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초의 목소리 때문에 마침 낙청연의 위치가 폭로됐다.서방의 문이 쾅 열리더니, 부진환이 성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하지만 부진환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낙청연은 바로 황급히 달려갔다.“무슨 일이냐?” 낙청연은 지초의 모습을 보고 약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지초는 눈물을 닦으며, 자책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저는 낙월영이 갑자기 왕비 마마의 방으로 쳐들어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낙청연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정원으로 뛰어 들어가자, 어수선한 방이 보였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방안은, 난장판이 되었고, 꽃병과 찻잔은 모두 땅바닥에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그리고 바닥에 깨진 도자기로 된 항아리를 본 낙청연은 순간 두 눈을 붉혔다.바닥에 뼛가루가 널브러져 있었고, 낙월영이 밟기까지 하여 방안은 대량의 잿빛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한 줄기 분노가, 낙청연의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그 순간,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미친 듯이 방 안의 물건을 부수는 낙월영을 보더니 낙청연은 눈에 불을 켜고 방안에 뛰어 들어갔다.낙청연은 낙월영의 머리채를 덥석 잡더니, 힘껏 벽에 처박았다.만월 비수가 칼집에서 나와, 매섭게 담벼락에 꽂혔다.낙월영은 겁에 질려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성난 소리로 질책했다: “낙청연! 넌 사람이 아니야! 악독한 계집! 어떻게 자기 집까지 망쳐!”낙월영은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그녀의 어투는 원망과 분노로 가득했다.낙월영의 아버지는 승상이다. 만약 승상부까지 일이 생기면, 그녀는 끝장이다.낙청연, 이 천박한 계집, 어떻게 감히!그러나 이 순간 낙청연도 눈이 시뻘게서 더 세게 낙월영의 머리채를 잡더니 그녀의 얼굴을 힘껏 벽으로 갖다 밀었다.흉악한 두 눈으로 낙월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느 손으로 도자기를 깨뜨렸느냐?”낙월영은 분노하며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낙청연, 여긴 섭정왕부라고, 네가 감히!”“좋다, 말 안 할 거지, 그럼 두
”내가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에게 마음이 약했고, 내가 제정신이 아니니 낙월영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입니다!”분노로 가득한 부진환은 이 말을 듣고 더욱 격노하여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내가 경고한다! 낙월영을 건드리지 말거라!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면, 나는 절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낙해평이 태워서 재밖에 남지 않은 사부를 떠올리며, 또 낙월영이 깨뜨린 유골함과 그녀가 밟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니, 낙청연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자신의 살기를 억제할 수 없었다.이 부녀는 함께 죽어 마땅하다!“그럼, 저도 당신에게 알려드립니다. 낙월영, 저는 반드시 죽일 겁니다!” 낙청연의 어투는 사납기 그지없었다.이 기회를 틈타, 낙청연은 부진환의 발을 힘껏 밟아버렸다.풀려난 낙청연은 또 문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보고 있던 부진환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낙청연을 단번에 잡아 왔다. “낙청연, 나를 강요하지 마!”낙청연은 살기가 충만한 눈빛으로 손을 들더니 부진환의 얼굴을 한 대 쳤다.두 사람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부진환도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눈빛은 돌연 차가워지더니, 주저하지 않고 아주 세게 낙청연의 가슴을 가격했다.푸—극심한 통증이 엄습해오더니, 낙청연은 갑자기 선혈을 토해냈다.아직 똑바로 서지도 못했는데, 부진환은 또 그녀의 팔을 잡더니, 힘을 모아 힘껏 그녀의 팔에 일격을 가했다.다음은 등이었다.일격 또 일격을 가하자, 낙청연은 경맥이 거의 터질 것 같은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피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낙청연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온몸은 극심한 통증으로 마비되었다.희미한 시선 속에서 지초가 달려와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왕비 마마!”머리 위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 네가 본왕을 강요한 것이다.”“너의 무공을 없애버렸다.”“경맥은 다쳤지만, 목숨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상처를 잘 치료하거라, 낙월영을 죽일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고.”말을 마치더니 부지환
