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수현은 밖에 서 있으며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움직이지도, 떠나지도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떠난다면 혜정은 전처럼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납치해가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응급실 문이 마침내 열렸고 혜정이 안에서 나왔다.“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 어때요? 몸은 괜찮은 가요?”수현은 다급하게 달려가 의사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환자의 몸은 비교적 허약하지만, 다행히 제때에 병원으로 와서 지금은 이미 생명의 위험이 없어요. 다만 여전히 잘 쉬어야 해요. 앞으로 절대로 이런 상황이 다시 나타나선 안 돼요.”수현은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엄마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수현은 마침내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재빨리 간호사의 뒤를 따라 그들과 함께 엄마의 병실로 들어갔다.은서는 수현의 표정을 보며 그녀가 지금 매우 안정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혼자 나가서 각종 수속을 모두 밟으며 수현과 혜정에게 그들 모녀만의 공간을 남겨 주었다.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한 수현은 혜정의 침대 앞에 앉아 그녀의 수척한 손을 잡고 슬픔에 잠겼다.혜정의 손은 지금까지도 주사를 놓고 있었고 창백한 피부와 심하게 야윈 몸은 그녀의 혈관을 유난히 무서울 정도로 뚜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환자복도 아무도 제대로 갈아주지 않아 지금은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그러나 수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혜정의 손을 자신의 볼에 갖다 댔다.그녀는 오래전에 한명이 아직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이미애 모녀도 없었을 때 자신의 어머니가 무척 아름답고 대범한 여자였을 때를 떠올렸다. 혜정은 종래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그렇게 예쁜 엄마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이 모든 것은 차가네 사람들이 한 짓이었다.수현은 차 씨네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이렇게 강렬했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만약 지금 엄마가
윤찬은 자료를 제출한 후 은수가 감정이 격해져 다시 쓰러질까 봐 계속 숨을 참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은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통제력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냉정했다.그러나 그의 냉정함을 본 윤찬은 더욱 등골이 오싹했다.그는 은수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은수가 이런 표정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을 주었다.“즉시 비행기 준비해, 내가 직접 찾아갈 거야.”은수는 손에 든 자료를 한쪽에 던지며 차갑게 명령했다.“도련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도련님께서도 차수현 씨의 일을 상관하지 마시고 우선 자신의 건강을 고려하십시오.”윤찬은 그의 명령을 듣고 마음속으로 좀 두려워했지만 그대도 용기를 내어 그를 말렸다.그가 봤을 때, 수현의 마음엔 은수가 없었고 심지어 무척 매정했다. 이런 여자를 위해 방금 며칠간 고열이 난 몸을 끌고 쫓아가는 것은 너무 미련했다.“이젠 내 말도 안 듣는 건가?" 은수는 말투가 차가워지더니 짙은 불쾌감을 드러냈다.윤찬은 그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곧 준비하러 가겠습니다.”윤찬이 떠난 후, 은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었다.거울 속 많이 초췌해진 사람을 보며 남자의 눈빛은 점차 차가워졌다.그는 마음이 전혀 자신에게 있지 않은 여자를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충동적이고 줄곧 도도하던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는 그들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따돌리고 행복해지며 자신은 마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조연일 뿐인 것 같아서 달갑지 않았다. ......수현은 병상 앞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혜정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은서는 그녀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수현아, 여긴 내가 있으니 돌아가서 좀 쉬어.”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은서를 안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엄마가 이렇게 고생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양심이 불안했기 때문이다.오직 이렇게
은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방 안의 이 더없이 조화로운 장면을 바라보았다. 비록 비행기에서 남자는 이미 여러 가지 상황을 구상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장면은 여전히 그의 눈에 거슬렸다.이 화기애애한 장면은 마치 그들 세 사람이야말로 다정하고 화목한 가족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관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수현은 멈칫하더니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온은수가 어떻게 여기에?’수현은 반응한 후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온...... 온은수 씨,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몸은 좀 괜찮아요?”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수현의 마음은 좀 씁쓸했다.예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비해 지금의 은수는 많이 야위었고 안색도 무척 창백했으며 눈 밑에 다크서클까지 생겨 많이 초췌해 보였다.그동안 병상에 누워있으며 그도 분명 고통스러웠을 것이다.수현은 은수가 정말 회복되었는지 확인하려고 다가갔지만, 채 다가가기도 전에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왜, 이제 드디어 내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거야? 근데 너무 가식적이지 않나?”만약 방금 그들 세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는 이 여자가 정말 자신을 관심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그녀의 표정은 무척 진실했기에.그러나 지금 수현의 모든 표정은 은수의 눈에 있어 모두 위선이었고 역겨울 정도로 가식적이었다.수현은 은수가 사정없이 비웃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그런 거 아니에요. 난 줄곧 온은수 씨를 걱정했어요. 하지만......”“하지만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남자와 도망가는 게 더 중요했어, 맞지?”은수는 냉소하면서 수현에게 아무런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혜정은 한쪽 병상에 앉아 자신에게 있어 완전히 낯선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걱정했다."수현아, 이 사람은 누구야?”“엄마, 그는…... 그는......”수현은 한동안 은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전 남편? 아니면 은서의 셋째 작은아버지?어느 신분이든 지금은 그저 어색할 뿐이었다.수현의
