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렸다. 이때 고혈압으로 한쪽에 가서 쉬던 어르신이 은서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달려왔다.오자마자 그는 큰 아들네 식구와 은수가 싸늘한 분위기에 처해있는 있는 것을 보았다.어르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들 지금 또 뭐 하는 게야?”은비는 어르신이 오신 것을 보고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재빨리 달려왔다."아버님, 은수가 우리 은서를 이렇게 때린 것이었어요. 지금 은서는 가벼운 뇌진탕으로 되었고요. 그런데 은수는 지금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차수현의 뺨을 때렸다고 추궁하고 있잖아요. 아버님, 은수 좀 말려봐요!”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놀라며 은수를 바라보았다."따라와.”은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르신을 따라 은서의 병실로 갔다.어르신은 은서의 얼굴에 겹겹이 쌓인 거즈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정말 네가 한 거야?”은수는 태연했다."네. 감히 저의 아내를 노리다니, 저도 당연히 그를 혼 내야죠.”어르신은 화가 나서 지팡이를 들고 은수를 호되게 때렸다.은수는 거기에 서서 그가 때리도록 내버려 두었다.어르신은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를 세게 때렸지만, 은수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고, 아프다고 외치지도 않았다.어르신은 그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때리다가 자신의 마음만 아플 것이다."한 여자가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게야? 그녀를 위해 은서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아버지, 잊지 마세요. 차수현은 아버지가 강제로 저에게 안배해 준 신부예요. 그때 저는 분명 이혼하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어떡해도 승낙하지 않으셨죠. 지금은 오히려 저더러 이혼하라고 하시다니,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너 지금 나를 탓하는 게야?”어르신은 화가 나서 또 그를 때리려 했지만 은수의 무뚝뚝하지만 점차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결국 손을 거두었다.은수의 성격은 젊었을 때의 자신과 완전히 똑같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누가 어떻게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아마 그에게 아무리 많은
수현은 연기 때문에 눈시울이 빨개지며 무척 아프고 괴로웠다.그녀는 은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방금 남자가 무심결에 한 말 한마디는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그는 역시 그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왜?그녀는 분명히 친자 확인이든 무엇이든 아이의 아버지가 바로 은수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모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설마 그는 그녀를 단 한 번이라도 믿을 수 없단 말인가?“내가 말했잖아요, 이 아이의 생부는 바로 당신이라고요.”수현은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는 무슨 일이든 양보할 수 있지만 유독 이 일만은 안 된다.만약 은수가 그녀를 믿지 않는다면 그는 기필코 기회를 찾아 이 아이를 지울 것이다.“차수현, 난 당신의 어머니가 있는 병원에 갔는데, 거기서 뭐 봤는지 알아?" 은수는 웃었지만 그 웃음은 매우 차가웠다."나는 온은서가 당신 어머니 보러 가는 것을 보았고, 당신의 어머니는 무척 기뻐해하며 온은서더러 당신과 당신의 아이를 잘 돌보라고 말했어.”수현은 입술을 벌리고 반박하려 했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당신 설마 자신의 어머니도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은수는 비웃으며 수현을 바라보았고 수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그녀는 그때 자신의 어머니가 충격받아 건강에 영향이라도 미칠까 봐 아이가 은서의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그때의 거짓말이 지금 은수가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증거가 되다니!“그런 거 아니에요, 그땐 내가 우리 엄마를 속였어요. 난 그날 밤의 남자가 당신인 줄 몰랐고 다른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이걸 알면 충격을 받을 거 같아서…….”수현은 말을 하다 멈추었다.그녀는 은수의 표정이 마치 자신이 어설픈 연기라도 한다는 듯 무척 차가운 것을 발견했다.“나한테 또 다른 증거가 있어요. 그때 당신은 그 시계를 남겼죠? 나는 그걸 가져가지 않았고 아마 유예린이 주워갔을 거예요. 그날의 일에 대해 당신도 조사할 수 있어요......”“유예린
은수가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수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렇다면 나도 분명하게 말하죠. 난 온 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되고 싶지 않고 기타 돈과 권력에도 관심이 없어요. 난 이 아이를 절대 지우지 않을 거예요.”처음에 그녀는 이 아이가 미웠지만, 지금의 수현은 이미 아이와 감정이 생겼다.더군다나 아이가 있어야 그녀는 친자확인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다.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녀는 그 누구도 자신의 아이를 다치게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차수현, 좋은 말 할 때 작작하지 그래. 네가 나한테 시집온 그 순간부터 온가네 사모님의 자리는 네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야!”수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은수의 소매를 잡았다."온은수 도련님, 제발 내 말 좀 들어봐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 기다려줘요. 당신은 친자확인을 할 수 있다고요.......”은수는 담담하게 수현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당신은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려고? 그리고 나중에 또 오늘 같은 일을 다시 벌리려고?”수현의 손은 천천히 떨어졌다.친자확인조차도 은수의 눈에는 그녀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시간을 끌며 도망가려는 핑계일 뿐이었다.그녀는 순간 자신이 매우 우습다고 느꼈다.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목숨을 걸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면, 또 뭐가 달라지겠는가?어쨌든 그는 믿지 않을 텐데.“그래서 당신은 내가 온가네 사모님의 자리에 앉아서 평생 당신한테 시달림 당하게 할 작정이에요? 유예린은 줄곧 당신과 결혼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이렇게 하면 당신한테 무슨 좋은 점이 있는 거죠? 당신 미친 거 아니에요?”은수는 핸들을 꽉 쥐었다. 그녀의 눈엔 자신의 부인이 되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다.만약 다른 사람들이 감히 이렇게 말한다면 은수는 바로 그 사람을 차 밖으로 차버릴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차수현이었다. 그는 이 여자에게 기회만 준다면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갈 것이
