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취침 시간이 늦은데다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엎드려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낙청연은 밤새 잠을 설쳤다. 하여 등 어멈과 지초는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쾅-아직 꿈속이었던 낙청연은 문을 차는 소리에 흠칫 놀라서 깨어났다. “무슨 일이냐?”눈을 뜨니 노기등등해서 다가오는 그 그림자가 보였다.그 어두운 표정과 위험한 눈빛은 낙청연의 몸을 부르르 떨게 했으며 잠을 깨게 했다. “왕야……무슨 일입니까?”부진환은 억울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대신 혼인을 치르던 그날, 그녀의 표정이 떠올라 갑자기 역겨워졌다.이 여인은 참으로 위장을 잘하는구나!낙청연은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부진환의 눈길은 그녀를 혐오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눈빛은 칼날처럼 차가웠다.뒤이어 낙청연은 침대에서 부진환에게 강제로 끌려서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그녀는 아픈 나머지 소리치고 말았다.부진환의 힘은 너무 강했다. 그는 다친 그녀의 상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큰 걸음으로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 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갔으나 여전히 잡아당겨서 생긴 통증을 피할 수 없었다.“월영은 이미 승상부로 돌아갔으니 본왕은 네가 좀 자제할 할 줄 알았 것만 여전히 소란을 피우고 있구나! 본왕은 몇 번이나 너를 용서했지만 넌 끝까지 주제를 모르니 이제 섭정왕부는 더 이상 널 남겨둘 수 없다!”부진환의 어투는 차가웠고 조금의 온기도 느낄 수 없었으며 마음속은 노기로 들끓고 있다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부진환은 그녀의 팔을 잡아 끌고 추호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줄곧 밖으로 갔다.길가에 많은 시녀와 사내종들은 모두 그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작은 소리로 의논하며 그녀에게 손가락질했다.그야말로 그녀에 대한 모욕이었다.그녀의 두 눈은 등 뒤의 통증으로 충혈되었다. 그녀는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부진환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부진환은 발악하는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꿋꿋하게 그
”정말 악독하다!”온갖 소리를 들은 낙청연은 슬쩍 비웃더니 냉랭하게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왕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 저를 내쫓을 겁니까?”그녀의 차가운 눈빛에는 오기와 협박이 담겨 있었다.부진환은 문득 관저의 취살대진이 생각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취살대진도 그저 낙청연이 있다고 한 것인데 진짜로 존재하는지, 혹은 그토록 엄중한 것인지, 어찌 알겠는가!이 여인은 마음이 바르지 않으니 또 어떤 음모를 꾸밀지 모른다. 아예 관저에서 쫓아내는 게 홀가분하다!승상부 쪽은 낙해평의 태도를 보아하니 이 여식을 그다지 사랑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녀를 내쫓았다고 해도 두 말 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입을 열었다. 꺼지거라—아직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거리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오더니 섭정왕부의 문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섭정왕부는 제 여식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섭정왕은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오!”한 무리의 백성들은 분노하여 주먹을 쥐고 비분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목소리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너무 소란스러워서 주위에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도 다가와서 구경했다.갑자기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부진환의 눈빛은 차가워졌다.소유가 급히 나와서 군중들을 흩어지게 하려고 했다. “일단 조용히 하십시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 좋게 말씀합시다!’그중 무명옷을 입은 한 부인이 분개하여 말했다: “제 여식을 부잣집 늙다리에게 팔아넘겨 순결을 짓밟았습니다. 여식이 힘겹게 관저에 도망쳐 왔으나 괴롭힘을 당하여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하지만 섭정왕부는 시신도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또 다른 중년 남성도 나섰다. “나의 유일한 외동딸이오, 비록 가난하지만 그 아이는 저희에게 보물단지 같은 존재요! 하지만 섭정왕부는 사람의 목숨을 들풀같이 여기고 함부로 짓밟았소! 금일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내놓지 않으면 난 섭정왕부의 문 앞에서 피를 보겠소!’따라서 뭇사람들은 일제히 외
