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야께서 왕비를 내쫓을 뻔하지 않았습니까. 승상부에서 가법으로 맞은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맹 관사 일로 곤장 20대도 때렸고 말입니다. 왕비는 악독한 사람 같지 않습니다. 등 어멈께 세 계집종을 돌보라고 신신당부했답니다. 혹시라도 자결을 할까 봐 말입니다.”“세 계집종은 그저께 저녁에 이미 자결하려고 했습니다. 허나 등 어멈이 일찍 발견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답니다.”예전이라면 죽어도 믿지 않았겠지만 증거가 떡하니 있으니 소유는 왕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듣다 보니 부진환도 마음이 흔들려 성난 어투로 말했다: “넌 언제부터 말이 이렇게 많았냐! 본왕이 가보면 되지 않겠느냐?”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소소가 들어왔다.“왕야, 심문을 했더니 유경(柳勁)을 불었습니다. 춘월이 먹은 약도 조사했는데, 유경이 시켜 약을 달이는 계집종이 그 속에 넣었다고 합니다. 왕마자의 말과도 딱 맞아떨어집니다!”“허나 오늘 백성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틈에 도망쳤습니다. 유경이 부에서 급하게 뒷문으로 도망치는 걸 봤답니다.”이를 듣자 부진환은 눈빛이 차가워졌다. “창고 관사가? 감히?”창고 관사가 감히 이런 음모를 꾸미다니!이 뒤에는 누군가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만약 이 모든 게 유경이 꾸민 거라면 백성들이 올 때 도망치진 않았을 거다. 계획을 알고 있었으나 모든 죄를 뒤집어쓸 것 같아 도망친 것 같구나.” 부진환은 침착하게 얘기했다.소소는 그제야 깨달았다. “왕야 말씀이 옳습니다!”“잡아라! 유경의 집, 그리고 갈 만한 곳 몽땅 사람을 보내 매복하거라. 방에도 말이다. 어떤 곳도 놓치면 안 된다, 무조건 생포해와라!”“그리고 왕부를 봉쇄해 그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하거라. 왕부의 인원수도 조사해 보아라!”소소는 명을 받들었다: “예!”-조용한 정원에 귀한 손님이 나타났다.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방으로 들어오자 등 어멈은 깜짝 놀라 얼른 일어나 인사했다. “5황자를 뵙습니다.”그의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띠었다. 허약해 보이는
겉으로는 사랑한다면서 실은 부운주 때문에 섭정왕부에 시집온 것이다! 낙청연은 언제 한번 웃으면서 부진환을 대했는가?가소롭다!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믿었다니!부진환은 손에 있는 약을 꽉 쥐고 서늘한 눈빛으로 돌아서서 떠났다.차를 준비해 방으로 들어가려던 지초는 떠나는 왕야를 보며 소리쳤다. “왕야!”하지만 부진환은 뒤돌아보지 않고 견결하게 떠났다.지초는 다급히 차를 방으로 들고 갔다. “왕비, 왕야께서 오셨는데 화가 났는지 다시 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흠칫하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여기 있는 걸 보고 그런 것 같구나. 황형께 오해를 산 것 같으니 내가 설명하러 가겠다.”너무 급하게 일어선 탓에 부운주는 갑자기 기침을 했다.낙청연은 다급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설명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어차피 저를 곱게 보지 않을 겁니다.”“왕야는 보이는 것만 믿습니다.” 낙청연은 원망했다.하지만 부운주는 걱정이 가득 차서 말했다: “그래도 설명은 해야지 않겠는가? 황형이 신의를 불러 몸을 조리해준 덕분에 왕부에서 요양을 잘 할 수 있었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이런 일로 황형의 오해를 사고 싶진 않네.”이를 들은 낙청연은 부운주 미간의 기운을 살펴보았다. 허약하고 큰 병에 든 것 같지만 심각한 병의 기운은 없었고 관상도 단명하거나 병난이 가득한 상이 아니었다.“5황자, 걱정하지 마세요. 단명할 운이 아닙니다. 어떤 병은 생각할수록 더 심해지는 법입니다. 마음만 편안하게 먹으면 병도 재난도 사라질 겁니다.” 낙청연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러나 부운주는 흠칫하더니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러다 다시 웃으며 말했다: “청연이는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도 독특하구나.”낙청연은 이런 다정한 호칭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낙청연의 기억 속에서 부운주는 전부터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부운주는 여자라면 충분히 넘어갈 만한 준수한 용모를 가졌다. 하얀 얼굴에 허약한 몸짓, 다정한 호칭 그리고 부드러운 태도는 거리
