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출근하죠." 차수현은 머리도 숙이지 않은 채 신발을 갈아 신고 나가려고 했다.그러나가 다친 오른발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어젯밤에 약을 발랐는데도 오늘 발목이 부어서 조금만 건드려도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차수현이 아파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를 듣고 온은수가 눈살을 찌푸렸다."온 씨 집안이 언제 당신더러 돈 벌어 오래? 발목이 그 지경이 됐는데, 빨리 돌아가서 쉬어."차수현은 망설였다. 온은수가 자신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다. 설마 오늘 태양이 서쪽에서 떴나? 이 사람 왜 이렇게 착해졌지?그러나 차수현은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제가 이미 너무 여러 차례 휴가를 냈기 때문에, 오늘도 출근하지 않으면, 잘릴지도 몰라요.”말을 마친 차수현은 빨갛게 부은 발을 억지로 신발에 쑤셔 넣고, 출근할 준비를 했다.온은수는 분명히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참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고, 손에 든 커피잔을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이 여자는 정말 사람의 호의에 감사할 줄을 모른다.차수현이 미쳐 무슨 일인지 깨닫기도 전에, 온은수는 그녀를 둘러메더니 한쪽 소파로 던졌다."내 말 못 알아들었어? 발목 부상이 회복되기 전에는 나가지 마. 아니면 밖에 또 어떤 남자가 이런 상황에도 나오라고 하는 거야?”차수현은 원래 온은수가 좋은 마음으로 자신의 부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가 뒤에 또 늘 하듯이 무슨 남자 어쩌고 하는 말을 덧붙이자, 차수현은 마음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하고 웃었다. 정말 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그녀에 대한 눈곱만큼의 좋은 이미지도 없는가 보다."은수씨는, 설마 모든 사람들이 당신처럼 자기 집안에서 세운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은수씨는 가고 싶을 때 가고 안 가고 싶으면 안 가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죠? 오늘 제가 또 출근하지 않으면, 저는 잘려요, 직장이 없어진다고요. 직장이 없어지면 월급도 없어요. 제가 이 집에서 쫓겨난 다음에도
그 무시무시한 장면을 생각해 보니, 차수현은 자신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다."아버님, 저는 그쪽 방면에 경험이 없어요. 괜히 방해만 될 거예요......”차수현이 거절하려 하자 온 어르신은 다시 재빨리 입을 열었다."겁낼 거 하나도 없어.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면 되지. 은수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라. 게다가, 나도 너한테 공짜로 일해 달라고 안 해. 월급은 네가 지금 받는 것의 3배를 주마. 어떠냐?”차수현은 정말 난처해졌다. 입술을 움직였지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온 어르신의 말은 매우 진실했고, 게다가 그녀를 위해 월급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만약 그녀가 계속 거절하면 어르신이 좀 난처할 것 같았다. 차수현은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온은수를 바라보았다.온은수는 그녀를 혐오하기 때문에 당연히 24시간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고, 만약 이 남자가 입을 연다면 온 어르신도 다시 생각할 것이다.온은수는 차수현이 그를 향해 눈짓하는 것을 보고도 그냥 무시하고 못 본 척했다.“저는 다른 의견 없어요. 아버지 말씀대로 하죠.”차수현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 빌어먹을 온은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차수현의 낭패스러운 모습을 본 온은수는 원래 아침부터 호의를 무시당해 기분 나빴던 마음이 갑자기 많이 좋아졌다."빨리 아침 먹으러 가지 않고 뭐 해? 좀 이따가 출발할 거야."온은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렇게 내뱉은 후 바로 가버렸다. 차수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온 어르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또, 어르신의 호의를 더 이상 거절하면 그의 맘을 상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 하는 수없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아침을 먹은 후 차수현은 온은수를 따라 차에 올랐다.아침 내내 신경전을 벌인 결과, 결국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이 일은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럼 그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유일한 위안은 그녀의 월급이 즉시 몇 배로 늘었다는
