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당장 공항에 가서 Y국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비행기를 타고 싶어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참기로 했다.그녀는 먼저 딸과 얘기해 보기로 했다.그렇지 않으면 딸이 계속 슬퍼할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과거라면 모든 걸 무시하고 Y국으로 달려갔겠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그동안 그녀가 겪은 일들이 그녀를 많이 성장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할 수 없었다.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고, 박시준에게도 마찬가지였다.다음 날 아침.진아연은 일찍 일어나 아이 방으로 가서 이를 깨웠다."라엘아, 네 아빠가 다쳐서 엄마가 보러 가야 해."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딸과 상의했다. "이번에 가면 네 아빠를 데리고 올 거야."라엘이는 졸린 눈을 뜨며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네...""오늘 오전 티켓을 샀어. 네가 학교 가고 나면 나도 바로 갈 거야." 진아연은 계속 말했다. "엄마가 가면 마이크 삼촌이 와서 지낼 거야.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이크 삼촌한테 얘기해. 세연 삼촌한테 말해도 되고...""뭐라고요?! 엄마가 간다고요?" 라엘이는 완전히 잠에서 깼다."응, 엄마가 방금 얘기했잖아. 아빠가 다쳤다고.""어떻게 다쳤어요? 심각해요?" 라엘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엄마도 아직 몰라. 가 봐야 알 수 있어." 진아연은 오늘 딸이 입을 옷을 가져왔다. "걱정 말렴, 제일 나쁜 사람은 이미 죽었어. 이번엔 위험하지 않아.""김형문이 죽었나요?" 라엘이는 놀라며 물었다."응! 누가 그 사람의 이름을 알려준 거야?""마이크 삼촌이 알려줬어요." 라엘이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나쁜 사람이 끝내는 죽었네! 엄마, 그럼 저도 Y국에 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하하, 넌 학교에 가야지!" 진아연은 딸의 잠옷을 벗기고 치마를 입혔다. "거긴 재미없어. 엄마가 이번에 아빠를 데리고 오면 다시 그곳에 갈 일은 없을 거야.""네네! 엄마, 나랑 매일 영상통화해야 해요!""물론이지. 엄마는 너와 지성
그녀는 지성이의 손에 빵을 밀어 넣었다.꼬맹이는 간식을 얻고 나서야 눈에 맺히던 눈물을 멈췄다.이모는 거실로 돌아와 지성이를 넘겨 안았다."아연 씨, 걱정 말고 가세요! 그리고 일찍 돌아오세요.""네." 진아연은 지성이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성큼성큼 별장 문을 나섰다.Y국.공항에서 나온 진아연은 눈앞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라를 바라보고 있으니 지난번과는 전혀 다른 심경이었다."대표님, 먼저 호텔에 가서 체크인합시다!" 경호원이 캐리어를 들고 말했다."먼저 병원에 가죠. 산이 오빠가 박시준이 다쳤을 거라고 했지만 확실하진 않다고 했어요. 먼저 그것부터 확인해야겠어요." 진아연은 비행기에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박시준이 심하게 다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대표님 지금 엄청 초췌하고 초라해 보이십니다. 박 대표님이 다쳤든 아니든 관계없이 수면을 보충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안 그러면 대표님께서 다시 입원할지도 모르니까요.""왜 제 주변 사람들은 다 재수 없는 소리만 하죠?" 진아연은 한숨을 쉬었다.그녀는 먼저 병원에 갈 생각을 접고, 먼저 호텔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전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대표님은 평소에 너무 제멋대로 인 게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니까요." 경호원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지금 저를 훈계하는 건가요?""아닙니다. 전 분명히 대표님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대표님이 아프시면 전 매우 슬프니까요.""제가 죽은 뒤 슬퍼하세요.""재수 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군요. 마이크 씨와 저를 합쳐도 대표님의 상대가 안 될 거 같은데요."...두 사람은 옥신각신 수다를 떨며 호텔에 도착했다.체크인을 마치고 방 카드를 받은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룸으로 향했다.경호원은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준 뒤 당부했다. "나가게 되시면 꼭 저를 불러주세요! 김형문은 비록 죽었지만, 김영아는 대표님께서 여기 오신 걸 환영하지 않을 겁니다.""알겠어요. 전 먼저 샤워할
