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soul 주얼리.이율은 어제 이후로 안예지가 점점 더 좋아졌다. 그래서 점심을 먹을 때도 곁에 꼭 붙어 있었다. 이율은 외향적인 성격에 말이 많았지만 안예지는 내성적인 성격에 늘 조용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예지가 이율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다.점심 식사가 끝난 후, 안예지가 먼저 일어나자 직원 두 명이 금세 이율의 주변에 몰려들었다."이율 씨는 왜 자꾸 예지 씨한테 말 거는 거예요? 예지 씨는 대답도 잘 안 하는 것 같은데."이율이 머리를 들며 말했다."다들 오해하는 거예요. 예지 씨 알고 보면 엄청 착한 사람이라니까요. 보기랑은 완전히 달라요.""진짜요?"직원 한 명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예지 씨 오늘 비싼 차를 타고 출근했대요. 차 주인이 꽤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리고 요즘 휴대전화도 바꿨대요."이율도 물론 안예지가 휴대폰을 바꾼 걸 알고 있었다."그건 어제 휴대폰이 고장 나서 바꾼 거예요. 딱히 구설수에 오를 건 없지 않나요?""포인트는 휴대폰이 아닌 케이스에 있어요. 예지 씨 지금 쓰는 케이스가 buccellati의 한정판일 뿐만 아니라 특수 제작된 버전인데 구천광이 광고 모델이죠. 하나에 1500만 원짜리 케이스라니, 저는 감히 만지지도 못하겠던데."이율은 안예지의 휴대폰 케이스를 봤었다. 작은 보석이 박혀 있는 케이스는 아주 귀여웠다. 하지만 1500만 원이라는 것은 무조건 과장 됐을 것이다."1500만 원이라니 말도 안 돼요. 그냥 비슷한 디자인으로 산 건 아닐까요?"직원은 자신의 휴대폰으로 검색하더니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보여줬다."보석 박힌 휴대전화 케이스. 전 세계에 다섯 개밖에 없는데 딱 세 개 남았대요. 그리고 보름 전에 판매를 시작했죠. 이 짧은 시간 안에 짝퉁이 나왔을 리는 없고 제가 보기에는 그냥 이 케이스가 맞는 것 같은데요?"짝퉁을 만드는 것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 케이스는 출시한지 보름도 안 된 데다가 한정판이었다. 게다가 한정판이라는 유명세가 지나기 전에 짝퉁으로
반지훈과 강성연은 주차하고 차에서 내려왔다.강성연이 밖에 선 채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고 반지훈이 물었다."왜 안 들어가?""제가 갑자기 들어가면 다들 깜짝 놀라겠죠?"강성연은 하정화의 표정을 상상하며 물었다.반지훈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고 강성연도 뒤따라갔다. 커다란 마당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었고,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에는 서리가 맺혀 있었다.저택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낯선 중년 여자가 물 한 그릇을 든 채로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반지훈과 강성연을 발견하고 잠깐 멈칫하다가 물었다."누구 찾아요?"강성연은 대답하기 전에 질문부터 했다."할머니랑 큰아버지 안에 계세요?"강성연의 말을 들은 중년 여자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혹시 강예림 씨...?""저는 강성연이에요."이때 집안에서 강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가 왔어?"밖으로 나온 강역이 강성연과 마주치고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성연이 네가 어떻게..."강성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저는 현이를 대신해 와봤을 뿐인데... 왜 환영을 안 하는 것 같죠?"강역은 별다른 말 없이 그들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중년 여자는 따듯한 차를 따라주며 하정화는 놀러 나갔으니 저녁에 돌아온다고 말했다.강성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할머니는 요즘도 자주 놀러 다니세요?"중년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그녀는 찻잔을 정리하며 이어서 말했다."어머님한테 손녀랑 손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서 저는 강예림 씨가 온 줄 알았어요."강성연은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전 강예림 사촌 언니예요."중년 여자가 답했다."그러시구나...""여사님은 누구세요?""얼마전에 이 집으로 시집왔어요. 강역 씨 아내 분이 돌아가셨고 애들도 성인이라 다들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다해서요, 혼자면 외롭잖아요. 저도 혼자인지라 서로 남은 인생 의지하며 살아가려고요."중년 여자가 사실대로 대답했다.강성연은 강역의 재혼을 그다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요즘 사회에서 재혼이 흠이 되지 않
