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사무실에서 나갔다.강라라가 때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장양조와 마주쳤다. 복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는 그를 끌고 비상계단 쪽으로 데려갔다.“장 사장님, 언제 나한테 대본 줄 거예요?”장조양은 아무런 기분도 없고 그녀가 회사에서도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직접 그녀를 밀쳐냈다.“강라라, 내가 연예계에 끌고 들어 왔으면 쓸데없는 짓 그만 좀 해. 그리고 이제 회사에서는 나랑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강라라는 웃으면서 그의 목을 안으며 유횩하는 말투로 말했다. “이런 게 더 자극적이라고 생각 안 해요? 장 사장님, 당신마저 나를 상관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아프잖아요.”강라라는 불처럼 열정적이다. 장조양은 그녀가 이렇게 하면 가장 잘 먹힌다. 바로 그녀가 하자는 데로 끌려갔다.하지만 그들은 위층에 있는 한 그림자가 지나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한태군은 임석진의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임석진은 차 뚜껑을 털면서 얘기했다.“회장님 부인한테 물어봤어요. 장씨 집안에 먼 친척인 질녀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강라라와 나이로 봐서 부합되지 않아요. 보아하니 장 사장과 강라라 간에 좀 수상한 낌새가 나요.”한태군은 차를 천천히 마시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보조가 갑자기 들어오더니 안색이 당황했다.“석, 석진이 형.”한태군이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잠깐 멍했다.임석진은 눈꺼풀도 들지 않았다.“화장실 다녀오더니. 왜? 하늘이 무너졌어?”보조는 침을 삼키고 숨을 고르고 나서 말했다.“하늘이 무너진 것보다 더 큰 스캔들입니다. 감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임석진은 그가 꺼리는 게 있다고 알고 머리를 들었다.“그냥 얘기하면 돼.”“내가 방금 누구를 봤는지 알아요? 강라라하고 장 사장님요! 그들은 불륜관계였어요!”임석진은 멈칫했다.“뭐라고?”“진짜예요.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둘이 비상계단에서 아주 끌어안고 난리였어요.”보조는 진짜로 놀랐다. 그리고 그가 그때 소리
며칠 뒤, 강라라는 장조양의 도움으로 드라마를 찍으러 갔다. 그녀는 원래 정해진 여자 주인공을 쫓아내고 투자비를 가지고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다.강라라는 SNS에서 드라마 찍으러 간다는 글을 올리면서 자기의 셀카도 함께 올렸다. 촬영 각도도 강유이랑 아주 비슷했다.심지어 이런 일로 인해 두 사람 이름이 또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갔다. 이런 홍보 행위는 강유이의 팬들을 가만히 있지 않게 했다.강유이 팬들은 강라라 SNS 밑에 가서 강유이랑 비교하지 말고 강유이를 밟고 화젯거리 만들지 말라고 댓글을 달았다.그래서 강라라가 그 글을 삭제할 줄 알았지만 그녀는 강유이 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연예계를 떠나 아이를 낳으러 가서 화제거리가 없어질까 봐 자기한테 죄를 뒤집어쓴다고 마구 조롱했다.그녀의 오만한 태도는 강유이 팬들을 철저히 화나게 했다. 일반 네티즌들도 그녀가 아직 뜨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너무 오만해졌다고 생각했다.그저 극소수 네티즌들만이 강유이 팬이 쓸데없이 나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 인기를 타고 홍보하는 것도 죄를 짓는 일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촬영 경험이 아예 없는 강라라의 연기는 아주 부자연스러웠다. 드라마를 같이 찍는 연예인들마저 할 말 없게 만들었다.어쨌든 강라라는 광명정대하게 드라마 현장에 들어왔고 원래의 여자 주인공까지 쫓아냈다. 그 여자도 신인이였지만 그래도 무려 영화학원까지 졸업한 사람이였다. 하지만 며칠 찍지도 못하고 쫓겨나 버렸다. “TY엔터 이번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런 발연기 연예인을 키우려 하다니 그것도 계속 강유이랑 비교하는 사람을.”“강유이도 자기 집을 이용해 일거리를 찾지 않았는데, 이 여자는 온 세상이 다 자기가 투자금을 들고 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거 같아.”두 배우는 메이크업실에서 강라라 뒷담화했고 하필이면 강라라한테 들켰다.강라라가 걸어 들어왔다.“너희도 능력 있으면 투자금 좀 들고와.”그 두 배우는 머리를 돌려 그녀를
