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이 말을 듣자마자 골치가 아팠다. 은수가 여전히 그 여자를 염려하고 있을 줄이야.비록 이미 수현을 풀어주었지만 어르신도 은수가 계속 수현과 얽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는 재빨리 은수를 침대에 눕혔다."그녀는 괜찮아, 아주 건강하니까 너도 걱정할 필요 없어. 넌 방금 깨어나서 몸이 이렇게 허약한데, 자꾸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려고 하는 게야?”수현이 괜찮다는 것을 들은 은수는 마음을 놓았다.그러나 남자는 여전히 나가려고 애썼고, 그는 금방 깨어났기에 몸은 정말 허약하고 힘이 없어 팔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으니 침대에서 내려와 걷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그래서 은수는 잠시 포기하고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그가 더 이상 수현을 만나러 가려고 애쓰지 않는 것을 보고 어르신은 한숨을 돌리며 예린을 바라보았다."네가 수고 좀 해라. 은수 잘 돌보고.”예린은 원래 이 틈을 타서 은수를 돌보며 이 남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게 하려고 생각했으니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얼른 대답했다."저한테 맡기면 돼요, 은수 씨 잘 챙길게요.”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나갔다.어르신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예린도 괜찮아 보이는 데다가 전에 또 은수를 구해주며 은수만 바라보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은수는 그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일까?그는 두 사람이 같이 지내며 정이 들어 은수가 빨리 지난 황당했던 혼인을 잊어버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어르신이 떠난 후 방 안에는 예린과 은수 두 사람만 남았다.예린은 얼른 은수에게 물 한 잔 따라줬고 또 방금 땅바닥에 깨진 유리컵을 치웠다.은수는 잠시 쉬다 힘이 좀 돌아왔고 예린이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깨진 유리를 치우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여긴 걱정할 필요 없으니 돌아가서 쉬어요.”예린에 대한 은수의 태도는 무척 확고했다.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니 더 이상 그녀에게 희망을 줄 순 없었다.그는 이미 전에 그녀에게 무모한 희망을 주었고 그다음
지금 그가 보고 싶은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자신에게 매달리고 있었다.은수는 잠시 생각하다 또 자신이 좀 우습다고 느꼈다.그는 이렇게 감성적인 성격이 아닌데, 어째서 지금은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이토록 고민을 하는 것일까?설마 병에 걸려서 지금 마음도 따라 취약해진 것일까?은수는 자신을 비웃으며 침대 머리맡의 전화를 들고 직접 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여자가 아무리 매정하더라도 본인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아픈 걸 알면 꼭 와봐야 하지 않을까.전화는 몇 번 울렸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윤찬에게 전화를 해서 수현을 찾으라고 할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은은한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은수는 전화를 내려놓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훗, 이 여자도 드디어 뭘 좀 터득했군.’적어도 음식을 만들어서 자신을 보러 왔으니까.은수의 표정은 온화해졌고 문을 바라보며 사람이 들어오기를 기다렸지만 한참 지나도 바깥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예진은 손에 도시락을 들고 병실 입구에 서서 다소 긴장했다.요 며칠 동안 그녀는 모든 일을 미루고 또 큰돈을 들여 온 씨네 셰프의 식단을 샀고 몇 명의 유명 셰프의 가르침과 장시간의 연구를 통해 마침내 은수의 입맛에 완벽하게 맞는 음식을 만들었다.그리고 드디어 성공한 예진은 은수가 뜻밖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그녀도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음식을 만들어 병문안을 왔다.그러나 병실 입구에 도착하자 예진은 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지난번에 은수에게 거절을 당한 그녀는 여전히 속으로 은수가 두려웠고, 만약 이번에 또 실패한다면 그녀의 자존심은 아마 철저히 무너질 것이다.예진이 들어갈까 말까 망설일 때 은수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밖에서 뭘 꾸물대는 거야? 들어와.”예진은 깜짝 놀랐고 즉시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은수는 단지 음식의 향기를 맡고 주동적으로 자신 보고 병실에 들어오
은수의 말투는 너무 싸늘해서 예진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난...... 난 단지......"예진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은수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지난번에 내가 경고했을 텐데.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차 씨네 집안도 이젠 망할 때가 된 것 같군.”은수는 핸드폰을 꺼내 윤찬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예진은 그가 농담이 아닌 것을 보고 가슴이 떨렸다. 만약 차한명이 또 자신이 은수를 찾아가서 오히려 소란을 피운 것을 알며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도련님, 차수현이 나한테 말한 거예요. 그녀는 자신이 돈이 부족하다고 말했고, 나한테 도련님을 좋아하냐고 물었어요. 나도 그땐 그녀의 말에 홀려서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고요!”은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도 대충 짐작이 갔다. 자신을 이토록 잘 알고 또 차예진과 관계가 있는 사람은 수현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녀가 아니란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역시나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그녀는 대체 자신을 뭘로 생각한 것일까?그는 그녀를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수현은 돈 때문에 자신을 다른 여자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은수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고 예진은 더욱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는 얼른 다시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차수현의 말을 믿고 이런 생각을 해선 안 됐는데......”“꺼져, 당장 꺼져!”은수는 지금 그 여자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아 탁자 위의 물건을 들고 예진한테 던졌다.예진은 피하지 못하고 맞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은수가 화나서 자신과 따지지 않는 틈을 타 재빨리 도망갔다.예진은 하이힐을 신은 채 초라하게 허겁지겁 병원 문 앞에 도착해서야 멈췄다.방금 은수가 분노에 찬 그 무서운 모습을 생각하면 그녀는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예진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서 바로 수현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예진은 주먹을