강성연은 저택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는 강현이 출국했다는 소식만 알리고 바로 나왔다.돌아가는 길에 강성연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을 듣고 반지훈이 물었다."아까는 배가 안 고프다면서?"강성연이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방금 배고파진 거예요."반지훈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물었다."뭐 먹고 싶어?"강성연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양념 족발을 먹고 싶어요!"반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래."...soul 주얼리.몇몇 직원은 화장실에서 나와 거울 앞에서 메이크업을 고치며 말했다."예지 씨 그렇게 비싼 케이스를 쓰는 걸 봐서 무조건 돈 많은 남자 찾은 것 같지 않아요?""원래는 조용한 성격인가 했는데 우리랑 안 어울리는 이유가 있었던 거네요.""이율 씨가 번마다 거절당하는 걸 보는 게 가슴 아플 지경이라니까요. 이율 씨는 왜 계속 편을 들어주는지 모르겠어요.""이율 씨가 원래 좀 그래요. 안 그러면 어떻게 반크의 조수에서 매니저까지 됐겠어요? 경력으로 따지면 제가 훨씬 긴데도 말이죠."직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 보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이율은 23살이었고 soul 주얼리에 들어온 지 2년밖에 안 되었다. 그리고 조수에서 매니저 사이의 계급도 엄청났다. 이율이 강성연의 예쁨을 받는 모습을 보고 그녀들은 이율이 아첨에 능하다고 생각했다.여직원들이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안예지가 화장실 구석진 칸에서 나와 손을 씻었다. 그녀는 직원들의 말을 빠짐없이 다 들었다.'평소 이율 씨랑 그렇게 사이좋아 보이더니, 뒤에서는 저런 말을 할 줄이야...'복도로 나온 안예지는 방금 화장실에서 나온 직원들이 이율과 웃으며 떠드는 것을 봤다. 마치 방금 뒷담화를 하던 사람은 자신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직원들이 떠난 다음, 이율이 몸을 돌리다 안예지를 발견하고 서류 다발을 든 채로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예지 씨."안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또 서류 심부름이에요?"이율이 머리를 끄덕였다."네. 오늘 화요
이율이 계속해서 말했다."다들 예지 씨에 대해 몰라서 그래요. 근데 저도 살짝 궁금하기는 했는데..."그녀가 머리를 돌려 안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휴대폰 케이스 진짜 그렇게 비싸요?"안예지는 잠깐 멈칫하다가 되물었다."제 케이스요?"그녀는 자신의 휴대폰 케이스가 왜 갑자기 언급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아빠가 폰 바꿔줄 때 그냥 같이 준건데... 저도 정확히 얼마 하는지는 몰라요.""아빠요?"이율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안예지가 웃으며 다시 한번 대답했다."네, 아빠요."이율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그럼 아침에 회사까지 데려다준 사람도..."안예지는 직원들 사이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맞아요, 아빠예요."'아, 아버님이셨구나!'이율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미소를 지었다."제가 몰라뵀네요. 그래도 소문이 잘못됐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어쩐지 200만 원을 가볍게 말한다 했어요."'부잣집 딸이 비싼 차에 비싼 핸드폰 케이스를 쓰는 게 뭐 어때서.'안예지는 이율이 자신을 믿어주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주 따듯했다. 그녀는 이게 바로 믿음을 받는 느낌인가 싶었다.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타고 있던 남자가 머리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봤다.안예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구의범도 soul 주얼리에서 두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열림 버튼을 누르며 물었다."탈거예요?"이율이 뒤늦게 정신 차리고 말했다."아,네."그녀는 안예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미소를 지었다."그날 저희를 도와주신 분이죠? 어떻게 soul 주얼리에서 다 만나요?"구의범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만날 사람이 있어서요."그는 두 사람을 힐끗 보며 물었다."성연이 직원이에요?"이율이 멈칫하며 물었다."저희 디렉터 님을 아세요?"구의범이 짧게 대답했다.안 그래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던 이율은 도움을 준 적 있는 남자가 강성연까