은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윤찬은 총을 든 퇴역 특전사 몇 명을 데리고 오며 그의 뒤를 지켰다.어두컴컴한 총은 은서를 겨누며 유난히 무서웠다.병원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분분히 도망쳤다.은서도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 안색이 굳어졌다. 은수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빼앗을 줄이야.은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수현을 데리고 떠났다.은서는 쫓아가려 했지만 총과 맞대고 있는 그는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고 그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그렇게 은수에게 끌려갔다.남자의 손은 마치 철로 만든 집게처럼 그녀의 뼈를 으스러뜨리려는 것 같았다.그녀조차도 이런 모습의 은수를 처음 보았는데, 그는 마치 분노에 겨운 야수처럼 수시로 그녀의 목을 깨물 수 있었다.수현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고 발버둥 쳤지만 더욱 단단히 그에게 잡혔다.비록 은수의 몸은 전보다 많이 허약해졌지만, 여전히 그녀처럼 연약한 여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온은수 씨, 내 말 좀 들어봐요.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우리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요. 나도 당신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닥쳐.”은수는 수현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그녀가 설명할수록 그는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수현은 입술을 꽉 물었다. 그녀는 은수가 지금 매우 화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도 그가 화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가 죽는 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온은수 씨, 내 말 믿어줘요. 내가 여기에 급하게 온 이유는 차 씨네 사람들이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해서 그랬어요. 나의 계획은 우리 엄마를 안정시킨 다음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웁!”수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은수는 그녀의 턱을 꽉 쥐었다.극심한 통증으로 수현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눈물이 쏟아졌다.은수는 무표정하게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며 곧바로 그 실크 넥타이를 수
수현의 눈에 비친 공포와 두려움을 보며 은수의 웃음은 더욱 깊어졌다.그는 손을 뻗어 놀라서 창백하게 질린 여자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내가 미쳤다고 말하고 싶겠지? 내 생각에도 그래, 난 이미 당신 때문에 미쳤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같이 미쳐버리자, 그 누구도 행복해질 생각하지 마.”말이 끝나자 은수는 시선을 돌렸고 차는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앞을 바라보며 속으로 무척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수현이 끌려간 후 윤찬은 그 사람들더러 은서를 풀어주라고 했다.그들의 목적은 수현을 데려가기 위한 것일 뿐,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었다.은서는 풀려난 뒤 윤찬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당신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예요? 작은아버지는 대체 수현을 어디로 데려갔냐고요?”윤찬도 어쩔 수 없었다. 은수의 생각은 결코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은서 도련님, 저도 대표님의 생각을 잘 모르지만, 지금은 더 이상 대표님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도 대표님께서 이토록 충동적인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은서는 힘없이 손을 놓았다.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은수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온은서, 넌 여전히 단순하기 짝이 없군.전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말을 수없이 그에게 해왔지만, 그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의사가 되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주며 이런 시비와 혼란에서 멀리하고 싶었다.그러나 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다시 한번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비록 그는 이미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격차를 메울 수는 없었다.은서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한 주먹 한 주먹 침대에 찧었다.윤찬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를 말려야 할지 몰라 한숨을 쉬고는 이곳을 떠
그러나 은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왔고 수현 쪽의 차 문을 연 다음 그녀를 끌어내렸다.수현은 여전히 그를 피하며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안에 들어가면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러나 그녀가 피하자 은수는 더욱 초조해졌고 남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수현을 끌고 병원으로 들어갔다.수현은 바로 수술실 입구로 끌려갔고, 은수는 그제야 그녀의 입에 넣은 넥타이를 꺼냈다.수현은 턱이 아팠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당, 당신 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 왜 나를 여기에 데리고 왔죠? 당장 보내줘요!”은수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이마 앞에 있는 잔머리를 정리했다."내가 여기에 뭐 하러 왔는지 한 번 맞춰봐.”남자의 시선은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며 수현의 아랫배에 멈추었다.