비록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윤찬은 즉시 깨달았다. "그 여자"가 바로 차수현이라는 것을.이 세상에 도련님을 이 정도로 만들 사람은 아마 수현밖에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줄곧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던 도련님을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윤찬은 얼른 대답하고는 조심스럽게 나가서 수현의 행방을 조사했다.......수현은 은서를 따라 배에서 내려 바로 가장 빨리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a국으로 떠났다.비행기에 앉아 창밖의 두꺼운 구름을 보며 수현의 마음은 무척 무거웠다.한 편으로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어머니를 마침내 찾아서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수의 상태가 지금 어떤지 궁금했다.‘그 남자는 지금 깨어났는지 모르겠네. 몸은 괜찮을까?’수현은 손가락을 꽉 쥐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잘 안착시킨 뒤 바로 귀국해서 은수를 만나러 가리라 마음을 먹었다. 멀리서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그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만 할 수 있다면, 그녀는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은서는 수현의 곁에 앉아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수현아, 왜 그래? 어디 불편해?”수현은 고개를 저었고 고개를 들어 은서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그녀는 지금 이미 은서와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녀도 은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평소에 성격이 아주 좋았지만 고집이 무척 세서 마음을 먹은 일이라면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았다.그는 아직 그들의 감정이 과거형으로 된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수현은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고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또 눈을 감았다."나 좀 피곤하네. 잠깐 눈 좀 붙일 게.”은서는 어찌 그녀가 지금 자신을 소외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그는 수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바로 얇은 담요를 수현에게 덮어주었다.그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놓쳐 수현
그 간호사는 수현이 무척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 여자의 친척이 자신을 찾아와서 따지려는 줄 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두 사람을 데리고 혜정이 있는 병실로 갔다.수현은 그 간호사의 뒤를 따가며 몸은 자신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방금 간호사가 큰일 났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엄마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그러나 그녀도 이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예진은 그녀의 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자신의 엄마를 이렇게 대하는 것일까?간호사는 곧 두 사람을 데리고 병실에 도착했다.그 낡은 문을 열자 수현은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눈물이 쏟아졌다.정말 자신의 엄마였다…...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임신한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며 서둘러 달려가 혜정의 손을 잡았다."엄마, 나 왔어요. 내가 많이 늦었죠, 눈 좀 떠서 나 좀 봐요!”침대 위의 혜정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수현의 부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수현은 즉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엄마, 나랑 장난하지 마요, 나 혼자 두지 말라고요!”은서는 이 장면을 보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동안 그도 혜정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겼다. 만약 혜정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수현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서 수현을 부축했다."수현아, 일단 진정해. 내가 어머님의 상태부터 체크할 테니까, 우리 바로 어머님을 병원으로 옮기자!”은서의 말을 들은 수현은 감정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녀는 지금 자신의 엄마와 조금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지만 서둘러 자리를 양보했다.‘은서는 의사이니까 분명 엄마의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을 거야.’은서는 혜정의 상태를 체크했다. 비록 호흡은 미약하지만 아직 심각한 편은 아니었고 증상을 보면 오히려 약물로 인한 알레르기 같았다.은서는 그들에게 무슨 약을 썼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때 예진이 파견한 하인이 밖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안에 누군가가 여기에 있는 것
