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고개를 숙이고 힘껏 그녀를 껴안고 있는 품속의 사람을 쳐다보았다. 안색은 확실히 처음처럼 그렇게 창백하지 않았고, 추워서 벌벌 떨고 있지도 않았다.그는 손에 든 검을 내던졌다.낙청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저를 믿습니까?”그제야 낙청연은 조심스럽게 그를 놓아주었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믿는다!”말을 마치자 마자, 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낙청연, 너 정말 대단하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소매를 펄럭이며 가버렸다.“부진환……” 낙청연은 불렀지만, 전방의 그 사람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소유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왕비, 중독되지 않았으면, 왜 진작에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왕야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모릅니다. 수희궁에서 돌아온 이후로, 한 번도 편안하게 주무신 적이 없습니다.”이 말에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부진환이 그녀를 걱정하다니! 그것도 이토록 그녀를 걱정하다니!“청연, 다행이구나……” 부운주는 옆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낙청연은 그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바로 일어나 달려갔다.정원에 쫓아왔을 때, 아니나 다를까 부진환은 계집종에게 방 안에 있는 그녀의 물건을 옮기라고 시키고 있었다.부진환의 차가운 안색은, 보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부진환, 제가 일부러 당신을 속인 게 아닙니다. 당신도 저에게 묻지 않으셨습니다.”부진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 “지금 바로 옮기거라.”“예! 옮겨라면 옮겨야지요!”부진환은 돌아서서 바로 서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아버렸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탄식하며, 계집종을 시켜 물건을 정리하여 돌아갔다.자신의 정원으로 돌아오자, 송천초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당신의 왕야는 정말 화가 많이 난 것 같습니다. 당신도 그렇습니다. 정도껏 해야지, 그렇게 오랫동안 그를 속입니까!”낙청연은 침상에 누워 한가롭게 과일을 먹으면서 말했다: “이제 며칠이
취향거의 주방장이 떠난다!마침 정원에서 주방장과 마주친 낙청연은 왕야가 주방장을 떠나라고 명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왕비, 저도 부에서 밥을 해드리고 싶습니다.”“하지만 왕야께서 가라고 하시니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제 요리가 드시고 싶으시다면, 취향거로 와주십시오!”“왕비께서 오시면 제가 요리 두 개를 더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며칠 지나 부진환을 찾으러 가려 했지만, 주방장이 간다니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이 주방장의 요리는 부에 있던 주방장의 요리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여기서 기다리거라. 내가 절대 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학 주방장은 꼬개를 끄덕이며 짐을 들고 돌의자에 앉았다.낙청연은 다급히 서방으로 향해 부진환을 찾았다. 꼿꼿한 그림자가 창가에 서서 노을의 빛을 받자, 훤칠한 그림자에는 부드러운 금색 빛이 감돌았다.뼈마디가 선명한 손은 책을 펼치고 있었다.차가운 분위기지만,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왕야.” 낙청연이 침묵을 깼다.부진환은 뒤돌아보지 않고 콧소리로 대답했다.“취향거의 주방장을 보내지 마십시오.” 낙청연은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그러자 부진환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가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며칠 더 먹게 해줄 수 있다.”이 차가운 어투는 아직도 자신을 속인 일에 화가 난 게 분명했다.“왕야,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태후께서는 확실히 저를 죽이려 했고, 저도 확실히 왕야를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제 증언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큰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겠습니까?”“중독되지 않았다는 걸 숨긴 건 편안하게 치료를 받으려고 한 거였습니다. 중독 말고는 다 사실이지 않습니까?”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그래도 부진환의 어투는 차가웠다: “그럼 쭉 숨겼어야지.”그렇게 오래 숨기다가 부운주를 건드리려 하니 그제야 사실을 고했다.부운주가 아니었다면, 정말 쭉 숨길 작정이 아니었겠는가?이 말을 들은 낙청연은 의문스러운 듯 물었
