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잡은 뒤 그녀가 집은 음식을 먹었다. 그는 강성연을 빤히 바라보았다.“우리 성연이가 갑자기 이러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나 보네.”강성연은 입을 비죽였다.“내가 그런 사람처럼 보여요?”사실이었다.반지훈은 피식 웃었다.“남편인데 뭘 그렇게 어려워해?”강성연은 그에게 몸을 가까이했고 빨간 입술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강성연은 억울한 듯 말했다.“여보, 내가 좋아하는 커플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이 우리 주얼리 홍보대사가 됐으면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반지훈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강성연은 입을 앙다물고 팔을 뻗어 그의 목을 감았다.“당신이랑 의논하고 싶어서 그러죠. 당신이 화낼까 봐 걱정돼서요.”반지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내가 왜 화를 내?”강성연은 가련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좋아하는 커플이 두 남자거든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어딘가 이상한 듯했고 또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성연은 그의 허벅지에 앉으며 긴 머리를 뒤로 넘겼다.“여보,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의 소원이 부서지게 할 생각은 아니죠?”반지훈은 침을 꿀꺽 삼켰다.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홀린 듯 대답했다.강성연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을 홀릴 줄 알게 된 걸까?강성연은 그의 뺨에 입술을 가까이 붙이며 거리를 좁혔다.“그러면 허락할 거예요?”반지훈은 그녀에게 홀렸지만 여전히 이성이 남아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뺨을 부여잡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다. 그는 강성연의 생각을 눈치챈 듯 말했다.“남편을 함정에 빠뜨리려고?”강성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반지훈의 가슴팍을 때렸다.“아니에요!”반지훈의 웃음이 짙어졌다.“아니긴. 네가 좋아하는 커플 남자 둘이라면서. 게다가 일부러 나한테 물었고. 나랑 관련있는 거 아냐?”강성연은 입을 뻐끔거렸다. 어떻게 그를 구슬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반지훈이 너무 똑똑했다.“어디
바텐더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김아린은 웃었다.“알아요. 아빠가 되는 게 싫은 거겠죠.”바텐더가 술을 내려놓자 구의범은 곧바로 술을 들이켰다. 그는 술병을 쾅 내려놓고 다시 들이켰다.위스키를 여러 병 해치웠으니 아무리 주량이 좋아도 버티기 힘들었다.김아린은 그가 술을 과하게 마시는 걸 보고 말했다.“적당히 마셔요. 취해서 인사불성이 됐다가 어떤 여자가 주워가면 어떡해요? 그러면 내가 강성연 씨를 볼 면목이 없게 되잖아요. 그래도 여기 성연 씨 구역인데 말이에요.”구의범은 이미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그는 당황했다.“누구 구역이라고요?”김아린은 의아했다.“골드 룸살롱의 사장이 성연 씨인 거 몰라요?”구의범이 되물었다.“여기 사장 우리 형 아니에요?”“...”구의범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몰랐어요?”김아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강성연이 골드 룸살롱을 물려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왜 구천광의 것이 된 걸까?삼십 분 뒤, 구의범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 몽롱한 눈빛으로 손안에 들린 술을 바라봤다.“내가 말했죠... 그 아이 내 아이 아니라고요. 난 그 여자한테 손댄 적 없어요. 왜 날 믿지 않는 거예요? 난 그 여자랑 결혼할 생각 없어요.”김아린은 옆 사람들이 쳐다보자 다급히 구의범을 두드렸다.“취한 것 같으니까 사람 시켜서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요.”구의범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나 신경쓰지 말아요. 난... 그 여자랑 결혼 안 할 거예요.”“김아린 씨, 이분 혹시 김아린 씨 친구이신가요?”바텐더가 물었다.“아뇨.”김아린은 잠깐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여기 사장님 동생이에요.”바텐더는 살짝 놀랐지만 더 묻지 않았다. 골드 룸살롱의 사장이 둘이라는데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그가 어떻게 알겠는가?구의범은 갑자기 속이 안 좋아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김아린을 바라보았고 김아린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구의범은 그녀의 어깨에
