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에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엄습하자, 차수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의 어의 없어하는 웃음이 더욱 씁쓸해졌다.정말 세상의 모든 나쁜 일은 그녀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이게 뭐람?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차수현은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몸을 옮기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한 의사가 다가와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했다."아가씨, 괜찮으세요?"차수현은 자신을 부축하는 사람이 의사라는 것을 확인한 후, 좀 쑥스러워하며 얼른 고맙다고 말했다.의사는 차수현의 얼굴을 확인하고 다소 놀라며 입을 열었다."어! 그날 나를 찾아와 수술해 달라고 했던 분 맞죠?"그가 이렇게 말하자 차수현도 의사를 알아보았다."지금 몸은 어때요?"지난번 차수현이 처량한 표정으로 그에게 수술을 해달라고 부탁하던 모습은 의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줄곧 그녀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불쌍한 여자가 아닐까 추측했고, 그녀가 돌아간 후의 처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마음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의사는 그녀의 접질린 발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이 발로는 걸을 수 없어요. 이렇게 합시다. 내가 아가씨를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안 그러면 발에 부담이 많이 가서 증상이 더 심해질 거예요."차수현은 이 의사가 책임감 있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확실히 걷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의사는 차수현을 부축하여 차에 태운 후, 그녀의 주소를 묻고 차를 출발해 그녀를 데려다 주었다.대략 30분이 지난 후 차가 온 씨 집안 저택 앞에 세워졌다.의사는 기세가 비범해 보이는 건축물을 보고 자기 앞에 있는 이 여자가 명문가 출신인 것에 조금 놀랐다. 명문가도 보통 명문가가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차수현은 재차 감사를 드린 후 차에서 내리려 했다. 의사가 와서 그녀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앞으로 무슨
감히 온은수와 날카롭게 대립하는 의사의 모습에 차수현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만약 화가 난 온은수가 이 친절한 의사에게 열 받아 그에게서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그녀는 정말 그 미안함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차수현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애걸하는 표정으로 그 의사를 바라보았다."이 일은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 선생님. 오늘 저를 집까지 데려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빨리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조급한 마음에 차수현의 이마에서는 땀이 다 났다. 의사는 그녀가 자신에게 간청하는 모습에 동정을 느끼면서도 그 무력한 모습에 화가 났다. 하지만, 결국 남의 집안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그대로 차를 타고 떠났다.차수현은 차가 떠나는 것을 보며 그제야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 남자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차수현을 보고 온은수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는 더욱 조롱하는 어투로 말했다. "그렇게 아쉬워? 안됐네. 그 남자는 또 이렇게 당신을 버리고 가버린 거야?"남자의 목소리에 차수현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려 온은수의 조롱하는 눈빛을 발견한 차수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못 들은 척하며 들어가려 했다.이 남자와 말을 많이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가 그녀를 어떻게 보든 그녀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온은수는 그녀가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어 자신에게 아무 대답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차수현의 손목을 덥석 잡고 그녀를 제자리에 멈추게 한 다음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왜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가는 건데? 감히 정부를 집 앞까지 데려와 놓고, 들키지 않을 줄 알았어?"온은수는 이대로 모른척하고 넘어갈 의사가 없어 보였다. 강압에 못 이긴 차수현이 손을 힘껏 뺐다. 이런 행동이 앞에 있는 남자를 화나게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온은수씨, 저는 당신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단지 제가 병원에서 만난 의사일 뿐이에요. 당신의 정보
차수현은 온은수에게 또 영문도 모른 채 트집을 잡힐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순순히 의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집사가 작은 구급상자를 들고 왔다. 차수현이 상자를 받으려 할 때, 남자는 갑자기 그녀의 맞은편에 앉더니 손을 내밀어 그녀의 다리를 들고 그녀의 다친 발목을 그의 무릎에 놓았다.이 약간 야릇한 동작을 보고 차수현은 깜짝 놀라 재빨리 발을 빼내려고 했지만, 온은수는 그녀의 종아리를 쥐고 도망갈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았다.온은수는 고개를 숙이고 차수현의 발목을 진지하게 살펴보았다. 확실히 심하게 접질려 이미 아주 많이 부어있었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아플 수 있어. 함부로 움직이지 마."차수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온은수는 차수현의 발을 잡고 힘껏 눌러 그녀의 어긋난 뼈를 바로잡았다.차수현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기도 전에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눈물이 찔끔 나왔다. 온은수에게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는데, 남자는 이미 손을 놓고 구급상자에서 뭔가를 뒤지고 있었다.