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신산, 언제 시간 나면 한잔하지.”말을 마친 뒤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고 두 사람은 처마 밑에서 멀어지는 부진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송천초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대에게 주려고 약을 사려는 걸까요? 뱀에게 물렸다는 핑계를 댔다면서요?”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백 년 된 선삼은 내게 주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 낙해평을 구하려는 것이겠지.”“절대 안 줄 겁니다!”송천초는 눈썹을 까딱였다.“당연히 줄 수 없지요! 낙해평을 상대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데요! 그런데 낙해평을 치료하게 된다면 돈을 낭비한 셈이 되지요.”뒤이어 낙청연은 입은 적 없던 사내 옷으로 갈아입고 쓴 적 없던 가면을 쓰고 점포를 나섰다.그녀는 우선 저택으로 가서 린부설을 찾았다.그녀는 작은 인형을 향낭 안에 넣고 린부설에게 건네줬다.“신산, 나한테 원한을 품고 복수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작다니, 날 숨 막혀 죽게 만들 셈인가?”향낭 안에서 린부설이 원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낙청연은 느긋하게 걸으며 대꾸했다.“제 손재간이 이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조금만 견디세요.”린부설은 한숨을 쉬었다.“네 어머니가 네가 날 이렇게 대한다는 걸 알면 슬퍼할 것이다.”“우리 어머니 얘기를 꺼내시다니요? 정말 저희 어머니와 친한 사이였다면 친한 친구의 딸인 저를 잘 보살펴야지 않습니까? 그런데 친한 친구의 딸의 몸에 빙의해 춤을 추고 과시할 생각 아니십니까?”린부설은 콧방귀를 꼈다.“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네 어머니가 여기 있었다고 해도 난 똑같은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한쪽만 희생할 수는 없다.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오래갈 수 있는 법이지. 우리는 협력하는 관계고 서로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이런 관계야말로 더없이 친밀하다고 할 수 있지. 이건 다 널 위해서다. 어떠냐, 내 말에 일리가 있지 않으냐?”낙청연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린부설의 말에 설득당했다.“그래요. 옳은 말씀이십니다.”낙청연은
“아파…”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구르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여인 몇 명과 포주가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의원이 맥을 짚었다.“어떻습니까, 의원님? 무슨 문제입니까?”포주가 다급히 물었고 의원이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대량의 설사약을 먹은 것 같습니다. 목숨에는 지장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아픈 건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제가 처방을 내릴 테니 천천히 드세요. 3일에서 5일 정도면 나을 겁니다.”그 말에 포주는 깜짝 놀랐다.“설사약이요? 그럼 다 아프고 나면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습니까?”의원은 난감한 얼굴로 대꾸했다.“설사약은 말 그대로 설사를 하는 겁니다. 무대에 오르기는 어려울 듯싶습니다. 어쩌면…”의원은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방 안의 사람들은 미간을 구기며 코를 막았다. 고약한 냄새라도 나듯 말이다.여도는 수치스러운 듯 말했다.“다들 나가세요! 얼른요!”포주는 다른 여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 뒤 의원을 보냈다.곧이어 그 장면이 사라지고 린부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음 장면은 보지 않아도 된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니 말이야.”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누군가 여도 낭자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함정을 파놓았나 보군요.”각 방의 창문을 쭉 둘러보니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여도가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면 골치 아파질 게 뻔했다.린부설은 웃으며 말했다.“이것이 우리에게는 기회가 아니겠느냐?”술잔을 쥔 낙청연의 손이 파르르 떨렸고 목소리도 꽉 막혔다.“당신의 기회이지 제 기회는 아닙니다.”“얼른, 얼른! 얼른 가서 옷을 갈아입거라!”린부설은 흥분한 목소리로 재촉하며 말했고 낙청연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오늘 청루의 포주와 몸을 팔지 않고 이곳에서 춤만 추겠다고 상의하러 온 것이었다.이곳에서 창녀로 전락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이 일을 하는 건 단지 린부설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고 어딜 가서 옷을