온은수는 운전대를 꽈악 잡았다. “왜? 누가 널 알아 볼 까봐 무서워 ? 혹시라도 내가 당신이 남자들한테 작업거는데 방해가 될 까봐?”대체 어떤 뇌 구조를 가지면 저런 기막힌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차수현은 괜히 트집을 잡는 은수에게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부끄러워 우리 사이를 비밀로 하자고 한건 당신이잖아요! 온은수 씨, 대체 당신 그 머리속 엔 뭐가 들었길래 사사건건 나한테 시비인거죠?”백미러에 비친 토라진 차수현의 모습이 온은수 눈에는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평소와 다르게 차갑고 냉소적인 면이 없어서일까?그런 모습에도 온은수는 오늘따라 차수현의 투덜대는 모습에 화가 나지 않았다. “시비거는게 아니라 조언하는거 잖아, 괜히 이 놈 저 놈 건드리며 다니지 말란 얘기잖아.” 차수현은 대꾸 한마디 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차수현은 그제서야 온은수가 어르신의 말을 고분고분 들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밖에서 일을 하다 행여나 바람이라도 날까봐 24시간 그녀를 감시하려 했던 것이다.허나 이제 홀몸도 아닌 그녀가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차수현이 바라는 건 딱 하나, 별 탈 없이 무사히 온 씨네 집에서 나가는 것, 엄마와 함께 조용한 곳에서 둘만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회사에 도착했고 온은수는 차수현을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보고서를 손에 들고 업무 보고를 하려던 윤찬은 온은수와 함께 온 차수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대표님은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차수현 을 아주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그녀를 회사에 데리고 온 것도 모자라 비서라니? 제일 가까운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을 보며 일을 해야 하는 비서 일을 시킨다고?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일이 아닐 수 없다.차수현은 윤찬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적어도 윤찬은 그녀를 난처하게 구는 일이 없었기에 그런 윤찬한테서 일을 배운다면 재수없는 온은수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마음이 훨
차수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저더러 잘 좀 얘기해달라고요? 좋아요, 그런데 제가 좀 속물이라서 그런지 뭔가 얻는게 있어야 하는 타입이거든요.”차수현이 노골적으로 그에게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차한명은 이내 눈치챘다.안 그래도 요새 차수현이 차 씨네 집에서 돈을 하도 뜯어간 탓에 집안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수현아, 가족끼리 돈을 너무 따지는 건 좀 아니지 않냐...”차수현은 그런 차한명을 보며 슬슬 인내심이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저 오늘 몸도 기분도 너무 안 좋거든요, 싫으면 관 둬요, 제 기분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게요.”차수현이 더 이상 타협할 의지가 없어보이자 조급해진 차한명은 부랴부랴 그녀의 말에 승낙을 하고 부하에게 빨리 그녀에게 1억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점심을 먹고있던 차수현은 핸드폰 문자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기쁜 내색이 전혀 없었다.차한명이 바람을 피웠을 때 엄마는 재산의 반을 나눠가질 수 있었지만 차한명 그 못된 인간이 그걸 원치 않았고 적반하장으로 바람피웠던 모녀 이미애와 차예진 을 집으로 끌어 들여 엄마에게 온갖 모욕을 줬었다.결국 그들의 못된 짓과 갖을 굴욕을 견딜 수 없었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말도 안돼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를 데리고 빈 몸으로 쪼겨나듯이 집을 나왔던 것이다.그 당시엔, 집도 차도 없고 돈도 얼마 없었던 모녀는 자칫 길바닥에서 떠돌이 생활을 할 뻔했었다. 어렵던 생활에도 그녀의 대학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밤 낮없이 일을 하던 엄마는 결국 무리한 탓에 몸져 눕기까지 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원망과 분노가 차 오른 차수현의 눈빛은 독기로 가득했다.차한명한테서 받은 돈은 고작 몇 십억, 당시 차 씨 집 재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이였다.그런데 차한명은 대체 무슨 염치로 그녀에게 불쌍한 척을 하고 있는걸까? 차수현은 휴대폰을 꺼내 차한명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돈은 잘 받았