"다친 것 같긴 한데, 어떤 상태인지는 저도 몰라요. 부원장님이 직접 치료를 했고 모든 과정을 비밀로 했어요." 의사는 그녀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김씨네 집에 변이 생긴 것 같은데,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시준 씨가 다쳤는데 무시할 수는 없어요." 진아연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게요.""그냥 안전하게 사시면 안 되나요? 자꾸만 위험 속에 뛰어드실 필요 있나요?" 의사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걱정 마세요, 전 안 죽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유 부원장을 찾아갔다.공교롭게도 오늘 유 부원장은 병원에 없었다.그녀는 전혀 졸리지 않았고, 호텔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기에 배태준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집을 찾아가려 했다.그녀의 전화를 받은 배태준의 충격을 받은 반응은 방금 의사의 반응과 다를 바 없었다.두 사람이 만난 후 배태준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마치 우주에서 온 외계인을 보는 듯했다."내가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배태준은 머리가 아팠다."김형문은 죽었잖아요?" 진아연은 들고 온 과일을 소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산이 오빠, 저랑 같이 병원에 가주실 수 있나요? 오빠가 김영아를 찾아가신다면 내쫓진 않겠죠?""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배태준은 일부러 그녀를 난감하게 만들었다."동의하지 않으시면 내일 다시 오빠를 찾아뵙겠어요.""날 협박하는 거야?" 배태준은 짙은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너한테 빚진 거라도 있어? 왜 하필이면 나를 찾아온 건데?"진아연은 조금 수줍어하며 말했다. "오빠가 제게 빚진 게 아니라, 제가 오빠한테 빚진 거죠.""알았어, 알았어. 같이 가줄게. 단 이번 한 번뿐이야! 이번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마." 배태준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좋아요. 감사합니다. 오빠의 큰 은혜를 항상 마음 속 깊이 새길게요.""아이고, 치켜세우긴. 네 그 뛰어난 의술만 아니었어
아이 얘기가 나오자 진아연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산이 오빠, 김영아 배 속의 아이가 누구 것인지 아세요? 시준의 아이인가요?""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내가 걔네들 침대에 몰래카메라라도 설치하지 않는 이상!" 배태준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 질문은 시준이를 만나서 직접 물어봐!""시준 씨 말로는 그 아이의 아버지는 김영아가 병원의 정자은행에서 선택한 거라고 했어요.""그럼 왜 시준이의 아이인지 묻는 건데?""김영아가 전화에서 시준 씨의 아이라고 했거든요.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제 딸이 한참을 울었어요." 진아연은 배태준을 따라 차에 올랐다.배태준은 그것이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알 수 있겠지.""전 시준이 저에게 거짓말을 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김영아도 그런 어설픈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가 아이를 낳기도 전에 시준 씨의 아이가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진아연의 말에 배태준는 어안이 벙벙했다."언제면 확인할 수 있지?""임신 3개월 이후부터 확인 가능해요. 양수천자를 통해서…""그래? 영아의 아이는 곧 3개월이 될 거야."진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김영아가 감히 박시준에게 배 속의 아이가 그의 아이라고 말하면 박시준은 무조건 친자확인을 할 것이다.지금 가장 큰 문제는 박시준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였다.차는 병원으로 향했고 배태준은 잠시 침묵했다가 진아연에게 말했다. "이따가 먼저 나 혼자 들어갈게. 내가 시준을 만날 수 있으면 너도 들어갈 필요가 없잖아.""하지만 전 제 눈으로 그 사람을 보고 싶어요.""그냥 그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시준이을 만나는 건 영아를 화나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짓이야. 시준이가 깨어 있으면 네가 왔다고 말해줄게. 만약 의식이 없는 상태면 네가 그를 볼 수 있다 해도 아무 소용 없잖아.""제가 그를 치료할 수 있다면요?" 진아연은 반박했다. "정말 심하게 다쳤다면, 여기 의사들이 그