차수현은 발목을 움직여보았다. 그녀는 방금 조금만 움직여도 죽을 것처럼 아프던 통증이 이미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럼, 방금 온은수가 나를 치료해 준 거야?차수현이 아직 완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온은수는 이미 적합한 약을 찾아 꺼내 그녀의 품에 던졌다."이 약을 매일 발라."온은수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더 이상 차수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차수현은 온은수가 그녀에게 던진 물건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현재 임산부이기 때문에 함부로 약을 사용할 수 없다.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그러나 그 연고에 임산부가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또 묵묵히 조용해졌다.다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온은수는 뜻밖에도 그녀의 발목 부상을 치료해 주었고, 심지어 직접 그녀에게 쓸 수 있는 약을 골라 주었다.생각할수록 불가사의
"당연히 출근하죠." 차수현은 머리도 숙이지 않은 채 신발을 갈아 신고 나가려고 했다.그러나가 다친 오른발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어젯밤에 약을 발랐는데도 오늘 발목이 부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차수현이 아파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를 듣고 온은수가 눈살을 찌푸렸다."온 씨 집안이 언제 당신더러 돈 벌어 오래? 발목이 그 지경이 됐는데, 빨리 돌아가서 쉬어."차수현은 망설였다. 온은수가 자신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다. 설마 오늘 태양이 서쪽에서 떴나? 이 사람 왜 이렇게 착해졌지?그러나 차수현은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제가 이미 너무 여러 차례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늘도 출근하지 않으면, 잘릴지도 몰라요.”말을 마친 차수현은 빨갛게 부은 발을 억지로 신발에 쑤셔 넣고, 출근할 준비를 했다.온은수는 분명히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참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고, 손에 든 커피잔을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이 여자는 정말 사람의 호의에 감사할 줄을 모른다.차수현이 미쳐 무슨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온은수는 그녀를 둘러메더니 한쪽 소파로 던졌다."내 말 못 알아들었어? 발목 부상이 회복되기 전에는 나가지 마. 아니면 밖에 또 어떤 남자가 이런 상황에도 나오라고 하는 거야?”차수현은 원래 온은수가 좋은 마음으로 자신의 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가 뒤에 또 늘 하듯이 무슨 남자 어쩌고 하는 말을 덧붙이자, 차수현은 마음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고 웃었다. 정말 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그녀에 대한 눈곱만큼의 좋은 이미지도 없는가 보다."은수씨는, 설마 모든 사람들이 당신처럼 자기 집안에서 세운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은수씨는 가고 싶을 때 가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죠? 오늘 제가 또 출근하지 않으면, 저는 잘려요, 직장이 없어진다고요. 직장이 없어지면 월급도 없어요. 제가 이 집에서 쫓겨난 다음에도
그 무시무시한 장면을 생각해 보니, 차수현은 자신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다."아버님, 저는 그쪽 방면에 경험이 없어요. 괜히 방해만 될 거예요......”차수현이 거절하려 하자 온 어르신은 다시 재빨리 입을 열었다."겁낼 거 하나도 없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면 되지. 은수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라. 게다가, 나도 너한테 공짜로 일해 달라고 안 해. 월급은 네가 지금 받는 것의 3배를 주마. 어떠냐?”차수현은 정말 난처해졌다. 입술을 움직였지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온 어르신의 말은 매우 진실했고, 게다가 그녀를 위해 월급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만약 그녀가 계속 거절하면 어르신이 좀 난처할 것 같았다. 차수현은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온은수를 바라보았다.온은수는 그녀를 혐오하기 때문에 당연히 24시간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고, 만약 이 남자가 입을 연다면 온 어르신도 다시 생각할 것이다.온은수는 차수현이 그를 향해 눈짓하는 것을 보고도 그냥 무시하고 못 본 척했다.“저는 다른 의견 없어요. 아버지 말씀대로 하죠.”차수현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 빌어먹을 온은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차수현의 낭패스러운 모습을 본 온은수는 원래 아침부터 호의를 무시당해 기분 나빴던 마음이 갑자기 많이 좋아졌다."빨리 아침 먹으러 가지 않고 뭐 해? 좀 이따가 출발할 거야."온은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렇게 내뱉은 후 바로 가버렸다. 차수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온 어르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또, 어르신의 호의를 더 이상 거절하면 그의 맘을 상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 하는 수없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아침을 먹은 후 차수현은 온은수를 따라 차에 올랐다.아침 내내 신경전을 벌인 결과, 결국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이 일은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럼 그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유일한 위안은 그녀의 월급이 즉시 몇 배로 늘었다는