장조양은 멍했다. 그는 빨리 통화기록을 봤더니 강라라가 전화왔던 것이다.그는 재빨리 변명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진짜 아니야.”장 부인은 그의 뺨을 때리고는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장조양, 야 이 양심 없는 놈아! 내가 널 위해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전업주부 일을 이렇게나 오래 했는데. 네가 감히 날 배신해?!”“나랑 그 여자 진짜 아무 관련 없어!”“없다고? 알았어. 그럼 나 지금 당장 드라마 현장에 가서 그년 찾을 거야!”장 부인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장조양은 그제서야 일이 커진 것을 깨닫고는 바로 강라라한테 전화했지만 강라라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그도 빨리 뒤따라 나갔다.장 부인은 이미 차를 운전해서 간 뒤였고, 직접 드라마 현장에 가서 난동을 피웠다.“강라라 그년 어디 있어? 당장 기어 나오라고 해! 감히 내 남편을 꼬셔?”감독이 앞으로 다가갔다.“장부인, 여긴 어쩐 일로...”“강라라 나오라고 해!”장 부인이 온갖 욕을 퍼붓자, 엑스트라와 일부 연예인이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래도 큰 스캔들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중 전에 메이크업실에서 강라라와 말다툼 있던 여자 연예인이 걸어 나왔다.“장부인, 강라라씨 지금 메이크업실에 있어요. 제가 데리고 갈게요.”“어서 압장서.”그 여자 연예인이 장 부인을 데리고 메이크업실로 갔다. 소리를 듣자, 강라라가 문을 잠그려고 하자, 상대방이 바로 문을 차버렸다.그리고 그 여자 연예인은 강라라를 가리켰다.“장부인, 바로 이 여자입니다.”장 부인은 두말하지 않고 소매를 걷고 다가가서 강라라 뺨을 때렸다. 강라라는 맞아서 땅에 쓰러졌고 반응하기 전에 벌써 머리끄덩이를 잡혔다.“네가 감히 장조양을 꼬셔? 내가 오늘 네 이런 낯짝이 두꺼운 년을 때려죽일 거야!”장조양은 급하게 들어와서 자기 와이프를 밀쳤다.“당신 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야?”밖에 구경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자, 그는 빨리 와이프 곁에 다가갔다.“나랑 집에 가자. 내가 다 설명해 줄
강라라는 맞아서 병원에 실려 갔고, 그녀가 병실에 가자 같은 병실에 있었던 환자 마저도 재수 없다고 그녀랑 같이 있기 싫어했다. 이번 해프닝이 일어난 후, TY엔터의 주식은 13%나 떨어졌다.장조양은 어쩔 수 없이 해명글을 써 강라라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TY엔터도 공문을 써 강라라와 계약을 해지한다고 선언했다.강라라는 금방 연예계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출당한 연예인이 되어 온라인의 웃음거리가 됐다.인터넷에 올라간 일은 점점 커져서 강라라는 연예계에서 완전히 방출되었고 SNS계좌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그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마직막 수를 썼다. 그녀는 민씨 집안에 전화해 자기가 민서율의 아이를 가졌다고 했다.선희수는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나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민서율이 돌아온 후 이 사실을 알고는 그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뭐라고요?”선희수는 점점 깨어나자, 민서율을 보고 그의 얼굴에 뺨을 때렸다.“꺼져!”민 회장은 빨리 다가갔다.“선희수, 대체 뭐 하는 거야?”“내가 아들 가르치고 있잖아!”선희수는 화가 나서 얼굴이 창백해졌다.“민서율, 네가 왜 이 꼬락서니가 됐는지 난 모르겠다. 넌 조상님 얼굴에 먹칠한 거야!”민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머니가 화를 풀게 놔두었다.침대에 누워 있는 선희수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기력이 고갈됐다.“조민처럼 좋은 여자애를 놔두고 하필이면 왜 그런 엉망진창인 여자를 좋아해? 진짜 마음 아파 죽겠어!”그는 눈을 내려다봤다.“내가 잘 해결할게요.”민 회장은 그가 무슨 짓을 할까 봐 빨리 불러세웠다.“해결하는 건 좋은데, 허투루 하면 절대 안 된다!”그는 멈칫하더니 머리를 돌리지 않고 걸어 나갔다.민서율이 병원에 갔다. 강라라는 그를 보면서 웃었다.“드디어 당신이 날 보러 왔군요.”말이 끝나기 전에 민서율은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고, 그녀는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강라라는 얼굴을 가리면서 믿기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네가 날 때려?”그는 다시 또
