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그럼 퇴원한 후에 얘기하도록 하자!" 위정은 시간을 확인했다. "근데 왜 벌써 자는 거야? 점심은 먹었어?""아직 못 먹었어요! 자고 싶으다는데, 자게 놔둬야죠!" 진아연은 조금 배가 고팠다. “우리 밖에 가서 점심이나 먹죠. 여기엔 간병인이랑 경호원이 있으니 괜찮아요.”"응."그들은 병원에서 나와 근처 식당에 갔다.주문할 때 위정은 메뉴를 들고 시은이에게 메뉴에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려준 뒤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었다.표정은 부드러웠고 말투는 참을성이 있었다.진아연은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위정 선배, 선배네 부모님도 선배랑 시은이의 일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응, 알고 계셔. 시은이가 오늘날 찾으러 왔다가 우리 어머니가 시은이랑 얘기를 나눴지.""두 분은 시은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세요?" 진아연은 시은이가 위정의 집에서 푸대접 받았을까 봐 걱정되었다."아연아, 아버님 어머님 모두 나에게 매우 친절하셔." 시은이가 직접 얘기했다. "어머님께서 날 매우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얘기해 주셨어."진아연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됐네.""난 시은이랑 결혼하면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을 거야" 위정은 그들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시은이가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어.""좋네요. 나중에는 병원에 돌아갈 거죠?" 진아연은 그의 일 관련 계획에 대해 물었다."돌아가야지. 난 의사라는 직업을 좋아하니까.""위정 선배랑 시은이는 앞으로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예요." 진아연은 그들을 위해 기뻐했다. "이제 결혼식만 기다리면 되겠군요."위정의 뺨이 약간 붉어졌다. "시은이 몸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결혼식은 형식적인 일일뿐, 난 별로 신경 안 써.""선배가 신경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은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거죠."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시은이는 원래 위정 앞에서 제멋대로였지만, 오늘 오전 위정 어머니가 자신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정이를 서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위정
"넌 돌아가서 이모님이 편히 쉴 수 있게 지성이를 돌보고 있어."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왼손으로 국 사발을 들고 혼자 밥을 먹어도 괜찮다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그의 왼손은 분쇄성 골절이었지만, 이미 일주일 이상 쉬고 있어 지금은 큰 문제가 없었다."그럼 먼저 돌아갈게요. 일 있으면 전화해요." 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재빨리 병실을 나갔다.박시준은 멍해졌다.마이크는 코를 문지르며 농담했다. "아이고 닭살이야. 그래! 나랑 지운이는 투명 인간이라 이거지!"조지운도 맞장구쳤다. "그래, 이모님이 아프지만 않았어도 아연 씨는 집에 가지 않았을 거야."마이크는 침대 옆에 걸어가 앉아 침대에서 여유롭게 국을 마시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박시준, 당신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방금은 아연이가 있어서 말하지 못했지만 말이야.""무슨 뜻이지?" 박시준은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우리 진명 그룹 CTO와 ST 그 룹 대표이사의 신분으로 얘기 좀 하죠!" 마이크는 그와 터놓고 얘기했다. "전에는 당신이 진아연한테 씀씀이가 헤펐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우리 회사의 대주주가 되어있더라고. 둘이 지금은 사이가 좋으니 아무 문제 없겠지만 나중에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 회사가 당신 소유로 되는 거 아닌가요?"조지운는 마이크에게 그만 말하라고 눈치를 주었다.그러나 마이크는 그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박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연이를 향한 마음이 변한 것 같은 데요. 예전에는 아무 조건 없이 걔를 사랑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계획적인 거 같달까요?”"마이크, 그 입 다물어!" 조지운은 마이크의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 소리를 쳤다.대표님과 아연 씨가 감정에 변화가 있다해도이건 어차피 그들 일이지 우리가 간섭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지운아, 서랍에 있는 문서를 변호사에게 가져가 줘. 난 마이크와 단 둘이 얘기하고 있을게." 박시준은 조지운에게 지시를 내렸다.조지운은 즉시 캐비닛으로 걸어가 서랍을 열고 안에 있는 모든 문서를 꺼냈다