흐느끼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낙청연은 유유히 깨어났다.“지초?” 낙청연은 지초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송천초가 다급히 그녀를 진정시켰다. “움직이지 마세요.”“경맥이 심하게 훼손되었습니다. 적어도 열흘 동안 침상에서 내려오시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인이 될 것이며, 평생 다시는 무예를 익힐 수 없습니다!”송천초의 미간은 일그러졌으며 어투는 무거웠다.낙청연은 침상에 똑바로 누워있었다. 그녀는 몸의 통증 느낄 수 있었으며 이번에 얼마나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은 서리가 내리고 있었다.“여긴 언제 온 것이냐?” 낙청연이 물었다.송천초가 대답했다: “다치자마자, 지초가 바로 저를 찾아왔습니다.”“참, 섭정왕은 왜 이토록 잔인합니까? 무공을 없애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송천초도 원망이 가득했다.당초 낙청연의 무술 연마를 돕기 위해, 그녀는 그렇게 많은 진귀한 약재를 썼다.지금 모두 망가졌다.지초가 새 항아리를 안고 나오더니, 미안해하며 말했다: “제가 이미 유골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일부만 모으고 일부는 바람에 날려갔습니다.”낙청연은 가슴 아파하며 그 항아리를 쳐다보더니, 또 저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천초, 부탁 좀 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세요.”“이걸 린부설의 무덤 옆에 갖다 묻어줘.”지초는 그 항아리를 옆에 갖다 놓았다.지초는 약으로 달이러 가며 방문을 닫았다. 송천초는 그제야 물었다: “이건 당신 사부입니까?”송천초는 지초에게서 이미 들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의 어머니이자, 사부님이기도 하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안색이 확 바뀌더니 물었다: “낙월영이 한 짓입니까?”“낙월영이 이토록 선을 넘는 일을 하는데, 부진환은 왜 아직도……”송천초는 몹시 화났다.낙청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부진환은 내가 낙월영을 죽이려는 원인을 모른다.”송천초는 잠깐 멍하니 있더니 또 물었다: “그럼, 왜 말을 안 해줬습니까?”
승상부의 영광과 번영이 사라졌다.며칠 더 누워있던 낙청연은 드디어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송천초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온종일 그녀의 곁을 지켰다.침상에서 며칠 더 누워있다가 드디어 방문을 나서니 화사한 햇빛이 느껴졌다. 낙청연은 먼 곳을 보며 말했다.“어머니를 보러 가고 싶구나.”“저랑 같이 가시지요!”그렇게 그들은 저택을 나섰고 마차를 타고 성 밖으로 향했다.낙청연은 송천초가 고용한 사람에게 들려서 산을 올랐다.비록 걸을 수는 있다지만 경맥을 다친 데다가 상처가 심각해 오래 걷는 것은 좋지 않았다.산비탈에는 여전히 들꽃이 화사하게 피어있었고 향긋한 내음이 가득 느껴졌다.린부설의 무덤 옆에 무덤 하나가 새로이 생겼다. 그곳에는 송천초가 그녀를 도와 묻은 사부님의 유골이 있었다.무덤 앞에 선 낙청연이 절을 올리려 할 때, 무덤 구석에 새롭게 뒤집힌 흙이 보였고 묘비도 비뚤어져 있었다.“천초야, 이것 좀 보거라.”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그곳을 가리켰다.송천초는 깜짝 놀랐다.“이상하네요. 제가 잘 묻어놓았었는데 왜...”송천초는 앞으로 나서서 묘비를 제대로 해놓았다.낙청연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누군가 무덤에 손을 댄 적이 있는 것 같다.”“여봐라! 무덤을 파거라!”무덤이 조금씩 파헤쳐지면서 그 안의 관이 드러났다. 관을 열었을 때 안의 광경에 낙청연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송천초 또한 매우 놀랐다.“제가 직접 유골을 넣었습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누군가 안에 있는 유골을 파간 것 같구나.”“누가 그랬을까요?”송천초는 믿을 수 없었다.죽은 사람의 유골일 뿐인데, 무엇 때문에 그것을 무덤에서 파낸 걸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날 너에게 유골을 가져가 묻으라고 했지. 그건 섭정왕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섭정왕부의 사람을 제외하고 이 일을 아는 사람은... 낙해평 뿐이다.”낙청연은 곧장 하산해서 승상부로 향했다.