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준기 씨 상태는 많이 괜찮아 졌어요. 그러니 이곳에서 약을 먹으면서 치료하면 돼요." 여소정이 말했다."매일 약을 먹는 데 어떻게 부작용이 없니? 의사가 약을 먹어도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니?" 하준기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외국에 나가는 것도 우리 준기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야."여소정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의사는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들어본 적이 없는 걸요? 우울증은 약을 먹으며 스스로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요. 그렇게 대단한 의사였다면 저희 역시 알았겠죠."하준기 어머니: "아니, 아직 너희들이 모르는 것이 많단다."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엄마! 흥분은 그만... 혈압 다시 오르시면 어떻게 하려고요." 하준기는 어머니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여소정에게 말했다. "소정이 말이 맞아요. 우울증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있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게다가 소정이 지금 배가 점점 불러오는데 제가 어딜 가겠어요. 소정이 곁에 있어야 해요. 아이가 태어난 뒤 다시 이야기해요!""그럴 줄 알았다." 하준기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열어 약병을 꺼내며 말했다. "우선 이 약을 먹으렴. 효과가 있으면 그때 다시 처방을 받아오마."하준기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여소정 역시 긴장이 되었다.여소정 부모님은 하준기의 우울증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당혹스러움을 감추려 애썼다."준기야, 다른 생각은 말거라.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다. 특히나 우리 아들이 우울증이라니... 네 엄마는 매일같이 네 걱정으로 한숨 뿐이구나." 하준기 아버지는 씁쓸하게 말했다.하준기는 민망해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어떻게 자신을 향한 부모의 깊은 사랑을 모르겠는가.그가 정말 우울증이 있다면 부모님 앞에서 약을 먹을 것이다."준기야, 어서 먹으렴. 좋은 약이란다." 하준기 어머니는 초조해 하며 말했다. "약 한 병에 이십 만원 이란다."하준기는 깜짝 놀랐다. "한 병에 이십 만원이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소정이를 잘 키우셨나요?" 하준기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소정이 앞에서 꼼짝도 못하네요."물론 여소정 부모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저희 딸이 착하긴 하죠. 알아서 혼자 잘 컸습니다. 하하하!" 여소정 아버지는 웃으며 말했다.하준기 어머니 역시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저희 상의를 좀 해볼까요! 소정이가 이렇게 아이를 빨리 가질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의사가 저번에 임신하기 쉽지 않을 거라 하지 않았나요? 근데 어떻게 소정이가 아이를 딱 가졌을까요?""설마 소정이에게 둘째라도 가지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여소정 어머니는 하준기 어머니의 뜻을 알아차렸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정이라면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죠! 우리 가문의 대를 이을려면!" 하준기 어머니의 혈압이 점점 올라갔다!"아니요! 소정이가 아이를 가지는 건! 소정이와 준기 두 사람의 결정입니다!" 여소정 어머니는 말했다. "소정이가 제 딸이지만 저희는 그녀의 결정에 무조건 존중한답니다. 그러니 소정이가 정말로 또 아이를 가지시길 원하신다면 소정이에게 잘 대해주세요!"여소정 아버지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준기가 우리 소정이에게 어떤 태도이신지 아시겠죠. 소정이가 준기 곁을 못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죠. 그러니... 앞으로 따로 선을 보라고 하시는 그런 생각은 하시지 마세요. 만약 또 그러신다면 사돈과 같이 이렇게 앉아있을 일은 없을 겁니다."하준기 부모님은 당황해 하며 얼굴이 빨개졌다."만약 저희 소정이에게 잘 대해주신다면 저희 사돈 관계 역시 좋아질 겁니다. 준기는 이미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아이에요. 자식과도 같습니다!" 여소정 아버지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바라보았다.