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기에 있을 필요 없어." 조지운은 과일을 내려놓고 그를 밖으로 밀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녁에 밥 챙겨오는 거 깜빡하지 말고.""갑자기 왜 그래요? 일단 여기에 있을 거라고..."조지운은 그와 말 섞기 귀찮은지 그를 밖으로 밀어내고 바로 병실 문을 닫았다."두 사람 다퉜어?" 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박시준은 조지운에게 물었다.조지운: "마이크가 한 말 때문에 화나셨죠?""아니야." 박시준은 그가 사 온 과일을 보며 말을 이었다. "무슨 과일을 이렇게 많이 사 왔어?""아플 때는 비타민 보충을 위해 과일을 많이 드셔야 하지 않을까요?" 조지운은 과일 주머니를 열어 그 속의 문서도 함께 꺼냈다. "대표님, 부주의로 대표님의 유전자 감정 결과를 가져갔어요."사실 조지운은 박시준한테 숨길지 고민했었다. 감정 결과를 다시 서랍에 넣을 수 있었지만결국 그한테 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물론 박시준도 바보가 아니니 아무리 숨겨도 어떻게든 알게 될게 분명했다.그러나 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그저 담담하게 답했다."내가 파기하려고 했었는데 아연이가 말렸어.""아연 씨도 알고 있어요?" 조지운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떤 반응을 보였죠?""이건 김영아가 아연이한테 보낸 거야. 그러니 당연히 알고 있지. 그리고 전에 김영아한테서 들었으니 아무리 화가 났어도 마음의 준비는 이미 했을 거야.""세상에! 이는 김영아 씨가 아연 씨한테 선전 포고한 것과 다를 바 없잖아요!" 조지운은 문서를 서랍에 넣고 말을 이었다.박시준: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마.""걱정하지 마세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물론 마이크 씨도 말이에요" 조지운은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는 폐기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혹은 제가 다시 가져가서 제자리에 놓을게요.""아연이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네!"눈 깜짝할 사이, 일주일이 지나갔고박시준은 드디어 퇴원할 수 있었다.퇴원 당일, 병원 밖은 그의 모습을 몰래 찍으려는
진아연은 전날 밤 그한테 마중 나오겠다고 약속했지만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이에 기사가 설명해 줬다. "진아연 씨는 아프셔서 마중 오지 못했습니다."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바로 눈썹을 찌푸렸다.오늘 아침, 잠에서 깬 진아연은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움을 느꼈고밤잠을 설친 이유라 생각한 진아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침을 먹은 후 몸이 점점 불편해졌고체온을 재보니 열까지 나기 시작했다.그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 마중 나가지 않기로 한 것도 있지만박시준이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허약하고 면역력도 낮아 그한테 병을 옮길까 봐 걱정인 부분도 있었다.기사가 박시준을 데리러 간 사이, 그녀는 박시준이 휴식할 객실을 청소했고병이 낫기 전까지 따로 잘 생각이었다.다행인 건 진아연이 감기에 걸렸지만, 이모님은 많이 회복되었다.이모님은 진아연이 자기 때문에 몸이 아픈 거라 말했지만, 진아연은 그녀와 아무 상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감기에 걸린 이모님은 집에서 이틀 동안 쉬었고 몸이 많이 회복된 후 돌아왔었다. 그리고 밥을 차릴 때만 방에서 잠깐 나오지 그 외의 시간은 계속 방에서 쉬고 있었다.그런데 그녀한테 병을 옮겼다니?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준을 데리러 간 차가 정원에 멈췄고기사는 바로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줬다.박시준은 기사의 부축하에 차에서 내린 후지팡이를 짚고 스스로 별장으로 향했다.차를 탈 때 번거로울 뿐이지 그래도 전보다 많이 적응한 상태였다.지성이는 별장 문 앞에서 절뚝절뚝 걸어오는 박시준을 보자 놀란 나머지 급히 이모님의 다리를 잡고 뒤로 숨었다."지성 도련님, 무서워하지 마요. 아빠예요!"진아연은 소리를 듣자 바로 밖으로 나왔다.물론 이마에 해열 패치를 붙이고 얼굴에 마스크를 쓴 채로 말이다.박시준은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열났어?""38.2도에요. 심하지 않아요." 진아연은 콧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갔다. "당신한테 감기 옮기면 안 되니까 일단 객실에서 쉬
