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원수정을 본 윤정은 약간 불편해하며 시선을 거두었다.결국 두 사람이 오후에야 그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발견되었든 없든,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빠, 나 내릴게…….”원유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는 윤설이 문을 밀고 내렸다.어리둥절한 그녀는 윤설이 노기등등하게 문 어구로 가는 것을 보고, 즉시 이해했다.“윤설, 너 뭐 하려고?”원윤희가 그녀를 따라가며 말했다.“거기 서!”앞서가는 윤설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발걸음을 더 빠르게 하고, 마치 사람을 죽이려는 표정을 지었다.원윤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윤설이가 곧 원수정의 뺨을 치려 할 때, 그녀는 뛰어가서 윤설을 힘껏 밀었다.“아!”윤설을 옆으로 비틀거렸고, 하이힐까지 신은 그녀는 발목을 삐어서 하마터면 넘어질 번하자, 그녀는 더욱 화가 나서 계속 앞으로 나가 원유희와 싸우려 할 때, 달려온 윤정은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 안았다.“설이야!”“놔! 이 두 불여우를 죽여버릴 거야!”원유희는 원수정 앞에 막아서,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설이야, 그만 해.”윤정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 일은 그녀와 상관없다고.”“관계가 있어! 이 년이 아빠를 꼬신 거야!”윤설은 미친 듯이 소리를 쳤다.윤정은 원유희 뒤에 있는 원수정을 한 번 보고, 윤설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떠났다.차가 사라지자, 원수정은 드디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어머니와 똑같은 미친년이네. 그런데, 일은 잘 처리됐어? 김신걸이 너를 어떻게 하지 않았지?"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일은 아직 잘 해결되지 않았고, 무서운 건 아직 뒤에 있다!“무슨 뜻이야?”원수정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걱정하지 마. 아빠도 드래곤 그룹에 있어. 그리고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웠어.”그녀의 말에 답하는 원유희.원수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이런 윤정은 그녀가 익숙함을 느끼게 했으며, 심지언
그는 처음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후에 원유희의 말이 그를 깨우쳤다.하지만 그는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 윤설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윤설은 그가 보고 자란 아이였다. 가끔 어리광을 부리지만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더구나 그는 아이가 자기 부모 앞에서 그러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아무리 좋게 말해도 엄마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편할 날이 없겠죠."윤정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네 엄마에게 선택권을 줄 거야. 계속 살 건지 아니면 이혼할 건지. 난 다 받아들일 테니까."그 말에 윤슬이 깜짝 놀랐다. 그는 역시 이혼을 언급했다."그리고 원수정의 일은…… 설아, 신걸이한테 그만 넘어가자고 그래.""그만 넘어가자고요? 꿈 깨세요! 그리고 이 일은 우선 엄마한테 알려주지 마세요. 아빠는 상관없겠지만 전 엄마가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사실 그녀는 이렇게 조용히 처리하다가 오리려 원수정이 제성에 남아있을까 봐 그게 더 신경 쓰였다.윤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어떻게 해야 윤설이 생각을 바꿀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원수정이 제성을 떠날 일은 없을 것이다.그녀와 무고한 원유희가 이 일을 감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윤정이 말을 돌렸다."설아, 정말 신걸이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무슨 뜻이에요?"윤설의 표정이 돌변했다.윤정은 그녀의 심한 반응을 보고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다."제성에서 김신걸 처럼 능력 있고 권위 있는 사람이 또 없다는 걸 그도 인정한다.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다룬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그가 제성에서 사업을 발전시킬 때 김신걸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정말 소름이 끼쳤고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윤설과 약혼하면서 한 편으론 원유희를 가두며 두 여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두 여자가 모두 자기의 딸인데 그가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물론 그가 김신걸이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줬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렇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김신걸의 번호 위로 향했다.