하준기 부모님은 뭔가 슬퍼졌다.열심히 키운 아들 녀석이 결혼을 하더니... 여자 부모에게 효도를 하다니...!방안.하준기는 나가서 부모님에게 설명을 하려 했지만 여소정이 말렸다."바보야? 지금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여소정은 침대에 누워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A국으로 가서 구정을 보낼 예정이었다."은서 씨, 시합을 못 보고 가서 아쉬워요." 진아연은 그녀에게 선물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어제 둘째 오빠랑 같이 가서 고른 거예요. 시합 잘 하고 좋은 성적 받을 수 있길 바라요.""고마워요! 시합 끝나면 찾아뵐게요.""네. 시합 끝나면 푹 쉬어요. 몇 달만에 완전 달라지신 거 같아요.""전 지금 너무 좋아요." 최은서는 선물을 가방에 넣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많이 예뻐진 거 같아요.""아니, 네 미적 기준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예전에도 말랐지만 지금은... 완전 뼈밖에 없잖아. 옛날 모습이 더 예뻤어." 성빈은 직설적으로 자신의 말을 표현했다."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되잖아요.""네가 싫다는 게 아니라 건강이 걱정된다는 말이야." 성빈이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직업상 어쩔 수 없잖아요. 잔소리가 너무 많다니깐요!" 최은서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제가 무슨 아빠랑 연애하나요? 제발 제게 그런 태도로 대하지 말아줘요! 알겠어요?"진아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두 분은 항상 이렇게 싸우세요?""아니요.""네!"두 사람은 동시에 다른 대답을 했다.그리고 조금 부끄러웠는지 두 사람은 앞에 놓인 물잔을 들고 물 한 모금을 동시에 마셨다."성빈아, 너도 우리랑 같이 돌아갈래?" 박시준은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성빈에게 물었다."그래요! 같이 돌아가요! 제가 시합에서 3위 안에 들면 그때 부를게요. 만약 3위 안에 들지 않는다면... 옆에서 귀찮게 하지 마세요." 최은서는 성빈에게 말했다."안 가." 성빈의 어조는 단호했다. "네 시합 볼 거야. 카메라도 준비 다 해놓았다고."최은서: "알아서 해요. 누가 무슨 사이냐고 물어보면 저는 제 아빠라고 말할 거니깐요."성빈: "네 오빠로 해주지 그래?""닮지도 않았는 걸요?!""근데 왜 내가 네 아빠라는 건데!""계부라고 할 거예요!"성빈은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귀국할 정
오늘 밤 11시에 떠나는 표를 예약했다.사실 내일 돌아가도 되었지만 진아연은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어 일찍 돌아가고 싶었다.경호원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다.진아연과 박시준은 VIP 라운지에서 쉬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속삭였다. "조금 어지럽네요.""졸리면 잠깐 눈 좀 붙여. 비행기 탈 때 깨워줄게."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말에 그녀는 눈을 감았다."추워?"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녀의 손은 따뜻했지만 그에게 말했다. "조금 춥네요."그는 손을 들어 이마에 손을 대며 말했다. "열이 좀 있는 거 같은데."이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의 손을 뻗어 이마에 댄 뒤, 그의 이마를 다시 만졌다. "조금 그렇긴 하네요... 머리도 좀 어지럽고...""잠깐만 기다려. 체온을 재봐야겠어." 그는 바로 서비스 데스크로 향했다.그리고 바로 체온계를 들고 돌아왔다.그녀는 체온을 쟀다.그리고 직원이 뜨거운 물 한 잔을 가지고 와 그들 앞에 놓았다."고맙습니다." 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그녀는 물잔을 집어 들고 천천히 마셨다."언제부터 어지러웠어? 컨디션도 안 좋았으면서 저녁은 왜 먹자고 한 거야." 그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다시 대고 열이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아까 밥 먹을 때는 괜찮았어요. 아까 차에 탄 뒤에 어지러웠어요." 그리고 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리 가세요. 감기 옮을 수도 있어요.""감기 한 번도 안 걸렸어." 그는 말했다. "넌 몸이 좀 약해.""당신 죽을 고비 겨우 넘기고 살아난 사람이면서. 저한테 약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이곳 날씨가 너무 안 좋아요. 집에 있었으면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을 텐데!""아니면 감기가 괜찮아진 다음에 집에 돌아갈까?""아니요. 약 먹고 비행기에서 한 숨 자면 돼요." 컨디션은 나름 괜찮았다. "열이 있어도 고열까지는 아니네요. 39도 넘지 않으면 되요."5분 뒤, 그녀는 체온계를 꺼냈다.온도는 정확히 39도를 가리켰다.박시