문을 열어준 최은서는 요가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렸고 눈앞의 성빈을 보자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왜? 내가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어?" 성빈은 그녀를 훑어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한동안 만나지 않은 사이, 최은서는 전보다 많이 야위어졌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달라졌다."출입 통제 시스템이 고장 났어요." 최은서는 뒤로 물러서 그에게 길을 비켜줬다."그래. 고장 났으면 AS를 불러 수리하지 그래?" 성빈은 안으로 들어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수리하지 않았어요.""그럼 나인 줄도 모르고 문을 연 거야?" 성빈은 그녀의 아무렇지 않은 태도에 놀라 꾸짖었다."당신이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한이가 아침에 오늘 올 거라고 알려줬거든요." 최은서는 거실로 들어가 요가 매트를 치우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방금 왜 그리 놀란 거야?" 성빈은 신발을 갈아 신고 정리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당신을 보고 놀란 게 아니에요." 최은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모습에 놀란 거예요. 전에 만날 때 그런 생각 없었는데 한동안 못 봤었는데 이리 늙을 줄은 몰랐네요."성빈: "???"고작 3개월 전인데, 얼마나 큰 차이가 있다는 거지?왜 굳이 사람 기분 나쁘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일부러 성질을 돋우는 건가!"왜 갑자기 아무 말 없어요? 화 안 나요?" 최은서는 거실 정리를 마치고 그를 보며 말을 이었다. "거울은 매일 보고 있는 거예요? 진짜 많이 늙었어요. 일 때문에 많이 피곤해요? 아니면 여자랑 놀고 다녀서 몸이 허약해진 건가?"성빈은 그녀의 말에 이를 갈았다.그녀를 위해 정성껏 선물도 골랐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손에 들고 있는 건 뭐예요?" 최은서는 성빈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보며 물었다. "선물이에요?"성빈은 그녀의 물음에 숨을 크게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아무래도 그녀한테 미안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그는 봉투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자, 선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성빈은 귀 먼 사람도 귀청이 울릴 정도로 포효했다.성빈한테 두려운 마음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최은서도 그의 성난 모습에 깜짝 놀라 가슴이 철렁거렸다."성빈 삼촌, 은서 이모는 저녁밥을 거의 먹지 않으세요." 한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저녁은 과일만 드세요."성빈: "???"입꼬리를 씰룩거리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결국 참지 못해 헛기침하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다.최은서는 이런 그의 모습에 참지 못해 미소를 보였다. "됐어요. 그냥 같이 갈게요!"집에서 나온 성빈은 너무 어색한지 계속 한이의 옆에서 그의 근황에 관해 물었고그의 질문이 귀찮은 한이는 뛰어가 최은서 곁에 붙었다.이에 성빈도 어쩔 수 없이 이들과 함께 나란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있잖아... 최은서, 너무 말랐다고 생각하지 않아? 운동도 하는데 굳이 저녁까지 거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금은 먹을 수 있잖아" 성빈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저도 먹고 싶죠. 근데 대표님이 먹지 말라고 했어요. 정 그러시면 대표님과 얘기하세요.""대표님이 누군데?""매니저예요.""매니저가 누구야?" 성빈은 꼬치꼬치 캐물었다."진짜 찾아갈 생각이에요?" 최은서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한테 물었다. "근데 제가 저녁을 먹든 말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성빈은 그녀의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듣고 보니 진짜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 같지만성빈은 꼭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었다."한이야, 네가 투자로 회사 세운 거잖아? 그럼 네가 대표님이네! 네가 가서 매니저한테 절식으로 몸매 유지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 되잖아! 건강에 해로운 건 사실이잖아."곁에 있던 한이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듣더니 쿨하게 답했다. "저는 상관없어요."그의 투자로 회사를 세운 건 맞지만, 그는 투자만 책임졌고다른 부분에는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게다가 최은서는 저녁만 먹지 않을 뿐, 아침과 점심은 챙겨 먹고 있었다.그리고 매일 운동할 수 있을 정도면 그리
