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생각해. 아직 멀었어!""네. 그런데 회사 파티에는 참석할 생각이에요? 회사 부대표가 직원들이 당신이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알려줬어요. 아무래도 저희 회사 대주주니까 말이에요." 진아연은 웃으며 그한테 물었다."네가 출석하라고 하면 할게. 허락하지 않으면 그냥 집에 있지 뭐." 박시준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했고 자기 회사든, 그녀의 회사가 주최한 파티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럼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거네요!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할게요."그녀가 말을 마치자 박시준은 바로 말을 바꿨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나도 함께 갈게!""네. 일단 나중에 봐요! 아직 아이들과 얘기하지 않았어요!" 진아연은 배를 만지며 말했다. "저는 그래도 여름이 좋아요. 여름이라면 아직 이리 어둡지 않았을 거예요! 겨울은 추울 뿐만 아니라 낮 시간도 너무 짧아요. 하루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사실 매일매일 지내는 게 너무 빠르다고 생각해. 가끔 한이와 라엘을 보면 내 아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박시준은 내심 감개무량했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해본 적 있어?""무슨 기록이요? 사진이나 문자를 말하는 거예요?""뭐든지 다 괜찮아. 난 아이들이 4살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이에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아이들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잖아요. 집에 사진첩이 있는데 아이들 어릴 적 사진이 있을 거예요. 제가 가져올게요.""알았어."진아연은 장희원이 지내던 방으로 들어가 사진첩을 꺼내 그한테 건넸다."귀국 후, 사진을 인쇄한 적이 없어요. 나중에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들을 정리하고 인쇄해 사진첩으로 만들어야겠어요. 저는 사진첩이 좋아요. 전에 아이들의 사진을 인터넷에 저장했었어요. 제가 임신할 때의 사진도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로그인이 안 되더라고요 비밀번호가 계속 틀려서 찾지 못했어요."진아연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저는 한이와 라엘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이 보고 싶어요. 사진첩에 아마
"제가 가입한 게 아니고 제 아내가 가입했어요." 박시준은 진아연의 계정 아이디를 알려주며 말을 이었다. "계정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어요. 사진도 많이 저장했는데 해당 부서 기술진에게 부탁해 계정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 주시겠어요?""네. 제가 기술 개발 부서를 담당하고 있으니 바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만약 오늘 12시 전까지 연락드리지 않으면 오늘은 일단 편히 쉬세요.""그럼 수고하세요.""괜찮습니다. 대표님의 부인께서 저희 제품을 선택해 주시다니 저희의 영광입니다."박시준은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 앨범을 클릭해 김영아가 보내준 4D 입체 초음파를확대해 아기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봤다.아직 어린 아기지만 확실히 라엘과 많이 닮았다.그는 호기심에 화장실로 향했고 거울 속의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라엘은 분명 진아연과 닮았는데, 왜 김영아와의 아이가 라엘과 비슷한 거지?그는 거울을 한참 보더니 다시 사진첩을 열어 라엘의 사진을 찾았다.라엘의 얼굴을 보면 예쁨과 동시에 자기만의 특색을 갖추었고진아연을 닮기도 했고 박시준과 닮았다고 느껴진다.박시준은 이런 생각에 마음을 조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김영아한테 아무 감정이 없어 이들의 아이한테도 그 어떤 감정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사진 속 라엘과 꼭 빼닮은 아기를 보니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물론 그도 마음이 약해지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바로 라엘과 닮았기 때문이다.만약 아이가 김영아를 닮았거나 자기와 닮았다면 절대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았을 거였다.약 30분 후, 진아연은 노크하고 서재의 문을 열어 들어왔다."시준 씨, 서재에서 뭐 하세요?"박시준은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방금 계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련 회사에 연락해 부탁했어.""너무 늦은 시간인데 괜찮을까요? 급한 일도 아닌데 내일 하지 그랬어요?" 진아연은 그와 서재에서 나온 후 말을 이었다. "이제 씻으러 가요! 한이와 라엘은 샤워 마쳤어요.""아이들이 블록 가지고 놀고 있지 않았어?" 박시준은 시간을