전화할까? 드래곤 그룹에, 윤설은 없겠지? 근데 전화해서 뭐라고 해? 빌까? 김신걸이 용서해 줄까? 진정성 있게 사과하면 받아들여줄까? 윤설을 위해 그렇게 하는 걸텐데, 그때 가서 그녀한테 어떻게 설명할까?온갖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장미선 모녀가 아닌 김신걸의 경호원이 들이닥쳤다. 놀라서 원유희의 방으로 향한 원수정의 눈 앞에, 경호원과 원유희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대치하고 있었다.“나가,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원유희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건 김 선생님 뜻입니다. 원수정씨는 즉시 제성을 떠나야 해요.”경호원은 공정한 말투로 말했다.원유희는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고 이런 위협 또한 헛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진짜로 올 줄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빨리.김신걸이 이렇게 독했나?“잠깐만 기다려, 내가 전화할거야!”원유희가 원수정을 밀었다.“안에 가서 휴대폰 좀 꺼내와요.”원수정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경호원 세 명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갔다.“움직이지 마. 내가 김신걸에게 전화하고 난 후에 다시 얘기해.”경호원들은 정말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원수정은 곧 휴대폰을 꺼냈고, 원유희가 일단 김신걸의 위치를 살펴본 뒤 어전원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윤설이 있든 없든 지금은 일단 전화를 걸어야 해.전화가 몇 번 울리더니 끊겼다. 다시 해보자. 왜 계속 안받지.원유희의 마음이 절박하다.만약 김신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까?공교롭게도 원유희가 전화를 걸고 있을 때, 김신걸은 윤설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첫 번째로 걸려온 전화를 김신걸도 봤다. 원유희가 걸었다는 걸 알았지만, 바로 끊고 무음으로 바꾼 뒤 주머니에 넣어 보고도 못 본 척했다.“무슨 일 있어?”윤설이 평소처럼 물어왔다.“스팸 전화.”윤설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 전화가 원유희에게서 온 것이라고 의심했다.의심이 아니라, 진
중요한 건, 일단 원수정이 제성을 떠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조급해하지 마, 내가 곧 김신걸한테 말해 볼 테니 기다려.”윤정이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고, 문밖에 선 원유희는 초조했다.김신걸이 독하게 진짜 이런 짓을 하다니, 인정사정 없이!원유희는 전화를 받지 않는 김신걸에게 문자를 보냈다.[우리 엄마를 풀어주고 제성을 떠나게 하지 마. 네가 만족할 수 있다면 내가 뭐든지 할게.]문자는 그저 바다에 빠진 돌처럼 소식이 없었다.김신걸에게 그녀는 그냥 이 정도였던 걸까. 그렇다면 지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거의 한 시간째 윤정의 답을 기다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연락이 없다.원유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래곤 그룹에 있는 걸 확인한 후 택시를 타고 도착해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지만,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에게 가로막혔다.“여기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누구를 찾아오셨죠?”“김신걸이요.”“프론트에서 예약하세요.”예전에도 몇 번 왔기 때문에, 보안 요원이 그녀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저번에는 분명히 이렇게 막지 않았는데, 지금은 예약이 필요하다니. 일부러 이러는 게 분명하다.예약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기다릴 수가 없다.“좋게 좋게 갑시다, 네? 결과는 제가 책임질게요.”원유희는 김신걸을 만날 수 있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안 됩니다. 그냥 가세요. 난처하게 하지 마시고.”보안요원이 거절했지만 원유희는 절대 이대로 갈 수 없었다. 무조건 김신걸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보안요원이 그녀의 길을 막았다.“나가주세요.”“김신걸을 만나게 해 주세요. 당신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요.”원유희의 말에 보안요원은 답이 없었고, 옆에서 윤설이 한정판 핸드백을 든 채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다.