온은수는 운전대를 꽈악 잡았다. “왜? 누가 널 알아 볼 까봐 무서워 ? 혹시라도 내가 당신이 남자들한테 작업거는데 방해가 될 까봐?”대체 어떤 뇌 구조를 가지면 저런 기막힌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차수현은 괜히 트집을 잡는 은수에게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부끄러워 우리 사이를 비밀로 하자고 한건 당신이잖아요! 온은수 씨, 대체 당신 그 머리속 엔 뭐가 들었길래 사사건건 나한테 시비인거죠?”백미러에 비친 토라진 차수현의 모습이 온은수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평소와 다르게 차갑고 냉소적인 면이 없어서일까?그런 모습에도 온은수는 오늘따라 차수현의 투덜대는 모습에 화가 나지 않았다. “시비거는게 아니라 조언하는거 잖아, 괜히 이 놈 저 놈 건드리며 다니지 말란 얘기잖아.” 차수현은 대꾸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차수현은 그제서야 온은수가 어르신의 말을 고분고분 들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밖에서 일을 하다 행여나 바람이라도 날까봐 24시간 그녀를 감시하려 했던 것이다.허나 이제 홀몸도 아닌 그녀가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차수현이 바라는 건 딱 하나, 별 탈 없이 무사히 온 씨네 집에서 나가는 것, 엄마와 함께 조용한 곳에서 둘만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회사에 도착했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보고서를 손에 들고 업무 보고를 하려던 윤찬은 온은수와 함께 온 차수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대표님은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차수현 을 아주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그녀를 회사에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비서라니? 제일 가까운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을 보며 일을 해야 하는 비서 일을 시킨다고?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 아닐 수 없다.차수현은 윤찬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적어도 윤찬은 그녀를 난처하게 구는 일이 없었기에 그런 윤찬한테서 일을 배운다면 재수없는 온은수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마음이 훨
차수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저더러 잘 좀 얘기해달라고요? 좋아요, 그런데 제가 좀 속물이라서 그런지 뭔가 얻는게 있어야 하는 타입이거든요.”차수현이 노골적으로 그에게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차한명은 이내 눈치챘다.안 그래도 요새 차수현이 차 씨네 집에서 돈을 하도 뜯어간 탓에 집안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수현아, 가족끼리 돈을 너무 따지는 건 좀 아니지 않냐...”차수현은 그런 차한명을 보며 슬슬 인내심이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저 오늘 몸도 기분도 너무 안 좋거든요, 싫으면 관 둬요, 제 기분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게요.”차수현이 더 이상 타협할 의지가 없어보이자 조급해진 차한명은 부랴부랴 그녀의 말에 승낙을 하고 부하에게 빨리 그녀에게 1억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점심을 먹고있던 차수현은 핸드폰 문자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기쁜 내색이 전혀 없었다.차한명이 바람을 피웠을 때 엄마는 재산의 반을 나눠가질 수 있었지만 차한명 그 못된 인간이 그걸 원치 않았고 적반하장으로 바람피웠던 모녀 이미애와 차예진 을 집으로 끌어 들여 엄마에게 온갖 모욕을 줬었다.결국 그들의 못된 짓과 갖을 굴욕을 견딜 수 없었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말도 안돼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를 데리고 빈 몸으로 쪼겨나듯이 집을 나왔던 것이다.그 당시엔, 집도 차도 없고 돈도 얼마 없었던 모녀는 자칫 길바닥에서 떠돌이 생활을 할 뻔했었다. 어렵던 생활에도 그녀의 대학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밤 낮없이 일을 하던 엄마는 결국 무리한 탓에 몸져 눕기까지 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원망과 분노가 차 오른 차수현의 눈빛은 독기로 가득했다.차한명한테서 받은 돈은 고작 몇 십억, 당시 차 씨 집 재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였다.그런데 차한명은 대체 무슨 염치로 그녀에게 불쌍한 척을 하고 있는걸까? 차수현은 휴대폰을 꺼내 차한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돈은 잘 받았
그 뒤로 한 동안은 참 조용했다.차수현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평온하고 조용했던 일상, 차한명의 성격대로라면 그녀한테 농락 당한 것도 모자라 1억이라는 돈 까지 뜯겼는데 절대 가만 있을리가 없었다. 차수현한테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려도 모자랄 인간인데 지금은 소름끼칠 정도로 너무 조용해서 마치 폭풍 전야인양 불안한 느낌까지 든다.착잡한 마음에 불안불안해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수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한명에게서 온 전화였다. 며칠 동안 꾹 참고만 있던 차한명이 이제와서 어떤 리액션을 보일지 궁금했던 차수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수현아, 지난 번 일은 내가 어른으로서 양보하고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는 이번 주말에 어떻게든 온은수를 우리 집에 불러들여, 내가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차수현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대체 차한명 이 인간은 뭘 믿고 이리 당당한 거지? 차수현이 그의 말대로 할 거라는 자신감은 또 어디서 나온 걸까?차수현이 거부 의사를 밝히려던 찰나 차한명은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온은수를 집에 데려온다면 결혼 당시 네 엄마가 가져왔던 예단은 다 돌려주마.”엄마의 예단 얘기가 나오자 차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전화를 꽉 쥐었다.이혼 당시 엄마는 그의 핍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맨 몸으로 나왔고 모든 재산은 차한명이 혼자 꿀꺼했던 것이다, 심지어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께서 주신 패물마저 엄마는 다 빼앗기고 말았다. 비록 고가의 물건은 아니지만 돌아가신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이였는데 뻔뻔하게도 차한명은 그 유품을 미끼로 내걸고 그녀를 위협하고 회유하고 있다. “차한명 씨, 이런 야비한 수단으로 날 협박하다니, 당신은 염치라는게 전혀 없는 사람이였네, 돌아가신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의 원혼이 밤에 당신을 찾아가서 복수할까봐 두렵지도 않아? 하늘이 무섭지 않냐고!”차수현은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