낙청연은 바로 지초를 불렀다: “지초, 어서!”지초는 부름 소리를 듣더니 바로 대답했다. 그녀는 급히 관저로 돌아가 춘월과 그녀들이 있는 작은 정원으로 날다시피 달려갔다. 그리고 아직도 죽은 척하고 있는 세 사람을 불러 서둘러 세수시켰다.대문 밖, 그 한 무리의 백성들은 아직도 외치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지는 바람에 그들의 기세는 점점 더 커졌다.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그리더니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이 여인은 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걸까? 지금 그녀를 말리면 늦지 않았을까?소유가 부른 시위들도 그냥 대문의 양측에 서 있었다. 일단 손을 쓰지 않고 그냥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절대로 왕야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지초는 매우 빨리 나왔다.그런데 놀라운 것은, 세 명의 시녀도 데리고 달려온 것이다.진짜로 춘월, 벽운과 백당이었다.소유는 놀란 나머지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는 분명히 가봤다. 이 세 사람은 처참한 상태로 죽어 있었다! 근데 갑자기……살아났다?부진환도 놀라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 어머니!” 춘월은 제일 먼저 인파 속으로 달려갔다.“딸!” 두 노인은 보배 딸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벽운과 백당도 잇따라 달려가서 부모님 품속에 안겼다. 인파 속 많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여식이 죽어서 정의를 찾으러 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이 세 명의 처자들은 또 누구인가?“딸, 죽지 않았구나, 정말 살아 있구나! 어머니는 네가……” 노모는 엉엉 울었다.“어머니, 저는 괜찮습니다. 다들 누구의 헛소리를 듣고 오신 겁니까? 이렇게 섭정왕부까지 와서 떠드시는 겁니까? “춘월은 자신이 살아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면 부모님들은 나쁜 사람에게 이용당하여 섭정왕부까지 와서 떠들다가 목숨까지 잃을 뻔했기 때문이다!“정말 괜찮은 거냐? 듣건대 너희를 부잣집 영감들에게 팔아넘겨 순결을 뺏겼다고 하더구나!” 부모들은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어딜 도망가려고!” 낙청연은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 그녀는 왕마자의 어깨를 꽉 눌렀다. 금일 그녀는 자신을 억울하게 만들었던 그 배후를 끝까지 찾아내서 기어코 큰 형벌을 내릴 거다!하지만 왕마자의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낙청연의 손목을 잡더니 바로 뒤로 비틀어 버렸다. 낙청연은 순간 너무 아팠다. 왕마자는 또 발로 차려고 했고 다행히 낙청연이 빨리 반응해 두 팔을 맞대고 막았다. 하지만 힘이 부족하여 여전히 발에 차여 날려갔다.그녀는 끊임없이 뒤로 밀려갔으며, 육중한 체구는 평형을 잡지 못하여 곧 넘어지려 하고 있었다.등 뒤의 상처도 아직 온전히 낫지 않았는데 이번까지 넘어지면 몸이 산산 조각 날 것 같았다.그런데, 갑자기 힘이 강한 두 팔이 그녀의 등 쪽 허리를 받쳐주었고 즉시 그녀에게 극대한 지탱력을 주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그녀는 놀라서 머리를 돌려 보니 차분하고 느긋한 부진환이었다.그는 짙은 눈빛과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네 주제를 아는 거냐, 모르는 거냐?”경공을 한다지! 사람도 붙잡는다지! 남에게 두들겨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체 뭘 뽐내는 건가!이때, 시위가 왕마자를 붙잡아 즉시 관저로 끌고 갔다.낙청연은 부진환을 향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말했다: “당연히 압니다. 만약 제가 죽을힘을 다해서 그를 깔아 뭉개지 않았더라면 잡을 수 있었겠습니까?”부진환의 어투는 쌀쌀했고 약간의 경멸도 담겨 있었다. “죽을 힘을 다해? 고작 왕마자 때문에?”낙청연은 그의 눈빛을 보면서 굴하지 않고 또한 억척스럽게 말했다: “죽을 힘을 다하지 않으면 저의 결백을 어찌 증명합니까? 제가 억울한 누명을 이미 너무 많이 쓴 것 같습니다!”“왕야의 눈에는 그냥 수월하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겠지만 저에게는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조금이라도 도망갈 가능성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듣고 있던 부진환의 몸은 굳어 버렸다. 그윽한 두 눈은 눈빛이 무거워지더니, 생각이 복잡해졌다.그는 아무 말도