왕비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등 어멈은 그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는 열심히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낙청연은 불현듯 오황자가 떠올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황자께서는 계속 섭정왕부에서 지낸다더냐?”등 어멈이 답했다.“오황자께서는 섭정왕부에 볼모로 있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이곳에서 지내며 신의를 모셔서 병을 치료한다고는 하나, 사실은 오황자를 이용해 태후를 제압하려는 것이지요.”그 말에 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등 어멈을 보면서 말했다.“넌 어찌 그런 것도 아는 것이냐?”등 어멈은 도리어 의아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수도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다들 알고 있지만 감히 공공연히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것뿐이지요.”낙청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다들 아는 일인데 그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심지어 그에 관한 기억도 아예 없었다.낙청연은 다시금 자세히 기억을 떠올리면서 많지 않은 기억 중 중요한 것들을 끄집어내려 했다.오황자 부운주는 지금의 황제와 태후가 낳은 아들인데 선천적으로 좀 모자랐고 몸이 약하고 자주 앓았기에 태어날 때부터 황위 쟁탈에서 제외됐다.태후 일족인 엄씨는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고 후궁까지 침투하여 조정 반 이상의 세력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황제는 자신이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느껴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래서 부진환이 조야(朝野)를 장악한 섭정왕이 되어 황제가 엄씨 가문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그렇기에 부진환과 엄씨 가문은 물과 불처럼 서로 상극이었다.현재 엄씨 가문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은 태후였고 부운주는 태후의 소생이었다. 또한 그는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았기에 가장 다루기 쉬운 존재였다.이로 인해 부운주는 완벽히 부진환에게 사로잡히어 섭정왕부에서 갇혀 지내게 되었고 부진환은 이로써 태후의 세력을 억제할 수 있었다.이러한 점들을 이해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낙청연은 말도 안 되게 단순했고 이러한 배경
낙청연이 몸을 일으키려는데 소유가 말을 이어갔다.“등명숙(邓鳴淑)은 춘월, 벽운, 백당, 세 사람의 일에 큰 공을 세웠으니 오늘부로 섭정왕부 내원 관사 직을 맡도록 하여라. 등 관사는 잠시 뒤 장방(帳房:옛날, 기업·지주 집안에서 회계를 맡아보던 곳)에 가서 관사의 열쇠를 수령하라.”그 말을 끝으로 소유는 몸을 돌려 떠났다.낙청연은 그 순간 몸이 얼어붙었고 등 어멈도 경악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관사가 되다니?내원 관사?말도 안 돼!이불을 꼭 부여잡은 낙청연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소유가 특별히 이곳까지 찾아온 건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었다,부진환은 분명 고의로 그랬을 것이다.등 어멈은 정신을 차리더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춘월과 다른 이들의 일은 전부 왕비 마마의 공로인데 어찌 제 공로라고 하는 것인지, 제가 당장 왕야를 찾아뵙고 제대로 얘기하겠사옵니다.”낙청연의 그녀를 불러세웠다.“가지 말거라.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등 어멈은 주저하며 물었다.“오황자께서 오셨다고 그러는 것일까요?”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아마 그 이유도 있겠지만 전부 그 때문은 아닐 것이다. 네가 관사가 되었으니 나한테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그러니 찾아가지 말거라. 혹시나 기분이 언짢아져 명령을 거두어들이면 득보다 실이 많게 된다.”등 어멈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네, 그럼 왕비 마마의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전에 왕비는 그녀에게 그 일을 잘 처리하면 행운이 따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진짜 왕비의 말대로 좋은 일이 생겼다.등 어멈은 왕부에 있은 지 꽤 되었지만 그녀가 온 뒤로 내원에는 줄곧 맹 관사가 있었고 맹 관사 다음에는 그녀의 딸 맹금우가 있었기에 평생 관사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행운이 찾아오다니, 등 어멈은 왕비가 너무도 신통하게 느껴졌다. “왕비 마마, 제가 관사가 된 것은 전부 왕비 마마의 가르침 덕분이옵니다. 앞으로 제가 또 뭔가 할 일이 있을까요?”등 어