그는 모 금융 어플을 클릭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갑자기 그는익숙한 회사 이름 제이 그룹에 이목이 이끌렸다.해당 뉴스는 소문에 의해 제이 그룹이 곧 B국에 출시한다는 내용이었다.뉴스의 내용은 짧지만, 만약 진짜라면 왕은지의 야망이 그만큼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와 그녀의 배후 투자자의 야망 말이다!A국 회사가 B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배후에 그만한 이익관계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런 결정은 불가능했다.박시준은 왕은지가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결심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해외 출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아니면 대단한 후원자라도 찾아 그의 존재를 무시하는 건가?박시준은 아직 뉴스의 진위를 모르지만, 알게 된 이상 사실인지 무조건 알아내야 했다.그는 휴대폰의 해당 뉴스를 스크린샷으로 성빈에게 보냈고성빈은 스크린샷을 보더니 바로 그에게 연락했다."제이그룹이 B국에 출시한다고?"박시준은 그저 담담하게 답했다. "B국에 가서 조사해줘.""알았어! B국에 갈 수 있다니... 너무 기쁜걸." 성빈은 그의 부탁에 이 순간의 행복함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마침 B국에 가서 은서한테 전해줄 선물이 있었어. 곧 모델 대회가 있는데 그럼 대회를 마치는 대로 귀국할게."이에 박시준은 그를 비웃었다. "회사가 준 돈으로 연애할 생각이야?"성빈은 그의 말을 듣더니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맙네. 최은서는 나와 연애할 생각이 없어. 전에 왜 나와 사귈 생각이 없냐고 물었는데. 내가 너무 늙었다고 말했지, 뭐야. 그리고 지금은 사업을 주로 신경 쓰고 싶다고 했어. 나중에 성공한 후 이것저것 겪어보고 더 많은 남자와 만난 후 나와 연애할지 결정하겠다고도 말했어."박시준: "갑자기 왜 똑똑해진 거지?"그는 최은서의 현명한 결정에 놀랐다.그는 성빈과 좋은 친구 사이지만, 최은서와 성빈이 함께 하기를 강요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서로한테 맞는 사람인지는 함께
계정에는 300 여장의 사진이 저장되었다.진아연이 임신했을 때의 셀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갓 태어났을 때의 사진도 있었다.물론 이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박시준은아래부터 천천히 살펴봤다.첫 번째 사진은 그녀와 장희원이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진아연은 불룩한 배를 만지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고 곁의 장희원은 자애로운 미소를 그녀를 보고 있었다.박시준은 눈앞의 사진에 눈물샘이 폭발했다.그녀가 라엘과 한이를 뱄을 때, 그녀와 아이들에게 그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은 자기가 미웠던 거다.쌍둥이 임신은 보통 임신보다 훨씬 힘들었고 당시 진아연은 경제적으로도 힘들며 학업도 병행해야 했으니 얼마나 고생했을까.그는 이런 생각에 뒤에 있는 사진들을 살펴봤다——그녀의 학교 풍경 사진, 학우들과의 사진, 노경민 교수님과의 사진도 있었다.사진을 살펴보던 그는 화면 속의 흑백 초음파 사진에 이목이 끌렸다.사진을 확대해보니 사진 속 두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아무래도 평범한 초음파 사진이어서 아기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이에 박시준은 사진 아래의 진단 분석을 유심히 살펴봤고 전문적인 단어는 이해할 수 없지만, 검진 결과를 보자면 발육 상태가 정상적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아이들이 분명 정상적으로 태어났지만, 박시준은 사진 속의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박시준은 진아연이 일반 초음파 사진도 찍어서 저장했으니 4D 입체 초음파을 저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급히 앨범에서 찾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진아연은 아이들의 4D 입체 초음파 사진을 저정했었다.박시준은 컬러 초음파 사진을 자세히 보더니 곧바로 라엘의 컬러 초음파 사진을 찾아냈다.그는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하고 김영아가 보낸 컬러 초음파 사진을 찾아냈다.사진 두 장을 비교한 그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리고 이 한기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퍼졌다.왜 그와 김영아의 딸이 라엘과 이리도 닮은 거지!사진을 비교하지 않았다면 그냥 좀 닮았다고