왕부 정원. 부진환은 서방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자 뒷짐을 지고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소유가 춘월의 부모를 모시고 들어오는 걸 보자 부진환은 소유를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왕야, 왜 그러십니까?” 소유는 영문을 몰랐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치를 주며 말했다: “나가서 들어오지 않은 사람은 없는지 확인해 보거라.”소유는 왕야가 춘월 등을 말하는 줄 알고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춘월 부모님은 제가 모시고 들어왔습니다. 다른 사람도 있습니까?”부진환은 미간을 더 찌푸리더니 언짢은 어투로 얘기했다: “나가보라면 나가 볼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혼난 소유는 아무 말 못 하고 바로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거리에 있는 세 사람을 보니 그제야 깨닫는다.소유를 본 낙청연은 뒤돌아 가려고 했다.이를 보자 소유는 다급하게 쫓아오며 말했다. “왕비!”낙청연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차가운 어투로 얘기했다: “왕야께서 날 쫓아내지 않았느냐. 왕비라고 부르지 말거라.”소유는 황급히 낙청연 앞으로 와 간절하게 용서를 빌었다: “오늘 일은 모두 제 탓입니다. 제가 왕야께 알린 겁니다. 세 계집종이 죽었고, 왕비께서 어젯밤에 그들의 거처에 들렀다고 말입니다.”“그때는 죽은 척하는 것인 줄도, 왕비의 계획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소유는 자책했다. 계집종들의 맥도 짚어보지 않고 바로 죽었다고 확신했다. 너무 경솔했다.그리고는 첫 번째로 왕비를 의심했다.조금 전에 춘월의 말에서 왕비는 계집종들을 구해준 것이라고 들었다. 왕비가 아니었다면 그자를 잡지 못했을 거고 이 소란이 사그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말없이 머뭇거리기만 했다.소유는 다급히 등 어멈과 지초를 불러 말했다. “뭐 하는가? 얼른 왕비를 방으로 모시지 않고.”등 어멈과 지초는 얼른 낙청연을 부축하고 왕부 대문으로 향했다.낙청연이 들어온 걸 보자 부진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
“왕야께서 왕비를 내쫓을 뻔하지 않았습니까. 승상부에서 가법으로 맞은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맹 관사 일로 곤장 20대도 때렸고 말입니다. 왕비는 악독한 사람 같지 않습니다. 등 어멈께 세 계집종을 돌보라고 신신당부했답니다. 혹시라도 자결을 할까 봐 말입니다.”“세 계집종은 그저께 저녁에 이미 자결하려고 했습니다. 허나 등 어멈이 일찍 발견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답니다.”예전이라면 죽어도 믿지 않았겠지만 증거가 떡하니 있으니 소유는 왕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듣다 보니 부진환도 마음이 흔들려 성난 어투로 말했다: “넌 언제부터 말이 이렇게 많았냐! 본왕이 가보면 되지 않겠느냐?”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소소가 들어왔다.“왕야, 심문을 했더니 유경(柳勁)을 불었습니다. 춘월이 먹은 약도 조사했는데, 유경이 시켜 약을 달이는 계집종이 그 속에 넣었다고 합니다. 왕마자의 말과도 딱 맞아떨어집니다!”“허나 오늘 백성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틈에 도망쳤습니다. 유경이 부에서 급하게 뒷문으로 도망치는 걸 봤답니다.”이를 듣자 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창고 관사가? 감히?”창고 관사가 감히 이런 음모를 꾸미다니!이 뒤에는 누군가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만약 이 모든 게 유경이 꾸민 거라면 백성들이 올 때 도망치진 않았을 거다. 계획을 알고 있었으나 모든 죄를 뒤집어쓸 것 같아 도망친 것 같구나.” 부진환은 침착하게 얘기했다.소소는 그제야 깨달았다. “왕야 말씀이 옳습니다!”“잡아라! 유경의 집, 그리고 갈 만한 곳 몽땅 사람을 보내 매복하거라. 방에도 말이다. 어떤 곳도 놓치면 안 된다, 무조건 생포해와라!”“그리고 왕부를 봉쇄해 그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하거라. 왕부의 인원수도 조사해 보아라!”소소는 명을 받들었다: “예!”-조용한 정원에 귀한 손님이 나타났다.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오자 등 어멈은 깜짝 놀라 얼른 일어나 인사했다. “5황자를 뵙습니다.”그의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띠었다. 허약해 보이는
