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온가네 집안이라니, 차 씨네 집안 열 개를 더해도 감히 온가네 집안과 맞서지 못했으니 어찌 자신처럼 비천한 하인이 상대할 수 있겠는가?그는 비록 차가네 사람들이 자신의 소홀로 인에 벌을 줄까 봐 두려웠지만, 결국 목숨이 더 중요했다.아까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하인은 바로 쫄더니 은서에게 길을 내주었다.이때 은서가 방금 연락했던 구급차도 아래층에 도착했다.은서도 그들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얼른 혜정을 침대에서 부축했고 수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가서 그를 도와주었다.두 사람은 혜정을 구급차에 태웠고 은서는 다시 돌아와서 그 하인의 머리에 총을 대며 그를 데려갔다.혜정의 약물 알레르기는 그가 한 짓일 수도 있으니 은서는 반드시 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심문을 해야 했다.수현도 옆에서 밧줄로 그 사람을 단단히 묶었고, 그녀의 눈빛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만약 자신의 엄마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녀는 절대로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구급차는 곧바로 혜정을 병원에 데려갔고 수현도 줄곧 그들을 따라가다 응급실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은서도 이미 이 하인이 한 모든 일을 심문해 내며 의사와 일일이 설명했다.수현은 한쪽에 앉아 멍하니 응급실의 문을 지켜보고 있었다.은서는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고개를 돌리자 수현의 멍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수현아, 걱정하지 마, 어머님한테 아무 일 없을 거야.”수현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리며 은서를 한 번 보았다."고마워…...”만약 은서가 과감하게 나서지 않았다면 그녀는 엄청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도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은서는 수현의 고맙다는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그가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이것이 아니었고, 그가 원하는 것은 수현이 예전처럼 이렇게 슬프고 무기력한 순간에 그의 품에 안겨 자신더러 그녀를 위로하게 하는 것이었다.그들은 결국 많이 소원해졌고, 그도…... 어쩌면 이미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
병원.시간은 1분 1초 흘러갔고 수현은 밖에 서 있으며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감히 움직이지도, 떠나지도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떠난다면 혜정은 전처럼 갑자기 다른 사람에게 납치해가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응급실 문이 마침내 열렸고 혜정이 안에서 나왔다.“의사 선생님, 우리 엄마 어때요? 몸은 괜찮은 가요?”수현은 다급하게 달려가 의사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환자의 몸은 비교적 허약하지만, 다행히 제때에 병원으로 와서 지금은 이미 생명의 위험이 없어요. 다만 여전히 잘 쉬어야 해요. 앞으로 절대로 이런 상황이 다시 나타나선 안 돼요.”수현은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엄마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수현은 마침내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재빨리 간호사의 뒤를 따라 그들과 함께 엄마의 병실로 들어갔다.은서는 수현의 표정을 보며 그녀가 지금 매우 안정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혼자 나가서 각종 수속을 모두 밟으며 수현과 혜정에게 그들 모녀만의 공간을 남겨 주었다.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한 수현은 혜정의 침대 앞에 앉아 그녀의 수척한 손을 잡고 슬픔에 잠겼다.혜정의 손은 지금까지도 주사를 놓고 있었고 창백한 피부와 심하게 야윈 몸은 그녀의 혈관을 유난히 무서울 정도로 뚜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환자복도 아무도 제대로 갈아주지 않아 지금은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그러나 수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혜정의 손을 자신의 볼에 갖다 댔다.그녀는 오래전에 한명이 아직 바람을 피우지 않았고 이미애 모녀도 없었을 때 자신의 어머니가 무척 아름답고 대범한 여자였을 때를 떠올렸다. 혜정은 종래로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그렇게 예쁜 엄마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이 모든 것은 차가네 사람들이 한 짓이었다.수현은 차 씨네 사람들에 대한 증오가 이렇게 강렬했던 적이 한순간도 없었다.만약 지금 엄마가
윤찬은 자료를 제출한 후 은수가 감정이 격해져 다시 쓰러질까 봐 계속 숨을 참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은수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통제력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매우 냉정했다.그러나 그의 냉정함을 본 윤찬은 더욱 등골이 오싹했다.그는 은수의 곁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은수가 이런 표정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무시할 수 없는 압박감을 주었다.“즉시 비행기 준비해, 내가 직접 찾아갈 거야.”은수는 손에 든 자료를 한쪽에 던지며 차갑게 명령했다.“도련님,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도련님께서도 차수현 씨의 일을 상관하지 마시고 우선 자신의 건강을 고려하십시오.”윤찬은 그의 명령을 듣고 마음속으로 좀 두려워했지만 그대도 용기를 내어 그를 말렸다.그가 봤을 때, 수현의 마음엔 은수가 없었고 심지어 무척 매정했다. 이런 여자를 위해 방금 며칠간 고열이 난 몸을 끌고 쫓아가는 것은 너무 미련했다.“이젠 내 말도 안 듣는 건가?" 은수는 말투가 차가워지더니 짙은 불쾌감을 드러냈다.윤찬은 그가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곧 준비하러 가겠습니다.”윤찬이 떠난 후, 은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갈아입었다.거울 속 많이 초췌해진 사람을 보며 남자의 눈빛은 점차 차가워졌다.그는 마음이 전혀 자신에게 있지 않은 여자를 위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충동적이고 줄곧 도도하던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다만 그는 그들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따돌리고 행복해지며 자신은 마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조연일 뿐인 것 같아서 달갑지 않았다. ......수현은 병상 앞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혜정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은서는 그녀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수현아, 여긴 내가 있으니 돌아가서 좀 쉬어.”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은서를 안 믿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엄마가 이렇게 고생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양심이 불안했기 때문이다.오직 이렇게
