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온갖 방법을 다 써가며 수현을 달래고 있었고 하인은 깨끗한 옷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도련님, 제가 도와드릴까요?”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의사더러 진정제 가지고 오라고 해, 어서!”하인은 그의 말을 듣고 얼른 의사를 불러왔다.진정제를 맞자, 수현은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며 잠이 들었다.“도련님, 먼저 도련님 손에 있는 상처 부터 치료하세요. 아가씨께 샤워하고 옷 갈아 입혀 드리는 일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은수는 그제야 고개를 숙여 피가 멈추지 않는 손의 상처를 보았다. 방금 수현을 달래느라 그는 상처가 찢어지는 것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당신은 그녀와 함께 차수현의 상처를 잘 처리하고.”남자는 의사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밖으로 나갔다.은수는 소독제와 붕대를 찾아 스스로 간단하게 상처를 처리했다.그 깊은 이빨 자국을 보면 이 여자는 정말 독하게 자신을 깨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잠시 후, 은수는 상처를 다 치료했고 하인도 수현에게 샤워를 해준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혔다.지금의 수현은 혼수상태에 빠졌기에 방금 전처럼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졌다.“어떻게 됐어?”은수는 의사한테 물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아가씨의 몸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저 찰과상과 멍이 좀 들어서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 하지만…….”의사가 말을 하려다 멈추는 것을 보고 은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하지만?”“아가씨한테 아마도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큰 자극을 받은 후 나타난 스트레스 반응인 것 같습니다. 아가씨께서 깨어나신 후에야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은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수현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비록 그녀는 지금 안전한 곳에 있었지만 여전히 고운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고 때때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도 가능한 한 웅크리고 뻗지 못하고 있었다.이 여자는 꿈에서도 불안해하는 건가?은수의 마음은 말로 할 수 없이 아팠다.“먼저 나가봐.”은수가 입을 열자 하인과
그러나 수현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은수는 당황해 하며 어제 의사가 한 말을 떠올리며 재빨리 사람을 불렀다.의사는 와서 또 한참을 검사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가씨의 몸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도련님, 여전히 제가 어제 말씀 드린 그 상황입니다. 아가씨께서 지금 심리적으로 자극을 받아서 회복하려면 반드시 마음의 매듭을 풀어야 합니다. 그럼 정신과 의사를 불러 치료할 수밖에 없습니다.”은수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어제 핸드폰에서 본 그 영상을 떠올렸다.바로 그 사람들이 그녀가 붕괴할 정도로 몰아붙였단 말인가?“알았어, 지금 당장 최고의 정신과 의사를 찾아 그녀에게 심리치료를 하도록 해.”은수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정신과 의사가 오기를 기다렸다.정신과 의사는 수현과 대화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녀는 시종 대답이 없었다. 마치 자신을 완전히 가두며 더 이상 누구와도 소통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한참 지난 뒤, 정신과 의사는 한숨을 쉬며 은수를 불렀다."환자분의 상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습니다.”“뭐라고? 낙관적이지 않다니!”은수는 폭발하기 직전이었고, 이 말을 들은 순간, 더는 참지 못했다.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분노를 띠며 의사를 쳐다보고 있었고 마치 그를 찢어버리려는 것 같았다.“도련님, 진정하십시오.”정신과 의사는 은수의 질문에 무척 놀랐지만 그냥 떠나버릴 수도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말했다.“환자분은 지금 자기 보호 상태에 처해 있으셔서 외부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환자분의 잠재의식이 이렇게 하면 자신을 다치게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좋은 정신과 의사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환자분은 치료받을 생각조차 없기 때문입니다.”“그럼 어떡해야 하지?”은수는 화가 나서 한쪽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그는 여태껏 이런 상황에 부딪친 적이 없었지만, 한때 활발했던 수현이 이렇게 벙어리가 되어 다시는 그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줄곧 결단력이 있던 남자는 지금 모처럼 진퇴양난의 선택에 빠졌다.“내가 생각을 좀 해봐야겠어.”은수가 손을 흔들자 정신과 의사도 얼른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하인이 와서 문을 두드렸다."도련님, 지금 시간도 늦었는데, 우선 아가씨에게 음식 좀 먹일까요?”은수는 하인이 가져온 담백한 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인이 죽을 수현 앞에 놓자 은은한 향기가 방안에 퍼지며 사람의 입맛을 돋웠다. 그러나 침대에 앉은 수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도 상대도 하지 않고 그곳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하인은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수현의 입가로 보냈지만 그녀는 고분고분 입을 벌리지 않고 오히려 하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인은 마음이 좀 급해졌다. 그러나 수현이 협조하지 않은 이상, 그녀가 조급해해도 소용이 없었다.이를 본 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이리 줘, 내가 방법 생각해 볼게.”하인이 은수에게 죽을 건네자 남자는 수현 앞에 앉았다."차수현 씨, 내 말 들려? 밥 먹자.”은수는 수현이 다시 놀랄까 봐 인내심 있게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볍게 말했다.