승상부는 아주 한적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 낙해평의 팔을 차버렸고 그 바람에 낙해평은 바닥에 쓰러졌다.낙청연은 평온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더는 무공을 하지 못하는 그녀가 혼자 이곳에 올리 없었다.무영은 곧바로 낙해평을 바닥에서 일으킨 뒤 비수를 주워 낙해평의 목을 겨누었고 낙해평을 바닥에 무릎 꿇게 했다.“너너너!”낙해평은 대경실색했지만 감히 움직일 수는 없었다.“건방진 것! 난 승상이다!”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말하는 것도 자신 없으시네요. 이 저택을 제외하고 당신 어디가 승상다워 보입니까? 제가 여기서 당신을 죽인다고 해도 사람들은 두 달 뒤에야 당신의 시체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승상부는 악취로 가득 차겠지요.”낙청연의 말에 낙해평은 음산한 기운이 느껴져 등허리가 오싹했다.그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낙청연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내가 지금 이 꼴이 됐는데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낙해평을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제 어머니의 유골은 어디 있습니까? 누가 유골을 훔쳐 간 것입니까? 절대 편히 죽지 못하게 만들 것입니다!”낙청연의 어투가 더없이 사나워졌다.낙해평은 흠칫 몸을 떨었다.잠깐의 고민을 거친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얘기할 수 없었다.최근 그는 너무 많은 비밀을 발설했고 여기서 더 얘기한다면 목숨마저 잃을 것이다!비수를 건네받은 낙청연은 떨리는 손으로 낙해평의 어깨를 세게 찔렀다.“얘기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그러면 지금 당장 죽여주겠습니다!”낙청연의 눈빛을 보니 진짜로 사람을 죽일 듯했다. 목숨을 위협받은 낙해평은 이를 악물었다.“그 유골은 네 어머니의 것이 아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뭐라고요?”“그건 네 어머니의 유골이 아니다. 그것은... 월영이 어머니의 것이다...”낙해평은 미간을 잔뜩 구기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낙청연은 경악했다.“낙월영 어머니의 것이라고요? 그럼 저희 어머니
낙청연의 몸으로는 내려갈 수 없었기에 무영이 그녀를 데리고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마른 우물 안의 벽에는 넝쿨에 가려진 비밀 통로가 있었다.비밀 통로에 들어가 보니 통로는 그다지 길지 않았고 이내 밀실에 도착했다.횃불이 밀실을 비췄다. 바람이 불어오자 은방울이 울렸고 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했다.여기가 진짜 그의 어머니가 진압된 곳이었다.곳곳에 진법과 부문이 있다 보니 너무 억압되어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여기 한 겹, 바닥에 한 겹, 낙해평은 낙청연의 어머니가 얼마나 두려웠던 걸까?낙청연은 바닥에 놓인 물건을 걷어차서 진법을 파괴한 뒤 정중앙으로 들어가 유골함을 안으려 했다. 하지만 손목이 시큰거려 힘을 쓸 수 없었다.혹시나 손이 미끄러져 놓칠까 봐 낙청연은 얼른 유골함을 내려놓으려 했다.송천초가 앞으로 나오더니 그녀를 도와 유골함을 품에 안았다.“이번에는 낙해평이 거짓말하지 않았겠지요.”낙청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럴 것이다. 그는 나의 어머니를 무서워하지. 이렇게 겹겹이 억압한 걸 보면 내 어머니인 것이 확실하다. 낙월영의 어머니는 아닐 것이다.”주변을 수색한 무영은 몇 가지 물건을 찾아냈다.그중에는 옷이 한 벌 있었는데 옷 위에 피로 부문이 적혀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옷 안에 천 쪼가리가 덧대어있었다.무영은 비수를 꺼내 옷을 잘랐고 천을 몇 조각 더 찾았다.그 위에는 선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고 낙청연은 그것이 지도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아마 저번에 보았던 그 지도의 일부분인 듯했다.낙청연은 얼른 그 천 쪼가리들을 주웠다.“더 찾아보자꾸나.”이곳에는 사부님의 유품이 있었다. 전부 태워지지는 않았으나 천 쪼가리들을 제외하고 쓸모 있는 건 별로 없었다.곧이어 그들은 그곳을 떠났다.낙청연은 유골함을 다시 묻은 뒤 섭정왕부로 돌아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방 안에서 낙청연과 송천초 두 사람은 함께 천 쪼가리들을 맞추었고 그것을 그리다 만 반쪽짜리 지도에 대보았다.“되었군요!”송천초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