은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방 안의 이 더없이 조화로운 장면을 바라보았다. 비록 비행기에서 남자는 이미 여러 가지 상황을 구상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장면은 여전히 그의 눈에 거슬렸다.이 화기애애한 장면은 마치 그들 세 사람이야말로 다정하고 화목한 가족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관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수현은 멈칫하더니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온은수가 어떻게 여기에?’수현은 반응한 후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온...... 온은수 씨,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몸은 좀 괜찮아요?”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수현의 마음은 좀 씁쓸했다.예전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비해 지금의 은수는 많이 야위었고 안색도 무척 창백했으며 눈 밑에 다크서클까지 생겨 많이 초췌해 보였다.그동안 병상에 누워있으며 그도 분명 고통스러웠을 것이다.수현은 은수가 정말 회복되었는지 확인하려고 다가갔지만, 채 다가가기도 전에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왜, 이제 드디어 내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거야? 근데 너무 가식적이지 않나?”만약 방금 그들 세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장면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는 이 여자가 정말 자신을 관심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그녀의 표정은 무척 진실했기에.그러나 지금 수현의 모든 표정은 은수의 눈에 있어 모두 위선이었고 역겨울 정도로 가식적이었다.수현은 은수가 사정없이 비웃는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그런 거 아니에요. 난 줄곧 온은수 씨를 걱정했어요. 하지만......”“하지만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남자와 도망가는 게 더 중요했어, 맞지?”은수는 냉소하면서 수현에게 아무런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혜정은 한쪽 병상에 앉아 자신에게 있어 완전히 낯선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걱정했다."수현아, 이 사람은 누구야?”“엄마, 그는…... 그는......”수현은 한동안 은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전 남편? 아니면 은서의 셋째 작은아버지?어느 신분이든 지금은 그저 어색할 뿐이었다.수현의
은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윤찬은 총을 든 퇴역 특전사 몇 명을 데리고 오며 그의 뒤를 지켰다.어두컴컴한 총은 은서를 겨누며 유난히 무서웠다.병원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분분히 도망쳤다.은서도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 안색이 굳어졌다. 은수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빼앗을 줄이야.은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수현을 데리고 떠났다.은서는 쫓아가려 했지만 총과 맞대고 있는 그는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고 그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그렇게 은수에게 끌려갔다.남자의 손은 마치 철로 만든 집게처럼 그녀의 뼈를 으스러뜨리려는 것 같았다.그녀조차도 이런 모습의 은수를 처음 보았는데, 그는 마치 분노에 겨운 야수처럼 수시로 그녀의 목을 깨물 수 있었다.수현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꼈고 발버둥 쳤지만 더욱 단단히 그에게 잡혔다.비록 은수의 몸은 전보다 많이 허약해졌지만, 여전히 그녀처럼 연약한 여자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온은수 씨, 내 말 좀 들어봐요.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우리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요. 나도 당신을 보러 가고 싶었지만......”“닥쳐.”은수는 수현의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그녀가 설명할수록 그는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수현은 입술을 꽉 물었다. 그녀는 은수가 지금 매우 화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도 그가 화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가 죽는 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온은수 씨, 내 말 믿어줘요. 내가 여기에 급하게 온 이유는 차 씨네 사람들이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걱정해서 그랬어요. 나의 계획은 우리 엄마를 안정시킨 다음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웁!”수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은수는 그녀의 턱을 꽉 쥐었다.극심한 통증으로 수현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눈물이 쏟아졌다.은수는 무표정하게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며 곧바로 그 실크 넥타이를 수
