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서는 성빈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샤워를 막 마치고 침대에 누워 영상을 보고 있었다.갑자기 성빈의 이름이 뜨자 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고 성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서... 나 술 좀... 마셨거든... 데리러... 와 줄래?"정말 술이 취한 듯 말하면서 간간히 딸꾹질을 했다.최은서는 마치 휴대폰에서 술 냄새가 나오는 것 같았다."너무 추운데요... 안 갈래요!" 최은서는 단번에 그의 말을 거절했다. 거절 후, 마음이 편치 않아 다시 말했다. "가까운 호텔에 가는 게 어때요?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굳이 우리집으로 와야해요?."성빈은 그녀의 대답에 마음이 점점 차가워졌다."둘째 오빠랑 술 마시고 있는 거 아니에요? 둘째 오빠도 취했어요?" 성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최은서가 다시 물었다.성빈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말했다. "네 둘째 오빠는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는데. 생각해 봐. 다리도 아직 불편한 녀석한테 나를 부축하라고?""알아서... 가세요!""취했다고!""아..." 최은서는 막 씻고 나왔고 밖은 엄청 추웠다. "그러면 둘째 오빠한테 말하세요. 택시 잡아주라고요... 문 안 잠그고 있을 테니깐 알겠죠?"이것이 그녀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그녀는 내일도 연습이 있지만 늦게까지 그를 기다리는 것 정도면 충분히 많이 봐준거였다.성빈은 처음에는 낙담했지만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피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알겠어! 바로 갈게!"박시준은 성빈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별장으로 돌아왔다.저녁 10시가 되자 차디 찬 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마치 칼에 베이는 듯한 추위였다.그는 5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침실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침대에 기대어 정서훈의 서재에서 가져온 자료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아직도 안 잤어?" 그는 외투를 벗으며 침대로 가서 앉았다.그의 몸에 희미한 술 냄새를 맡자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뭐 사온 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악몽?" 그는 외투를 쥐며 물었다."이상한 꿈이었어요... 말도 나오지 않아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꿈은 꿈일 뿐이야. 가짜라고." 그는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설마 Y국에 있었던 일을 꿈꾼 거야?"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다시 고개를 내저었다. "꿈에 정서훈이 나왔어요. 저랑 관계가 좋았는데... 몇 년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죠. 그리고 꿈에서... 나쁜 사람으로 변한 그를 만났어요.""나쁜 사람? 뭘 했는데?""그가... 우리 둘을 갈라놓았어요. 꿈에서는 김영아 곁에 서서 날 바라보았어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마음이 차가워졌다. "서훈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절대 김영아의 편에 서있을 사람이 아닌데! 김영아와...""아연아, 진정해. 꿈은 꿈일 뿐이야. 실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던 것처럼.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죽지도 않았을 거야." 박시준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사올게.""가지 말라고 했잖아요.""네가 배고픈 건 싫어." 그는 그녀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하나도 안 추워.""알았어요. 그럼 같이 가요." 그녀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녀 역시 외투를 들고 그와 함께 나갔다. "먹고 싶은 건 딱히 없어요. 그냥 아무거나 먹어요! 아, 근데 성빈 씨는 어떻게 돌아갔어요?""택시 불러서 갔지."두 사람은 별장에서 나왔고 천천히 걸어갔다."이게 안 춥다고요?" 진아연은 몸을 움츠리며 옷깃을 여몄다.그는 그녀를 천천히 안았고, 그녀가 살며시 웃었다. "당신이랑 같이 있으니깐 확실히 춥진 않네요.""진짜 아까 물 한 잔 마시니깐 하나도 배가 안 고픈 거 있죠." 그녀는 다시 말했다. "진짜 하나도 안 고파요.""그래도 그걸 잊어버린 건 내 잘못이야." 그는 그녀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그러니깐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빈 씨랑 무슨 이야기 했어요?""후회한다고 했어. 그렇게 오랫동안 강진을 마음에 두고만