하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온가네 집안이라니, 차 씨네 집안 열 개를 더해도 감히 온가네 집안과 맞서지 못했으니 어찌 자신처럼 비천한 하인이 상대할 수 있겠는가?그는 비록 차가네 사람들이 자신의 소홀로 인에 벌을 줄까 봐 두려웠지만, 결국 목숨이 더 중요했다.아까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하인은 바로 쫄더니 은서에게 길을 내주었다.이때 은서가 방금 연락했던 구급차도 아래층에 도착했다.은서도 그들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얼른 혜정을 침대에서 부축했고 수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가서 그를 도와주었다.두 사람은 혜정을 구급차에 태웠고 은서는 다시 돌아와서 그 하인의 머리에 총을 대며 그를 데려갔다.혜정의 약물 알레르기는 그가 한 짓일 수도 있으니 은서는 반드시 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심문을 해야 했다.수현도 옆에서 밧줄로 그 사람을 단단히 묶었고, 그녀의 눈빛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만약 자신의 엄마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는 절대로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구급차는 곧바로 혜정을 병원에 데려갔고 수현도 줄곧 그들을 따라가다 응급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은서도 이미 이 하인이 한 모든 일을 심문해 내며 의사와 일일이 설명했다.수현은 한쪽에 앉아 멍하니 응급실의 문을 지켜보고 있었다.은서는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고개를 돌리자 수현의 멍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수현아, 걱정하지 마, 어머님한테 아무 일 없을 거야.”수현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며 은서를 한 번 보았다."고마워…...”만약 은서가 과감하게 나서지 않았다면 그녀는 엄청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도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은서는 수현의 고맙다는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그가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이것이 아니었고, 그가 원하는 것은 수현이 예전처럼 이렇게 슬프고 무기력한 순간에 그의 품에 안겨 자신더러 그녀를 위로하게 하는 것이었다.그들은 결국 많이 소원해졌고, 그도…... 어쩌면 이미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
병원.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수현은 밖에 서 있으며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움직이지도, 떠나지도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떠난다면 혜정은 전처럼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납치해가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응급실 문이 마침내 열렸고 혜정이 안에서 나왔다.“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 어때요? 몸은 괜찮은 가요?”수현은 다급하게 달려가 의사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환자의 몸은 비교적 허약하지만, 다행히 제때에 병원으로 와서 지금은 이미 생명의 위험이 없어요. 다만 여전히 잘 쉬어야 해요. 앞으로 절대로 이런 상황이 다시 나타나선 안 돼요.”수현은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엄마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수현은 마침내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재빨리 간호사의 뒤를 따라 그들과 함께 엄마의 병실로 들어갔다.은서는 수현의 표정을 보며 그녀가 지금 매우 안정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혼자 나가서 각종 수속을 모두 밟으며 수현과 혜정에게 그들 모녀만의 공간을 남겨 주었다.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한 수현은 혜정의 침대 앞에 앉아 그녀의 수척한 손을 잡고 슬픔에 잠겼다.혜정의 손은 지금까지도 주사를 놓고 있었고 창백한 피부와 심하게 야윈 몸은 그녀의 혈관을 유난히 무서울 정도로 뚜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환자복도 아무도 제대로 갈아주지 않아 지금은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그러나 수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혜정의 손을 자신의 볼에 갖다 댔다.그녀는 오래전에 한명이 아직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이미애 모녀도 없었을 때 자신의 어머니가 무척 아름답고 대범한 여자였을 때를 떠올렸다. 혜정은 종래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그렇게 예쁜 엄마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이 모든 것은 차가네 사람들이 한 짓이었다.수현은 차 씨네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이렇게 강렬했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만약 지금 엄마가
윤찬은 자료를 제출한 후 은수가 감정이 격해져 다시 쓰러질까 봐 계속 숨을 참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은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통제력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냉정했다.그러나 그의 냉정함을 본 윤찬은 더욱 등골이 오싹했다.그는 은수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은수가 이런 표정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을 주었다.“즉시 비행기 준비해, 내가 직접 찾아갈 거야.”은수는 손에 든 자료를 한쪽에 던지며 차갑게 명령했다.“도련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도련님께서도 차수현 씨의 일을 상관하지 마시고 우선 자신의 건강을 고려하십시오.”윤찬은 그의 명령을 듣고 마음속으로 좀 두려워했지만 그대도 용기를 내어 그를 말렸다.그가 봤을 때, 수현의 마음엔 은수가 없었고 심지어 무척 매정했다. 이런 여자를 위해 방금 며칠간 고열이 난 몸을 끌고 쫓아가는 것은 너무 미련했다.“이젠 내 말도 안 듣는 건가?" 은수는 말투가 차가워지더니 짙은 불쾌감을 드러냈다.윤찬은 그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곧 준비하러 가겠습니다.”윤찬이 떠난 후, 은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었다.거울 속 많이 초췌해진 사람을 보며 남자의 눈빛은 점차 차가워졌다.그는 마음이 전혀 자신에게 있지 않은 여자를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충동적이고 줄곧 도도하던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는 그들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따돌리고 행복해지며 자신은 마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조연일 뿐인 것 같아서 달갑지 않았다. ......수현은 병상 앞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혜정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은서는 그녀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수현아, 여긴 내가 있으니 돌아가서 좀 쉬어.”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은서를 안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엄마가 이렇게 고생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양심이 불안했기 때문이다.오직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