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원수정을 본 윤정은 약간 불편해하며 시선을 거두었다.결국 두 사람이 오후에야 그런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발견되었든 없든,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빠, 나 내릴게…….”원유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는 윤설이 문을 밀고 내렸다.어리둥절한 그녀는 윤설이 노기등등하게 문 어구로 가는 것을 보고, 즉시 이해했다.“윤설, 너 뭐 하려고?”원윤희가 그녀를 따라가며 말했다.“거기 서!”앞서가는 윤설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발걸음을 더 빠르게 하고, 마치 사람을 죽이려는 표정을 지었다.원윤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윤설이가 곧 원수정의 뺨을 치려 할 때, 그녀는 뛰어가서 윤설을 힘껏 밀었다.“아!”윤설을 옆으로 비틀거렸고, 하이힐까지 신은 그녀는 발목을 삐어서 하마터면 넘어질 번하자, 그녀는 더욱 화가 나서 계속 앞으로 나가 원유희와 싸우려 할 때, 달려온 윤정은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 안았다.“설이야!”“놔! 이 두 불여우를 죽여버릴 거야!”원유희는 원수정 앞에 막아서,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설이야, 그만 해.”윤정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이 일은 그녀와 상관없다고.”“관계가 있어! 이 년이 아빠를 꼬신 거야!”윤설은 미친 듯이 소리를 쳤다.윤정은 원유희 뒤에 있는 원수정을 한 번 보고, 윤설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떠났다.차가 사라지자, 원수정은 드디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어머니와 똑같은 미친년이네. 그런데, 일은 잘 처리됐어? 김신걸이 너를 어떻게 하지 않았지?"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일은 아직 잘 해결되지 않았고, 무서운 건 아직 뒤에 있다!“무슨 뜻이야?”원수정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걱정하지 마. 아빠도 드래곤 그룹에 있어. 그리고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웠어.”그녀의 말에 답하는 원유희.원수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이런 윤정은 그녀가 익숙함을 느끼게 했으며, 심지언
그는 처음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후에 원유희의 말이 그를 깨우쳤다.하지만 그는 이 일을 주도한 사람이 윤설이란 게 믿기지 않았다.윤설은 그가 보고 자란 아이였다. 가끔 어리광을 부리지만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더구나 그는 아이가 자기 부모 앞에서 그러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다."아무리 좋게 말해도 엄마는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도 편할 날이 없겠죠."윤정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네 엄마에게 선택권을 줄 거야. 계속 살 건지 아니면 이혼할 건지. 난 다 받아들일 테니까."그 말에 윤슬이 깜짝 놀랐다. 그는 역시 이혼을 언급했다."그리고 원수정의 일은…… 설아, 신걸이한테 그만 넘어가자고 그래.""그만 넘어가자고요? 꿈 깨세요! 그리고 이 일은 우선 엄마한테 알려주지 마세요. 아빠는 상관없겠지만 전 엄마가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사실 그녀는 이렇게 조용히 처리하다가 오리려 원수정이 제성에 남아있을까 봐 그게 더 신경 쓰였다.윤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어떻게 해야 윤설이 생각을 바꿀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원수정이 제성을 떠날 일은 없을 것이다.그녀와 무고한 원유희가 이 일을 감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윤정이 말을 돌렸다."설아, 정말 신걸이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무슨 뜻이에요?"윤설의 표정이 돌변했다.윤정은 그녀의 심한 반응을 보고 그저 덤덤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다."제성에서 김신걸 처럼 능력 있고 권위 있는 사람이 또 없다는 걸 그도 인정한다.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다룬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그가 제성에서 사업을 발전시킬 때 김신걸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정말 소름이 끼쳤고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윤설과 약혼하면서 한 편으론 원유희를 가두며 두 여자에게 상처를 주었다.