그 뒤로 한 동안은 참 조용했다.차수현이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평온하고 조용했던 일상, 차한명의 성격대로라면 그녀한테 농락 당한 것도 모자라 1억이라는 돈 까지 뜯겼는데 절대 가만 있을리가 없었다. 차수현한테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려도 모자랄 인간인데 지금은 소름끼칠 정도로 너무 조용해서 마치 폭풍 전야인양 불안한 느낌까지 든다.착잡한 마음에 불안불안해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수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차한명에게서 온 전화였다. 며칠 동안 꾹 참고만 있던 차한명이 이제와서 어떤 리액션을 보일지 궁금했던 차수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수현아, 지난 번 일은 내가 어른으로서 양보하고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는 이번 주말에 어떻게든 온은수를 우리 집에 불러들여, 내가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차수현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대체 차한명 이 인간은 뭘 믿고 이리 당당한 거지? 차수현이 그의 말대로 할 거라는 자신감은 또 어디서 나온 걸까?차수현이 거부 의사를 밝히려던 찰나 차한명은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온은수를 집에 데려온다면 결혼 당시 네 엄마가 가져왔던 예단은 다 돌려주마.”엄마의 예단 얘기가 나오자 차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전화를 꽉 쥐었다.이혼 당시 엄마는 그의 핍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맨 몸으로 나왔고 모든 재산은 차한명이 혼자 꿀꺼했던 것이다, 심지어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께서 주신 패물마저 엄마는 다 빼앗기고 말았다. 비록 고가의 물건은 아니지만 돌아가신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남겨주신 유일한 유품이였는데 뻔뻔하게도 차한명은 그 유품을 미끼로 내걸고 그녀를 위협하고 회유하고 있다. “차한명 씨, 이런 야비한 수단으로 날 협박하다니, 당신은 염치라는게 전혀 없는 사람이였네, 돌아가신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의 원혼이 밤에 당신을 찾아가서 복수할까봐 두렵지도 않아? 하늘이 무섭지 않냐고!”차수현은 화가
“저...커피 한 잔 하시라고요!”온은수를 찾아온 진짜 목적에 대해서 차수현은 그저 얼버무리기만 할 뿐 도무지 입을 열 수가 없었다.그러나 온은수의 뛰어난 통찰력을 결코 피할 수는 없었고 그녀가 분명 찾아온 목적이 있다는 걸 온은수는 귀신 같이 알아차렸다. “말해, 무슨 일이야?”평소 본인 앞에만 서면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벌벌 떠는 이 여자, 되도록이면 눈에 안 띄게 피해다니려 하더니 오늘은 웬 일로 먼저 다가와서 관심을 준다? 이건 무조건 진짜 목적이 따로 있는 것이 분명했다.온은수가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거라는 걸 인지한 차수현은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일 일요일이잖아요, 저랑 같이 저희 집에 다녀오실래요?”온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한참 쳐다보았다. 우리 집이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그 집 식구들 때문에 된 통 당하고 지하실에서 꽁꽁 얼어죽을 뻔했지 않았던가?온은수는 그 집 식구들에게 좋은 인상이라곤 1도 없었다. “그 집이라면 내가 방문할 가치가 전혀 없지 않나? 별 일 없으면 그만 나가봐.”감정이라곤 1도 없이 딱딱한 그의 말투, 이건 분명 거절 의사였다.온은수의 의지가 확고한 것을 보고 조바심이 난 차수현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커피 맛있었죠? 그거 제가 탄 거에요, 그러니까 저희 집에 같이 가 주면 제가 직접 맛있는 요리 해드릴게요.”차수현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은 간곡히 부탁하는 것이였다.엄마의 물건들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한 그녀였다. 차수현이 직접 탄 커피라는 말에 그제서야 그녀에게 눈길을 주는 온은수, 초조한 듯 옷깃을 여미는 그녀의 손과 손에 남아있는 뜨거운 물에 데어서 생긴 물집이 눈에 들어왔다.나에게 커피 한 잔 타주려고 이렇게까지?무척이나 초조한 그녀의 모습을 본 온은수의 눈 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나가봐.”끝까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온은수가 야속하기만 한 차수현, 그러나 더 말해봤자 본전도 못 찾을 거라는 걸 잘 아는 차수현은 어쩔수