그를 본 순간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팔을 휘두르기 시작했다.성빈은 그녀에게 한 대 맞을 거라 생각했고, 재빨리 그녀를 소파 위로 다시 올려놓았다."뭐 하는 거야... 너무 폭력적인데?" 성빈은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변명했다. "소파에서 자길래 그래서 방으로 옮길려고 그랬던 거야. 넌 무슨 생각을 한 거야?"최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는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 "무슨 짓이라도 하는 줄 알았죠...!""아니... 내가 왜...? 처음에도 역시 내가 강요한 게 있었나? 난 여자에게 강요하지 않아." 그는 말했다."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최은서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김세연 씨처럼 잘~ 생긴 사람이 그랬다면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거예요."성빈: "???""그런 잘생긴 사람이랑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뭐... 친하고 말고를 떠나서 이용 당해도 상관 없을 거예요." 성빈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회색빛으로 물들었고, 입을 꾹 다물었다."왜 아무 말도 없어요?" 성빈은 그녀의 물음에 차갑게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그 사람한테 가지 그래!"최은서: "제가 얼굴빠이긴 하지만 저도 제 주제를 잘 안다고요. 김세연 씨와 같은 사람은 저와 급이 맞지 않는다는 거 아주 잘 알고 있다고요."성빈은 마치 말로 뺨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럼 김세연한테는 급이 안 맞고, 뭐 나한테는 네가 급이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 성빈은 김세연과 같은 미소년같은 느낌은 아니였지만 최은서한테 무시 당할 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설마요. 제가 한참 부족하죠. 하지만 제가 오라고 하진 않았잖아요?" 최은서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런 거 신경쓸 시간에 건강이나 챙기지 그래요.""... 내가 늙었으면 얼마나 늙었다고!" 성빈은 억울했다.최은서 역시 억울한 건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늙은 게 제 잘못도 아니잖아요. 알았어요. 앞으로 말하지 않을게요."성빈: "...""근데 취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술 다 깨신 거 같은데." 최은서는 그의 얼굴을 몇 초간 응시했다.
"시준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뺨에 키스를 하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거 같아요."박시준은 그녀의 입맞춤에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바깥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니깐... 그냥 여러가지 감정이 떠올라서." 그의 눈은 다시 창 밖으로 향했다. "눈은 변함없지만 우리는 예전과 같지 않아서.""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그녀는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어 눈썹을 찡그렸다."결국 늙고 없어지겠지만 눈은 그때도 여전히 이렇게 내리겠지." 그는 천천히 그의 감정에 대해서 말했다. "그냥... 매년 생일이랑 구정이 다가오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하하하! 아직 저는 어려서 그런 걸까요. 생일이나 구정에는 그저 행복한 일만 떠오르던데요." 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침 식사 해야죠. 맛은 없겠지만 참아줘요.""요리 했어?" 그가 물었다."네. 그냥 계란말이랑 국수... 정도?"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다른 재료가 없어서요. 날씨도 안 좋으니깐 배달도 못 시키잖아요.""응. 몇 시에 일어났어?" 그는 몸을 돌려 씻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7시에 눈을 뜨긴 했는데 8시에 침대에서 일어났어요." 그녀는 화장실 문에 서서 말했다. "서훈이 수술 사례 관련해서 봤는데요. 세 케이스 정도 저랑 같더라고요. 근데 다 전신 마취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훈이 교수님에게 물어보려고요.""같이 가자.""오늘 눈이 많이 내리기도 했고, 저 혼자 갈게요." 그녀는 말했다. "동창들한테 물어서 이미 교수님에게 연락했어요.""교수님이 달라?" 그는 세수를 끝내며 말했다.그리고 그녀는 그와 손을 잡고 식당으로 걸어갔다."대학원 가기 전에는 같았죠. 제가 여기서 대학교 다녔다는 거 잊었어요? 제 인생에서 아주 큰 전환점이었죠. 제가 노경민 교수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노경민 교수님이 아니었더라도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거야