두 여자가 모두 자기의 딸인데 그가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물론 그가 김신걸이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줬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렇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김신걸의 번호 위로 향했다.전화할까? 드래곤 그룹에, 윤설은 없겠지? 근데 전화해서 뭐라고 해? 빌까? 김신걸이 용서해 줄까? 진정성 있게 사과하면 받아들여줄까? 윤설을 위해 그렇게 하는 걸텐데, 그때 가서 그녀한테 어떻게 설명할까?온갖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다음날 아침, 장미선 모녀가 아닌 김신걸의 경호원이 들이닥쳤다. 놀라서 원유희의 방으로 향한 원수정의 눈 앞에, 경호원과 원유희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처럼 대치하고 있었다.“나가,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원유희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건 김 선생님 뜻입니다. 원수정씨는 즉시 제성을 떠나야 해요.”경호원은 공정한 말투로 말했다.원유희는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이 없고 이런 위협 또한 헛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진짜로 올 줄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빨리.김신걸이 이렇게 독했나?“잠깐만 기다려, 내가 전화할거야!”원유희가 원수정을 밀었다.“안에 가서 휴대폰 좀 꺼내와요.”원수정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경호원 세 명을 바라보며 안으로 들어갔다.“움직이지 마. 내가 김신걸에게 전화하고 난 후에 다시 얘기해.”경호원들은 정말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원수정은 곧 휴대폰을 꺼냈고, 원유희가 일단 김신걸의 위치를 살펴본 뒤 어전원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 윤설이 있든 없든 지금은 일단 전화를 걸어야 해.전화가 몇 번 울리더니 끊겼다. 다시 해보자. 왜 계속 안받지.원유희의 마음이 절박하다.만약 김신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까?공교롭게도 원유희가 전화를 걸고 있을 때, 김신걸은 윤설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첫 번째로 걸려온 전화를 김신걸도 봤다. 원유희가 걸었다는 걸 알았지만, 바로 끊고 무음으로 바꾼 뒤 주머니에 넣어 보고도 못 본 척했다.“무슨 일 있어?”윤설이 평소처럼 물어왔다.“스팸 전화.”윤설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 전화가 원유희에게서 온 것이라고 의심했다.의심이 아니라, 진
중요한 건, 일단 원수정이 제성을 떠나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조급해하지 마, 내가 곧 김신걸한테 말해 볼 테니 기다려.”윤정이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고, 문밖에 선 원유희는 초조했다.김신걸이 독하게 진짜 이런 짓을 하다니, 인정사정 없이!원유희는 전화를 받지 않는 김신걸에게 문자를 보냈다.[우리 엄마를 풀어주고 제성을 떠나게 하지 마. 네가 만족할 수 있다면 내가 뭐든지 할게.]문자는 그저 바다에 빠진 돌처럼 소식이 없었다.김신걸에게 그녀는 그냥 이 정도였던 걸까. 그렇다면 지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거의 한 시간째 윤정의 답을 기다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연락이 없다.원유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래곤 그룹에 있는 걸 확인한 후 택시를 타고 도착해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지만, 제복을 입은 보안요원에게 가로막혔다.“여기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누구를 찾아오셨죠?”“김신걸이요.”“프론트에서 예약하세요.”예전에도 몇 번 왔기 때문에, 보안 요원이 그녀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저번에는 분명히 이렇게 막지 않았는데, 지금은 예약이 필요하다니. 일부러 이러는 게 분명하다.예약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기다릴 수가 없다.“좋게 좋게 갑시다, 네? 결과는 제가 책임질게요.”원유희는 김신걸을 만날 수 있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안 됩니다. 그냥 가세요. 난처하게 하지 마시고.”보안요원이 거절했지만 원유희는 절대 이대로 갈 수 없었다. 무조건 김신걸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보안요원이 그녀의 길을 막았다.“나가주세요.”“김신걸을 만나게 해 주세요. 당신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요.”원유희의 말에 보안요원은 답이 없었고, 옆에서 윤설이 한정판 핸드백을 든 채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다.“어디서 큰소리야? 드래곤 그룹의 권력자가 네 말을 듣겠니?”원유희는 윤설이 나타난 걸 보고 가슴이 식었다. 