배태준은 시선을 박시준에게서 거두고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하지 않고 되레 물었다. "시준이는 언제 깨어날 수 있어? 의사가 뭐래?""예측하지 못하겠대요." 김영아는 박시준의 상태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아주 심하게 다친 모양이네. 의사도 언제 깨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걸 보면."김영아는 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어요.""해외로 가서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생각은 안 했어?""생각했어요! 하지만 의사가 지금은 해외로 옮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어요.""그래... 그럼 왜 더 훌륭한 의사를 초대하지 않았는데?""의사는 시준 씨가 외부 의사까지 초대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고 했어요." 이 질문에 대답한 뒤 김영아의 어조는 참을성이 없어졌다.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시준 씨를 보러 올 핑계였다면, 이젠 보셨으니까..."김영아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병실 밖에서 소동이 일어났다!"박시준!" 진아연의 외침이 들려왔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김영아의 등에서는 바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환청인가? 왜 진아연의 목소리가 들리지?그녀가 신속히 병실에서 나가자 경호원에게 제지당하고 있는 진아연이 눈에 들어왔다."진아연! 당신이 왜 여기에 온 거죠?!" 김영아의 목소리는 귀청이 떨어질 듯 높았다.그녀는 다시는 진아연을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진아연이 다시 또 찾아온 것이다!진아연이 쳐들어온 것을 본 배태준은 의외였지만 또 의외가 아니었다.그녀를 돕고 싶지 않았지만, 참지 못하고 그녀를 위해 말을 했다."영아야, 진아연이 훌륭한 의사인 걸 잊었어? 시준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상태를 보러 온 거야." 배태준은 김영아에게 말했다. "박시준을 보게 해줘! 어차피 시준이는 지금 산송장과 다름없으니까 어차피 진아연을 보지 못할 거고, 따라갈 수도 없잖아...""어르신께서 저 여자를 여기로 데리고 오신 거죠?" 김영아는 배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게 할 얘기가 있으시다는
배태준은 멍해졌다.김영아 역시 기절할 거 같았다.김형문의 집안의 경호원들은 자신의 대표가 구타를 당하는 것을 보고 즉시 달려갔다.배태준이 걸어오자 그들은 멈췄다."여자들 문제로 두 분이 이러지 마시죠! 엘리베이터로 가서 관련 없는 사람들 들어가지 않도록 막으세요!" 배태준은 말하면서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나갔다.병실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김영아, 진아연, 박시준 세 사람만이 남았다."절 지금 때렸어요?!" 김영아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는 분노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김형문의 집안 막내 아가씨. 당신이 박시준을 이렇게 만든 거죠?! 감히 그의 휴대폰을 사용해서 자랑하는 것도 모자라서... 병을 숨긴 거예요?!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 거죠? 설마 죽은 그의 시체라도 가지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래요?!"김영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죽긴 누가 죽어요! 회복될 거라고 했어요! 시간이 그저... 걸릴 뿐이라고!""누가 이렇게 만든 거죠?! 봉민... 그 사람이?!" 진아연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대체 왜 시준 씨를 때린 거죠?! 김영아 씨! 대체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한 거예요?!"김영아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가 봉민 씨를 막지 않았어요! 그래요! 시준 씨에게 미안한 짓을 한 사람은 저예요!""대체 왜 그런 거예요? 그를 가지고 싶어서 그래요?" 진아연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 당신에게 죄책감이라는 게 있기는 해요?!"김영아: "시준 씨는 죽지 않았어요! 그가 회복된다면 치료하고 보상할 거예요...! 그러는 당신은 그렇게 떳떳한가요?! 당신이 정말로 잘 했다면 아이들을 버리고 여기에 오진 않았겠죠! 다른 사람들이 날 비난하는 건 참겠지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김영아의 말에 진아연은 마음이 점점 식어갔다.사실 지금 이런 것들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차트는 어디 있죠? 저한테 주세요!" 그녀는 김영아에게 손을 내밀었다.김영아는 꿈쩍도