마지막엔 등 어멈이 관사 영패(令牌)를 가지고 가서야 약방에서 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내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진귀한 약재들은 전혀 받지 못했고 흔히 볼 수 있는 약재들만 챙길 수 있었다.지초는 이를 통해 왕야의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명백히 느꼈다.하루 동안 정양하고 난 뒤 낙청연은 간신히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아직 몸이 많이 허했지만 고통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아침 일찍 낙청연은 등 어멈과 지초, 그리고 몇몇 종복들을 데리고 정원에서 바삐 돌아쳤다.“여기 물속에 있는 비휴(貔貅)를 옮기거라.”낙청연은 개울가 옆에 서서 말했고 두 종복이 앞에 나서 그것을 들어보았다.“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사옵니다.”등 어멈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옮기지 못하겠으면 사람을 더 불러서 옮기거라.”두 사람은 그녀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사람을 부르러 갔다.개울가 안에 있던 비휴를 옮기고 난 뒤 낙청연은 위험한 기운이 가득한 석상까지 해결했다. 그렇게 온종일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정원 안에 있는 풍수지리에 좋지 않은 물건들을 대부분 다 정리하게 됐다.왕부의 많은 이들은 낙청연이 뭘 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저 등 어멈이 관사가 돼서 낙청연이 일부러 저택 안에서 위세를 부리려고 하인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했기에 그녀의 명성은 더더욱 나빠졌다.그러나 다들 새로 부임한 관사의 눈 밖에 날 생각은 없었으므로 대놓고 왕비의 뒷담화를 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날이 저물고 밤이 깊어져서야 낙청연은 부진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하니 소서가 그녀를 막았다.“왕비 마마, 여기까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소서가 싸늘한 음성으로 물었다.“왕야께서 약속을 이행해주셨으면 해서 왔다.”낙청연도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쳤다.소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서방 안에 있는 왕야가 대답하기도 전에 딱 잘라 거절하며 말했다.“날이 어두워졌으니 왕비 마마께서는 내일 다시 오시지요.”낙청연은 조금 언짢은 얼굴로 방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아
낙청연은 고집스레 말했다.“거래라고 했으니 제가 먼저 성의를 보였습니다. 그러면 왕야께서도 성의를 보여야지 않겠습니까? 지금 당장 제 어머니의 유물을 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낙월영의 손에서 먼저 가져와야지 않겠습니까? 왕야께서 먼저 보관하고 계시다가 제가 취살대진을 해결하면 그때 건네주시지요.”부진환은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저희 거래가 끝나게 되면 수세를 써주세요. 다시는 왕야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 말에 부진환의 눈동자에 빛이 감돌았고 눈동자에는 티 나지 않게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수세를 써달라니? 웃기는 소리였다. 모친의 유물이 그토록 중요하단 말인가? 이렇게 될 것이었으면 애당초 왜 온갖 수단을 써서 낙월영 대신 시집을 와 그의 모든 계획들을 망쳐 놓았던 것일까?낙청연이 한 말 중 진심이 담긴 말이 있는 걸까?부진환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낙청연은 화를 참으며 최대한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말했다.“왕야께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시다면 제가 되면 그만이죠. 수세는 제가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찡그리며 더욱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수세를 써서 나와 연을 끊겠다는 말이냐?”낙청연은 그의 말에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라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리치더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부진환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 겁니까? 혹시 약속을 어기시려는 것입니까? 천궐국을 뒤흔드는 당당하신 섭정왕이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시는 비겁한 사람이란 말입니까?”그녀는 낯짝 두껍게 부진환에게 계속 매달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낙청연이 아니었고 부진환을 죽도록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녀는 단지 낙청연 어머니의 유물을 되돌려 받아 자신의 의문을 풀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를 알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 사이에 이미 약속된 일이었다.그녀의 말에 부진환의 눈빛이