차예진은 이미애를 향해 눈 짓을 했고 이미애는 이내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린 채 차수현을 끌고 자리를 비켰다.얼떨결에 이미애한테 끌려간 차수현은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고 온은수가 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절대 안 올 것 같던 온은수가 왜 자기발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차수현은 좀 의아했다.이미애는 차수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차수현, 말 안 해도 알지? 네가 온은수 씨랑 결혼할 수 있었던 건 그때 예진이가 원치 않았기에 네가 운 좋게 대신 간 거야, 이제 온은수 씨도 깨어났으니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빠져.”차수현은 차씨네 식구들이 어떤 꿍꿍이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나오는 그 사람들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상종 못할 만큼 파렴치한 인간들. “제가 뺏은게 아니라 그때 예진이가 자기 입으로 싫다고 했거든요, 말은 똑바로 하시죠.”“그래서 뭐? 네가 예진이보다 잘난 게 뭔데? 온은수가 어떤 사람인데 감히 너 같은게 가당키나 해?”차수현은 이미애의 말에 반박을 하려 했지만 순간 뱃속에 있는 어린 생명이 생각났다. 그래, 차예진과 온은수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떠나서 이제 그 둘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차수현이 대꾸 한 마디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침묵으로 일관하자 이미애는 자신의 말이 잘 통한 것으로 여기고 내심 기뻐하며 미리 준비해 둔 수표 한 장을 건넸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꺼져주면 이 돈은 네꺼야, 예진이가 결혼하게 되면 그때 한 몫 더 챙겨줄게, 그러니까 네가 선택해.”차수현은 수표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옛날 같았으면 이 돈을 넙죽 받고 차예진을 온씨 부인 자리에 앉히고 좋아서 덩실덩실 춤을 췄을텐데 지금 이 시각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그러나 결국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정신을 다잡으며 차수현은 이내 수표를 건네받았다. “네, 그럴게요.”차수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방으로 갔고 그 시각 온은수와 차예진 사
차예진은 피아노를 치며 맞은 켠에 앉아있는 온은수를 보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기 위해 차예진은 특별히 화이트 원피스를 입었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정성스럽게 관리를 받고 왔다, 그녀는 현란한 손 놀림으로 자신이 제일 잘하는 곡을 연주했는데 누가 봐도 우아하고 기품있는 공주님의 모습이였다.차한명은 자신이 곱게 키운 딸이 이렇듯 대견한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내 딸이 저렇게 아름다운데 남자라면 당연히 반하지 않겠는가?옆에서 연주를 듣던 온은수는 이내 듣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고 자기도 모르게 차수현이 생각났다. 차씨 집 딸이 둘인데 자매가 누구는 공주님인양 폼 나게 피아노 연주나 하고 있고 누구는 주방에서 음식이나 준비해야 하는 처지라니, 참 우습다.비록 여태 직접 음식을 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주방의 기름 냄새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 온은수는 알고 있다, 게다가 홀몸도 아닌 차수현이 주방에서 음식 준비로 바삐 돌아다니며 온 가족이 먹을 식사를 챙겨야 한다는게 참 어이가 없다.온은수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고 그는 언짢은 듯 코웃음을 쳤다.마침 피아노 연주를 마친 차예진이 온은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씨익 웃었다, 이 남자 볼수록 매력적인데? 안 그래도 잘생긴 외모가 더 빛이 나다니, 차예진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온 대표님, 별 볼 것 없는 피아노 연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조언 해주실 말이께 있으시다면 기쁘게 듣겠습니다.”수줍게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차예진을 보고 그제서야 그녀의 연주가 끝났음을 알게 된 온은수는 그녀를 위 아래로 쭉 스캔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예진씨는 피아노도 잘 치시네요, 부모님께서 참 잘 키우신 것 같네요.”온은수의 말에 차예진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둘 째 따님께서 우아하고 기품있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다른 따님은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차예진의 장끼 자랑에 온은수가 홀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