A국.저녁.스타팰리스 별장, 사람들은 박시준의 퇴원과 동시에 그와 진아연의 화해를 축하하기 위해 별장으로 모였다.열을 내리기 위해 약을 챙겨 먹은 진아연은 그제야 어지러움이 덜 한 듯했다.마스크까지 쓸 생각은 아니었지만, 여소정이 다가오자 바로 마스크를 올렸다.아무래도 소정이가 현재 임신 중이니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아연아, 요즘 너무 힘들지. 너무 힘들면 병에 걸리기 쉽다고 했어." 여소정은 진아연이 걱정인지 말을 이었다. "나도 임신하기 전에 감기 한 번 걸렸잖아. 어쩔 수 없이 감기약을 먹고는 의사한테 아이 건강에 문제 생기지 않겠냐고 물었어. 근데 유산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 없다고 하더라고.""그렇구나. 근데 준기 씨는 왜 같이 오지 않았어?"여소정은 그녀의 말에 방금 전의 평온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시어머님이 나 때문에 고혈압으로 입원했어. 준기 씨는 어머님 돌보고 있어 요즘 만나지 못했어. 아마 시어머님이 만나지 말라고 한 것 같아.""상황이 많이 안 좋아?"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원에 찾아가 본 적 있어?""시어머님은 고혈압 때문에 몇 년 동안 고생했어. 나와 준기 씨가 만나기 전에도 몇 번 입원한 적이 있어. 매번 보름 정도 입원해야 증상이 좋아지거든. 괜히 찾아가면 위로는커녕 오히려 일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어." 여소정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타협할 생각은 없지만. 게다가 아이 이름까지 생각해뒀어.""이름까지 지었어?" 진아연은 여소정의 말에 궁금증이 생겼다."남자아이면 여소천이라 부르고 여자애라면 여소염이라고 지으려고. 편안할 염으로 지었는데, 어때?" 여소정은 자기가 지은 이름에 매우 만족하는 듯했다.진아연도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어머니가 가만있지 않을까 봐 걱정이었다."소정아, 이 일로 시어머니가 너와 하준기 씨가 함께 있는 걸 반대하시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그러지 않아도 요즘 계속 생각해 봤어. 난 아이만 있으면 돼. 남자는 있어도 되고
진아연은 그한테서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를 맡고 눈살을 찌푸렸다.술을 마신 박시준은취기에 몽롱한 눈길로 그녀를 보며 자백했다.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한잔했어.""그래서 약도 먹지 않은 거예요...""그래. 술 마실려고 약을 먹지 않았어." 박시준은 말하면서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오늘 너와 함께 잘 거야.""네. 술도 마셨는데 감기가 무섭겠어요?" 진아연은 그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어요?"이에 박시준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은지 계속 술을 마시라고 했어!"진아연: "...""화내지 마. 샴페인 도수가 생각보다 낮아 괜찮아.""도수가 낮아도 술은 술이에요! 잠깐 풀어줬더니 아주 마음대로 하네요. 출근하지 않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또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겠네요."박시준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꾸짖는 진아연을 보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오늘 여소정 씨와 계속 이야기했었지? 무슨 얘기 했어!" 진아연의 피부에 닿은 그의 숨결은 따뜻하고 다정스럽게 느껴졌다."왜 준기 씨와 함께 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시어머님이 자기 때문에 입원했다고 말했어요. 혹시 알고 있었어요?" 진아연은 그의 입맞춤에 기분이 바로 풀렸고박시준을 부축해 침실로 향했다."나도 오늘 밤에 준기가 어머님을 돌봐야 해서 못 왔다는 걸 알았어.""소정이 시어머님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한다네요." 진아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혹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요?""준기의 어머님은 아이를 원하시는데, 여소정 씨는 낳을 생각이 없잖아. 이들의 갈등은 준기도 해결할 수 없는 건데, 우리가 나선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박시준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러니까 여소정 씨한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알려줘. 물론 아이부터 낳고 생각하라고 말이야.""저도 그렇게 말했어요. 소정이도 아이를 진짜 원하고 있으니 아마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그래."진아연은 침실