그녀가 나간 뒤, 그는 눈 앞에 국수와 계란이 너무 짜서 차마 먹을 수 없었지만 열심히 만들었던 그녀를 생각하며 먹었다.크게 심호흡을 한 뒤, 그는 물 세 잔을 연달아 마셨다.진아연은 정서훈의 교수님과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두 사람은 만났고 교수님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맞이했다."아연아, 저번에 서훈이가 너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단다. 서훈이가 전화로 널 보러 Y국에 가야한다고 말했었어."진아연은 놀라며 말했다. "그리고 또 뭐라고 했나요?""네가 자기를 많이 믿는다고 긴장이 된다고 하더구나." 교수님은 말했다. "Y국에 도착한 뒤에도 한번 전화를 걸었는데 개인 문제라고 많은 걸 물어보지 말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더 이상 묻지 않았어.""네. 제 병에 대해서 외부에 말하지 말라고 하긴 했어요.""그래, 이해한단다. 아무튼 사망 소식을 듣고 부모님을 만나러 갔단다. 감히 무슨 일이라고 물어볼 수도 없었단다...""솔직히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진아연은 Y국에서 받은 검사지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서훈이랑 저랑 같이 확인한 수술 계획서입니다. 여기... 서훈이가 제게 요청한 검사 항목입니다. 수술하기 하루 전에 전신마취를 했어요. 전신 마취가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지는 아실 거예요. 일반적으로 단기간에 2회 이상 시행하지 않아요."이 말을 들은 교수님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그럴 리가...! 정서훈... 그 아이가 대체 왜 이렇게...?!""그때 물어볼 때는 마취제 용량이 전신마취 용량이 아니라고 했어요. 당시에는 딱히 의심하지 않았죠. 그가 떠난 뒤, 확인을 해보니깐 전신마취 용량이었어요.""그럴 리가! 서훈이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았거나, 다른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네 병에 대해서 얼마나 걱정했는데... 널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닐 거야!"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혀 이상한 행동도 없었어요. 제가 정말 빨리 회복되기를 원했어요.""그럼 너 역시 이유를 모르는
"혹시 카카오톡으로 또 친구추가 하지 않았어요?" 그녀가 물었다."아니." 그는 바로 대답했다.김영아가 두 번째로 그를 찾을 때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했었다. 확실히 단 한번도 카카오톡을 통해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만약 카카오톡을 추가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시죠?" 그녀는 그의 뺨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졌다."무시한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하면서 동시에 물었다. "음식은 어때?""요리 실력은 마스터 셰프에 견줄만 한데요?" 그녀는 정말로 그의 요리 솜씨에 감동을 먹었다."정서훈 집에서 많이 안 먹었구나?" 그는 자신의 요리 맛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의 요리 솜씨는 전문 셰프에 비교할 수도 없었고 기껏해야 그녀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였다."아니요. 오늘은 많이 먹었어요." 그녀는 다시 밥을 먹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저보다 집밥은 잘 만드네요."그는 잠시 침묵을 하다가 물었다. "다른 검사들도 해보는 게 어떨까? 정서훈이 너한테 뭔가를 한 거 같아.""저번에 검사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는 없었어요."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뒤로도 종합 검진을 두 번 이상 받았어요. 정말 제 몸에 뭔가를 했다면 제가 느꼈을 거예요. 근데 아무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아요.""그건 네가 정서훈 수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의심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오늘 나도 알아봤어. 전신마취는 부작용이 많다고. 일반적인 수술로는 전신마취까지 권하지 않는다고. 정서훈이 분명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그녀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당신도 여태 이상함을 느끼지 못 했잖아요." 그는 그녀가 밥을 더이상 먹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마저 다 먹어! 먹고 아이들이랑 영상 통화하자. 아이들 있는데는 눈이 내리지 않아 라엘이랑 지성이가 보면 많이 좋아할 거야.""네. 눈사람 만들어서 보여줘요." 그녀는 항상 눈만 보면 눈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그녀는 그가 만든