“오히려 너 말이야. 내가 왜 한편으로는 약 먹으라 하고 한편으로는 영양제 먹으라 하는 줄 알아? 너는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 너는 그녀들 비해서 더 탐욕스럽거든, 난 이미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민서율은 그녀를 밀쳐냈다. 강라라는 시든 꽃처럼 너덜너덜해지고 기염마저 살아졌다.“네가 임신이라고 했지? 그럼 어디 내가 한 번 의사 데리고 와서 검사해 볼까? 네가 도대체 임신할 수 있는지 없는지!”그녀가 임신했다는 건 당연히 가짜다. 그녀는 그저 퇴로를 찾으려 했을 뿐이였다.하지만 민서율은 왜 자기한테 이렇게나 잔인하게 구는건가? 그녀는 어이없이 웃었다.“당신이 이미 나에 대해서 이렇게나 잘 아는데 왜 날 옆에 있게 했어? 그저 내 얼굴 때문인 거야?”“너도 마찬가지로 내가 너를 대역으로 생각한다 해도 돈과 지위 때문에 내 곁에 계속 있었잖아. 내가 너한테 말했지? 너무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나랑 너 사이는 그저 각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할 뿐이야. 넌 진짜 네가 이 가짜 얼굴로 날 쥐고 흔들어 낼 줄 알았어? 멍청하기는!”민서율은 항상 명석했어. 그냥 평소에 명석하지 않은 척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강라라는 강유이랑 닮은 얼굴만 있으면 민서율이 그녀를 실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가 남자들이 좋아하는 자기만의 스킬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다른 늙은 남자들한테만 소용이 있다.민서율의 완벽한 조건에 여자가 끊긴 적은 없었다. 그러니깐 그는 여자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강라라는 모든 것을 잃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모든 것이 망했고 모든 퇴로도 모두 막힌 것만 같았다.인터넷에 관한 강라라의 사건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마지막에 이 감독의 영화가 상영날짜를 정하고 배우들의 캐릭터 사진이 홍보된 후에야 눌러졌다.주계진 팀에서는 영화 홍보하는 글을 옮겨 실었다.#안녕, 미스터 위# 란 글과 함께 캐릭터 사진을 올린 뒤 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계진 오빠의 앞길은 창
하지만, 네티즌들이 댓글에다 해외사이트에서 그녀의 원작을 봤다고 하니 마음속으로는 몹시 기뻤다.적어도 이것은 인정받은 셈일 것이다. 이때, 이아영이 그녀에게 전화했다.“예은아, 선배가 너랑 이 감독이랑 새 영화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어떻게 됐어?”진예은은 창가로 걸어가서 웃으며 대답했다.“지금 제작진이 홍콩에서 촬영장을 만들고 있어. 아직 촬영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배우들 연기 훈련도 해야 하고.”“너도 지금 이름 있는 작가던데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곧 대 작가가 되겠다?”“다 똑같지 뭐. 너는 국내에 들어왔는데 같이 안 놀아?”진예은의 요청에 이아영은 멍해졌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 결혼하는 날에는 꼭 갈 테니깐.”통화가 끝나고 진예은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연서가 거실에서 희망이 데리고 노는 것을 보고 그녀는 다가가서 연서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연서야. 여름 방학에 할아버지 보러 갈지 않을래?”연서가 머리를 들었다.“할아버지요?”“응, 할아버지도 네가 이렇게 큰 것을 보면 아주 좋아하실 거야.”이때 연서가 일어섰다.“할아버지가.. 진짜 나를 좋아할까요?”진예은은 그녀 앞에서 쭈그려 앉아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할아버지가 외국에 있을 때 나한테 말했어. 너 많이 보고 싶어 한다고.”“알았어요. 여름 방학에 내가 할아버지 보러 갈게요. 그런데…”연서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손을 들고 연서의 얼굴을 만졌다.“그런데 뭐?”“선생님께서 개학할 때 숙제를 남겨 줬는데,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쓰라고 했어요.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그녀는 머리를 숙였다. 아빠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진예은도 멍해졌다. 눈동자가 흔들리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반재신이 언제 집에 들어섰는지 모른다.“네 아빠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넌 그것만 알면 돼.”연서는 머리를 돌려 그를 쳐다보면서 머리를 기웃거리더니 의아했다.“그런가요?”반재신은 고개를 끄덕