-7일이 지났다.수희궁에서 태후는 동경 앞에 앉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 “며칠이냐?”금서는 옆에서 시중을 들며 대답했다: “오늘이 7일째입니다.”태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시체를 안고 오지 않았다니, 정말 별일이구나.”금서는 웃으며 답했다: “이제 큰 공을 세워 명망이 높을 시기에 시체를 안고 수희궁에 쳐들어온다면 불효불경의 소문이 돌게 분명하지 않습니까.”“그리고 섭정왕이 연모하는 여인은 낙월영입니다. 낙청연에게는 그저 배은망덕하다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해 겉으로 잘해주는 것뿐이지, 어찌 낙청연이 죽었다고 태후마마와 맞서겠습니까.”태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태의 쪽은 어떻게 되었느냐?”“잘 부탁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낙월영이 며칠 전 섭정왕부에서 난리를 피워 낙청연이 죽어도 다들 태후마마를 의심하기는커녕 낙월영이 죽였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태후는 살짝 의문스러운 듯한 어투로 물었다: “평소가 처리한 것이냐?”“예.”“일타쌍피로 거슬리는 낙월영까지 해결했구나.”“남자만 둘러싸며 보잘것없는 짓거리나 하고. 이런 체면이 안 서는 여인을 어찌 엄가에 들일 수 있겠느냐?”엄 태후는 불쾌한 어투로 얕잡아 보는 듯 말했다.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섭정왕부에서 낙청연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태후는 사람을 섭정왕부에 보냈으나, 낙청연이 아무 일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 받는다!이 소식을 들은 태후는 분노하며 말했다: “뭐?! 낙청연이 살아있다고?”“그래서 부진환이 찾아오지 않았구나!”금서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섭정왕이 의원을 찾아 해독했을 수도 있습니다.”“천천히 퍼지는 독이라 수희궁에서 그런 모습을 봤으니 해독 방법을 찾았던 게 분명합니다. 7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습니다.”이말을 들은 태후는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낙청연을 죽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이냐! 어서 방법을 생각해보거라!”“예!”그때, 낙청연은 뚱뚱하고 못생긴 얼
낙청연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왔느냐?”“예! 바로 이 정원 주변에 있습니다!” 낙운희는 긴장해서 말했다: “제가 오면서 느낀 건데, 주위에 많은 사람이 매복되어있습니다. 아마 모두 고수일 겁니다!’이 말을 듣자, 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웃으며 말했다: “오, 이제는 이런 것도 느껴지는 것이냐?”“그 사람이 아직도 네 몸에 있는 것이냐? 두렵지 않으냐?”낙운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저는 이미 그의 존재를 적응했습니다. 그는 저에게 평시에 느끼지 못하는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예를 들면 제가 이곳에서, 주변에 많은 사람이 매복해있는 것을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등 어멈은 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그 사람들은 왕비를 죽이려고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그 사람들은 모두 왕야가 보낸 왕비를 지키러 온 암위들입니다. 벌써 며칠째 이 주변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낙운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을 지킨다고요?”“보아하니 부진환이 당신에 대한 태도 변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그들이 안심이 안 되니, 당분간 너는 이곳에서 지내거라.”철추가 있으면, 그녀는 더욱 마음이 놓인다.낙운희는 의견이 없었다: “좋습니다.”지금 그녀는 오로지 무술을 연마할 생각뿐이다. 하루빨리 무술을 연마하여 낙월영에게 복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어디서 살든지 상관없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낙운희가 온 그날 밤, 부진환은 저택에 없었고 그의 정원은 자객이 들이닥쳤다.하지만 부진환은 이미 정원에 사람을 매복시켰고, 자객이 나타나자, 바로 자객을 붙잡았다.그러나 그 자객은 잡히자마자, 자결해버렸다.다음날 낙청연은 이 사실을 알고 몹시 놀랐다.그날 부진환은 화가 나서 낙청연을 쫓아냈지만, 사실은 태후가 사람을 보내올 거라는 걸 알고 낙청연이 지냈던 방을 미끼로 삼아 함정을 팠던 것이다.비록 산 채로 잡진 못했지만 자객