"낮에는 엄청 많이 내렸단다! 지금은 그렇게 많이 안 내리네."영상 속에서는 라엘이가 큰 소리로 '오빠', '동생'을 외쳤다.잠시 뒤, 영상에 한이와 지성이도 보였다."엄마, 아빠가 눈사람 만든 것 좀 봐! 누가 더 예뻐?" 그녀는 눈사람을 보며 말했다. "여기 좀 작은 거는 엄마가 만든 거, 그 옆에는 아빠가 만든 거.""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당연히 엄마가 만든 게 예쁘죠." 라엘이가 환호했다.진아연은 만족스러웠다. "엄마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여기에 코도 만들거야... 다 만들고 난 다음에 세 개 더 만들 거야. 우리 가족들!""엄마, 그러면 라엘이를 더 예쁘게 만들어 줘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사람!" 라엘이가 재빠르게 말했다."당연하지. 엄마가 제일 예쁘게 만들어 줄게."영상통화가 끝난 뒤, 박시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을 만졌다."많이 추워.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나머지 꼬마 눈사람은 내가 만들게." 그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만졌다.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안 추워요. 장갑 낄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니깐 하나도 안 추워요.""나도 그래.""알아요. 내가 나와서 만들자고 하지 않았으면 절대 혼자서 눈사람 만들지 않았겠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눈사람을 좋아하면 낮부터 나와서 만들었겠죠.""낮에는 재료 사고 요리 레시피 연구한다고 그랬어." 그는 변명했다."아니요. 아마 그런 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눈사람 만들러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혼자 그렇게 유치한 짓을 하지는 않겠죠?""음... 혼자 눈사람을 만든다는 건 좀 멍청하지 않나?""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제 말은.""알아, 알아. 너 혼자 만들면 난 귀엽다고 생각할 거야."...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섯 명의 눈사람을 다 만들었다.다 만든 후, 그녀는 눈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라엘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도 사진을 올렸다.——남편이 차려
하지만 나의 즐거움이 내게는 큰 구속과도 같이 느껴진다. 이 문장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정서훈의 사망에 대해 그녀는 쉽사리 잊을 수 없는 것 같았다.김영아와 더 이상 접촉하고 싶지 않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녀는 정서훈의 죽음에 대해 밝혀내기 위해 분명 Y국으로 갈 것이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마지막 말...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문장에서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고뇌를 느꼈다.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김영아의 아이를 사라지게 만들 수 없었고, 김영아로부터 정서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더더욱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그가 Y국으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김영아와 접촉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와 아이들과 잘 지내고 더 이상 그들을 슬프게 만들지 않는 것일 뿐.A국.점심 12시.하준기는 오늘 아침 산전검사를 위해 여소정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산전검사가 끝난 후, 여소정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갔다.하준기는 주중에는 이곳에서 살았고, 주말에 본가로 돌아갔다.왜냐하면 하준기 어머니는 저번에 고혈압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했지만 여전히 혈압이 높았기 때문이다.그는 어머니가 우울하고 속상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주말마다 만회하기 위해 돌아갔다.오늘은 토요일이었고, 그는 여소정의 산전검사에 동행한 뒤 저녁에 돌아가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하지만 그의 차가 여소정 집 정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주차되어 있는 아버지의 벤츠를 보았다."부모님이 온 거 같은데?!" 하준기는 불안한 마음에 먼저 말했다."오시면 오는 거지! 왜 그렇게 당황해?" 여소정은 안전 벨트를 푼 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소정아, 부모님이 오늘 네 집에 올 거라고 말하지 않았셨거든!" 하준기는 당황했다. "이렇게 갑자기 이곳에 오신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서겠지!""뭘 그렇게 두려워해? 여긴 우리 집이야. 네 부모님께서 하시면 뭘 어떻게 하시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