성공적으로 친구 추가를 하고 난 이율은 머리 돌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락처를 보내줄까요?"안예지가 바로 대답했다."아... 아니요.""그렇게 조심스러울 것 없어요.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없다고요. 예지 씨 아직 솔로죠? 이참에 제가 도와줄게요."이율이 웃으며 말했다.안예지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선제공격이라니, 그게 무슨...""그냥 확 꼬셔버리는 거예요!"이율은 말하다 말고 무언가 생각난 듯 안예지를 향해 물었다."설마 모태 솔로예요?"안예지가 대답을 못 하며 말을 얼버무리는 것을 보고 이율이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모태 솔로라고 해서 부끄러울 건 없어요. 저도 비웃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이율은 카톡을 열며 이어서 말했다."일단 저랑 친구 추가 해요. 그리고 제가 구의범 씨의 연락처를 보내줄게요."안예지는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늦췄다. 그러고는 머뭇거리며 말했다."저... 카톡 없어요."이율은 몸을 돌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구씨 저택.구세호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그는 잡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오늘도 네 어머니를 만나러 갔어?"구의범이 짧게 대답하고 계단 앞에 멈춰서서 넥타이를 풀어 팔에 걸쳤다."어머니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구세호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결국 말하지 못하고 화제를 바꿨다."내일 밤 나랑 한씨 집안과 윤씨 가문의 결혼식에 참가하자.""네."구의법은 짧게 대답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밤안개가 짙게 끼고, 화려한 등불이 켜진 날.한씨 집안과 윤씨 집안은 한씨 집안의 오성급 호텔에서 결혼식을 열었다.두 집안의 결혼 소식은 대부분 서울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 원래는 지난해에 열려야 할 결혼식이지만 일 년이나 미뤄진 덕분에 더 유명세를 탔다.누군가는 한지욱이 더러운 여자와 결혼하기 싫어서 결혼을 반대했지만, 한수찬이 윤씨 집안의 도움을 받기 위해 억지로 결혼을 성사한 것이라고 하기
안예지의 얼굴형은 아주 갸름했고 움직임도 적어서 시끄러운 인파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다.하객이 전부 입장하고 결혼식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입장 멘트를 시작하고 현장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결혼 행진곡과 함께 사람들은 머리를 돌려 입장하는 신부를 바라봤다.윤티파니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아버지 윤진의 손을 잡은 채로 천천히 걸어왔다. 한지욱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명이 어두운 탓에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윤진이 윤티파니의 손을 한지욱에게 건네줬다. 한지욱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주례 앞으로 섰다. 기나긴 주례사가 끝나고 예비부부에게 동의를 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는 이 결혼을 동의할 수 없어요!"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단발머리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한수찬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호텔 지배인과 경비를 불렀다.여자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위로 올라왔고 한지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미쳤어?""너도 이 결혼을 원하지 않는 걸 알아. 넌 이 여자를 사랑하지 않잖아!"여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그리고 나랑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잖아.""선아, 넌 일단 돌아가."한지욱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때 경비가 달려와서 여자를 끌어내리려 했다. 하지만 여자는 끝까지 기를 쓰며 고집을 부렸다."나 안 가!"경비가 힘을 쓰자 여자는 철퍼덕 넘어졌다. 그녀는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려는 듯 소리를 질렀다."나 임신했어!"이 말을 들은 경비는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했다. 한수찬과 한지욱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고 윤진 부부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헐, 이게 무슨 일이야?""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임신한 여자를 두고 다른 여자랑 결혼한단 말이야?""가문의 불행이군."하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을 보고 한수찬이 참다못해 경비에게 말했다."당장 이 여자를 끌어내요!"경비는 여자를 억지로 일으키려고 했다. 여자는