물론 마이크는 그가 방금 한 말을 바로 진아연에게 전달할 수 없었다.그랬다가 진아연과 박시준이 헤어지기라도 하면 조지운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는 앞으로 박시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박시준이 언젠가 진아연에게 상처를 주면 바로 나타나 진아연에게 박시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었다.조지운은 차를 타고 문서를 로펌에 가져갔다.변호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에게서 문서를 받았다. "조 실장님, 수고 많으십니다! 원래는 제가 점심때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제 막 끝났어요.""괜찮아요. 운전하면 멀지도 않은걸요." 조지운은 병실의 일이 마음에 걸려 서로 몇 마디만 더 하고 바로 떠났다.마이크는 난폭한 성격 때문에 누구 앞에서든 자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몰랐다.그는 마이크가 박시준과 크게 다툴까 봐 걱정되었다.대표님은 아직 환자인데, 마이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조지운은 차를 몰고 도로 위를 달렸다.병원에 막 도착하려던 찰나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왔다."조 실장님, 지금 어디세요?" 전화 너머 변호사의 목소리는 분명히 겁에 질린 듯했다. "문서를 잘못 가져오셨어요!"조지운은 즉시 차를 길옆에 세웠다. “잘못 가져갔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대표님께서 가져가라고 한 건데.”그는 마이크가 상사를 화나게 할까 계속 걱정하고 있었기에 서랍에서 문서를 꺼낸 후 내용을 읽지도 않고 가져갔었다.변호사는 매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필요한 문서는 받았는데요, 가져오시면 안 되는 것도 가져오셨어요. 빨리 와서 가져가세요!”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조지운은 즉시 차를 돌려 로펌으로 향했다.그는 가져가면 안 되는 게 어떤 문서인지 전화로 묻고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 뒤 묻지 않았다.박시준은 업무에서 항상 세심하고 치밀해 빈틈없었는데, 어떻게 이번에 이런 실수를 할 수 있지?외부인이 보면 안 되는 문서라면 어떻게 변호사에게 보낼 문서와 같이 놓았지?그리고 그가 문서를 가져갈 때 박시준은 어떻게 완전히 눈치채지 못
"이제 여기에 있을 필요 없어." 조지운은 과일을 내려놓고 그를 밖으로 밀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밥 챙겨오는 거 깜빡하지 말고.""갑자기 왜 그래요? 일단 여기에 있을 거라고..."조지운은 그와 말 섞기 귀찮은지 그를 밖으로 밀어내고 바로 병실 문을 닫았다."두 사람 다퉜어?" 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박시준은 조지운에게 물었다.조지운: "마이크가 한 말 때문에 화나셨죠?""아니야." 박시준은 그가 사 온 과일을 보며 말을 이었다. "무슨 과일을 이렇게 많이 사 왔어?""아플 때는 비타민 보충을 위해 과일을 많이 드셔야 하지 않을까요?" 조지운은 과일 주머니를 열어 그 속의 문서도 함께 꺼냈다. "대표님, 부주의로 대표님의 유전자 감정 결과를 가져갔어요."사실 조지운은 박시준한테 숨길지 고민했었다. 감정 결과를 다시 서랍에 넣을 수 있었지만결국 그한테 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물론 박시준도 바보가 아니니 아무리 숨겨도 어떻게든 알게 될게 분명했다.그러나 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그저 담담하게 답했다."내가 파기하려고 했었는데 아연이가 말렸어.""아연 씨도 알고 있어요?" 조지운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떤 반응을 보였죠?""이건 김영아가 아연이한테 보낸 거야. 그러니 당연히 알고 있지. 그리고 전에 김영아한테서 들었으니 아무리 화가 났어도 마음의 준비는 이미 했을 거야.""세상에! 이는 김영아 씨가 아연 씨한테 선전 포고한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조지운은 문서를 서랍에 넣고 말을 이었다.박시준: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마.""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물론 마이크 씨도 말이에요" 조지운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는 폐기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은 제가 다시 가져가서 제자리에 놓을게요.""아연이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네!"눈 깜짝할 사이, 일주일이 지나갔고박시준은 드디어 퇴원할 수 있었다.퇴원 당일, 병원 밖은 그의 모습을 몰래 찍으려는
