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현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은수는 당황해 하며 어제 의사가 한 말을 떠올리며 재빨리 사람을 불렀다.의사는 와서 또 한참을 검사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가씨의 몸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도련님, 여전히 제가 어제 말씀 드린 그 상황입니다. 아가씨께서 지금 심리적으로 자극을 받아서 회복하려면 반드시 마음의 매듭을 풀어야 합니다. 그럼 정신과 의사를 불러 치료할 수밖에 없습니다.”은수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어제 핸드폰에서 본 그 영상을 떠올렸다.바로 그 사람들이 그녀가 붕괴할 정도로 몰아붙였단 말인가?“알았어, 지금 당장 최고의 정신과 의사를 찾아 그녀에게 심리치료를 하도록 해.”은수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정신과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정신과 의사는 수현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녀는 시종 대답이 없었다. 마치 자신을 완전히 가두며 더 이상 누구와도 소통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한참 지난 뒤, 정신과 의사는 한숨을 쉬며 은수를 불렀다."환자분의 상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뭐라고? 낙관적이지 않다니!”은수는 폭발하기 직전이었고, 이 말을 들은 순간, 더는 참지 못했다.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분노를 띠며 의사를 쳐다보고 있었고 마치 그를 찢어버리려는 것 같았다.“도련님, 진정하십시오.”정신과 의사는 은수의 질문에 무척 놀랐지만 그냥 떠나버릴 수도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말했다.“환자분은 지금 자기 보호 상태에 처해 있으셔서 외부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환자분의 잠재의식이 이렇게 하면 자신을 다치게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좋은 정신과 의사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환자분은 치료받을 생각조차 없기 때문입니다.”“그럼 어떡해야 하지?”은수는 화가 나서 한쪽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그는 여태껏 이런 상황에 부딪친 적이 없었지만, 한때 활발했던 수현이 이렇게 벙어리가 되어 다시는 그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줄곧 결단력이 있던 남자는 지금 모처럼 진퇴양난의 선택에 빠졌다.“내가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은수가 손을 흔들자 정신과 의사도 얼른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하인이 와서 문을 두드렸다."도련님, 지금 시간도 늦었는데, 우선 아가씨에게 음식 좀 먹일까요?”은수는 하인이 가져온 담백한 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인이 죽을 수현 앞에 놓자 은은한 향기가 방안에 퍼지며 사람의 입맛을 돋웠다. 그러나 침대에 앉은 수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도 상대도 하지 않고 그곳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하인은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수현의 입가로 보냈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입을 벌리지 않고 오히려 하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인은 마음이 좀 급해졌다. 그러나 수현이 협조하지 않은 이상, 그녀가 조급해해도 소용이 없었다.이를 본 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이리 줘, 내가 방법 생각해 볼게.”하인이 은수에게 죽을 건네자 남자는 수현 앞에 앉았다."차수현 씨, 내 말 들려? 밥 먹자.”은수는 수현이 다시 놀랄까 봐 인내심 있게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볍게 말했다.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매우 멍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외부의 일에 대해 그녀는 듣고 싶지도 어떤 반응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그녀는 자신이 안전하고 다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은수는 그녀가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고 포기하지 않고 죽 한 숟가락을 떠서 가볍게 불었다. 그리고 뜨겁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현에게 먹여주려 했다.이 여자는 어제 돌아와서부터 줄곧 잠을 잤기에 오늘 아침까지 이미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 강철로 만든 인간이라도 지금쯤 굶주린 상태일 것이다. 비록 본인이 음식을 먹으려 하는 의식이 없어도 본능은 아닐 수 있었다.수현은 음식 냄새를 맡고 고개를 숙여 미적지근한 죽 한 숟가락을 바라보았다.은수는 그녀가 마침내 약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계속 그녀를 달랬다."특별히 당신을 위해 만든 건데, 한번 먹
손에 든 그릇을 내려놓은 은수는 휴지로 세심하게 수현의 입가를 깨끗이 닦고서야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에 묻은 얼룩을 처리했다.수현은 음식을 먹은 후 또 그곳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을 때렸다.그러나 그녀는 이미 예전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니 은수는 이것도 나름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은수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할 때, 전화가 울렸고 어르신이었다.침대에 앉은 수현은 벨소리를 듣고 놀란 듯 다시 구석으로 움츠렸다.은수는 그녀가 또 놀랄까 봐 소리를 끄고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은수야, 너 지금 어디야? 새아가는? 너랑 같이 있는 게야?" 어르신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오늘 은비는 진수와 함께 아침 일찍 본가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어제 일어난 일을 그에게 말했다.어르신은 그제야 자신이 무심결에 지정한 혼사가 뜻밖에도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은수를 불러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려고 했다.은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제의 일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서 그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즉시 사람더러 그 망할 뉴스와 영상을 처리하라고 했다.