“어디서 큰소리야? 드래곤 그룹의 권력자가 네 말을 듣겠니?”원유희는 윤설이 나타난 걸 보고 가슴이 식었다. 윤설이 있으면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신걸을 만난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윤정이 무서운 얼굴로 일어났다.그의 혼인을 망치고, 원수정이 제성을 떠나게 만들고 원유희를 슬프게 한 게, 윤설이라니, 자신이 아끼는 딸 윤설이라니! 그는 믿기 어려웠다.윤설이 멍한 얼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빠, 저한테 이렇게 무섭게 대하신 적이 없는데, 원수정 모녀 때문에…?”이전에 윤정은 무섭기는커녕 큰 소리조차 낸 적이 없었다. 온화한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던 그가, 지금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다.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기다니.“제가 누구를 위해서 그런 짓을 했겠어요?”윤설이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며 이어 말했다.“아빠, 저도 이런 추잡한 짓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요?”이렇게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반성을 모르는 태도. 윤설의 이런 태도는 윤정을 골치 아프게 했다. 아버지로서 그 불안도 이해할 수 있지만 옳은 일을 저질렀다고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 딸이 자신 때문에 이런 짓을 하다니. 내막을 알게 된 윤정은 놀라서 오랫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아빠, 미안해요, 잘못했어요.”윤설은 윤정이 정말 화가 난 걸 보고는 말을 바꾸어 사과하며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화내지 마세요. 다음부터 그런 일 없을 거예요.”자신이 아끼는 딸이 매달리는 걸 보고, 그도 어쩔 수 없었다.“가서 김신걸에게 원수정을 풀어주라고 하고, 이런 짓은 그만둬!”“네? 원수정을요?”윤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까스로 원수정을 처리했는데, 풀어주라니?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네가 저지를 일인데, 어떻게 원수정 탓을 하고 쫓아낼 수 있겠니?”아버지의 말을 들은 윤설이 멍한 표정을 하다가 별안간 미소를 지었다.“아빠 지금 원수정 모녀를 도우려는 거예요? 저를 이렇게 몰아세우시고?”“만약 네가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면, 나와 원수정은… 이제는 정말 안 돼.”윤정의 안색이 무거웠다. 애초에 윤설과 장미선의 재혼 일 때문에 원수정을 볼 낯이 없었는데,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윤정은 그저 딸을 보호하고 싶었을 뿐, 잘못은 없었다.그렇다면 원수정은 잘못이 있는가?아마 장미선과 윤설만이 그의 진정한 가족이겠지…….원유희는 핸드폰에 움직이는 김신걸의 위치를 보고 황급히 커피숍에서 나와 드래곤 그룹으로 달려갔다.입구에 도착하자 그녀는 차에 타려고 하는 김신걸을 보고 그를 부르며 달려갔다."김신걸!"하지만 경호원이 그녀를 막으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다.김신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는 무심했고 심지어 차가웠다.원유희는 가쁜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몇 분만, 몇 분이면 돼. 내 엄마, 내 엄마 놔주면 안 돼?""안돼."김신걸은 아주 짧은 한마디로 대답했다.원유희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물었다."왜? 내 엄마랑 아빠의 그 일은 오해야. 레스토랑에 가서 알아보면 알 거야. 정말 오해라고! 김신걸, 윤설 때문에 그러는 거 알아. 하지만 내 엄마도 피해자야! 내가 보낸 문자 봤어? 뭐든지 할 테니까, 우리 엄마 좀 놔주라. 응?"김신걸은 눈물이 글썽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넌 결국 이 정도야."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차에 탔다.그 자리에 남겨진 원유희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마음도 차갑게 식었다.시동을 건 차는 점점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녀는 아직도 그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그래, 난 결국 이 정도야. 애원해도 싫다는데. 김신걸은 다신 나에게 용서를 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어떡하지, 엄마 어떻게……'김신걸의 경호원은 정말 원수정을 먼 곳으로 보냈다.그리고 목적지에 이르러서야 떠났다.원수정은 못 믿겠다는 듯 다시 제성에 돌아갈 생각을 했다.주민 등로 증도 있고 돈도 있으니 아주 쉽게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죄송해요. 매진입니다.""지금 몇 신데 벌써 매진이에요? 방금 그 사람도 제성에 가는 표를 샀잖아요?"원수정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자, 다음 분."직원은 아예 그녀를 무시했다.원수정은 화가 났지
