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는 즉시 그녀를 위로했다."수현아, 두려워하지 마. 이곳 좀 봐. 네가 예전에 살던 데와 똑같지? 이것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곰인형이고, 또 이것은 우리가 함께 고른 중고 가구잖아. 기억 좀 나겠어?”은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수현은 그의 말을 듣고 주위의 모든 것을 둘러보았다.오랜만에 보는 친근감이 밀려오며 그녀도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았다.은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수현을 계속 위로했다. 잠시 후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시작해도 된다고 말했고 바로 은색 펜던트를 꺼내 수현의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었다.“지금, 아가씨는 길을 걷고 있어요. 이 길은 매우 길고, 아가씨는 아주 천천히 걷고 있고요. 이때 아가씨는 앞에 문이 하나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문을 열었어요…….”정신과 의사의 인도에 수현의 눈앞에는 어제의 장면이 나타났다.그녀는 자신이 그 차에 이끌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광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뒤이어 은비가 나타나며 그녀의 말은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그녀는 모든 사람들 눈에 남자를 꼬시는 파렴치한 여자가 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싫어하고 욕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할 자격이 없는 쓰레기인 것만 같았다.“아!”수현은 머리를 힘껏 안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몰랐고 그녀도 지금까지 그렇게 더럽고 망측한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무엇을 하든, 아무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은서는 수현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재빨리 그녀를 껴안고 자신의 체온으로 그녀를 좀 따뜻하게 만들려 했다.하지만 수현은 느끼지 못한 듯 악착같이 몸부림쳤다.정신과 의사는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고 계속해서 인도했다."하지만, 누군가가 왔어요. 누군가가 아가씨를 구하러 왔어요. 두려워하지 마요. 그는 곧 아가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날 거예요.”수현은 비명과 몸부림을 멈추었다. 노인의 인도에 따라 그녀는 눈앞의 사람들이 정말 길을 비켜주는 것을
아직 최면에 걸린 수현은 은서의 손을 잡고 그의 이름을 가볍게 불렀다."은수 씨…….”은서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수현이 가장 믿는 사람이 이미 자신에서 다른 남자로 변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그 남자는 그의 셋째 작은아버지, 온은수였다.그는 몸이 굳어졌지만 힘껏 품 안의 사람을 꼭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나야, 온은서. 난 은서라고. 너 벌써 잊은 거야? 우리는 전에 엄청 오랫동안 알고 지낸 연인이었잖아, 그리고 네가 말했듯이, 난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믿는 사람이라고…….”은서의 목소리는 애원하는 듯 약간 떨렸다.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니.그들은 분명 그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면 바로 결혼하기로 약속했다.그는 자신이 제멋대로 외국에서 반년 더 머물러서 수현이 화가 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떻게 그에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수 있을까?은서는 자신의 이름을 반복하며 수현의 생각을 바꾸려 했다.그러나 수현은 끝내 타협하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 은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최면에 걸릴 때,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준 사람은 은수였고 다른 그 누구도 아니었다.그녀는 틀리지 않았다.은서는 씁쓸해하며 입을 열려 했지만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밖에서 폭력적으로 열리는 소리였다.은수는 당연히 인내심 있게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릴 수 없었다. 그는 바로 두꺼운 문을 걷어찼다. 남자는 방에 들어서자 한눈에 은서 그리고...... 그의 품에 꼭 안긴 수현을 보았다.수현은 최면의 효과로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이 엄청난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수현은 그제야 그녀 앞에 서 있는 사람이야말로 은수라는 것을 발견했고, 다소 경악했다.수현은 고개를 들자 그녀를 안고 있는 사람이 뜻밖에도 은서였고 최면 속에서 본 은수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즉시 은서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남자는 그녀를 너무
수현은 그 바람에 바로 바닥에 넘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다시 한번 남자의 손을 잡으려 했다.그녀는 그에게 떳떳하지 못한 그 어떤 일도 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설명할 수 있었다.집요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은서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그는 수현이 이런 헛된 행동을 멈추게 하려고 손을 내밀었다.그는 셋째 작은아버지의 성격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줄곧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았다.수현은 그와 사귄 적이 있었고, 지금은 또 임신까지 했기 때문에 억지로 은수의 곁에 남아 있어도 그녀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은수는 기필코 온 씨 가문을 계승할 것이고 그는 전혀 자신처럼 그녀를 데리고 이런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은서의 손이 수현을 닿기도 전에 은수는 바로 그의 옷깃을 잡고 그를 끌어올렸다.“왜? 내가 지켜보고 있는데도 그녀를 그렇게 안고 싶은 거야? 온은서, 너 지금 작은아버지인 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은수는 흉악하게 말하며 말이 떨어지자마자 은서에게 호된 주먹을 날렸다.은서는 어리둥절했지만 은수의 핏발이 선 눈빛과 마주치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작은아버지, 말을 꼭 그렇게 매너 없게 해야겠어요? 수현은 이제야 회복돼서 이런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고요. 그리고...... 내가 그녀와 사귀었던 일 말인데요, 작은아버지가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이상, 제발 우리를 놓아줘요. 나 정말 맹세할게요. 작은아버지를 멀리 떠나서 살 거고 절대로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않을 거라고요.”“망할 자식!”은수는 완전히 격노했고, 그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그의 조카라는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사정없이 주먹을 내리쳤다.두 남자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고, 곧 아무런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고 싸우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모두 그동안 참아왔고 지금 마침내 화풀이를 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서로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한순간, 그 장면은 매우 참혹했다.두 사람은 방에서 싸웠고,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을