하지만 해야 했다.낙청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발끝에 힘을 주고 몸을 날려 창가에서 중간의 무대 위로 뛰어들었다.선명한 붉은색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수없이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렸다.주위에 있던 빈객들은 깜짝 놀랐다.“여도 낭자인가?”악사(樂師)는 그 모습에 아주 협조적으로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린부설 역시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으며 악기 소리에 맞춰 춤추기 시작했다.낙청연은 자기 몸이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무대 아래에서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보니 린부설이 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다들 그녀의 춤에 넋이 나간 게 분명했다.“어멈, 누가 춤을 추는 것이오?”누군가 놀란 소리를 내며 물었고 고개를 돌린 필 어멈(畢媽媽)은 깜짝 놀랐다.“저건 누구냐? 행우(杏雨)인가? 이상한 일이네. 누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이냐? 얼른 사람을 보내 끌어내리거라!”필 어멈은 무척 화가 났다.그러나 그녀가 씩씩거리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그녀는 건물 전체가 조용해진 걸 느꼈다.주위에서 부산스럽게 술을 마시던 객들은 조용하게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필 어멈 또한 참지 못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고 결국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세상에, 어디서 우리를 구하러 내려온 선녀인 게 분명해. 춤추는 모습이 참으로 곱구나. 여도보다 더 잘 추네!”필 어멈은 보물을 발견한 듯 눈을 빛냈다.“얼른 가서 저자가 누구인지 조사해보거라!”필 어멈은 여도가 오늘 설사를 하게 된 게 누군가 일부러 꾸민 짓이라 생각했다.하지만 눈앞의 여인은 여도보다 춤을 잘 췄고 설령 그녀가 여도에게 약을 먹인 것이라 해도 잘못을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음악이 끝나고 곳곳에서 우렛소리와도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의논하기 시작했다.“여도 낭자가 춤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은 여도 낭자가 아닌 것 같소. 저자는 누구이오?”“그러게 말이오. 필 어멈, 새
여도는 감정이 격해져 방 안을 훑어보더니 곧바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행우에게로 달려들었다.“나쁜 것! 네가 나한테 약을 먹여서 내가 무대에 못 나갔어! 심지어 내 인기마저 가로채 가?”여도는 흥분해서 행우의 목을 졸랐고 낙청연이 급히 그녀를 떨어뜨려 놓았다.바로 그때, 필 어멈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급히 들어왔다.“이거 놓으세요! 이 천한 것을 때려죽이겠어요!”여조는 격분해 말했고 필 어멈이 그녀를 말렸다.“약은 먹었느냐?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말로 얼른 돌아가서 쉬거라. 당장 여도 낭자를 방으로 모시거라!”여도는 화가 가득한 얼굴로 저항했다.“싫습니다! 이 천한 것이 저한테 약을 먹인 겁니다! 그 때문에 무대에도 못 섰는데 가지 않을 겁니다!”여도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때문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배가 또 아팠고 여도는 곧바로 도망갔다.여도가 떠나자 필 어멈은 급히 사람을 시켜 행우를 일으켰다. 옷은 행우의 것이 맞았지만 몸매가 완전히 달랐다.정신을 차린 행우를 보고 필 어멈은 급히 물었다.“행우야, 조금 전 무대에서 춤을 춘 게 너냐?”행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무슨 춤이요? 전 정신을 잃었는데… 전…”필 어멈은 단번에 행우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됐다, 됐어. 넌 이만 가서 쉬거라.”필 어멈의 시선은 옆에 있는 가면을 쓴 공자에게 옮겨졌다. 몸매를 보니 조금 닮아있는 것 같기도 했다.필 어멈은 사람을 전부 물린 뒤 웃는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어느 청루의 낭자인가 했더니 손님이신 줄 몰랐습니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낙청연은 뒷짐을 지며 느긋하게 대꾸했다.“초향각에서 춤을 추고 싶소. 춤만 추고 다른 건 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반드시 가면을 쓰고 춤을 춰야 하오.”조금 전 그 일로 낙청연은 필 어멈이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이로써 그들의 장사가 잘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필 어멈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춤만 추시게요? 