진아연은 전날 밤 그한테 마중 나오겠다고 약속했지만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이에 기사가 설명해 줬다. "진아연 씨는 아프셔서 마중 오지 못했습니다."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오늘 아침, 잠에서 깬 진아연은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움을 느꼈고밤잠을 설친 이유라 생각한 진아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침을 먹은 후 몸이 점점 불편해졌고체온을 재보니 열까지 나기 시작했다.그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 마중 나가지 않기로 한 것도 있지만박시준이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허약하고 면역력도 낮아 그한테 병을 옮길까 봐 걱정인 부분도 있었다.기사가 박시준을 데리러 간 사이, 그녀는 박시준이 휴식할 객실을 청소했고병이 낫기 전까지 따로 잘 생각이었다.다행인 건 진아연이 감기에 걸렸지만, 이모님은 많이 회복되었다.이모님은 진아연이 자기 때문에 몸이 아픈 거라 말했지만, 진아연은 그녀와 아무 상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감기에 걸린 이모님은 집에서 이틀 동안 쉬었고 몸이 많이 회복된 후 돌아왔었다. 그리고 밥을 차릴 때만 방에서 잠깐 나오지 그 외의 시간은 계속 방에서 쉬고 있었다.그런데 그녀한테 병을 옮겼다니?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준을 데리러 간 차가 정원에 멈췄고기사는 바로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줬다.박시준은 기사의 부축하에 차에서 내린 후지팡이를 짚고 스스로 별장으로 향했다.차를 탈 때 번거로울 뿐이지 그래도 전보다 많이 적응한 상태였다.지성이는 별장 문 앞에서 절뚝절뚝 걸어오는 박시준을 보자 놀란 나머지 급히 이모님의 다리를 잡고 뒤로 숨었다."지성 도련님, 무서워하지 마요. 아빠예요!"진아연은 소리를 듣자 바로 밖으로 나왔다.물론 이마에 해열 패치를 붙이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로 말이다.박시준은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열났어?""38.2도에요. 심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콧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당신한테 감기 옮기면 안 되니까 일단 객실에서 쉬
문을 열어준 최은서는 요가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렸고 눈앞의 성빈을 보자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왜? 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어?" 성빈은 그녀를 훑어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한동안 만나지 않은 사이, 최은서는 전보다 많이 야위어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졌다."출입 통제 시스템이 고장 났어요." 최은서는 뒤로 물러서 그에게 길을 비켜줬다."그래. 고장 났으면 AS를 불러 수리하지 그래?" 성빈은 안으로 들어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수리하지 않았어요.""그럼 나인 줄도 모르고 문을 연 거야?" 성빈은 그녀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놀라 꾸짖었다."당신이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한이가 아침에 오늘 올 거라고 알려줬거든요." 최은서는 거실로 들어가 요가 매트를 치우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방금 왜 그리 놀란 거야?" 성빈은 신발을 갈아 신고 정리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당신을 보고 놀란 게 아니에요." 최은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모습에 놀란 거예요. 전에 만날 때 그런 생각 없었는데 한동안 못 봤었는데 이리 늙을 줄은 몰랐네요."성빈: "???"고작 3개월 전인데, 얼마나 큰 차이가 있다는 거지?왜 굳이 사람 기분 나쁘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일부러 성질을 돋우는 건가!"왜 갑자기 아무 말 없어요? 화 안 나요?" 최은서는 거실 정리를 마치고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거울은 매일 보고 있는 거예요? 진짜 많이 늙었어요. 일 때문에 많이 피곤해요? 아니면 여자랑 놀고 다녀서 몸이 허약해진 건가?"성빈은 그녀의 말에 이를 갈았다.그녀를 위해 정성껏 선물도 골랐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손에 들고 있는 건 뭐예요?" 최은서는 성빈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보며 물었다. "선물이에요?"성빈은 그녀의 물음에 숨을 크게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아무래도 그녀한테 미안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그는 봉투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자, 선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성빈은 귀 먼 사람도 귀청이 울릴 정도로 포효했다.