많이 안 먹었구나?" 그는 자신의 요리 맛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의 요리 솜씨는 전문 셰프에 비교할 수도 없었고 기껏해야 그녀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였다."아니요. 오늘은 많이 먹었어요." 그녀는 다시 밥을 먹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저보다 집밥은 잘 만드네요."그는 잠시 침묵을 하다가 물었다. "다른 검사들도 해보는 게 어떨까? 정서훈이 너한테 뭔가를 한 거 같아.""저번에 검사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는 없었어요."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뒤로도 종합 검진을 두 번 이상 받았어요. 정말 제 몸에 뭔가를 했다면 제가 느꼈을 거예요. 근데 아무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아요.""그건 네가 정서훈 수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의심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오늘 나도 알아봤어. 전신마취는 부작용이 많다고. 일반적인 수술로는 전신마취까지 권하지 않는다고. 정서훈이 분명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그녀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당신도 여태 이상함을 느끼지 못 했잖아요." 그는 그녀가 밥을 더이상 먹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마저 다 먹어! 먹고 아이들이랑 영상 통화하자. 아이들 있는데는 눈이 내리지 않아 라엘이랑 지성이가 보면 많이 좋아할 거야.""네. 눈사람 만들어서 보여줘요." 그녀는 항상 눈만 보면 눈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그녀는 그가 만든
"낮에는 엄청 많이 내렸단다! 지금은 그렇게 많이 안 내리네."영상 속에서는 라엘이가 큰 소리로 '오빠', '동생'을 외쳤다.잠시 뒤, 영상에 한이와 지성이도 보였다."엄마, 아빠가 눈사람 만든 것 좀 봐! 누가 더 예뻐?" 그녀는 눈사람을 보며 말했다. "여기 좀 작은 거는 엄마가 만든 거, 그 옆에는 아빠가 만든 거.""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당연히 엄마가 만든 게 예쁘죠." 라엘이가 환호했다.진아연은 만족스러웠다. "엄마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여기에 코도 만들거야... 다 만들고 난 다음에 세 개 더 만들 거야. 우리 가족들!""엄마, 그러면 라엘이를 더 예쁘게 만들어 줘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사람!" 라엘이가 재빠르게 말했다."당연하지. 엄마가 제일 예쁘게 만들어 줄게."영상통화가 끝난 뒤, 박시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을 만졌다."많이 추워.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꼬마 눈사람은 내가 만들게." 그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만졌다.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안 추워요. 장갑 낄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니깐 하나도 안 추워요.""나도 그래.""알아요. 내가 나와서 만들자고 하지 않았으면 절대 혼자서 눈사람 만들지 않았겠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눈사람을 좋아하면 낮부터 나와서 만들었겠죠.""낮에는 재료 사고 요리 레시피 연구한다고 그랬어." 그는 변명했다."아니요. 아마 그런 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눈사람 만들러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혼자 그렇게 유치한 짓을 하지는 않겠죠?""음... 혼자 눈사람을 만든다는 건 좀 멍청하지 않나?""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제 말은.""알아, 알아. 너 혼자 만들면 난 귀엽다고 생각할 거야."...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섯 명의 눈사람을 다 만들었다.다 만든 후, 그녀는 눈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라엘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을 올렸다.——남편이 차려
하지만 나의 즐거움이 내게는 큰 구속과도 같이 느껴진다. 이 문장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정서훈의 사망에 대해 그녀는 쉽사리 잊을 수 없는 것 같았다.김영아와 더 이상 접촉하고 싶지 않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녀는 정서훈의 죽음에 대해 밝혀내기 위해 분명 Y국으로 갈 것이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마지막 말...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고뇌를 느꼈다.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김영아의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었고, 김영아로부터 정서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더더욱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그가 Y국으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김영아와 접촉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와 아이들과 잘 지내고 더 이상 그들을 슬프게 만들지 않는 것일 뿐.A국.점심 12시.하준기는 오늘 아침 산전검사를 위해 여소정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산전검사가 끝난 후, 여소정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갔다.하준기는 주중에는 이곳에서 살았고, 주말에 본가로 돌아갔다.왜냐하면 하준기 어머니는 저번에 고혈압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했지만 여전히 혈압이 높았기 때문이다.그는 어머니가 우울하고 속상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주말마다 만회하기 위해 돌아갔다.오늘은 토요일이었고, 그는 여소정의 산전검사에 동행한 뒤 저녁에 돌아가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하지만 그의 차가 여소정 집 정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주차되어 있는 아버지의 벤츠를 보았다."부모님이 온 거 같은데?!" 하준기는 불안한 마음에 먼저 말했다."오시면 오는 거지! 왜 그렇게 당황해?" 여소정은 안전 벨트를 푼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소정아, 부모님이 오늘 네 집에 올 거라고 말하지 않았셨거든!" 하준기는 당황했다. "이렇게 갑자기 이곳에 오신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서겠지!""뭘 그렇게 두려워해? 여긴 우리 집이야. 네 부모님께서 하시면 뭘 어떻게 하시겠어?"