윤설이 있으면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신걸을 만난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윤정이 무서운 얼굴로 일어났다.그의 혼인을 망치고, 원수정이 제성을 떠나게 만들고 원유희를 슬프게 한 게, 윤설이라니, 자신이 아끼는 딸 윤설이라니! 그는 믿기 어려웠다.윤설이 멍한 얼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빠, 저한테 이렇게 무섭게 대하신 적이 없는데, 원수정 모녀 때문에…?”이전에 윤정은 무섭기는커녕 큰 소리조차 낸 적이 없었다. 온화한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였던 그가, 지금 그녀에게 화를 내고 있다.이런 어이없는 일이 생기다니.“제가 누구를 위해서 그런 짓을 했겠어요?”윤설이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며 이어 말했다.“아빠, 저도 이런 추잡한 짓 하고 싶지 않았어요.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요?”이렇게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반성을 모르는 태도. 윤설의 이런 태도는 윤정을 골치 아프게 했다. 아버지로서 그 불안도 이해할 수 있지만 옳은 일을 저질렀다고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 딸이 자신 때문에 이런 짓을 하다니. 내막을 알게 된 윤정은 놀라서 오랫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아빠, 미안해요, 잘못했어요.”윤설은 윤정이 정말 화가 난 걸 보고는 말을 바꾸어 사과하며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화내지 마세요. 다음부터 그런 일 없을 거예요.”자신이 아끼는 딸이 매달리는 걸 보고, 그도 어쩔 수 없었다.“가서 김신걸에게 원수정을 풀어주라고 하고, 이런 짓은 그만둬!”“네? 원수정을요?”윤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가까스로 원수정을 처리했는데, 풀어주라니?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네가 저지를 일인데, 어떻게 원수정 탓을 하고 쫓아낼 수 있겠니?”아버지의 말을 들은 윤설이 멍한 표정을 하다가 별안간 미소를 지었다.“아빠 지금 원수정 모녀를 도우려는 거예요? 저를 이렇게 몰아세우시고?”“만약 네가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면, 나와 원수정은… 이제는 정말 안 돼.”윤정의 안색이 무거웠다. 애초에 윤설과 장미선의 재혼 일 때문에 원수정을 볼 낯이 없었는데,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윤정은 그저 딸을 보호하고 싶었을 뿐, 잘못은 없었다.그렇다면 원수정은 잘못이 있는가?아마 장미선과 윤설만이 그의 진정한 가족이겠지…….원유희는 핸드폰에 움직이는 김신걸의 위치를 보고 황급히 커피숍에서 나와 드래곤 그룹으로 달려갔다.입구에 도착하자 그녀는 차에 타려고 하는 김신걸을 보고 그를 부르며 달려갔다."김신걸!"하지만 경호원이 그녀를 막으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다.김신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태도는 무심했고 심지어 차가웠다.원유희는 가쁜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몇 분만, 몇 분이면 돼. 내 엄마, 내 엄마 놔주면 안 돼?""안돼."김신걸은 아주 짧은 한마디로 대답했다.원유희가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물었다."왜? 내 엄마랑 아빠의 그 일은 오해야. 레스토랑에 가서 알아보면 알 거야. 정말 오해라고! 김신걸, 윤설 때문에 그러는 거 알아. 하지만 내 엄마도 피해자야! 내가 보낸 문자 봤어? 뭐든지 할 테니까, 우리 엄마 좀 놔주라. 응?"김신걸은 눈물이 글썽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넌 결국 이 정도야."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차에 탔다.그 자리에 남겨진 원유희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마음도 차갑게 식었다.시동을 건 차는 점점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녀는 아직도 그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그래, 난 결국 이 정도야. 애원해도 싫다는데. 김신걸은 다신 나에게 용서를 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어떡하지, 엄마 어떻게……'김신걸의 경호원은 정말 원수정을 먼 곳으로 보냈다.그리고 목적지에 이르러서야 떠났다.원수정은 못 믿겠다는 듯 다시 제성에 돌아갈 생각을 했다.주민 등로 증도 있고 돈도 있으니 아주 쉽게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죄송해요. 매진입니다.""지금 몇 신데 벌써 매진이에요? 방금 그 사람도 제성에 가는 표를 샀잖아요?"원수정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자, 다음 분."직원은 아예 그녀를 무시했다.원수정은 화가 났지