“유희야 어때? 다 샀어?”“엄마, 못 사요. 신분증이 유효하지 않대요.”원수정의 재촉하는 말에, 원유희가 힘없이 말했다.“이… 김신걸 이게 꼭 우리 모녀를 이렇게 못살게 굴어야 돼? 걔 무슨 병 있는 거 아니야?”“엄마, 먼저 머물 곳을 좀 알아봐야겠어요. 당분간 지낼 곳이 없어요.”원수정이 발을 동동 굴리며 화가 났고, 그 모습을 본 원유희는 김신걸을 찾아갔다가 만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걸 말하지 못했다.아마 며칠 지나서 그의 화가 풀리길 기다렸다 다시 말하면 괜찮을까…?“설마 내가 앞으로 제성에 못 가는 건 아니겠지? 내가 갈 수 없고, 너도 나올 수 없는데, 우리 모녀가 전화로밖에 연락할 수 없단 말이야? 이런 경우가 어딨어?”“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김신걸이 고집을 부리는 한은.”“걔 찾아봤어?”“음…….”원수정은 짜증이 났지만, 지금 화를 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한밤중에 도로에서 잘 수는 없는 법,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유희야, 그냥 김신걸 찾지 마. 뭐야 진짜! 나 여기서 기다릴게. 들었어?”“잠깐 여행 간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어떤 방법을 쓰든 김신걸 찾지 마. 찾으면 화낼 거야.”“알았어요…….”전화를 끊고, 원유희는 지하철역을 나섰다. 김신걸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평생 원수정을 볼 수 없는걸까?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알고 있다.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하며 절대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그녀가 가서 빌어도 소용 없을텐데, 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그때, 손에 있는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김명화의 전화.순간 원유희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혹시 김명화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까…?김명화와 김신걸 간에 암암리에 벌어졌던 관계를 생각하니 몸이 움츠러들었다.“왜 이렇게 느려? 뭐가 바빠?”아직 입도 열지 않았는데, 김명화의 참을성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바빠
원유희는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베란다로 가서 김명화가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그녀는 평소 아주 가끔 학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가지 않는다.부모는 아무리 바빠도 아이의 학교에 가 봐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하지만 그녀가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면, 삼남매에게도 좋지 않을 텐데. 아빠가 없는 아이들…….원유희는 교문을 통해 보육원으로 향했다.멀리서 어린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는 오빠, 언니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펭귄 무리처럼 보이는 모습.“조한, 상우, 유담!”원유희가 걸어가면서 이름을 부르자, 다른 친구들과 빙글빙글 돌며 놀던 세 아이는 기뻐하며 달려갔다.“엄마!”“엄마!”“엄마가 왔어요!”아이들이 차례로 엄마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 그녀는 ‘아이구’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굴의 웃음이 떠나질 않고 손으로 아이들을 꼭 껴안고 있다.“엄마 어떻게 왔져요?”“귀여운 나 보러 왔죠?”“엄마 왜 오랫동안 안왔져요?”“미안해, 오늘 엄마가 쉬는 날이라서 바로 왔어. 뽀뽀!”원유희가 아이들의 말에 대답하며 한 명씩 안고 뽀뽀하자, 아이들이 즐겁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으며 고개를 돌린 순간, 원유희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어디론가 쏠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 나수빈이 그녀를 보고 있는 걸 본 순간, 놀란 표정으로 얼굴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온 몸이 굳었다.품에 안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엄마’하며 부를 때, 비밀이 갑자기 공기중에 노출된 것 같다.변명할 길이 없다는 생각에, 원유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아이들을 밀어내고 일어나 나수빈을 향해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했다.앞으로 다가가 세 아이를 쳐다보는 나수빈의 말투가 차분하다.“셋 다 네 아이야?”“우리 따로 얘기할까요?”“그래, 네가 나랑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할 지 궁금하네.”운동장 옆 한적한 구석, 멀리서도 운동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