한지욱은 심호흡하며 잠깐 생각하더니 머리도 돌리지 않고 유혜선과 함께 멀어져갔다."한지욱!"한수찬은 고함을 질렀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더니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한 부인은 깜짝 놀라며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해 줬다."여보!"결혼식에서 신랑이 다른 여자와 도망가고 신부 혼자 남게 되자 사람들은 동정의 마음을 품었다.윤진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밥도 먹지 않고 떠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구세호도 마찬가지다. 그는 구의범이 몸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보고 재촉까지 했다."결혼식도 끝난 모양이니 얼른 가자.""저를 데리고 올 때는 언제고 또 데리고 가려는 거예요? 이번에는 가려면 혼자 가세요."구의범이 단호하게 말했다."너..."구세호는 화가 나기는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윤티파니는 치마를 들고 휴게실로 돌아갔다. 안예지도 따라 가면서 말했다."티파티 씨."윤티파니는 귀걸이를 벗다 말고 머리를 돌려 안예지를 바라봤다. 그녀는 안예지가 누군지 바로 알아봤다."만약 위로하러 왔다면 필요 없어요."안예지는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예요. 분명 붙잡을 수 있었는데 왜 다른 여자랑 떠나도록 내버려 둔 거예요?"안예지는 어쩌면 한지욱이 떠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윤티파니가 붙잡았었더라면 말이다.윤티파니는 피식 웃더니 립스틱을 닦으며 말했다."빌어서 하는 결혼이 뭐가 좋다고 제가 붙잡아야 하나요?""빌어서 하는 결혼이요?"안예지는 의아한 표정이었다.윤티파니는 몸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걸어오더니 말했다."맞잖아요. 서울에 어떤 남자가 저처럼 명성이 바닥난 여자와 결혼하겠어요. 지욱 씨와의 결혼은 제 아버지가 꿈에서 바라던 거예요. 그리고 저같이 더러운 여자는 좋은 남자를 바라지도 못해요."안예지는 잠깐 멈칫하다가 윤티파니를 바라보며 말했다."티파니 씨, 그렇게 말하지 마요.""티파니 씨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구의범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안예지는 아주 긴장되었다. 남자와 별로 얘기를 나눠본 적 없는 그녀는 무슨 화제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용감한 이율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안예지는 심호흡하며 다른 화제를 찾았다."아직 안 가셨어요?""지금 가려고요."구의범이 머리 숙여 시계를 힐끗 봤다."먼저 내려갈게요."안예지는 어떻게 말할지 몰라 그저 머리를 끄덕였다."네.""예지 씨도 내려갈 거죠?""아... 네."안예지는 자꾸만 꼬이는 자신의 혀를 뽑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구의범의 앞으로 가서 걸었다.구의범은 안예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여자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저번에 운전자가 시비를 걸 때는 그렇게 당당하던 사람이 말이다.구의범과 안예지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고 두 사람은 양쪽에 섰다.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사람이 들락날락하면서 안예지는 점점 더 구석으로 밀렸다. 그녀의 옆에 있던 남자는 자꾸만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느끼한 차림의 남자의 몸에는 술 냄새가 났다.안예지는 일부러 피하기도 했는데 남자는 자꾸 알게 모르게 자신의 손을 그녀의 골반에 스쳤다.구의범은 안예지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한눈에 알아봤다.구의범은 손을 뻗어 안예지를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와 자리를 맞바꿨다. 덕분에 그녀는 구의범 뒤에 숨어 있을 수 있었다.남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눈을 피했고 안예지는 머리를 숙였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손목에는 아직도 구의범의 따듯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안예지는 구의범을 따라가며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구의범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별말씀을요."안예지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미소를 지었다."그럼 저는 이만 먼저 돌아갈게요."안예지는 급하게 손을 흔들고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