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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그는 더 이상 수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감정은 이미 붕괴하기 직전이었으니 은수는 자신이 이 여자의 잔혹한 말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절망을 느끼며 그녀더러 입을 다물고 조용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여린 입술이 터진 후, 수현은 통증을 느꼈고 그녀는 손을 내밀어 은수의 가슴을 힘껏 밀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은수는 그녀의 피를 맛보며, 어두운 눈동자는 어느새 미친 핏빛으로 물들었다.

수현은 이런 고통을 참으며 차라리 상처가 찢어지고 피가 나더라도 그의 키스에 응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더러 입술을 깨물게 할지언정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혐오는 여태껏 거짓말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생각이었다.

은수가 멈칫할 때, 수현은 마침내 기회를 찾아 앞의 남자를 밀어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고, 은수는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

"어디 가?"

"내 목적이 이미 당신에게 들켰으니, 나도 더 이상 헛된 일을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앞으로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수현의 담담한 말투는 은수의 남아 있는 이성을 점차 무너뜨렸다.

그는 수현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고, 방금 생긴 상처는 너무 힘을 주어 다시 찢어지며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은수는 마치 감각이 없는 것처럼 계속 그녀를 붙잡았다.

은수가 괴로워하는 동시, 수현도 역시 많이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은수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집착했다.

"난 당신을 보내지 않을 거야."

"그래요? 그럼 또 5년 전처럼 아무도 없는 곳에 날 감금할 거예요? 아니면 차라리 나를 무슨 정신병원에 보내서 바보로 만들어 순순히 당신의 말을 듣게 할 건가요?

수현의 말투는 매우 담담했지만 이런 평온함은 분노나 원망보다 더욱 사람에게 절망을 가져다줬고 적어도 은수에게는 그랬다.

"내가 어떻게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

최근에 그녀와 다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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