“유희야 어때? 다 샀어?”“엄마, 못 사요. 신분증이 유효하지 않대요.”원수정의 재촉하는 말에, 원유희가 힘없이 말했다.“이… 김신걸 이게 꼭 우리 모녀를 이렇게 못살게 굴어야 돼? 걔 무슨 병 있는 거 아니야?”“엄마, 먼저 머물 곳을 좀 알아봐야겠어요. 당분간 지낼 곳이 없어요.”원수정이 발을 동동 굴리며 화가 났고, 그 모습을 본 원유희는 김신걸을 찾아갔다가 만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걸 말하지 못했다.아마 며칠 지나서 그의 화가 풀리길 기다렸다 다시 말하면 괜찮을까…?“설마 내가 앞으로 제성에 못 가는 건 아니겠지? 내가 갈 수 없고, 너도 나올 수 없는데, 우리 모녀가 전화로밖에 연락할 수 없단 말이야? 이런 경우가 어딨어?”“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김신걸이 고집을 부리는 한은.”“걔 찾아봤어?”“음…….”원수정은 짜증이 났지만, 지금 화를 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한밤중에 도로에서 잘 수는 없는 법, 결국 주어진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유희야, 그냥 김신걸 찾지 마. 뭐야 진짜! 나 여기서 기다릴게. 들었어?”“잠깐 여행 간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어떤 방법을 쓰든 김신걸 찾지 마. 찾으면 화낼 거야.”“알았어요…….”전화를 끊고, 원유희는 지하철역을 나섰다. 김신걸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평생 원수정을 볼 수 없는걸까?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알고 있다.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하며 절대 마음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그녀가 가서 빌어도 소용 없을텐데, 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그때, 손에 있는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김명화의 전화.순간 원유희의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혹시 김명화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까…?김명화와 김신걸 간에 암암리에 벌어졌던 관계를 생각하니 몸이 움츠러들었다.“왜 이렇게 느려? 뭐가 바빠?”아직 입도 열지 않았는데, 김명화의 참을성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바빠
원유희는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베란다로 가서 김명화가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그녀는 평소 아주 가끔 학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가지 않는다.부모는 아무리 바빠도 아이의 학교에 가 봐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하지만 그녀가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면, 삼남매에게도 좋지 않을 텐데. 아빠가 없는 아이들…….원유희는 교문을 통해 보육원으로 향했다.멀리서 어린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는 오빠, 언니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펭귄 무리처럼 보이는 모습.“조한, 상우, 유담!”원유희가 걸어가면서 이름을 부르자, 다른 친구들과 빙글빙글 돌며 놀던 세 아이는 기뻐하며 달려갔다.“엄마!”“엄마!”“엄마가 왔어요!”아이들이 차례로 엄마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 그녀는 ‘아이구’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굴의 웃음이 떠나질 않고 손으로 아이들을 꼭 껴안고 있다.“엄마 어떻게 왔져요?”“귀여운 나 보러 왔죠?”“엄마 왜 오랫동안 안왔져요?”“미안해, 오늘 엄마가 쉬는 날이라서 바로 왔어. 뽀뽀!”원유희가 아이들의 말에 대답하며 한 명씩 안고 뽀뽀하자, 아이들이 즐겁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으며 고개를 돌린 순간, 원유희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어디론가 쏠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 나수빈이 그녀를 보고 있는 걸 본 순간, 놀란 표정으로 얼굴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온 몸이 굳었다.품에 안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엄마’하며 부를 때, 비밀이 갑자기 공기중에 노출된 것 같다.변명할 길이 없다는 생각에, 원유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아이들을 밀어내고 일어나 나수빈을 향해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했다.앞으로 다가가 세 아이를 쳐다보는 나수빈의 말투가 차분하다.“셋 다 네 아이야?”“우리 따로 얘기할까요?”“그래, 네가 나랑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할 지 궁금하네.”운동장 옆 한적한 구석, 멀리서도 운동장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