김아린의 몸매는 뼈가 도드라지는 깡마른 몸매가 아니라 살집이 조금 있어 풍만하고 섹시한 편이었다. 그래서 타올로는 완전히 가릴 수 없었다.무언가 눈치챈 김아린이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김아린은 깜짝 놀라서 널널해진 타올을 손에 꽉 쥐었다.“꺅!”구천광은 멋쩍은 얼굴로 다급히 등을 돌렸다.“미안해요. 샤워한 줄 몰랐어요...”구천광의 목젖이 위아래로 꿈틀거렸다. 다행히도 그녀를 등진 상태였다.촬영할 때 여배우가 타올로 몸을 가리고 있는 장면을 본 적도 있고, 비키니를 입은 여배우와 수영장에서 촬영하면서 스킨십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러나 이 뜻밖의 사고는 남달랐다.타올로 몸을 가리고 있는 김아린은 얼굴이 불타올랐다. 그녀는 머쓱하게 말했다.“구천광 씨, 무슨 일이죠?”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안의 쇼핑백을 그녀에게 건넸다.“의범이 대신 내가 사과할게요. 룸살롱에 직원 유님폼밖에 없더라고요. 이건 새거예요. 일단 입어요.”김아린은 다가가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입을 수 있는 옷이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불빛 아래 김아린은 구천광의 빨개진 귀를 보았고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고마워요.”구천광은 짧게 대답하고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김아린은 쇼핑백을 든 채로 빨개진 그의 귀를 떠올렸다.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이 세상 남자들은 부끄러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줄 알았는데 구천광이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다.하긴, 그는 사생활이 깔끔했고 여자도 없는 데다가 연애한 적도 없었다.스캔들 하나 터지지 않는 백지 같은 남자였다. 언론에서도 그 백지를 모독하기 싫어했으니 김아린도 그럴 자격이 없었다.김아린은 직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사이즈가 좀 작아서 옷이 꼈다.그녀는 혹시나 단추가 터질까 봐 어쩔 수 없이 단추를 몇 개 풀었다.방에서 나온 김아린은 구천광이 복도에 서 있는 걸 보고 당황했다.구천광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더니 이내 시선을 옮기며
당시 사건을 다시 심판할 때도 김아린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임 씨 집안사람들이 패배를 인정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임 씨 집안사람들이 또 시비를 걸어올 걸 상관하지 않았다.구천광은 그녀를 데려다주었고 김아린은 차에서 내린 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아파트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차가 아직 그곳에 있었다. 그녀가 안전히 귀가하는 모습을 지켜보려는 듯한 그의 행동에 김아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엘리베이터는 그녀가 살고 있는 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뒤 복도에 수연이 서 있는 걸 본 김아린은 당황했다. 그녀는 수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네가 왜 여기 있어?”짙은 화장을 한 수연은 벽에 기댄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내가 찾아오면 안 돼?”김아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수연은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돌려 김아린을 바라보았다.“아무리 그래도 내가 네 배다른 언니잖아. 내가 팔자가 안 좋아서 친부가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어. 너 때문에 내가 이 꼴이 됐는데 네가 날 좀 도와줘야지 않겠어?”김아린은 미간을 구겼다.“내가 널 해쳤다고?”김아린은 웃었다.“너랑 임건우가 연합해서 날 해칠 때는 오늘 같은 날을 생각해 본 적이 없나 봐?”수연은 담배를 또 한 모금 빨아들이며 암담한 눈빛으로 말했다.“난 네 순결을 빼앗을 생각이었어.”“하하, 이제 인정하네.”김아린은 문 앞으로 걸어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등 뒤에서 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건 서도준 때문이었어.”김아린의 손이 멈칫했다.수연의 손에 들린 담배는 이미 반쯤 타들어 갔다. 그녀는 재를 털어내며 말했다.“넌 몰랐지? 난 서도준을 사랑했어.”김아린은 넋이 나갔다.그녀는 서서히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서 있는 수연을 바라보았다.“뭐... 뭐라고?”“서도준은 스파이였어. 서도준이 우리에게 접근한 건 임건우를 통해 고진욱이 윗선이랑 거래한 일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난 우리가 동시에 같은