겉으로는 사랑한다면서 실은 부운주 때문에 섭정왕부에 시집온 것이다! 낙청연은 언제 한번 웃으면서 부진환을 대했는가?가소롭다!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믿었다니!부진환은 손에 있는 약을 꽉 쥐고 서늘한 눈빛으로 돌아서서 떠났다.차를 준비해 방으로 들어가려던 지초는 떠나는 왕야를 보며 소리쳤다. “왕야!”하지만 부진환은 뒤돌아보지 않고 견결하게 떠났다.지초는 다급히 차를 방으로 들고 갔다. “왕비, 왕야께서 오셨는데 화가 났는지 다시 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흠칫하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그런 것 같구나. 황형께 오해를 산 것 같으니 내가 설명하러 가겠다.”너무 급하게 일어선 탓에 부운주는 갑자기 기침을 했다.낙청연은 다급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설명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어차피 저를 곱게 보지 않을 겁니다.”“왕야는 보이는 것만 믿습니다.” 낙청연은 원망했다.하지만 부운주는 걱정이 가득 차서 말했다: “그래도 설명은 해야지 않겠는가? 황형이 신의를 불러 몸을 조리해준 덕분에 왕부에서 요양을 잘 할 수 있었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이런 일로 황형의 오해를 사고 싶진 않네.”이를 들은 낙청연은 부운주 미간의 기운을 살펴보았다. 허약하고 큰 병에 든 것 같지만 심각한 병의 기운은 없었고 관상도 단명하거나 병난이 가득한 상이 아니었다.“5황자, 걱정하지 마세요. 단명할 운이 아닙니다. 어떤 병은 생각할수록 더 심해지는 법입니다. 마음만 편안하게 먹으면 병도 재난도 사라질 겁니다.” 낙청연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나 부운주는 흠칫하더니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러다 다시 웃으며 말했다: “청연이는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도 독특하구나.”낙청연은 이런 다정한 호칭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낙청연의 기억 속에서 부운주는 전부터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부운주는 여자라면 충분히 넘어갈 만한 준수한 용모를 가졌다. 하얀 얼굴에 허약한 몸짓, 다정한 호칭 그리고 부드러운 태도는 거리
왕비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등 어멈은 그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열심히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불현듯 오황자가 떠올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황자께서는 계속 섭정왕부에서 지낸다더냐?”등 어멈이 답했다.“오황자께서는 섭정왕부에 볼모로 있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이곳에서 지내며 신의를 모셔서 병을 치료한다고는 하나, 사실은 오황자를 이용해 태후를 제압하려는 것이지요.”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등 어멈을 보면서 말했다.“넌 어찌 그런 것도 아는 것이냐?”등 어멈은 도리어 의아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수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들 알고 있지만 감히 공공연히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것뿐이지요.”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다들 아는 일인데 그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심지어 그에 관한 기억도 아예 없었다.낙청연은 다시금 자세히 기억을 떠올리면서 많지 않은 기억 중 중요한 것들을 끄집어내려 했다.오황자 부운주는 지금의 황제와 태후가 낳은 아들인데 선천적으로 좀 모자랐고 몸이 약하고 자주 앓았기에 태어날 때부터 황위 쟁탈에서 제외됐다.태후 일족인 엄씨는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고 후궁까지 침투하여 조정 반 이상의 세력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황제는 자신이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느껴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래서 부진환이 조야(朝野)를 장악한 섭정왕이 되어 황제가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그렇기에 부진환과 엄씨 가문은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이었다.현재 엄씨 가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은 태후였고 부운주는 태후의 소생이었다. 또한 그는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았기에 가장 다루기 쉬운 존재였다.이로 인해 부운주는 완벽히 부진환에게 사로잡히어 섭정왕부에서 갇혀 지내게 되었고 부진환은 이로써 태후의 세력을 억제할 수 있었다.이러한 점들을 이해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낙청연은 말도 안 되게 단순했고 이러한 배경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소식을 누설한 지 3일이 지나자 동하국에서 다시 대거 공격을 퍼부었다.그들은 배를 타고 해안가로 접근해 막사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소식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단숨에 청주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명을 따르라. 