그러나 수현도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반항하면 앞의 남자를 화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샤워하러 갈게요.”수현은 자신이 입은 옷에 방금 차 안의 짙은 담배 냄새가 배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서 무척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은수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수현은 그가 묵인했다고 생각하며 욕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수현은 그제야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안으며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다 울고 욕실에서 나왔다.은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하인이 금방 만든 음식이 놓여 있었다."와서 밥 먹어.”수현은 응하고 대답한 뒤 촉촉한 머리를 닦고 걸어갔다.은수는 그녀의 붉어진 눈시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왜, 너무 억울하고 괴로워서 울었어?”“아니요, 욕실에 너무 오래 있어서 수증기 때문에 눈이 부은 거뿐이에요.”수현은 당연히 인정하지 않았다. 은수는 비웃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정성껏 차린 음식들을 먹었다.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었지만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 아무런 맛도 없었다.그러나 수현은 감히 젓가락을 놓지 못했다. 비록 위가 아파서 그녀는 입맛이 조금도 없었지만 만약 은수가 자신이 단식으로 그를 협박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또 화가 나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수현은 먹다가 구역질이 났지만 재빠르게 입을 막고 그 음식들을 삼키려고 애썼다.삼키는 과정은 매우 괴로워서 수현은 얼굴이 빨갛게 변했고 눈가도 점점 촉촉해졌다.은수는 그녀의 이런 불쌍한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차수현, 나는 단지 당신더러 밥을 먹으라고 한 거뿐이야. 근데 왜 내가 당신을 학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야?”수현은 토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은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그녀는 담담하게 웃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난 열심히 밥 먹는 중이에요.”은수는 그녀의 담담한 반응에 속이 터질 것만
은수는 바로 차를 몰고 권투장에 갔다.도착하자 무진이 이미 온 것을 보고 남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권투 글러브를 썼다.무진도 옷을 갈아입었고 두 사람이 모두 링에 들어간 후에야 그는 은수의 이마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무진은 이마를 찌푸렸다."뭐야, 너 지금 부상 입은 채로 출전하는 거야? 설마 이따가 내가 때렸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네 실력으로?”은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그의 도발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주먹을 날렸다.“젠장, 기습까지 하다니, 정말 비겁해.”무진은 반응이 비교적 빨라서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은수의 표정을 보면 무진은 그가 지금 무척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농담도 하지 못하고 진지하게 맞섰다.은수는 마음속의 불쾌함 때문에 전혀 무진을 봐주지 않았다. 비록 그는 지금 부상을 입었지만, 그의 주먹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빠르고 날렵해졌다.무진은 지금 울고 싶었다. 비록 그는 평소에 심심하면 은수와 함께 복싱을 하곤 했지만 무진은 그것을 즐길 뿐 은수보다 훨씬 못했다.그리고 지금 은수는 또 조금도 그를 양보하지 않았으니 무진은 움직이는 모래주머니라도 된 것 같았다.이렇게 한참을 버티다가 무진은 재빨리 그만두었다."난 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날 이렇게 때리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은수는 무진이 항복하는 것을 보고 지루하다고 느끼며 권투 글러브를 벗고 옆에 던졌다.무진은 은수가 그만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따라갔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은서 때문이야…....”은서의 이름을 듣자 은수의 눈빛은 차가워졌다."너 아직 여유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나랑 한 판 더 할까?”“어? 아냐 그런 거, 나 지금 피곤해 죽겠어.”무진은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한 판 더 하면 그는 격노한 은수에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그러나 그의 반응을 보면 무진도 대충 짐작이 갔다. 이는 은서가