낙청연의 체중은 내리지 않고 오르기만 했다.지초는 낙청연의 시중을 들어 환복할 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옷이 더 끼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비 마마, 음식을 조금이라도 덜 드시는 게 어떻습니까?”낙청연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단순하긴. 적게 먹으면 체력도 떨어지는데 상처가 어떻게 낫는단 말이냐? 차라리 소처럼 건장해지는 게 낫지, 너무 약하면 사람들이 주먹 한 번 휘둘러도 쓰러진단 말이다. 알겠느냐? 그러니 너도 좀 많이 먹거라.”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심하게 말했다.“하지만 왕비 마마께서는 부종이시지요. 그리고 소처럼 건장한 정도는 아닙니다.”낙청연은 잠시 흠칫하다가 당당하게 말했다.“적어도 겉보기에는 소처럼 건장하지 않으냐?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겁에 질리게 할 수 있지.”“알겠습니다.”옷을 다 입은 뒤 낙청연은 조금 팽팽한 허리띠를 느슨하게 만들더니 문턱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정원에서 무공을 연습할 생각이었다.그런데 등 어멈이 빠른 걸음으로 정원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왕비 마마, 오황자께서 오셨사옵니다.”낙청연은 살짝 놀라더니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안 만날 것이다. 자고 있다고 전해라.”그러고서 낙청연은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부운주가 정원 입구에서 그 모습을 때마침 목격했고 한 걸음 더 나서지 못한 채로 무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제가 느닷없이 찾아왔나 봅니다. 오늘 만나는 게 불편하다면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낙청연은 머쓱하게 서 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게 다가갔다.“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부운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왕비께서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형님이 난처하게 만들었나 보지요? 저는 오늘은 왕비께 약을 전해주려 찾아온 것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등 관사가 약방에 가서 약재를 가지려 했는데 약방에서 주지 않았다면서요? 고 신의가 내 병을 치료하는데 때마침 그에게 약재가 있다고 하더군요.
같은 시각.서방.소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서방 안으로 들어갔다.“왕야, 조금 전 오황자께서 또 왕비 마마를 찾아가셨습니다.”서책을 읽고 있던 부진환의 손이 잠시 멈칫했지만 그는 곧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평온하게 대꾸했다.“아주 정상적인 일이지.”그들은 원래 한패였으니 말이다.소유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오황자께서 왕비 마마께 금당운문복(金棠雲紋服)을 선물하셨다고 합니다. 추석 궁중연회 때 입으시라면서요.”그 말에 부진환은 미간을 구겼지만 여전히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안색이 좀 어두워졌을 뿐이었다.“왕야, 추석 궁중연회는 왕비 마마께서도 참가하셔야 합니다. 왕비 마마의 외양만으로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있는데 만약 오황자께서 선물하신 옷까지 입으신다면 다른 이들이 뒤에서 얼마나 왕야를 비웃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왕비 마마께서 연회 때 입을 옷은 왕야께서 준비하셔야 마땅하다고 봅니다.”소유는 진지한 얼굴로 분석하며 말했다.섭정왕비인데 오황자가 옷을 선물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부진환의 눈동자에 한기가 감돌았다. 그는 더없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그럼 네가 준비하거라. 난 낙청연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로 날 귀찮게 하지 말거라.”그는 부운주와 낙청연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소유가 대답했다.“네.”“최근 들어 운예각(雲霓閣)의 유염복(流焰服)이 단정하고 대범해 보이며 화려하다고 합니다. 추석 궁중연회에서 입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짜증스레 대꾸했다.“네가 알아서 처리하려무나.”“네.”소유는 짧게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소유는 운예각에 가서 유염복을 주문했다.유염복을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섭정왕부의 체면을 고려해야 했기에 주인장은 냉큼 대답했다.“소 대감님,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내일 아침 유염복이 도착하면 곧바로 사람을 시켜 섭정왕부에 보내도록 하겠습니다.”“알겠소.”소유가 운예각에서 나올 때 계집종 하나가 다급히 승상부로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