성빈한테 두려운 마음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최은서도 그의 성난 모습에 깜짝 놀라 가슴이 철렁거렸다."성빈 삼촌, 은서 이모는 저녁밥을 거의 먹지 않으세요." 한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저녁은 과일만 드세요."성빈: "???"입꼬리를 씰룩거리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결국 참지 못해 헛기침하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다.최은서는 이런 그의 모습에 참지 못해 미소를 보였다. "됐어요. 그냥 같이 갈게요!"집에서 나온 성빈은 너무 어색한지 계속 한이의 옆에서 그의 근황에 관해 물었고그의 질문이 귀찮은 한이는 뛰어가 최은서 곁에 붙었다.이에 성빈도 어쩔 수 없이 이들과 함께 나란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있잖아... 최은서, 너무 말랐다고 생각하지 않아? 운동도 하는데 굳이 저녁까지 거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금은 먹을 수 있잖아" 성빈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저도 먹고 싶죠. 근데 대표님이 먹지 말라고 했어요. 정 그러시면 대표님과 얘기하세요.""대표님이 누군데?""매니저예요.""매니저가 누구야?" 성빈은 꼬치꼬치 캐물었다."진짜 찾아갈 생각이에요?" 최은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한테 물었다. "근데 제가 저녁을 먹든 말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성빈은 그녀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듣고 보니 진짜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 같지만성빈은 꼭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한이야, 네가 투자로 회사 세운 거잖아? 그럼 네가 대표님이네! 네가 가서 매니저한테 절식으로 몸매 유지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 되잖아! 건강에 해로운 건 사실이잖아."곁에 있던 한이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듣더니 쿨하게 답했다. "저는 상관없어요."그의 투자로 회사를 세운 건 맞지만, 그는 투자만 책임졌고다른 부분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게다가 최은서는 저녁만 먹지 않을 뿐, 아침과 점심은 챙겨 먹고 있었다.그리고 매일 운동할 수 있을 정도면 그리
A국.저녁.스타팰리스 별장, 사람들은 박시준의 퇴원과 동시에 그와 진아연의 화해를 축하하기 위해 별장으로 모였다.열을 내리기 위해 약을 챙겨 먹은 진아연은 그제야 어지러움이 덜 한 듯했다.마스크까지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여소정이 다가오자 바로 마스크를 올렸다.아무래도 소정이가 현재 임신 중이니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아연아, 요즘 너무 힘들지. 너무 힘들면 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어." 여소정은 진아연이 걱정인지 말을 이었다. "나도 임신하기 전에 감기 한 번 걸렸잖아. 어쩔 수 없이 감기약을 먹고는 의사한테 아이 건강에 문제 생기지 않겠냐고 물었어. 근데 유산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 없다고 하더라고.""그렇구나. 근데 준기 씨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여소정은 그녀의 말에 방금 전의 평온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시어머님이 나 때문에 고혈압으로 입원했어. 준기 씨는 어머님 돌보고 있어 요즘 만나지 못했어. 아마 시어머님이 만나지 말라고 한 것 같아.""상황이 많이 안 좋아?"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원에 찾아가 본 적 있어?""시어머님은 고혈압 때문에 몇 년 동안 고생했어. 나와 준기 씨가 만나기 전에도 몇 번 입원한 적이 있어. 매번 보름 정도 입원해야 증상이 좋아지거든. 괜히 찾아가면 위로는커녕 오히려 일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여소정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타협할 생각은 없지만. 게다가 아이 이름까지 생각해뒀어.""이름까지 지었어?" 진아연은 여소정의 말에 궁금증이 생겼다."남자아이면 여소천이라 부르고 여자애라면 여소염이라고 지으려고. 편안할 염으로 지었는데, 어때?" 여소정은 자기가 지은 이름에 매우 만족하는 듯했다.진아연도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어머니가 가만있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소정아, 이 일로 시어머니가 너와 하준기 씨가 함께 있는 걸 반대하시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러지 않아도 요즘 계속 생각해 봤어. 난 아이만 있으면 돼. 남자는 있어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