수현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은서의 얼굴을 세게 내리치려는 은수는 주먹을 억지로 멈추었다.‘이 빌어먹을 여자는 지금 아직도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거야?’‘지금까지도 은서를 보호하려 하다니?’수현은 그의 눈빛이 싸늘해진 것을 보고 즉시 해석했다."온은서는 당신의 가족이잖아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두 사람이 원수처럼 지내면 어르신은 틀림없이 매우 괴로워할 거예요.”은수는 차갑게 웃었다."이제 와서 우리 아버지를 핑계로 삼는 거야? 그냥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해.”은수는 천천히 일어났고 주먹을 쥔 손은 살짝 떨렸다.그는 정말 앞에 있는 이 여자의 목을 조르며 그녀한테 대체 마음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그녀에게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마음은 분명 그녀가 지금 보호하고 있는 그 남자에게 줬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남길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결국 은수는 이곳을 떠났다. 그는 더 이상 이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정말 자신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들을 죽일 거 같았다.은수가 떠난 것을 본 수현은 바로 긴장이 풀리며 온몸이 나른해져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은서는 수현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는 정말 쓸모가 없었다. 이럴 때 뜻밖에도 힘없는 여자애가 자신을 보호해 줘야 하다니.그러나 그는 또 좀 흐뭇했다. 수현이 나서서 은수를 막아줬으니 그녀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신이 있을지도.“수현아, 난 괜찮아, 미안해, 또...... 널 놀라게 만들어서. 하지만, 내가 방금 한 말은 진심이야. 너도 잘 생각해 봐, 우리가 출국하면 아무도 이 일을 모를 거고 나도 전에 약속한 것처럼 너와 어머님, 그리고 네 뱃속의 아이를 잘 지켜줄 거야. 난 이 아이가 누구의 것이든......”“필요 없어.”수현은 원래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은서의 목소리에 바로 정신을 차리며 즉시 은서의 고백을 거절했다.예전이라면 그녀는 망설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최면을 거쳐 그녀도 자신의 마음속의 진실한 생각
수현은 재빨리 달려가서 은서의 코에 손을 갖다 대고 그가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그가 정상적으로 호흡하는 것을 느낀 수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하지만 은서를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됐기에 수현은 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찾아 병원에 전화를 해서 구급차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이곳은 병원과 그리 멀지 않아서 곧 구급차 한 대가 아래층에 세워졌다. 의료진 몇 명은 올라와서 은서를 싣고 구급차로 데려갔다.수현은 은서가 구급차에 들어간 것을 보고 더 이상 은수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떠나려고 했지만 간호사가 그녀를 가로막았다."아가씨, 당신은 떠날 수 없어요. 이따 병원에 가서 수속을 밟아야 해서요.”수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떠나지 않았다. 비록 은서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기에 그녀도 그를 병원에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었다.수현은 구급차에 올라가 차창 밖의 풍경을 보고 멍을 때렸다.......은비는 은수가 떠난 후 본가에서 떠나려 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어르신에게 은수가 얼마나 날뛰고 오만한지 조금도 형수님인 자신을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고자질했다..어르신은 그녀가 너무 귀찮아서 바로 서재로 들어갔다.은비는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경호원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은서는?”하인은 겁에 질린 채 나와서 그녀를 맞이했다. 은비는 무척 모질고 악독한 사람이라 그들이 은서를 이대로 밖으로 내보낸 일을 안다면 절대로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기에 하인은 전화로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그러나 경호원들은 지금까지도 은서 도련님을 데려오지 않았으니 이 일은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은서 도련님은...... 차수현 아가씨를 찾으러 나갔습니다. 도련님은 메스를 자신의 목에 대고 그를 내보내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했습니다.”은비는 은서가 수현을 찾으러 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으로 협박까지 했다는 것을 듣고 화