그리고 은수는 어르신이 될수록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어르신은 모든 것을 알게 됐다.“아버지, 이 일은 제가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은수가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너 빨리 집에 한 번 들려라. 이 일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해."어르신도 비록 수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이 일은 온가네의 명예와 관계가 있었고 그가 가장 아끼는 두 사람과 관계가 있었으니 그는 일이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수현의 상황은 무척 심각했으니 그는 또 어찌 그녀를 혼자 여기에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네가 오지 않는다면, 나도 직접 너를 찾아갈 수밖에 없구나.”어르신은 은수가 내키지 않는 것을 보고
”아버님, 이번엔 더 이상 은수 편드시면 안 돼요. 우리 은서도 지금 그 불여우한테 홀려서 집에서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다고요. 만약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은비는 어르신이 서글퍼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은수는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저희 은서도 아버지의 손자잖아요. 집안의 재산도 이미 대부분 은수에게 준 마당에, 저도 아버지께서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리라 믿어요."진수도 뒤처지지 않고 얼른 재산에 관한 일을 꺼냈다.어르신은 원래 심란한 데다, 큰 아들네 식구가 머릿속에는 온통 돈과 이익만 있을 뿐,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할지 생각하긴커녕 오히려 재잘거리며 일을 크게 벌일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어르신은 은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자네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나? 이 일을 알았으면 왜 나와 먼저 상의하지 않고 굳이 온 세상에 퍼뜨린 게야?”은비는 억울해하며 당당하게 말했다."그야 당연히 아버님께서 저희를 싫어하니까 그랬죠. 저는 아버님께서 무조건 은수 편들까 봐 걱정해서요. 그때 가면 고생은 저희 은서가 다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도 아들을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요!”“너...... 너…….”어르신은 은비가 당당하게 대꾸하는 말에 화가 나서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은비를 가리키다가 결국 내려놓았다.요 몇 년 동안 어르신은 줄곧 진수와 은수의 관계를 평형하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아들이었으니 그는 또 어찌 형제가 원수로 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까.다만 애석하게도 진수와 은비는 그야말로 고집불통이었다. 그들은 종래로 자신의 지나친 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오로지 그가 은수의 편만 든다고 불평만 늘어놓았다.예전 같으면 어르신은 틀림없이 지팡이로 그들을 쫓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안배한 액막이 신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도 은비의 억지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은 거실에서 저마다 다른 속셈을
그들은 은서가 뜻밖에도 이런 방식으로 그들을 협박할 줄은 몰랐다. 어떤 사람은 메스를 빼앗으려 했지만 은서는 바로 그의 마음을 꿰뚫고 말했다."메스를 빼앗을 생각은 하지 마. 나는 이렇게 오랫동안 의사로 일했으니 사람을 어떻게 구하는지 알뿐만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 지도 잘 안다고!”몇 사람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은서가 정말 자신의 대동맥을 찌른다면 그 자리에 당장 죽을 것이다. 그리고 은비는 절대로 그들 몇 사람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들은 은서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은서는 기사를 찾아가서 같은 방법으로 그더러 자신을 은수가 수현을 감금한 별장으로 데려가도록 협박했다.차에 앉자 은서는 즉시 뒤에서 몇 대의 차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자신이 이렇게 도망가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이에 은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시종 메스로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다만, 마침내 다시 얻은 자유와 수현의 위치를 알아낸 일은 그로 하여금 흥분에 빠지게 했다.‘수현아, 기다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데리고 떠날 거야. 더 이상 다른 사람더러 너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기사는 은수의 협박에 차를 재빨리 운전하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외의 한 별장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추었다.‘수현이 바로 이 안에 있다고…….’ 은서는 심장이 떨렸다. 은수가 적지 않은 사람들을 이곳에서 지키도록 배치한 것을 보고 은서는 들어가서 사람을 구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은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를 따라온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당신들은 소란을 일으켜서 그들을 유인해. 난 사람을 구하러 갈 테니까.”말하면서 은서는 한 바퀴 돌아서 별장 뒤의 화원으로 갔다. 이 별장이 있는 위치는 산과 물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은폐할 곳은 오히려 찾기 쉬웠다.은서를 따라온 사람들도 은서가 시키는 대로 하지