유골함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멈추거라!”낙청연이 호통을 쳤으나 낙월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골함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그것을 마구 짓밟았다.낙월영은 원망과 증오, 그리고 도발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새끼손가락이 부러진 것 때문에 화풀이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를 핑계로 낙청연을 화나게 만들어 부진환이 낙청연을 죽이게 만들려는 걸까?어찌 됐든 낙월영은 그 어떤 목적도 이루지 못했다.낙청연은 노여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표정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오히려 부경리가 흐려진 안색으로 다가갔다.“지금 뭘 하는 것이오?”낙월영은 두 눈이 벌게서 낙청연을 도발했다.“난 언니를 죽일 수 없지만 절대 언니가 편히 지내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보았습니까? 언니의 어머니는 제 발밑에 짓밟혔습니다. 그리고 남은 유골도 전부 바람에 날려 보낼 것입니다!”낙청연은 낙월영의 악랄한 표정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낙월영, 그걸 줍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넌 후회할 것이다.”그러나 낙월영은 그것을 위협이라고 생각했다.낙월영은 바닥에 흩어진 유골을 줍더니 밖으로 나가 낙청연의 앞에서 유골을 날려버렸다.바람이 불자 유골이 흩어졌다.원수를 갚았다는 듯이 통쾌한 표정을 짓는 낙월영을 바라보며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그녀는 바닥에 남아있는 유골을 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네 어머니는 어쩌다 너 같은 걸 나았을까?”낙월영은 덤덤한 낙청연의 표정에 놀랐다.“그게 제 어머니랑 무슨 상관입니까?”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 의미심장한 표정에 낙월영은 덜컥 겁이 났다.“말씀하십시오! 무슨 뜻입니까?”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서진 유골함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송천초에게 묻어달라고 부탁했던 유골함이었다.낙해평이 훔쳐 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부진환이 훔친 것이었다.부진환은 무엇 때문에 그 유골함을 파낸 것일까?그 안에 든 것이 낙월영 어머니의 유골이라는
“셋째 형님도 최근에 정상적이었습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도 없었고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전과 같았다.고충에 당해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사악한 무언가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모든 것이 정상이었다.하지만 그의 눈빛은 예전처럼 맑지 않았고 안개가 쓰인 듯 혼탁했다. 그리고 낙월영이 다칠 때마다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이성을 잃는다.정말 낙월영을 너무 신경 써서 그렇게 되는 걸까?“그 유골함이 언제 서방 안에 놓이게 됐는지 알고 있습니까?”낙청연이 궁금한 듯 물었다.부경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형수님께서 낙월영을 죽이려 한 이튿날이었습니다. 당시 셋째 형님과 낙해평은 서방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낙해평이 말하길 형수님의 어머니는 대제사장이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천궐국에 왔다고 했습니다. 이튿날 셋째 형님은 외출해서 이 유골함을 가지고 왔습니다. 다른 건 저도 모르겠습니다.”그 말만으로도 낙청연은 아주 놀라웠다.대제사장이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왔다니.낙청연은 순간 숨 쉬는 법을 잊었다.낙해평은 사부님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낙해평은 대체 부진환에게 무슨 얘기를 한 걸까?“네. 감사합니다.”낙청연은 다급히 처소로 돌아가 야행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승상부에 가볼 셈이었다.낙해평은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었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그가 실토하게 할 생각이었다.낙청연은 물건을 준비한 뒤 무영과 함께 승상부로 향했다.깊은 밤, 승상부는 고즈넉했다. 부진환의 사람도 전부 떠난 상태라 정원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곧장 낙해평의 처소로 향했다. 방안은 어두컴컴하고 촛불도 없었다.낙청연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큰일 났군!낙청연은 곧장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니 허공에 붕 떠서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형체가 보였다.무영은 깜짝 놀라 앞으로 나섰고 대들보에 목을 매단 사람을 구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