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매우 멍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외부의 일에 대해 그녀는 듣고 싶지도 어떤 반응도 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그녀는 자신이 안전하고 다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은수는 그녀가 자신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고 포기하지 않고 죽 한 숟가락을 떠서 가볍게 불었다. 그리고 뜨겁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현에게 먹여주려 했다.이 여자는 어제 돌아와서부터 줄곧 잠을 잤기에 오늘 아침까지 이미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 강철로 만든 인간이라도 지금쯤 굶주린 상태일 것이다. 비록 본인이 음식을 먹으려 하는 의식이 없어도 본능은 아닐 수 있었다.수현은 음식 냄새를 맡고 고개를 숙여 미적지근한 죽 한 숟가락을 바라보았다.은수는 그녀가 마침내 약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계속 그녀를 달랬다."특별히 당신을 위해 만든 건데, 한번 먹
손에 든 그릇을 내려놓은 은수는 휴지로 세심하게 수현의 입가를 깨끗이 닦고서야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에 묻은 얼룩을 처리했다.수현은 음식을 먹은 후 또 그곳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을 때렸다.그러나 그녀는 이미 예전처럼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니 은수는 이것도 나름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은수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할 때, 전화가 울렸고 어르신이었다.침대에 앉은 수현은 벨소리를 듣고 놀란 듯 다시 구석으로 움츠렸다.은수는 그녀가 또 놀랄까 봐 소리를 끄고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은수야, 너 지금 어디야? 새아가는? 너랑 같이 있는 게야?" 어르신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오늘 은비는 진수와 함께 아침 일찍 본가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어제 일어난 일을 그에게 말했다.어르신은 그제야 자신이 무심결에 지정한 혼사가 뜻밖에도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은수를 불러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려고 했다.은수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제의 일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서 그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즉시 사람더러 그 망할 뉴스와 영상을 처리하라고 했다.그리고 은수는 어르신이 될수록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어르신은 모든 것을 알게 됐다.“아버지, 이 일은 제가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은수가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할 필요가 없다니,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너 빨리 집에 한 번 들려라. 이 일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해."어르신도 비록 수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이 일은 온가네의 명예와 관계가 있었고 그가 가장 아끼는 두 사람과 관계가 있었으니 그는 일이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수현의 상황은 무척 심각했으니 그는 또 어찌 그녀를 혼자 여기에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네가 오지 않는다면, 나도 직접 너를 찾아갈 수밖에 없구나.”어르신은 은수가 내키지 않는 것을 보고
”아버님, 이번엔 더 이상 은수 편드시면 안 돼요. 우리 은서도 지금 그 불여우한테 홀려서 집에서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다고요. 만약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은비는 어르신이 서글퍼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은수는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저희 은서도 아버지의 손자잖아요. 집안의 재산도 이미 대부분 은수에게 준 마당에, 저도 아버지께서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리라 믿어요."진수도 뒤처지지 않고 얼른 재산에 관한 일을 꺼냈다.어르신은 원래 심란한 데다, 큰 아들네 식구가 머릿속에는 온통 돈과 이익만 있을 뿐, 어떻게 이 일을 처리할지 생각하긴커녕 오히려 재잘거리며 일을 크게 벌일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더욱 화가 났다.어르신은 은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자네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나? 이 일을 알았으면 왜 나와 먼저 상의하지 않고 굳이 온 세상에 퍼뜨린 게야?”은비는 억울해하며 당당하게 말했다."그야 당연히 아버님께서 저희를 싫어하니까 그랬죠. 저는 아버님께서 무조건 은수 편들까 봐 걱정해서요. 그때 가면 고생은 저희 은서가 다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저도 아들을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요!”“너...... 너…….”어르신은 은비가 당당하게 대꾸하는 말에 화가 나서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은비를 가리키다가 결국 내려놓았다.요 몇 년 동안 어르신은 줄곧 진수와 은수의 관계를 평형하려고 노력했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아들이었으니 그는 또 어찌 형제가 원수로 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까.다만 애석하게도 진수와 은비는 그야말로 고집불통이었다. 그들은 종래로 자신의 지나친 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오로지 그가 은수의 편만 든다고 불평만 늘어놓았다.예전 같으면 어르신은 틀림없이 지팡이로 그들을 쫓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안배한 액막이 신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그도 은비의 억지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세 사람은 거실에서 저마다 다른 속셈을