진예은은 희망이를 품에 안았다.“왜? 불만 있어? 아니지, 네가 감히 의견이나 있겠어?”반재신은 어이없어하며 웃고는 희망이에게 양말을 신겼다.“너희 짜고 그런 거지? 나만 괴롭히네.”진예은은 희망이한테 말했다.“빨리 아빠한테 뽀뽀해. 아니면 아빠 삐진다!”그녀는 희망이 보고 다가가라 했다. 희망이는 온 입에 침이 가득한 상태로 아빠 볼에 뽀뽀했다. 반재신은 하편으로는 싫은 척하면서 한편으로는 모녀한테 다가가서 뽀뽀했다.…연서가 쓴 작문 ‘나의 아빠는 한 개의 별이다.’는 1학년 신입생 중의 일등을 차지했다.그녀는 교탁 위에서 이 작문을 읽었을 때, 밑에 있는 담임마저 이 아빠를 보지 못했던 아이를 가여워했다.진예은과 반재신이 연서의 입학식을 참가해 교실 밖에서 연서가 작문 읽는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렸고 연서는 창호를 통해 그녀를 봤다.진예은은 웃으면서 연서를 향해 손을 저으면서 그녀를 위해 응원했다.“연서 보러 오셨나요?”진예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담임이 말했다.“연서 학생의 입학 숙제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이 어린 나이에 아빠가 없다니 참 마음이 아프네요.”반재신은 진예은의 어깨를 감싸며 담임에게 말했다.“이후에도 선생님께서 우리 연서를 많이 보살펴 주시길 바랍니다.”담임은 미소 지었다.“당연히 그래야죠. 연서는 아주 말 잘 듣는 아이예요. 나도 그 아이를 좋아합니다.”진예은과 반재신이 눈을 마주치더니 서로를 보면서 웃었다.교실 내에서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연서의 낭독도 끝이 났다. 그녀는 허리 숙여 감사를 표시했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더 이상 옛날의 간이 작고 열등감 넘치는 여자애가 아니었다.지금은 활발하고 햇볕처럼 따스한 여자애가 되었다.진예은과 반재신이 학교를 떠나자, 반재신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연서가 지금처럼 이렇게 훌륭해지니 너도 이제는 마음이 놓이지?”진예은은 웃으며 말했다.“맞아. 이것도 너 이 고모부한테 감사해야지, 안 그래?”“감사는 구희나랑 형수님한테 해. 그녀들이
“너!”“아가씨, 재언 도련님 말씀이 맞아요! 아가씨는 정말 가만히 있지 못해요.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 나요.”남우는 할 말이 없었다.모두가 자기를 아이 취급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반재언은 그녀를 안고 정원에 돌아왔다. 남강훈과 서진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서진이 머리를 들어 이 모습을 보자 놀렸다.“남우는 또 어디로 달아나서 놀다 이렇게 잡혀 온 거야?”남강훈은 콧방귀를 꼈다.“임신한 사람이 자기가 아직 철없는 애인 줄 알고 싸돌아 다니네. 걱정 안 하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어.”남우는 심호흡하며 반재언을 봤다.“빨리 내려줘.”그가 남우를 내려놓자, 남우는 정자 안으로 들어갔다.“장기를 두시네요. 아버지, 이 장기 수평으로 무슨 장기를 둔다고요?”서진은 피식하며 소리 내고 웃었다.남강훈은 머리를 들었다.“왜? 내가 뭐라고 했다고 기분 나빠져서 이 아비 엿먹이러 왔냐?”“아버지, 이 장기판을 봐요. 상대방이 아버지의 병마를 먹었는데 혼자서도 못 노시면서 남이 뭐라 하지도 못하게 하고!”남강훈은 말문이 막혔다.“너!”그러자 서진은 웃었다.“남우야. 너 혼자 알았으면 되지, 왜 입 밖으로 말하고 그러니.”반재언은 정자에 들어가 장기판의 국면을 보더니 허점을 보고는 말했다.“장인어른, 여기로 가요. 그럼, 상대방 장수를 먹을 수 있어요.”남강훈은 자세히 보더니 기뻐했다.“역시 내 사위야.”서진은 웃음기를 거두었다.남우는 반재언을 째려봤다.“나 너랑 결투할 거야!”남우는 반재언과 장기를 두었다. 남강훈과 서진 두 어르신은 자리를 비켜주고는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시월과 하인들도 구경하러 왔다.남우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장기 판에서 앞뒤로 공격한 적을 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서진은 남강훈 옆으로 다가갔다.“당신 딸의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요.”남강훈은 두 팔을 껴안았다.“상대가 우리가 아닌데 늘었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그는 안정적으로 발휘하는 반재언을 보면 볼 수록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