여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은수는 바로 그녀가 내민 손을 툭 하고 뿌리쳤다.“좀 비켜줄래요?”은수는 이 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바로 그녀를 밀어냈고 자신의 몸에 매우 짙은 향수 냄새가 밴 것을 보며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몸매와 미모가 모두 빼어나서 남자한테 이렇게 거절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아서 또 무언가를 하고 싶었지만 은수의 차가운 눈빛과 눈이 마주쳤다.그 눈빛은 마치 그녀가 다시 다가오면 그는 반드시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여자는 놀라서 바로 몸을 돌려 떠났고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은수를 무드를 모르는 남자라고 욕했다.이 장면을 본 무진은 어이가 없었다.“너 옆에서 아주 즐겁게 보던데?" 은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무진은 자신의 코를 만졌다."나는 단지 네가 다른 사람한테 설렐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럼 그것도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어…....”“네가 이렇게 한가한 이상, 차라리 온은서한테 좋은 여자 하나 찾아주지 그래?”은수는 싸늘하게 말했다. 방금 그 여자가 그에게 다가올 때, 그는 무척 혐오하고 반감했다.그는 더 이상 이런 의미 없는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확실히 차수현이란 사람한테 완전히 홀렸다.“그럼, 내가 나중에 한 번 찾아볼게.”무진도 거절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응답했다.......수현이 방에서 밥을 다 먹자 하인이 와서 탁자를 치웠다.수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부탁 좀 하고 싶은데요.”하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릇을 먼저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네, 아가씨, 말씀하세요.”“당신의 핸드폰 좀 빌려줄 수 있어요? 우리 엄마가 지금 병원에 계시는데, 난 이미 오랫동안 엄마랑 연락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전화 좀 하고 싶어서요.”하인은 무척 난감했다."아가씨도 아시잖아요...... 도련님께서 아가씨의 핸드폰을 압수한 이상 아가씨는 외부와 연락을 하시면 안 돼요. 이러시면 저도 정말 곤란합니다.”지난번에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수현은 말을 너무 티나게 하지 못했다.그래서 그저 이런 방식으로 어르신한테 자신이 지금 감금된 상태라고 암시할 수밖에 없었다.어르신은 눈치가 또 무척 빨랐기에 수현이 암시하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그래, 수현이 네가 이해한다면 좋은 일이지. 이 일은 나한테 맡겨라. 내가 잘 처리하마.”말이 끝나자 어르신은 전화를 끊었다.수현은 하인에게 핸드폰을 돌려주고 그녀를 내보냈다.엄청 큰 방 안에는 수현 혼자만 남았다.방금 어르신이 한 말을 생각하니, 원래 초조하고 불안했던 그녀의 마음은 비로소 좀 진정이 되었다.은수는 비록 지금 당장 그녀의 아이를 지우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의 태도를 보면 이 일은 언젠간 일어날 것이다.그녀는 마치 도마 위의 고기처럼 도망갈 가능성이 없었다.하지만 도망가게 된다면, 은수가 찾을 수 없는 곳에 가서 몰래 아이를 낳으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어르신도 지금 온 씨 가문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무척 골치가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르신이 자신을 도와서 떠나게 할 수 있다고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지금 보면 그녀는 옳은 결정을 한 것 같았다.어르신의 도움이 있으면 그녀는 곧 떠날 수 있을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녀는 안심하고 기다리면 됐다.......은수는 밖에서 무진과 함께 있다가 수현이 있는 그 아파트로 돌아갔다.이 여자는 시시각각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녀를 지켜보지 않으면 그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은수가 돌아온 것을 보고 하인은 문을 열었다.심심했던 수현은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문 앞의 소리를 듣고 수현은 고개를 들어 은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는 남자의 얼굴에도 상처가 몇 군데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당신 얼굴에 상처가 있는데, 좀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어르신은 아마도 요 며칠이면 그녀를 나가게 할 수 있을 거라서 그녀와 은수
은수는 당연히 수현이 지금 무척 고소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실눈을 뜨고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수현은 원래 가려움을 타는 데다 남자가 갑자기 이렇게 만지니 하마터면 그의 몸에서 떨어질 뻔했다.은수는 이 상황을 보고 얼른 그녀를 잡아당기며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뭐…... 뭐 하는 거예요?”수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남자는 그녀의 민감한 곳을 건드려서 그녀는 하마터면 자빠질 뻔했다.“난 아픈 거 무서워서 살짝 아프기만 하면 뭐라도 잡고 싶어서 그래. 당신도 좀 참아." 은수는 정색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했다.수현은 어이가 없었다. 은서와 싸울 때 그녀는 은수가 아픈 거 무서워하는 거 못 봤는데. 그는 지금 그녀를 놀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수현은 은수를 놀릴 마음을 접고 재빨리 손에 든 면봉을 내려놓았다."이제 다 됐으니까 그만 놔요.”은수는 수현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개진 것을 보고 기분이 좀 풀렸고 손을 놓았다. 수현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뒤 속전속결하려 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연고를 손가락에 짜낸 뒤 은수의 상처에 가볍게 발랐다.은수의 상처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았다. 다만 방금 알코올 때문에 자극을 받아서 상처입은 부위는 빨개지며 무척 아파 보였다.“아파요?"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부드럽게 그에게 약을 발라주며 은수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이 남자는 자신을 여러 번 구해준 은인이었고 수현도 마음이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은수는 그녀의 관심 어린 눈빛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수현은 은수가 대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여전히 아프다고 생각하며 살짝 어색해했다."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의사 선생님 불러올까요?”“아니, 계속해." 은수는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수현은 남자의 체온을 느끼며 가까스로 회복된 그녀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그래요, 아프면 말해요.”말이 끝나자 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