공항. 마이크와 라엘은 한이와 함께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동생이 아픈 걸 엄마가 아신다면... 괴로워할 거예요." 라엘이가 말했다.지성이는 어젯밤에 고열에 시달려서 해열제를 먹은 뒤에야 조금 나아졌다.지성이는 조산아로 태어난 탓에 일반 아이들보다 약했다."열이 내려갔으니깐 괜찮을 거야. 감기일 뿐이고, 엄마가 의사니깐 걱정하지마." 마이크가 말했다."하지만 동생 목소리가 이상해 졌잖아요." 라엘이는 감기 때문에 달라진 동생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박시준과 진아연이 걸어왔다."뭘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 해? 웃는 소리가 다 들리네." 진아연은 라엘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집에서 기다리지. 다 같이 나왔네.""겨울 방학이라 괜찮아요. 오빠도 가는데 저도 와야죠!" 라엘이는 엄마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근데 지성이가 열이 났어요.""엄마랑 아들 맞네?" 박시준이 말했다. "엄마도 비행기에서 열이 나서 계속 잠만 잤거든.""엄마, 아프면 어떻게 해요? 근데 동생 목소리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갑자기 추워져서 그런가?" 진아연이 말했다. "저번에도 감기 걸려 고생했는데.""모르겠어요. 밖에서 같이 놀때는 괜찮았는데." 라엘이가 조용하게 말했다. "근데 엄마는 왜 감기에 걸렸어요?"진아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엄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다 나았어."집으로 돌아온 뒤, 진아연은 무기력한 지성이를 보며 바로 안아들었다."지성아, 감기 걸린 거야? 약은 먹었고?"이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받아온 약이 달아서 아주 잘 먹더라고요.""아연아, 너도 약 먹어야지." 박시준이 말했다. "먼저 씻고 와!"그녀는 지성이를 내려 놓으며 대답했다."이모님, 많이 늦었으니깐 지성이 먼저 재우세요."이모님은 말했다. "지성이가 낮에 하루 종일 자서... 잠을 안 자려고 해요. 우선 지성이는 저한테 맡기고 두 사람은 얼른 쉬러 가세요!"이모님은 지성이를 안고
갑자기 몸이 굳어졌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그리고 다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그러다 갑자기 어두워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환각은 아니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두 눈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눈의 상태를 느꼈다.눈이 약간 부은 것 같았다.또한 심리적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두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집어드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B국.성빈은 결제를 마친 뒤, 쇼핑백을 들고 있는 최은서를 바라보았다.최은서는 휴대폰을 들고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아예 그를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다."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야? 결제 끝냈으니깐 가자!" 성빈은 휴대폰 화면을 흘끗하고 쳐다보았다.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끄며 말했다. "아연 씨한테 당신 욕하고 있었는데요.""아, 뭐라고 했는지 알 거 같네." 성빈은 그녀의 생각이 다 보인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아연 씨는 내 흉을 절대 보지 않겠지.""답장 안 왔는데요.""막 도착했을 텐데 쉬게 냅둬!" 성빈은 그녀와 가게 밖으로 나와 말했다. "여자 옷 보러 가자.""네?! 여장하는 취미라도 있어요?! 그렇게 안 봤는데...!" 최은서는 충격을 받은 듯이 말했다.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고 두통이 나는 것 같았다."너는 내가 분유라도 사러 간다고 하면... 내가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도 하겠다?""그건 아니요! 노인들이 마시는 분유가 있거든요!"성빈: "..."다음날.A국의 구정.스타팰리스에 있는 별장은 많이 작았기 때문에 박시준의 별장에서 구정을 보내기로 했다.아침 일찍, 박시준과 진아연은 아이들을 내리고 박시준의 별장에 도착했다."어머니 모시고 올 거예요? 아니면 기사님께서?" 진아연이 물었다. "사람들이 많으면 더 좋으니깐요.""기사한테 시킬게!" 박시준은 말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아무 말도 없긴 했으니깐. 뭘 숨기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왕은지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 당신에게 말할 수 없었겠죠. 오늘은 좋은 날이