그는 밤에 그녀의 계정 비밀번호를 보내왔었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려 깊이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어젯밤 밤을 새운 탓에 지금까지 깊은 잠을 자는 모양이다.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얼굴에 가볍게 키스했다.그는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참이라 그녀의 키스에 갑자기 눈을 떴다."밤새 안 잤던 거예요? 눈 충혈된 거 좀 봐... 그냥 계정일 뿐이잖아요. 못 찾아도 괜찮은데." 그녀는 그가 그녀의 계정 때문에 잠을 못 잔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계정 찾는 건 마이크에게 부탁해도 됐어요. 하지만 예전 사진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거기에는 엄마랑 노경민 교수님 사진도 있고, 그리고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 사진도 많거든요."인생은 앞을 내다보며 살아가는 거라고 항상 자신에게 상기시키지 않는다면 과거의 기억 속에 갇히기 쉽다."어젯밤 네가 임신했을 때의 사진을 봤어. 보고 나니 죄책감이 들었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 말을 꺼냈다가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 바로 바꿨다. "오늘 새로 개발한 신제품 보러 회사에 간다고 했지?""네, 난 이만 일어나야겠어요. 당신은 계속 자고 있어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졌다. "밤새우지 마요. 몸에 안 좋으니까.""알았어."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그는 그녀가 침실을 떠날 때까지 그녀의 모습을 계속 보았다.진명 그룹.진아연은 연구개발부에 가서 신제품 소개를 들었다.시간이 어느덧 점심 때가 되었다."아연아, 어떻게 생각해?" 마이크는 그녀와 함께 식사하러 밖에 나갔다."괜찮은 것 같아. 원래는 제이그룹에게 주기로 한 디자인이라고?""맞아.""제이그룹에서는 무슨 반응이야?" 진아연이 물었다.마이크가 비웃었다. "이제 진명그룹의 대주주는 박시준이잖아. 왕은지가 감히 우리와 맞설 수 있겠어? 우릴 건드리는 건 곧 박시준을 건드리는 걸 의미하는데. 그 여자 지금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어."진아연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왕은
저녁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성빈은 최은서가 돌아온 줄 알고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었다.예상과는 달리 문밖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성빈이 놀라 하자 문밖에 있던 남자도 놀랐다.두 사람은 전에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여긴 왜 왔어?!""너 왜 여기 있는데?"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질문을 던졌다."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 여긴 한이의 집이야." 성빈은 문을 막고 서서 최운철을 들여보내지 않으려 했다.전에 최은서는 최운철과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으며, 돈을 다 쓰기 전까지 최운철은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지금 최운철이 여기에 찾아온 건 돈을 다 써버린 건가?성빈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인간을 가장 싫어했다! 최은서의 현재 월급으로는 기본 생활만 유지할 수 있을 뿐 최운철에게는 줄 돈은 전혀 없었다.그래서 성빈은 최운철이 최은서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허허, 누구 집이든 중요하지 않아, 내 여동생이 여기 사는 것만 알면 되니까! 은서는 어디 있어?" 성빈에게서 푸대접받자 최운철은 조금 짜증이 났다."은서를 왜 찾는데?" 성빈은 집에서 나온 뒤 문을 닫았다."내가 내 동생을 찾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둘이 함께 있어?" 최운철은 성빈을 훑어보았다. "둘이 헤어졌던 거 아니야?""우리 둘이 헤어졌다는 걸 누구한테서 들었어?" 성빈은 차갑게 말했다. "대체 은서는 왜 찾는데? 지난번에 내가 준 돈 벌써 다 써버리고 은서한테 돈 달라고 찾아온 거야? 야, 최운철, 너 지금 꼬라지 좀 봐. 그 나이 먹고 동생한테서 돈이나 뜯어내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최운철 얼굴이 빨개졌고 화가 치밀었다. "동생 보러 온 게 네 눈엔 돈 뜯어내는 걸로 보여? 난 단 한 번도 은서한테 돈 달라고 한 적 없어! 그냥 너한테서 몇 푼 받은 거 가지고 그러네. 그리고 그건 네가 자진해서 준 거잖아! 왜? 내 동생이 유산하니까 그 돈 다시 돌려받으려고?!""네 그 못난