“난 네가 싫고 김 씨 집안이 싫어. 내가 원하는 건 김 씨 집안에 복수하는 거야. 구세호 씨와 주경우 씨를 유혹한 것도 전부 그 때문이지. 그런데 왜...”수연은 김아린의 팔을 붙잡고 미친 듯이 발악했다.“서도준은 왜 나한테 이렇게 잔인한 거야? 그거 알아? 난 서도준이랑 잔 적이 있어. 그런데 난 그냥 이용당한 거였어. 골드 룸살롱은 서도준이 운영한 거야. 게다가 널 위해 나한테 모질게 굴었지. 날 부하에게 넘겨서 유린당하게 했어. 왜 유린당한 사람이 네가 아니라 나냐고!”김아린은 잡힌 팔이 아팠다.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수연을 밀어냈고 중심을 잡지 못한 수연은 뒤로 자빠졌다.김아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구천광을 바라보았다.“떠난 거 아니었어요?”구천광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아래층에서 이 여자가 보이길래 올라와 봤어요.”원래는 그냥 갈 생각이었지만 고개를 들어 차창 밖을 보았을 때 창가에 사람이 있는 게 보여 떠나지 않았다.왜인지는 구천광도 알지 못했다.수연은 볼품없는 모습으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우스운 듯 말했다.“김지원, 수완 좋네. 구천광 씨도 유혹하고 말이야.”“입 닥쳐.”김아린은 매섭게 쏘아붙였다.“다들 너 같은 줄 알아? 네가 오늘 이 꼴이 된 건 네가 선택한 거야. 서도준이 널 이용했다고? 네가 사랑 때문에 눈이 멀어서 서도준을 위해 뭐든 하려고 한 건 아니야?”수연은 말문이 막혔다.김아린은 그녀에게 반박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서도준이 강요했어? 아니면 널 속였어? 만약 널 속였다면 그 사람을 찾아가.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원망하면서 일이 네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나한테 화풀이하지. 내가 네 화풀이 대상이니? 네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원망해? 내가 너한테 지금 이 꼴이 되라고 협박했어? 아니면 내가 널 사랑하지 말라고 서도준을 강요했어? 네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가 결혼한 걸 알면서도 놔주지 않고 들러붙었어. 심지어 우리 아버지 몰래 널 낳아서 데려왔지. 물론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
구천광은 멈칫하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술에 취해 휘청이며 말했다. “수연이랑 당신 삼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내가 그녀에게 복수할 거예요. 그 스캔들은 내가 폭로한 거에요. 그리고, 경매장에서도 내가 일부러 당신 어머니에게 정보를 누설한 거고요.” 구천광은 고개를 끄덕였고, 놀라지 않았다. 만약 그 일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그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구세호가 밖에서 여자를 만난다는 걸 몰랐을 거다. 김아린은 또 물었다. “제가 당신 삼촌과 숙모를 이혼하게 한 거예요. 날 탓하지 않아요?” 구천광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취했어요.” “천광 씨…” 김아린이 갑자기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흐릿한 시선은 마치 거리 감각을 잃어 버린 것 같았다. 구천광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만취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했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는 술냄새는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한참 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당신 진짜 괜찮아요.” 구천광은 눈살을 찌푸렸다. ‘괜찮다’는 그녀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를 구해준 일을 말하는 건가? “흐린 날의 달, 참 깨끗하고 좋아요.” “뭐라고요?” 구천광은 또 당황했다. 역시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 김아린이 갑자기 그를 향해 트림을 하자, 그는 약간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가 두 손으로 그의 뺨을 잡고 웃는 얼굴로 물었다. “뽀뽀해도 될까요?” 구천광은 몸이 굳었다. 얼굴에는 놀라움 말고도 왠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에게 이렇게 직설적이고 대담하게 말하는 여자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시선은 그녀가 다가온 입술에 맞춰져 있었다. 손을 뻗으면 밀어낼 수 있었지만, 그는 붙잡힌 듯 손을 들 수 없었다. 그녀가 쓰러지는 순간, 입술이 가볍게 그의 턱을 스치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부축하였다. 