배태준은 그녀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정말 사실일까?사실이라도 매우 흥미로웠다.그는 그저 관객으로써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지만, 관자놀이가 아프기 시작했다.박시준이 진아연과의 갈등이 있지만 A국에 있다면 그와 전혀 관련이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의 갈등이 계속된다면 이곳이 더욱더 시끄러워질 것이다.그들이 여기서 갈등이 계속된다면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지켜만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진아연은 항상 산이 오빠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를 가족처럼 생각했다.처음에는 진아연이 자신을 찾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났지만, 어쩐지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뱃속에 시준이의 아이가 있는데 왜 아연이을 두려워하는 건데? 그냥 여기서 시준이가 회복될 때까지 그냥 둬. 그리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으니까."김영아는 분노를 꾹 참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욱더 그녀를 그냥 둘 수 없겠네요.""만약 네가 아연이를 죽이면 시준이가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가 될 거라 생각하지 마. 영아야, 넌 네 아버지랑 달라. 네 아버지처럼 선을 넘지 않기를 바란다. 네 삶이 더욱더 중요하니까."김영아는 진정하며 말했다. "알아요... 시준 씨가 정해놓은 선이 무엇인지. 전 그저... 그의 곁에 있고 싶을 뿐이에요. 진아연 씨가 그를 데려가지 않겠다면 저 역시 다치게 할 생각 없어요.""데려가긴 뭘 데려가? 시준이가 무슨 물건이야?" 배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시준이가 일어난다면 스스로 어디든 자유롭게 가겠지.""만약 그가 떠나고 싶다고 하면... 그를 도울 건가요?" 김영아의 눈가가 살짝 젖기 시작했다."내가 아니라도 둘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도 모두 그를 돕겠지." 배태준은 실망한 김영아의 얼굴을 보았다.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는 없는 법. 시준이는 우리와는 달라. 그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네 둘째 어르신과 넷째 어르신 모두에게 좋지 않지. 적이 될 뿐이니까.""그 말대로라면
그래서 두 사람은 항상 이 문제로 자주 다투고는 했다.아래층에서 유모가 끓인 한약은 여소정이 아침, 오후, 저녁 하루 세 번을 마셔야만 했다.여소정이 이틀 내리 술을 마시는 바람에 오늘까지 세 번째였다.그녀는 오늘 점심을 먹으러 돌아오지 않았고, 오늘 밤도 얼마나 늦게 들어올지 알 수 없었다.하준기는 발코니에 서서 한숨을 내쉰 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음이 길게 흘렀다."여보, 지금은 좀 어려운데... 오늘도 많이 늦을 거야. 그러니 먼저 밥 먹어. 기다리지 말고." 여소정의 대답에 하준기는 갑자기 화가 났다."너... 아이 가질 준비는 안 할 거야? 약은 왜 또 안 먹어? 점심에도 안 먹었다며." 하준기는 화를 꾹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소정이 납치된 후로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점심에 약을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피곤할 때 운전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서 회사에서 좀 쉬었어... 미안해." 여소정은 그에게 말했다."... 한번 안 마시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하루에 두 번이나 건너 뛰는 건 안 좋아.""그럼 지금 가져다줄 거야? 지금 당신 집이야?" 여소정이 물었다.하준기는 다시 큰 한숨을 내며 말했다. "알았어! 위치만 보내. 가져다 줄 테니까."전화 통화를 마친 하준기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유모에게 약을 보온통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한약을 담는 동안 유모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표님, 소정 씨에게 너무 관대하신 거 아니세요? 매일 이렇게 밖에서 술을 마시다니요."유모는 하준기 어머니가 보낸 사람이기에 그녀는 하준기의 사람이었다."소정이가 술은 안 마시고, 주스만 마신다고 했어요.""하지만 매일 밤 옷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는걸요.""술 마시는 공간에 있다 보면 그럴 수 있죠. 지금 이 한약 냄새처럼요." 하준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약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요. 특히나 이 약이 너무 써요. 옛날에 소정이었으면 절대 안 마셨을 거예요.""대표님은 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