수현의 눈에 비친 공포와 두려움을 보며 은수의 웃음은 더욱 깊어졌다.그는 손을 뻗어 놀라서 창백하게 질린 여자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내가 미쳤다고 말하고 싶겠지? 내 생각에도 그래, 난 이미 당신 때문에 미쳤으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같이 미쳐버리자, 그 누구도 행복해질 생각하지 마.”말이 끝나자 은수는 시선을 돌렸고 차는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앞을 바라보며 속으로 무척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수현이 끌려간 후 윤찬은 그 사람들더러 은서를 풀어주라고 했다.그들의 목적은 수현을 데려가기 위한 것일 뿐,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키려는 게 아니었다.은서는 풀려난 뒤 윤찬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당신들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예요? 작은아버지는 대체 수현을 어디로 데려갔냐고요?”윤찬도 어쩔 수 없었다. 은수의 생각은 결코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은서 도련님, 저도 대표님의 생각을 잘 모르지만, 지금은 더 이상 대표님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도 대표님께서 이토록 충동적인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습니다.”은서는 힘없이 손을 놓았다.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은수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온은서, 넌 여전히 단순하기 짝이 없군.전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말을 수없이 그에게 해왔지만, 그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의사가 되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주며 이런 시비와 혼란에서 멀리하고 싶었다.그러나 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다시 한번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비록 그는 이미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격차를 메울 수는 없었다.은서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한 주먹 한 주먹 침대에 찧었다.윤찬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를 말려야 할지 몰라 한숨을 쉬고는 이곳을 떠
그러나 은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왔고 수현 쪽의 차 문을 연 다음 그녀를 끌어내렸다.수현은 여전히 그를 피하며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 안에 들어가면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그러나 그녀가 피하자 은수는 더욱 초조해졌고 남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수현을 끌고 병원으로 들어갔다.수현은 바로 수술실 입구로 끌려갔고, 은수는 그제야 그녀의 입에 넣은 넥타이를 꺼냈다.수현은 턱이 아팠지만 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당, 당신 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 왜 나를 여기에 데리고 왔죠? 당장 보내줘요!”은수는 손을 내밀어 수현의 이마 앞에 있는 잔머리를 정리했다."내가 여기에 뭐 하러 왔는지 한 번 맞춰봐.”남자의 시선은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며 수현의 아랫배에 멈추었다.수현은 몸서리를 치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안 돼요, 그럴 순 없어요!”“그건 당신 마음대로 될 일이 아닐 텐데.”은수는 지금 두려움으로 창백해진 수현의 얼굴을 보면서 복수의 쾌감을 느꼈다.그가 병실에서 수현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팔아먹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이런 심정이었고, 지금 그녀는 마침내 이런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수현은 은수가 이런 표정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것처럼 미친 것 같았다.그녀는 점점 더 공포를 느끼며 도망가려고 했지만, 은수는 그녀를 잡고 뒤에 있는 몇 명의 의료진에게 맡겼다.“유산 수술 진행해.”은수는 유창하게 a국어를 말하고 있었다.수현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들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그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No, please......" (아니요, 제발 그러지 마요.)그러나 그 사람들은 수현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바로 그녀를 수술실로 데리고 들어갔다.수술실에 들어서자 익숙하면서도 역겨운 냄새를 맡은 수현은 순간 구역질이 났다.지난번 수술대에서 강제로 유산을 당할 뻔했던 기억이 생생했다.의료진은 수현의
은수는 수현의 눈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 여자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신이 그녀의 협박에 바로 수술을 그만둘 만큼 멍청하다고 여기나 보지?“안심해, 만약 내가 당신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거야.”은수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수현은 등골이 오싹했다.“만약 당신이 단식한다면, 난 당신이 평생 영양액을 달고 살 수 있게 할 수 있어. 두렵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해봐.”은수는 실눈을 뜨며 눈빛은 잔혹함을 띠었다.수현은 갑자기 눈앞에 있는 남자가 낯설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마치 은수의 이런 면을 진정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를 죽이는 일을 이토록 과감하게 결정하다니.그의 말 한마디면 누군가를 살지 못하게 할 수 있었고 또 누군가는 죽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은수는 이 말을 남긴 뒤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수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의외로 평온해졌다.손발이 묶여 있었으니 그녀는 아마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온은수, 만약 나중에 당신이 내 뱃속의 아이가 정말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당신은 오늘 스스로 그를 지운 것을 후회할까요?”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수현의 말은 왠지 모르게 그의 분노를 일으켰다.그녀는 뱃속에 있는 이 아이를 위해서 정말 무슨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만일은 없어. 설령 당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당신은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어.”이렇게 차가운 말 한마디를 남긴 뒤 은수는 훌쩍 떠났다.수술실 문은 바로 닫혔다.수현은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런 대답을 얻은 그녀는 마땅히 울어야 하겠지만 수현은 뜻밖에도 웃었다.다만 이 웃음 속에는 절망이 있었고 그렇게 웃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녀는 그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여자였다니.그녀는 그의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다고?수현은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고 옆에 있던 의사와 간호사는 그녀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것을 보고 마취제를 들고 걸어왔다.수현은 마취제의 주사가 점점 가까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