“그래, 가서 쉬어라.”-“또 실패하였느냐? 또? 낙청연을 죽이는 게 왜 부진환을 죽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냐!”엄평소는 분노하여 찻잔을 탁하고 내려놓았다.옆에서 여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은 정말 되는 일이 없군요. 사담도 실패, 낙청연도 실패…”“이렇게 큰 손해를 보았는데도 성공하지 못한 걸 보니 부진환이 낙청연을 지켜주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자객을 보내도 소용없을 테지요.”이 말을 들은 엄평소는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더는 손해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태후의 명령이라 반드시 죽여야 한다.”“나도 방법이 없다.”말을 마치고 엄평소는 여인에게 다가갔다.“정아야, 빨리 낙청연을 없앨 방법은 없느냐?”“태후께 뭐라도 내놔야 할 거 아니냐.”여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답했다: “방법이야 있지요. 하지만 원기가 조금 소모될 뿐입니다.”“정아야,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 사담은 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보겠다! 네 상처를 치료해줘야 하지 않겠냐!”이 말을 들은 여인은 가볍게 웃으며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사담을 구할 때쯤이면 상처는 이미 아물 게 분명했다.그건, 이제 희망을 품지 않는다.하지만 엄평소는 떠난 후, 더 많은 사람을 송천초 쪽으로 보내 사담을 얻으려 했다!-깊은 밤이다.섭정왕부는 경비가 삼엄했다.하지만 늦은 밤이 되어서도 자객은 오지 않았다.수위는 정신을 차려 교대하며 지켰지만 늦은 밤의 졸음을 참지 못했다.방에서 지초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낙운희도 하품을 했다: “오늘은 안 오는 거 아닙니까?”“계속 실패만 했으니…”이때, 밖에서 서늘한 바람이 창문에서 불어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지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낙청연은 눈을 살짝 뜨며 말했다: “왔구나.”두 글자에 낙운희는 잠이 확 깨 정신이 번쩍 들었다.“어디 있습니까?”낙청연은 창가로 다가갔다. 서늘한 밤바람에는 이상한 향기가 섞여 있었고, 공기는 유난히도 고요했다. 너무 조용해 마치 세상 만물이 잠이
굉음과 함께 자객은 방 밖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다.낙청연이 정신을 차릴 때쯤, 낙운희는 곧바로 달려 나가 검으로 자객의 가슴을 찔렀다.그렇게 자객은 숨이 끊겼다.낙청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철추의 무공은 정말 다른 사람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지난 생에는 천하를 누비는 자객이었을 게 분명했다.천매문의 자객은 낙청연이 지금까지 만난 자객 조직 중 실력이 가장 뛰어난 조직이었다.명찰염라 같은 자객은 비할 바가 아니지만, 천매문 자객 이 다섯 글자는 낙청연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적어도 무극문의 자객보다는 뛰어났다.하지만 지금, 철추가 몸짓 몇 번으로 천매문의 자객을 처리했다!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낙청연뿐만 아니라 낙운희도 깜짝 놀라 검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낙청연을 바라보었다.“제가 죽인 겁니까? 혹시 똑똑히 보셨습니까?”“아니, 한 번 더 해보겠느냐?”낙운희는 실전으로 훈련을 하고 싶었으나, 며칠이나 기대하던 실전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다음 자객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구나.”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자객은 나타나지 않았다.낙운희가 할일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손이 간지러워하자 낙청연은 훈련할 수 있는 곳을 추천해줬다.“경도에서 무관을 찾으면 언제든지 사람을 찾아 훈련할 수 있다. 명심하거라, 힘 조절을 잘해야 하고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낙운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가도 됩니까?”“그래.”낙운희는 기뻐하며 떠나려고 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녀를 불러세웠다: “참, 송 의원이 주신 약이 남았는데 마침 네 목을 치료할 수 있구나. 가지겠느냐?”낙운희는 멈칫하더니 평온하던 눈빛은 다시 복수의 불길이 감돌았다.“제 어머니는 저 때문에 죽었습니다. 저는 편안하게 살 자격이 없습니다. 목소리라도 이래야 제 원한을 명심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복수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낙운희가 살아있다는 걸 알아선 안 됩니다.”이 쉰 목소리로는 아무도 그