그녀는 그에게 쓰러져 잠이 들었다. 구천광은 품에 안긴 사람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눈에도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아침 식사가 완성되자 강성연은 두 손으로 뺨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 “여보, 내가 어젯밤부터아침까지 이렇게 힘들게 협조해 줬는데, 허락해야 하지 않겠어요?” 반지훈은 그녀 앞에 놓인 접시에 계란후라이 한 조각을 놓았다. “생각해 볼게.” 강성연은 두 손을 내려놓고 똑바로 앉았다. “아직도 생각해 봐야 해요?”"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테이블 위의 뜨거운 두유 한 잔을 들었다. “며칠 동안 아내의 고생을 봐서라도 동의 해줘요.”커플 촬영 한번을 위해, 그녀는 목숨을 바치려 한다!강성연은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고, 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편에게 다른 남자랑 그런걸 찍으라고 하다니, 넌 질투 안 해?” “질투는 무슨, 둘은… 말이 다르죠, 형제 커플 사진인데 구천광 씨랑 우애롭게 사진 찍는 게 뭐가 문제예요?” 게이도 아니고! 다만 두 남자의 얼굴은 정말 오해를 사기 쉽다!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이렇게 기분이 언짢은지 모르겠다. 아내가 왜 이렇게 구천광과의 커플 사진에 집착할까? 이게 말이 되나? 강성연은 손을 뻗어 그를 끌어당기며 애교를 부렸다. “한 번만, 부탁할게요.” 강성연이 어리광을 부리는데 그가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그녀가 떼쓰는 걸 이기지 못하고 그는 잔을 내려놓았다. “두 번은 안 할 거야.” 한편, 김아린은 날이 밝을 때까지 잠을 잤고, 깨어났을 때는 온몸에서 술냄새가 났고 머리는 어지럽고 목이 말랐다 그녀는 주위를 살피고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여…여기가 호텔이라니? 그녀는 뭔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어젯밤에 구천광이 그녀를 데려다 준 후, 그녀는 수연을 만났다. 뒤에서 구천광이 다시 나타났고, 그들은 술을 마셨다. 그녀는 아마… “뽀뽀해도 될까요?” 이 말이 생각난 그녀는 뺨을 감싸 쥐었고, 온몸이 무너질 것 같았다. 김아린은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컵 밑에 쪽지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집
두 남자는 얼마 전 제주도에서 ‘미친 케미’로 인터넷을 뒤집어 놨고, 이번에 실물을 본 현장 팬들은 감격했다. 구천광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나는 형이 거절할 줄 알았어요.” 반지훈은 그를 쳐다보았다. “나도 정말 거절하고 싶었다.” 그는 먼저 로비로 들어갔다. 구천광도 웃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soul 주얼리 밖에는 팬들이 너무 많이 몰렸고, 맞은편과 옆 가게 직원들이 나와 떠들었다. “듣자 하니 soul 주얼리가 홍보대사로 구천광을 캐스팅했다는데, 이거 완전 대박 아니에요?” “구천광 뿐이겠어요, 반지훈도 있잖아요. soul 주얼리 사장이 반지훈 와이프 라던데, 부럽네요. 어쩐지 장사가 잘 되더라.” 반크와 강성연, 그리고 촬영 스태프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강성연은 두 사람이 동시에 도착한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호흡이 잘 맞는다고? 반지훈은 강성연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 여자의 머릿속은 케미로 가득 찼다. 촬영이 끝나면 그는 다시 '계산'을 할 것이다. 강성연은 반지훈이 그녀를 보며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을 눈치채고 뺨이 뜨거워졌다. 속으로 그녀가 오늘 밤 또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반지훈과 구천광은 둘 다 천상의 비주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 같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같은 반지를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에 착용했다. 두 사람은 대사 없이 스타일링만 하면 된다. 강성연이 스튜디오 밖으로 나오자, 제인과 연희승이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연희승이 그녀를 보았다. “사모님, 대표님을 동원해 직접 나서신 겁니까?”연희승은 구천광과 반지훈이 함께 커플 화보를 찍는 다는 걸 몰랐다. 알았으면 웃겨 죽었을 것이다. 그녀는 윙크를 하며 말했다. “제가 회사 브랜드를 위해 힘을 좀 썼죠. 지훈 씨랑 천광 씨의 케미면 이 홍보는 확실히 효과가 있을거에요.” 연희승이 웃었다. “사모님, 이제 정말 장사꾼 같으시네요.” 돈을 벌기 위해 남편을 모델로 내세웠다. 강성연은 부정하지 않고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