햇살은 넓은 거실에 쏟아져 따뜻함을 전했고소파에 누워있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껴안고 달콤한 잠을 이루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 소리에최은서가 먼저 눈을 떴다.바로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기 때문이다!최은서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손을 뻗으려 했지만, 뭔가에 묶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기를 안고 있는 성빈을 보더니 너무 놀란 나머지 그를 소파에서 차버렸다!"아!" 이에 성빈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이 변태야!" 최은서는 소파에서 내려와 성빈에게 소리 질렀다. "어젯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자세히 생각해봐요!"성빈은 그녀의 말에 멍한 표정을 하고 아픈 곳조차 잊은 듯했다.어젯밤 그는 한이와 최은서에게 밥을 사줬고혼자 와인 한 병을 마셨다.한이는 어린이 메뉴를 시켰고 최은서는 과일 샐러드를 주문했었다. 혼자 술을 마시니 지루하긴 했지만, 너무 빨리 헤어질까 봐 계속 마셨는데...결국 술에 취해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그 뒤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할 수 없었다."최은서, 아니지? 어제 술도 많이 마셨는데, 설마 너한테..." 성빈은 말하면서 팔을 들어 자기가 아닌최은서의 살냄새를 맡았다."진짜 변태네요. 어제 술에 취한 후 저를 안고 놓아주지 않았잖아요! 제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한이를 말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구치소에 있을걸요!"성빈은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이가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고!""문제는 당신이 저한테 망나니짓을 하려고 했다는 거예요!" 최은서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누구의 연락인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알았어, 미안.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근데 나 어떻게 돌아온 거지?" 성빈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그녀한테 물었다."제가 다른 남자한테 부탁해 당신을 집까지 끌고 왔어요."성빈: "..."최은서는 그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자 더는 말하기 귀찮은지휴대폰을 들었고 매니저의 연락임을 확인하자 바로 다시 전화 걸었다.전화를 마친 그녀는 바로
박시준의 생모?왕은지는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다.박시준이 박씨 집안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전부터 이슈가 되었고친부인 최경규도 이미 사형 집행된 상태였다.그의 생모에 관한 일들은 단 한 번도 전해 들은 적이 없었다."그 여자를 데리고 와. 한번 보자." 왕은지의 말을 들은비서는 웃으며 답했다. "관심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지금 바로 담당 관리자한테 연락해 사람을 데려오라고 할게요."왕은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어 당부했다.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처리해!""네, 걱정하지 마세요." 비서는 말하면서 바로 관리자한테 연락했다.스타팰리스 별장.박시준은 갑자기 감기에 걸렸다.진아연은 본인이 그한테 옮긴 거라 생각했지만, 박시준은 어제 술을 마셔서 감기 걸린 거라 말했다."술을 마신다고 감기 걸려요?" 진아연은 많이 좋아졌지만, 시름시름 앓고 있는 박시준을 보니 그저 자책할 뿐이다. "분명 제가 옮긴 거예요."박시준: "괜찮아. 네 탓 아니야.""탓해도 쓸모없어요. 싫어하는 티 내지 않고 오늘도 당신과 함께 잘게요." 진아연은 그에게 감기약을 챙겨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들 안고 돌아다니지 마요. 아이까지 감기 걸리면 곤란해요.""그래. 최대한 방에서 나가지 않을게." 박시준은 아들만 보면 다가가고 싶을까 봐 걱정이었다. "그런데 우리 아들 점점 귀여워지는 것 같지 않아?"진아연은 그에게 따뜻한 물 한 잔과 함께 약을 건네주며 말했다. "당연히 귀엽죠. 그러니까 빨리 회복하고 아이를 돌보세요. 그래야 제가 출근할 수 있죠.""나와 함께 집에서 일하면 안 돼?"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표했다. "그럼 나 혼자 집에 있으라는 거야?""당신은 다리를 다쳐 쉬어야 하는데, 저는 그럴 필요 없잖아요." 진아연은 약을 받으려는 그의 손을 밀쳐내고 말을 이었다. "일단 약부터 먼저 먹어요."박시준은 얌전히 약을 먹고 물을 마셨다.진아연은 그한테 빈 물 잔을 받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말했다."뼈를 다쳤으니 적어도 백일은 쉬어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