그 말에 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너와 같이 입궁하도록 하마.”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몰랐다. 그녀는 류 태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다.하지만 궁에 있는 그분이 그녀를 괴롭히려 하니 언제가 됐든 입궁해 마주해야 했다.게다가 이번에 그녀를 찾은 건 태후가 아니었다.하지만 떠나기 전 낙청연은 지초에게 부진환이 돌아온다면 그녀가 류 태비를 만나기 위해 입궁했다고 그에게 알리라고 했다.곧이어 낙청연은 단희 고고를 따라 입궁했다.류 태비의 처소는 비교적 고요한 곳에 있었고 침궁 안도 아주 조용했다. 궁녀도 많지 않고 정원도 고즈넉했으며 침궁 내부는 단촐하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다.류 태비는 단아한 옷차림에 손에 염주를 들고 있었고 온몸에서 단향목 향기가 났다.그녀를 만나 보니 아주 너그럽고 다정하며 친절해 보였다.“왕비, 왔소?”낙청연이 예를 갖췄다.“태비 마마!”“내가 지내는 이곳에는 그렇게 많은 규칙이 필요치 않소. 앉으시오.”류 태비는 허세라고는 전혀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류 태비는 태후보다 몇 살은 더 젊어 보였는데 기껏해야 서른 좀 넘는 나이인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태비의 자리에 올랐다.서른이 좀 넘는 나이에 소박한 옷차림, 염주를 손에 들고 있고 부처를 믿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자애로운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얼굴을 보면 온화해 보이나 눈빛에는 몰래 날을 숨기고 있었고 매섭게 올라간 눈썹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긴 야심을 돋보이고 있었다.“때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일렀소. 난 부처를 믿어 고기는 입에 대지 않으니 왕비도 조금 참아줘야 하겠소.”류 태비가 친절하게 웃어 보이며 말하자 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궁녀가 차를 올리고 방 안에 낙청연과 류 태비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류 태비가 입을 뗐다.“왕비와 우리 7황자와는 어떤 사이인가?”우리 7황자?참으로 친근해 보이는 칭호였다.류 태비는 7황자를 돌봐준 은혜가 있었지만
류태비가 무릎을 꿇자 낙청연은 기겁하면서 얼른 그녀를 부축해 세웠다.“태비 마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얼른 일어나세요!”류 태비는 그녀를 밀어내며 일어서지 않으려 했고 간절히 빌기 시작했다.“왕비, 내가 이렇게 부탁하오! 7황자가 저 모양이니 너무 걱정돼서 그러오! 7황자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내가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소!”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마음 놓고 떠나다니요? 태비 마마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숙이며 난감한 얼굴로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난 태비이지만 후궁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소. 비록 나도 과거에는 태상황의 총애를 받는 비였으나 슬하에 자식이라고는 없으니 이 궁에서 생존하기는 어렵소. 난 부처를 믿소.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는데 매일 경서를 읊어야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소. 그런데 요즘에는 점점 더 생기가 사라지는 듯하고, 언젠가는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소. 난 7황자 때문에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소. 또 앞으로 7황자가 모비를 만나게 되면 고개를 들 수 없을까 걱정되오.”그 말에 낙청연은 흥미가 돋았다.그녀는 류 태비의 안색을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얼굴에 파란 기운이 덮여 있었는데 심각한 건 아니었다. 보통은 정신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거나 몸이 좋지 못할 때 보이는 현상이었다.“어떤 악몽입니까?”류 태비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괴로워 이야기를 꺼내기 싫은 듯 보였다.“그러면 제가 주위를 좀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낙청연이 물었다.“그러시오.”류 태비는 낙청연과 함께 침궁 주위를 맴돌았다.그곳에는 아주 큰 불당이 있었는데 침궁에서 가장 비싼 곳이기도 했다. 불상은 마치 금을 두른 듯 보였다.그외에도 침궁 전체가 썰렁한 것이 터는 넓고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나 안에 진열된 물건들은 아주 간소한 것들이었다.류 태비의 잠을 자는 방 안에도 불상과 향안(香案)이 있었고 방 안 내부에는 단향목 냄새가 가득했다.그 방안에서 낙청연은 아주 눈에 띄는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