"형!" 지성은 계속 형을 불렀다. 세뱃돈 봉투를 내민 작은 손은 거의 그의 얼굴에 닿을 뻔했다.그는 동생의 고집을 못 이겨 결국은 봉투를 받았다.박시준은 즉시 다른 세뱃돈 봉투를 꺼내 지성에게 주었다."누나랑 같이 밖에 나가고 싶어? 아빠랑 같이 갈까? "한이가 세뱃돈 든 채 매우 난감해하는 것을 눈치챈 박시준은 지성을 안고 자리를 떴다.지성이는 아까부터 밖에 나가려고 했지만 진아연이 허락하지 않아 라엘은 지성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감기가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진아연은 그의 감기가 더 심해질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박시준은 그에게 모자를 씌운 뒤 스카프까지 둘러 그를 단단히 무장시킨 후에야 그를 데리고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은이가 마당으로 뛰어왔다."오빠, 이거 내가 빚은 만두야." 시은은 자신이 한참을 열심히 빚은 만두를 가져다가 박시준에게 보여주었다. "이따가 내가 빚은 만두 찾아서 먹어. 안에 동전 넣었거든."시은이 빚은 만두를 보니 박시준의 마음은 따뜻해졌다."모두 몇 개 빚었어?" 박시준이 물었다."이거 하나. 동전을 넣어야 해서 이거 하나 빚는 데도 시간이 엄청 많이 걸렸어." 시은은 수줍어하며 말했다."그래. 잘 빚었네. 이따가 열심히 찾아볼게.""어떻게 생겼는지 잘 기억했지? 그럼 이만 홍 아줌마한테 가져갈게!" 시은은 신이 나서 만두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주방.시은이 돌아오는 것을 본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오빠한테 가져갔던 거야? 이따가 네가 빚은 만두 먹으라고?""응! 내가 하나 더 빚어서 너한테 줄게." 시은의 얼굴에 띈 미소는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사랑이 담겨있어 더없이 따뜻했다.그녀는 시은의 사랑을 거부할 수 없었다. "고마워! 이따가 꼭 찾아내야 할 텐데.""찾지 못하면 내가 찾아줄게." 시은은 한 손으로는 만두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숟가락으로 고기 속을 뜨며 말했다. "난 내가 빚은 만두를 찾을 수 있어. 내가 빚은 만두는 크고 통통하니까. 제일 귀여운 만두거든. 헤헤."30분 후
그가 거절할까 봐 그녀는 급히 말을 이었다. "시준 씨, 제발 부탁인데 거절하지 마요.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다시는 안 올게요. 애가 태어나면 전 애만 키우고 있을게요."박시준은 마당 문밖에 서서 몸을 살짝 돌려 별장의 문을 향해 보았다.진아연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오지 않았다.시은이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박시준이 그녀를 보는 것을 발견한 그녀는 즉시 시선을 시은의 얼굴로 돌렸다."우린 만날 일 없어! 김영아, 다시는 연락하지 마! 이럴수록 난 네가 더욱 싫어질 뿐이야!" 그의 이성은 충동을 억눌렀고 냉철하게 거절했다.김영아는 바로 눈물이 앞을 가렸고, 울먹이며 말했다. "일부러 찾아온 건 아니에요.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걸 어떡해요? 애가 계속 배 속에서 절 차고 있어요. 매번 찰 때마다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건강하고 활기 넘치게 크고 있다고요. 우리 애도 나중에 라엘처럼 똑똑하고 귀여울 거예요. 시준 씨, 우리 애에게 정상적인 아빠의 사랑을 주라고는 요구하지 않을게요. 그냥 가끔 만나주면 돼요. 당당하게 만나지 못해도 괜찮아요. 몰래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김영아가 울자 그는 이를 악물었다.그는 주먹을 꽉 쥐었고, 머릿속에는 라엘을 꼭 닮은 작은 얼굴이 떠올랐다."시준 씨, 전 당신 집 근처의 여경 호텔에 있어요.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날게요." 그가 말을 하지 않자 김영아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 "와서 우리 애를 한번 보고 가면 안 돼요?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제가 출산할 때 당신은 Y국까지 올 수 없을 거잖아요. 저도 아이를 데리고 올 기운이 없을 거고. 오늘 밤 우릴 보러 와주면 안 돼요? 우리 애의 사진을 많이 가져왔어요. 다 이번 달에 찍은 거예요."여경 호텔은 박시준의 집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있었다.왕복에 김영아를 만나는 시간까지 더해도 30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그의 마음은 결국 아이 때문에 약해졌다.김영아가 출산할 때 그가 그들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