수현은 몸서리를 치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안 돼요, 그럴 순 없어요!”“그건 당신 마음대로 될 일이 아닐 텐데.”은수는 지금 두려움으로 창백해진 수현의 얼굴을 보면서 복수의 쾌감을 느꼈다.그가 병실에서 수현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팔아먹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이런 심정이었고, 지금 그녀는 마침내 이런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수현은 은수가 이런 표정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것처럼 미친 것 같았다.그녀는 점점 더 공포를 느끼며 도망가려고 했지만, 은수는 그녀를 잡고 뒤에 있는 몇 명의 의료진에게 맡겼다.“유산 수술 진행해.”은수는 유창하게 a국어를 말하고 있었다.수현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들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그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No, please......" (아니요, 제발 그러지 마요.)그러나 그 사람들은 수현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바로 그녀를 수술실로 데리고 들어갔다.수술실에 들어서자 익숙하면서도 역겨운 냄새를 맡은 수현은 순간 구역질이 났다.지난번 수술대에서 강제로 유산을 당할 뻔했던 기억이 생생했다.의료진은 수현의
은수는 수현의 눈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 여자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신이 그녀의 협박에 바로 수술을 그만둘 만큼 멍청하다고 여기나 보지?“안심해, 만약 내가 당신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거야.”은수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수현은 등골이 오싹했다.“만약 당신이 단식한다면, 난 당신이 평생 영양액을 달고 살 수 있게 할 수 있어. 두렵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해봐.”은수는 실눈을 뜨며 눈빛은 잔혹함을 띠었다.수현은 갑자기 눈앞에 있는 남자가 낯설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치 은수의 이런 면을 진정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를 죽이는 일을 이토록 과감하게 결정하다니.그의 말 한마디면 누군가를 살지 못하게 할 수 있었고 또 누군가는 죽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은수는 이 말을 남긴 뒤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수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의외로 평온해졌다.손발이 묶여 있었으니 그녀는 아마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온은수, 만약 나중에 당신이 내 뱃속의 아이가 정말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당신은 오늘 스스로 그를 지운 것을 후회할까요?”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수현의 말은 왠지 모르게 그의 분노를 일으켰다.그녀는 뱃속에 있는 이 아이를 위해서 정말 무슨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만일은 없어. 설령 당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당신은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어.”이렇게 차가운 말 한마디를 남긴 뒤 은수는 훌쩍 떠났다.수술실 문은 바로 닫혔다.수현은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런 대답을 얻은 그녀는 마땅히 울어야 하겠지만 수현은 뜻밖에도 웃었다.다만 이 웃음 속에는 절망이 있었고 그렇게 웃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는 그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여자였다니.그녀는 그의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고?수현은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고 옆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는 그녀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것을 보고 마취제를 들고 걸어왔다.수현은 마취제의 주사가 점점 가까워지
수술실 입구에 서있던 은수는 안의 소리가 혼란부터 점차 조용해진 것을 들었다.그는 그 안의 화면을 상상할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수술은 지금 착착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의 이런 상상은 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통쾌하지 못했고 오히려 가슴은 큰 바위에 눌린 듯 무척 답답했다.그렇게 시간은 1분 1초 흘러가며 1세기라도 지난 것 같았다.은수는 참지 못하고 품 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며 불을 붙이려 했지만 이곳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그가 천천히 담배 박스를 납작하게 눌렀을 때, 뒤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은수는 고개를 돌렸고 은서가 급히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수현이 걱정돼서 은서는 어르신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어르신은 더 이상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은서가 자신의 목숨으로 그를 협박했기에 그도 결국 은서를 도울 수밖에 없었다.그는 수현의 위치를 얻은 후 곧바로 달려왔지만, 마음속의 불길한 예감은 갈수록 강렬해졌다.조바심이 났기 때문에 은서의 잘생기고 부드러운 얼굴에는 지금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수현이는요?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은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담배를 한쪽 쓰레기통에 버렸다."한 번 맞혀봐.”은서는 주먹을 꽉 쥐었고 즉시 수술실을 바라보며 인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수현을 데리고 와서 유산 수술했어요?”은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침묵으로 묵인했다.은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수현이 이 아이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이 수술은 은수가 강제로 진행한 게 틀림없었다.이런 생명을 멸시하는 행위는 의사인 은서가 제일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수현이 그 아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면서도 왜 이렇게 하는 건데요!”“나와 큰 소리로 말할 시간이 있다면 왜 그녀더러 네 아이를 품고 나한테 시집오게 만들었는지부터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네가 조금의 책임감이라도 있었다면 일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거야.”은서의 마음은 마치 무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