그들은 은서가 뜻밖에도 이런 방식으로 그들을 협박할 줄은 몰랐다. 어떤 사람은 메스를 빼앗으려 했지만 은서는 바로 그의 마음을 꿰뚫고 말했다."메스를 빼앗을 생각은 하지 마. 나는 이렇게 오랫동안 의사로 일했으니 사람을 어떻게 구하는지 알뿐만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 지도 잘 안다고!”몇 사람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만약 은서가 정말 자신의 대동맥을 찌른다면 그 자리에 당장 죽을 것이다. 그리고 은비는 절대로 그들 몇 사람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들은 은서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은서는 기사를 찾아가서 같은 방법으로 그더러 자신을 은수가 수현을 감금한 별장으로 데려가도록 협박했다.차에 앉자 은서는 즉시 뒤에서 몇 대의 차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자신이 이렇게 도망가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이에 은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시종 메스로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다만, 마침내 다시 얻은 자유와 수현의 위치를 알아낸 일은 그로 하여금 흥분에 빠지게 했다.‘수현아, 기다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데리고 떠날 거야. 더 이상 다른 사람더러 너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기사는 은수의 협박에 차를 재빨리 운전하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외의 한 별장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추었다.‘수현이 바로 이 안에 있다고…….’ 은서는 심장이 떨렸다. 은수가 적지 않은 사람들을 이곳에서 지키도록 배치한 것을 보고 은서는 들어가서 사람을 구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은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를 따라온 몇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당신들은 소란을 일으켜서 그들을 유인해. 난 사람을 구하러 갈 테니까.”말하면서 은서는 한 바퀴 돌아서 별장 뒤의 화원으로 갔다. 이 별장이 있는 위치는 산과 물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은폐할 곳은 오히려 찾기 쉬웠다.은서를 따라온 사람들도 은서가 시키는 대로 하지
은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잘못이었다. 만약 그가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면 자신의 어머니가 그녀를 그런 곳에 끌고 가서 괴롭히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자신을 탓해도 의미가 없었다."수현아, 나랑 가자, 내가 의사 선생님 찾아서 너 치료해 줄게!”은서는 손을 내밀어 수현을 부드럽게 달래며 그녀가 경계심을 내려놓고 그와 함께 떠나게 하려고 했다.수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에 대해 그녀는 다소 익숙했지만 어제 그녀를 구하고 자신을 안심시킨 목소리와는 달랐다.그녀는 그와 함께 갈 수 없었다.은서는 그녀가 아무런 응답이 없자 수현을 잡으며 자신은 악의가 없고 그녀를 구하러 왔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수현은 재빨리 몸을 돌려 그를 피했다.은서는 약간의 상처를 받았다. 그는 왠지 모르게 지금 수현이 가장 믿는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녀는 절대로 그를 피하지 않았을 것이다.“수현아, 내가 무서워?" 은서는 슬픈 말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를 잘 지켜주지 못해서 널 이렇게 다치게 한 거야. 하지만 너도 나 두려워하지 마, 응?”수현은 눈을 깜박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은서가 계속해서 말을 하려 할 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들 모두 잡았어? 샅샅이 찾아봐, 빠진 사람 있는지 없는지!”은서는 당황했다. 은수의 경호원이 이렇게 빨리 그가 데려온 사람들을 처리했단 말인가?더 이상 시간을 끌면 그는 수현을 데려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은수도 더욱 많은 사람들을 파견해서 여기를 지키게 할 것이다.은서는 이를 악물고 수현이 바깥의 소리를 주의하는 틈을 타서 그녀를 기절시켰다.수현은 바로 은서의 품 안에 쓰러졌고 그는 얼른 사람을 안고 창문에서 뛰쳐나갔다.은수의 사람들은 지금 모두 별장 안에서 사람을 찾고 있었으니 바깥에는 오히려 지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이 기회를 틈타 은서는 수현을 안고 그가 타고 온 그 차에 올라탔다. 그는
어르신은 무척 간절하게 말해서 마지막에는 목소리까지 떨렸다.은수는 그의 백발을 바라보았다.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은 많이 늙은 것 같았다.은수는 비즈니스 계에서 위세를 떨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랬던 어르신이 이런 모습으로 변하자 은수는 마음이 아팠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수현이 어제 불쌍하게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떠올렸다.그 여자는 지금 이렇게 연약한데, 그는 또 어떻게 그녀를 놓아줄 수 있겠는가.남자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더니 손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은수는 입을 열었다."아버지, 다른 일은 모두 아버지의 말대로 할 수 있지만, 이혼은 불가능해요.”어르신은 이 말을 듣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가 이번에 특별히 은수를 부른 이유가 바로 그로 하여금 이 일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었다.다만, 수현에 대한 은수의 감정은 뜻밖에도 자신과 맞설 정도에 이르렀다니.옆에서 지켜보던 은비는 이 말을 듣고 다소 마음이 급해졌다.만약 은수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 차수현 그 재수 없는 년은 줄곧 은서의 앞에서 알짱거릴 것이고 그럼 그녀의 아들은 평생 이 불여우한테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도련님, 당신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설마 그 불여우를 위해 기어코 가문을 망신시키겠다 이거야? 도련님이 아무리 개의치 않아도 우리 가문은? 우리 가문의 가풍이 바르지 않다고 소문이라도 나면.......”조카의 여자라는 말에 은수는 문득 고개를 돌려 은비를 바라보았다."내가 무엇을 하든 다른 사람이 끼어들 차례가 못 되고, 당신이 가르칠 차례도 아니에요. 이혼은 나의 일이니까요. 차수현에 대해 말하자면, 그 여자는 나한테 시집온 순간부터 이미 온은서와 조금의 관계도 없어요.”은수는 이 말을 하고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곧장 떠났다.차에 돌아온 은수는 담배 하나를 꺼냈고 차 안에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은수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그가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