은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잘못이었다. 만약 그가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면 자신의 어머니가 그녀를 그런 곳에 끌고 가서 괴롭히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자신을 탓해도 의미가 없었다."수현아, 나랑 가자, 내가 의사 선생님 찾아서 너 치료해 줄게!”은서는 손을 내밀어 수현을 부드럽게 달래며 그녀가 경계심을 내려놓고 그와 함께 떠나게 하려고 했다.수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대해 그녀는 다소 익숙했지만 어제 그녀를 구하고 자신을 안심시킨 목소리와는 달랐다.그녀는 그와 함께 갈 수 없었다.은서는 그녀가 아무런 응답이 없자 수현을 잡으며 자신은 악의가 없고 그녀를 구하러 왔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수현은 재빨리 몸을 돌려 그를 피했다.은서는 약간의 상처를 받았다. 그는 왠지 모르게 지금 수현이 가장 믿는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녀는 절대로 그를 피하지 않았을 것이다.“수현아, 내가 무서워?" 은서는 슬픈 말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를 잘 지켜주지 못해서 널 이렇게 다치게 한 거야. 하지만 너도 나 두려워하지 마, 응?”수현은 눈을 깜박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은서가 계속해서 말을 하려 할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들 모두 잡았어? 샅샅이 찾아봐, 빠진 사람 있는지 없는지!”은서는 당황했다. 은수의 경호원이 이렇게 빨리 그가 데려온 사람들을 처리했단 말인가?더 이상 시간을 끌면 그는 수현을 데려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은수도 더욱 많은 사람들을 파견해서 여기를 지키게 할 것이다.은서는 이를 악물고 수현이 바깥의 소리를 주의하는 틈을 타서 그녀를 기절시켰다.수현은 바로 은서의 품 안에 쓰러졌고 그는 얼른 사람을 안고 창문에서 뛰쳐나갔다.은수의 사람들은 지금 모두 별장 안에서 사람을 찾고 있었으니 바깥에는 오히려 지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이 기회를 틈타 은서는 수현을 안고 그가 타고 온 그 차에 올라탔다. 그는
어르신은 무척 간절하게 말해서 마지막에는 목소리까지 떨렸다.은수는 그의 백발을 바라보았다.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은 많이 늙은 것 같았다.은수는 비즈니스 계에서 위세를 떨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랬던 어르신이 이런 모습으로 변하자 은수는 마음이 아팠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수현이 어제 불쌍하게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렸다.그 여자는 지금 이렇게 연약한데, 그는 또 어떻게 그녀를 놓아줄 수 있겠는가.남자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더니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은수는 입을 열었다."아버지, 다른 일은 모두 아버지의 말대로 할 수 있지만, 이혼은 불가능해요.”어르신은 이 말을 듣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가 이번에 특별히 은수를 부른 이유가 바로 그로 하여금 이 일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었다.다만, 수현에 대한 은수의 감정은 뜻밖에도 자신과 맞설 정도에 이르렀다니.옆에서 지켜보던 은비는 이 말을 듣고 다소 마음이 급해졌다.만약 은수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차수현 그 재수 없는 년은 줄곧 은서의 앞에서 알짱거릴 것이고 그럼 그녀의 아들은 평생 이 불여우한테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도련님, 당신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설마 그 불여우를 위해 기어코 가문을 망신시키겠다 이거야? 도련님이 아무리 개의치 않아도 우리 가문은? 우리 가문의 가풍이 바르지 않다고 소문이라도 나면.......”조카의 여자라는 말에 은수는 문득 고개를 돌려 은비를 바라보았다."내가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이 끼어들 차례가 못 되고, 당신이 가르칠 차례도 아니에요. 이혼은 나의 일이니까요. 차수현에 대해 말하자면, 그 여자는 나한테 시집온 순간부터 이미 온은서와 조금의 관계도 없어요.”은수는 이 말을 하고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곧장 떠났다.차에 돌아온 은수는 담배 하나를 꺼냈고 차 안에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은수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그가 받자
은수는 즉시 은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음만 계속 울리고 있을 뿐 아무도 받지 않았다.은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로 윤찬에게 연락하며 즉시 은서의 행방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그리고 은수는 그의 앞에서 처벌을 기다리던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수현을 찾는 것이었다.은수는 방에 들어가서 한 번 훑어보니 방 안은 그가 떠나기 전 그대로인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격렬하게 반항한 흔적도 없었다.은수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어제 수현에게 물린 팔의 상처는 지금 심하게 아파왔다.어제 공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단지 수현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피까지 날 정도로 깨물었는데, 오늘 은서가 나타나자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듯 순순히 그를 따라 떠났다.역시 온은서야말로 그녀가 가장 믿는 사람이란 말인가…….보아하니, 그녀가 요 며칠 자신의 말을 들으며 또 그날 아이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까지 모두 그를 마비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윤찬의 효율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많은 도로 감시 카메라를 조사한 후, 그는 곧 은서가 수현을 데리고 간 곳을 찾아냈다.윤찬은 조금도 지체하지 못하고 즉시 주소를 은수에게 보냈다.은수는 구체적인 위치를 받은 후 즉시 차를 몰고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남자의 차 속도는 어느새 점점 빨라졌고, 도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매우 차가웠다.......은서는 심사숙고 끝에 수현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그가 국내에서 잠시 세 들어 살던 집으로 갔다.지금은 비록 그 영상과 뉴스가 모두 삭제되었지만, 그래도 이 일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는 수현을 다시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날 수현이 줄곧 지냈던 곳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은서는 생각 끝에 다시 그 집을 빌렸고 기억 속의 모습대로 되돌렸다.그는 원래 수현에게 그의 성의를 보여주려 했고 그들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가 요 몇 년 동안 그녀의 곁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