청주군의 주의를 끌면, 내가 작은 배를 타고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다!”고옥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막사를 바라보았다.“예!”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국의 배는 점점 해안가에 가까워졌고 청주를 단번에 공격하려는 기세로 다가왔다.적군이 가까이 오자 몰래 숨어있는 청주군은 저도 몰래 손에 든 무기를 꽉 틀어잡고 장군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부진환은 조급해 하지 않고 암암리에서 관찰하고 있었다.이내 적군이 폭발을 일으켰고 막사에 이따금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막사는 공격을 받아 폭파되었고 허공에는 날아가는 돌멩이와 먼지가 자욱했다.막사에 남아 있던 일부 병사들이 황급히 도망쳤다. 그들은 적군의 배가 해안가에 곧 도착한 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쳤다.청주군이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고옥서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녀는 줄곧 이 독이 여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말했었다.곧 막사는 텅 비었고 동하국 사람도 배를 세운 후 잇달아 배에서 내렸다.고옥서는 작은 배를 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향해 조용히 뭍으로 올라갔다.그녀의 계획에 따라 7일 후 누군가 이곳에 데리러 올 것이다. 오늘 청주를 공격하지 못하더라도 먼저 사람을 구해야 한다.그녀는 배도 암초 뒤에 숨기고 조심스레 육지로 올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고옥서는 육지로 올라온 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일반 백성 차림으로 가장해 청주성으로 들어갔다.청주성에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잡히고 말았다.많은 동하국 사람이 배에서 내리자,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청주군은 부진환의 명에 따라 어두운 곳에서 뛰쳐나와 살기를 내뿜으며 적을 찔렀다.이미 7~8척의
“청주로 가는 동안 풍경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급해하지 마시오.”“어쩌다 여국으로 왔는데 여국의 여제로서 잘 챙겨줘야지 않겠소? 어찌 오자부터 전쟁터로 내민다는 말이오?”“일단 궁에 며칠 묵으시오.”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저희도 오랜만에 얘기를 나누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고 싶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습니다.”-청주.병사들은 모두 해독하였지만 동하국은 또 바다에 새로운 독을 넣기 시작했다.바다에 갑작스레 떠다니는 시체가 늘어났고 해안가로 떠밀려와 악취를 풍겼다.시체 주위의 바닷물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끈적끈적한 액체도 묻어 있었다.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바다 위의 참혹한 광경에 다들 마음이 무겁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들은 바로 동하국을 없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태사, 공격합시다! 저 자식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더 비열한 짓을 할 것입니다!”부진환은 사색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칠 동안 맑던 하늘에도 이날 밤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가 쳤다.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부진환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다시 촛불을 켜서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비추었다.“하늘이 노하고 백성들이 노하니, 동하국은 분명 죽음을 자초할 것이오.”부진환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계속 독을 쓰는 것으로 보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분명하오.”“이미 해독한 일을 오랫동안 숨겼으니, 이젠 이 점을 이용해야 할 때오.”“다시 독을 썼으니, 중독으로 인해 전투력을 잃었다고 상대를 속여 전력을 다해 공격하도록 유도해야 하오.”“박가는 기관선을 이끌고 인근 해역에 기관을 설치하시오. 일단 그들이 오기만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하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천궁도와 제사장족 제자를 데리고 여국 대진을 찾아 대진을 복구할수 있는지 확인하시오.”“부 대인은 향 장군과 함께 사람을 데리고 지도의 길에 따라 동하국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으십시오.”“주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