"어머니, 준기 씨 상태는 많이 괜찮아 졌어요. 그러니 이곳에서 약을 먹으면서 치료하면 돼요." 여소정이 말했다."매일 약을 먹는 데 어떻게 부작용이 없니? 의사가 약을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니?" 하준기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외국에 나가는 것도 우리 준기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야."여소정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의사는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는 걸요? 우울증은 약을 먹으며 스스로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요. 그렇게 대단한 의사였다면 저희 역시 알았겠죠."하준기 어머니: "아니, 아직 너희들이 모르는 것이 많단다."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엄마! 흥분은 그만... 혈압 다시 오르시면 어떻게 하려고요." 하준기는 어머니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여소정에게 말했다. "소정이 말이 맞아요. 우울증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있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게다가 소정이 지금 배가 점점 불러오는데 제가 어딜 가겠어요. 소정이 곁에 있어야 해요. 아이가 태어난 뒤 다시 이야기해요!""그럴 줄 알았다." 하준기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열어 약병을 꺼내며 말했다. "우선 이 약을 먹으렴. 효과가 있으면 그때 다시 처방을 받아오마."하준기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여소정 역시 긴장이 되었다.여소정 부모님은 하준기의 우울증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당혹스러움을 감추려 애썼다."준기야, 다른 생각은 말거라.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다. 특히나 우리 아들이 우울증이라니... 네 엄마는 매일같이 네 걱정으로 한숨 뿐이구나." 하준기 아버지는 씁쓸하게 말했다.하준기는 민망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어떻게 자신을 향한 부모의 깊은 사랑을 모르겠는가.그가 정말 우울증이 있다면 부모님 앞에서 약을 먹을 것이다."준기야, 어서 먹으렴. 좋은 약이란다." 하준기 어머니는 초조해 하며 말했다. "약 한 병에 이십 만원 이란다."하준기는 깜짝 놀랐다. "한 병에 이십 만원이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소정이를 잘 키우셨나요?" 하준기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소정이 앞에서 꼼짝도 못하네요."물론 여소정 부모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저희 딸이 착하긴 하죠. 알아서 혼자 잘 컸습니다. 하하하!" 여소정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하준기 어머니 역시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저희 상의를 좀 해볼까요! 소정이가 이렇게 아이를 빨리 가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의사가 저번에 임신하기 쉽지 않을 거라 하지 않았나요? 근데 어떻게 소정이가 아이를 딱 가졌을까요?""설마 소정이에게 둘째라도 가지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여소정 어머니는 하준기 어머니의 뜻을 알아차렸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정이라면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죠! 우리 가문의 대를 이을려면!" 하준기 어머니의 혈압이 점점 올라갔다!"아니요! 소정이가 아이를 가지는 건! 소정이와 준기 두 사람의 결정입니다!" 여소정 어머니는 말했다. "소정이가 제 딸이지만 저희는 그녀의 결정에 무조건 존중한답니다. 그러니 소정이가 정말로 또 아이를 가지시길 원하신다면 소정이에게 잘 대해주세요!"여소정 아버지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준기가 우리 소정이에게 어떤 태도이신지 아시겠죠. 소정이가 준기 곁을 못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죠. 그러니... 앞으로 따로 선을 보라고 하시는 그런 생각은 하시지 마세요. 만약 또 그러신다면 사돈과 같이 이렇게 앉아있을 일은 없을 겁니다."하준기 부모님은 당황해 하며 얼굴이 빨개졌다."만약 저희 소정이에게 잘 대해주신다면 저희 사돈 관계 역시 좋아질 겁니다. 준기는 이미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아이에요. 자식과도 같습니다!" 여소정 아버지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바라보았다.하준기 부모님은 뭔가 슬퍼졌다.열심히 키운 아들 녀석이 결혼을 하더니... 여자 부모에게 효도를 하다니...!방안.하준기는 나가서 부모님에게 설명을 하려 했지만 여소정이 말렸다."바보야? 지금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여소정은 침대에 누워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A국으로 가서 구정을 보낼 예정이었다."은서 씨, 시합을 못 보고 가서 아쉬워요." 진아연은 그녀에게 선물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어제 둘째 오빠랑 같이 가서 고른 거예요. 시합 잘 하고 좋은 성적 받을 수 있길 바라요.""고마워요! 시합 끝나면 찾아뵐게요.""네. 시합 끝나면 푹 쉬어요. 몇 달만에 완전 달라지신 거 같아요.""전 지금 너무 좋아요." 최은서는 선물을 가방에 넣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많이 예뻐진 거 같아요.""아니, 네 미적 기준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예전에도 말랐지만 지금은... 완전 뼈밖에 없잖아. 옛날 모습이 더 예뻤어." 성빈은 직설적으로 자신의 말을 표현했다."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되잖아요.""