수현은 응급실 입구에 앉아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등불을 보며 멍 때리고 있었다.그녀가 자신의 몸이 점점 버틸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진수와 은비가 도착했다.수현을 본 유비는 갖은 원한이 솟구치며 바로 수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은비는 젖 먹던 힘까지 써서 뺨을 내리쳤기에 수현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너 때문이지? 은서가 떠날 때는 멀쩡했는데, 지금 구급실에 들어간 거 다 너 때문이지? 말해!”수현은 얼굴을 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반박하지 못했다.비록 그녀는 일이 이렇게 되도록 바랐던 건 아니지만, 결국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만일 은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그를 죽인 거나 다름이 없었다.“은서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 가만 안 둘 거야. 알았어!" 은비는 수현이 순순히 자신한테 얻어맞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못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또 수현의 뺨을 몇 대 때리려 할 때, 어르신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만해!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소란을 피우는 게야!”수현은 고개를 돌리자 어르신이 오시는 것을 보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이제 무슨 면목으로 어르신을 봬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그녀의 얼굴에 시뻘건 손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수현을 한쪽으로 끌고 가서 큰집 식구들과 거리를 벌렸다."수현아, 오늘 은서가 병원에 들어간 일이 은수와 관계가 있는 게야?”수현은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죄송해요, 하지만 은수 씨를 탓하지 마세요. 탓하려면 저를 탓하세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어르신도 속으로 줄곧 한숨을 쉬었다. 만약 예전에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을 이렇게 감싸고 있는 것을 봤다면 그는 기뻐서 춤이나 덩실덩실 출 것이다.하지만 지금.......굳게 닫힌 응급실을 보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악연이야 악연!’......은수는 떠난 후 차를 길가에 세우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차 안에는 연기가 가득했다.어느덧 담배 한 갑을 다
“어떻게 된 일이야?”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렸고 강한 압박감을 띠고 있었다.수현은 바로 정신을 차리며 옆에 서 있는 은수를 보았다.그녀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떨렸다.‘그는 지금 또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거 아니겠지?’“은서가 기절해서 병원으로 데려온 거뿐이에요…….”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입을 열었다.말을 마치자 수현은 표정이 씁쓸해졌다. ‘이렇게 말해도 은수 씨는 믿지 않겠지?’“그거 물어본 거 아니야.”은수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앞으로 다가가서 수현의 턱을 잡고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얼굴을 살펴보았다.“누가 때린 거지?" 은수의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은 옆에 서 있는 은비를 향했다.옆에 서 있던 은비는 소름이 돋았다.그러나 아직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자 은비는 억지로 용기를 내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래, 내가 때렸다, 어쩔 건데? 내 아들은 이 불여우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 내가 때리면 또 뭐가 어때서? 은수야, 넌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렇게 물어보는 거야? 너도 지금 이 여자를 위해 내 아들을 그렇게 때린 거잖아?”은수는 싸늘하게 웃었다."그래서요? 당신들이 그를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로 하여금 자신의 작은어머니를 넘보게 하고 이런 불륜 같은 일을 저질렀으니 내가 어른으로서 당신들을 대신해서 그를 좀 훈계한 게 무슨 잘못이 있죠?”“너!" 진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화가 났다.요 몇 년 동안 그들은 은수한테 곳곳에서 억압당했고, 그는 심지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그러나 지금 은수가 이토록 우쭐댈 줄이야. 그는 그들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럼 네 형수인 나도 어른이니까 당연히 버릇없는 동서를 훈계할 자격이 있는 거 아니겠어?”“당신이 내 앞에서 윗사람 행세를 하려면 그럴 자격이 있어야 할 텐데요.”지금 은수가 온 씨 그룹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진수네 식구들도 그냥 그의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을 뿐이었다.은수는 수현의 얼굴에 있는 손자국을 힐끗 바라보았다."당신
은비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렸다. 이때 고혈압으로 한쪽에 가서 쉬던 어르신이 은서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오자마자 그는 큰 아들네 식구와 은수가 싸늘한 분위기에 처해있는 있는 것을 보았다.어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 지금 또 뭐 하는 게야?”은비는 어르신이 오신 것을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재빨리 달려왔다."아버님, 은수가 우리 은서를 이렇게 때린 것이었어요. 지금 은서는 가벼운 뇌진탕으로 되었고요. 그런데 은수는 지금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차수현의 뺨을 때렸다고 추궁하고 있잖아요. 아버님, 은수 좀 말려봐요!”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놀라며 은수를 바라보았다."따라와.”은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르신을 따라 은서의 병실로 갔다.어르신은 은서의 얼굴에 겹겹이 쌓인 거즈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정말 네가 한 거야?”은수는 태연했다."네. 감히 저의 아내를 노리다니, 저도 당연히 그를 혼 내야죠.”어르신은 화가 나서 지팡이를 들고 은수를 호되게 때렸다.은수는 거기에 서서 그가 때리도록 내버려 두었다.어르신은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를 세게 때렸지만, 은수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고, 아프다고 외치지도 않았다.어르신은 그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때리다가 자신의 마음만 아플 것이다."한 여자가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게야? 그녀를 위해 은서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아버지, 잊지 마세요. 차수현은 아버지가 강제로 저에게 안배해 준 신부예요. 그때 저는 분명 이혼하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어떡해도 승낙하지 않으셨죠. 지금은 오히려 저더러 이혼하라고 하시다니,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너 지금 나를 탓하는 게야?”어르신은 화가 나서 또 그를 때리려 했지만 은수의 무뚝뚝하지만 점차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결국 손을 거두었다.은수의 성격은 젊었을 때의 자신과 완전히 똑같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어떻게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아마 그에게 아무리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