성빈: "???""내가 아는 게 없어서 그런지, 넘어져서 이렇게 다치는 건 처음 봤거든요." 최은서는 혀를 쯧쯧 찼다.성빈은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소파 테이블 위의 약상자는 열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요오드포, 면봉 그리고 항염증제가 놓여 있었다."누구한테 맞았어요?" 최은서는 가까이에서 그를 비웃기 위해 그의 옆에 앉았다. "B국에도 적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그래! 나도 B국에 적이 있을 줄은 몰랐어. 공교롭게도 그 사람의 성은 최씨야." 성빈은 약을 약상자에 넣었다.그는 최운철에게 맞았지만 그도 최운철을 때렸다.그렇지 않으면 최운철은 쉽게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10살만 어렸더라도 최운철에게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무슨 말이에요? 내가 때린 것도 아닌데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 최은서는 눈살을 찌푸린 채 당혹스러워했다."너랑 상관있는 게 아니라, 네 큰오빠랑 상관있어. 그 인간 너한테 전화하지 않았어?""아니요! 큰오빠가 여기 왔었다고요? 그리고 당신을 이렇게 때렸어요?" 최은서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왜 사람을 때리고 난리래요?"최은서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찾아 최운철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성빈은 그녀를 끌어 소파에 앉혔다. "내가 그렇게 못난 거 같아? 네 큰오빠가 나보다 더 다쳤거든! 결국 싸움에서 내가 이긴 셈이지.""아이고 아주 자랑이세요." 최은서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둘이 왜 싸웠는데요?""내 물음에나 대답해. 너한테 전화하지 않았어?""한 적 없어요! 전 연습할 때 전화 꺼놓고 있거든요. 나에게 전화해도 연락 안 되요." 최은서는 궁금해했다. "어떻게 여길 찾았는진 모르겠는데, 당신한테 돈을 달라고 했나요?""아니. 그 인간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할 배짱은 없어. 하지만 아마도 네게서 돈을 뜯어내려고 여기 온 거 같아." 성빈은 소파 테이블을 정리한 후 최은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은서야, 너 지금 돈 없지?""조금은 있어요. 하지만 큰오빠에게 줄
최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영혼이 빠져나간 듯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20억! 20억! 20억!그녀는 속으로 세 번 읽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깨달았다.그녀의 놀란 표정을 본 성빈은 그녀가 믿지 않을까 봐 최운철에게 이체한 내역을 찾아냈다."은서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색하지 않아. 너는 내가 너를 무시했다고 계속 말하지만, 나는 널 무시한 게 아니야. 우리가 함께 자지만 않았다면...""그 얘기 하지 마요!" 최은서는 그의 말을 끊었다. "왜 큰오빠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줬어요? 뭐 하자고 그렇게 많이 준 거예요?"그녀는 열심히 돈을 벌어 그가 준 2억을 그에게 돌려줄 계획이었다.그런데 지금 2억이 20억이 되었으니, 그렇게 큰 빚은 단기간에 갚으려야 갚을 수 없었다.성빈은 심호흡했다. "확실히 적은 돈은 아니지. 하지만 내 미래 신부에게 주는 결혼 예물이라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야. 그때 넌 나의 아이를 가졌는데 어떻게 널 섭섭하게 할 수 있겠어?""아, 그래요? 결국은 아이 때문에 준 거군요. 안타깝게도 아이는 없어졌지만." 최은서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가 없었으면 2억인가요?""네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 거야.""맞네요! 당신 부모님께서 그 아이를 너무 원해서 나랑 결혼하라고 강요한 거죠?" 궁금증이 풀린 최은서는 어딘가 불쾌했다. "큰오빠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서 왜 나한테는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았어요?""사실대로 얘기하면 네가 너무 부담스러워할까 봐. 너 전에도 돈을 갚겠다고 하지 않았어?""그러면 끝까지 얘기하지 말지 그랬어요.""난......""설명하지 마세요. 나중에 큰오빠가 날 찾아오면 돈을 갚으라고 할게요." 최은서는 소파에 기대어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근데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예요? 설마 날 찾아온 건 아니겠죠? 난 당신이랑 놀아줄 시간 없어요."그는 바닥에서 쇼핑백을 집어 들었다."지난번에 튼튼한 상자로 바꿔주겠다고 했잖아?" 그는 상자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