네가 싫다는 게 아니라 건강이 걱정된다는 말이야." 성빈이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직업상 어쩔 수 없잖아요. 잔소리가 너무 많다니깐요!" 최은서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가 무슨 아빠랑 연애하나요? 제발 제게 그런 태도로 대하지 말아줘요! 알겠어요?"진아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두 분은 항상 이렇게 싸우세요?""아니요.""네!"두 사람은 동시에 다른 대답을 했다.그리고 조금 부끄러웠는지 두 사람은 앞에 놓인 물잔을 들고 물 한 모금을 동시에 마셨다."성빈아, 너도 우리랑 같이 돌아갈래?" 박시준은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성빈에게 물었다."그래요! 같이 돌아가요! 제가 시합에서 3위 안에 들면 그때 부를게요. 만약 3위 안에 들지 않는다면... 옆에서 귀찮게 하지 마세요." 최은서는 성빈에게 말했다."안 가." 성빈의 어조는 단호했다. "네 시합 볼 거야. 카메라도 준비 다 해놓았다고."최은서: "알아서 해요. 누가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면 저는 제 아빠라고 말할 거니깐요."성빈: "네 오빠로 해주지 그래?""닮지도 않았는 걸요?!""근데 왜 내가 네 아빠라는 건데!""계부라고 할 거예요!"성빈은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귀국할 정
오늘 밤 11시에 떠나는 표를 예약했다.사실 내일 돌아가도 되었지만 진아연은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어 일찍 돌아가고 싶었다.경호원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진아연과 박시준은 VIP 라운지에서 쉬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속삭였다. "조금 어지럽네요.""졸리면 잠깐 눈 좀 붙여. 비행기 탈 때 깨워줄게."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말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추워?"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은 따뜻했지만 그에게 말했다. "조금 춥네요."그는 손을 들어 이마에 손을 대며 말했다. "열이 좀 있는 거 같은데."이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의 손을 뻗어 이마에 댄 뒤, 그의 이마를 다시 만졌다. "조금 그렇긴 하네요... 머리도 좀 어지럽고...""잠깐만 기다려. 체온을 재봐야겠어." 그는 바로 서비스 데스크로 향했다.그리고 바로 체온계를 들고 돌아왔다.그녀는 체온을 쟀다.그리고 직원이 뜨거운 물 한 잔을 가지고 와 그들 앞에 놓았다."고맙습니다." 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그녀는 물잔을 집어 들고 천천히 마셨다."언제부터 어지러웠어? 컨디션도 안 좋았으면서 저녁은 왜 먹자고 한 거야." 그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다시 대고 열이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아까 밥 먹을 때는 괜찮았어요. 아까 차에 탄 뒤에 어지러웠어요." 그리고 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리 가세요. 감기 옮을 수도 있어요.""감기 한 번도 안 걸렸어." 그는 말했다. "넌 몸이 좀 약해.""당신 죽을 고비 겨우 넘기고 살아난 사람이면서. 저한테 약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이곳 날씨가 너무 안 좋아요. 집에 있었으면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을 텐데!""아니면 감기가 괜찮아진 다음에 집에 돌아갈까?""아니요. 약 먹고 비행기에서 한 숨 자면 돼요." 컨디션은 나름 괜찮았다. "열이 있어도 고열까지는 아니네요. 39도 넘지 않으면 되요."5분 뒤, 그녀는 체온계를 꺼냈다.온도는 정확히 39도를 가리켰다.박시
공항. 마이크와 라엘은 한이와 함께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동생이 아픈 걸 엄마가 아신다면... 괴로워할 거예요." 라엘이가 말했다.지성이는 어젯밤에 고열에 시달려서 해열제를 먹은 뒤에야 조금 나아졌다.지성이는 조산아로 태어난 탓에 일반 아이들보다 약했다."열이 내려갔으니깐 괜찮을 거야. 감기일 뿐이고, 엄마가 의사니깐 걱정하지마." 마이크가 말했다."하지만 동생 목소리가 이상해 졌잖아요." 라엘이는 감기 때문에 달라진 동생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박시준과 진아연이 걸어왔다."뭘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 해? 웃는 소리가 다 들리네." 진아연은 라엘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집에서 기다리지. 다 같이 나왔네.""겨울 방학이라 괜찮아요. 오빠도 가는데 저도 와야죠!" 라엘이는 엄마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근데 지성이가 열이 났어요.""엄마랑 아들 맞네?" 박시준이 말했다. "엄마도 비행기에서 열이 나서 계속 잠만 잤거든.""엄마, 아프면 어떻게 해요? 근데 동생 목소리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진아연이 말했다. "저번에도 감기 걸려 고생했는데.""모르겠어요. 밖에서 같이 놀때는 괜찮았는데." 라엘이가 조용하게 말했다. "근데 엄마는 왜 감기에 걸렸어요?"진아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엄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다 나았어."집으로 돌아온 뒤, 진아연은 무기력한 지성이를 보며 바로 안아들었다."지성아, 감기 걸린 거야? 약은 먹었고?"이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받아온 약이 달아서 아주 잘 먹더라고요.""아연아, 너도 약 먹어야지." 박시준이 말했다. "먼저 씻고 와!"그녀는 지성이를 내려 놓으며 대답했다."이모님, 많이 늦었으니깐 지성이 먼저 재우세요."이모님은 말했다. "지성이가 낮에 하루 종일 자서... 잠을 안 자려고 해요. 우선 지성이는 저한테 맡기고 두 사람은 얼른 쉬러 가세요!"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