다른 건 아무것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낙청연은 북적북적한 초향각에서 조용히 떠났고 그녀를 주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초향각에서 나오고 나서야 낙청연은 공기가 맑다는 것을 느꼈고 저도 모르게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신산, 다음번에는 언제 올 것이냐?”린부설은 이미 다음번을 기대하는 듯했다.낙청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다음 번이라니, 당연히 다음에 올 때 오겠지요. 그것보다 저한테 어머니의 실마리를 알려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린부설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나이도 어리면서 계산은 잘하는구나. 오늘 나한테 잘 협조해주었으니 알려주겠다. 난 네 어머니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 네 어머니의 이름은 낙영이다.”그 말에 낙청연은 걸음을 멈추었고 온몸이 경직됐다.벼락이라도 맞은 듯했다.낙영!낙영!그 두 글자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진짜로 사부님이었다.비록 그런 생각을 줄곧 해왔지만 진짜 답을 얻었을 때는 여전히 놀라웠다.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은 뒤에야 다시 물었다.“낙씨 가문에서는 무엇으로 불렸습니까?”“왕숙의(王淑宜)였다. 몰랐느냐?”그 말에 낙청연은 의아했다.“왜입니까? 왕숙의요? 그건 어디서 따온 이름입니까?”“낙해평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하더구나. 두 사람 모두 낙씨이니 혹시라도 밖에 알려지면 안 좋은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고 이름을 고쳤다지. 이 세상에 그녀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는 자는 몇 없을 것이다.”낙청연이 계속해 물었다.“그러니 당신을 제외하고 저의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까?”린부설이 대답했다.“내가 알고 있는 자는 한 명뿐이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나도 모른다. 네 어머니는 그에 관해서 나한테 많이 얘기했었지. 시와 그림을 즐기나 몸이 허약해 약을 입에 달고 산다고 했다. 난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가 누구인지 물은 적도 없고.”낙청연은 그 말에 난감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어머니를 알고 있는 자가 있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는 걸 의미했으니 말이다.“그러면…”
“낙월영! 수상쩍게 뭘 하는 것이냐?”낙청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고 낙월영은 당황한 얼굴로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등 뒤로 감췄다.그 모습을 발견한 낙청연은 그것이 약이 들어있는 상자임을 알아봤고 곧바로 낙월영의 팔을 잡았다.“가져오거라!”낙월영은 안간힘을 쓰면서 피하더니 그 상자를 안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다급히 말했다.“언니는 처소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갔지요! 절 보내준다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왕야께 언니가 저택에 없었다고 얘기할 것입니다!”낙청연은 눈빛이 싸늘해져서 그 상자를 빼앗았다.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백년영삼이 들어있었다.저번에 송천초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다 남은 것이었다.낙월영이 몰래 약재를 훔치다니, 부진환이 아침에 약을 구한 것이 낙해평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게 더욱 확실해졌다.“주세요! 주세요!”낙월영은 미친 듯이 달려들며 그것을 빼앗으려 했고 낙청연은 낙월영의 가슴께를 걷어찼다. 낙월영은 그 바람에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고 피를 토했다.낙청연은 사나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하다 하다 이젠 내 약재까지 넘보는구나. 낙월영, 담도 크지. 지초는? 지초는 어찌했느냐?”낙청연이 방 안에 들어가 지초를 찾으려 할 때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차가운 인영이 마당 입구에 나타났고 낙청연은 순간 긴장했다.“왕야…”낙월영은 바닥에서 쓰러져 피를 토하면서 부진환을 향해 도와달라고 손을 뻗었다.그 비참한 모습에 측은지심이 들었다.부진환은 마음이 급해져 얼른 그녀를 부축해 세웠다.낙월영의 모습에 부진환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의 미간에서 노여움이 보였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낙청연을 보았다.“낙청연, 뭐 하는 짓이냐?”그가 호통을 치며 힐문하자 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반박했다.“낙월영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왜 묻지 않습니까? 제 처소에 와서 약재를 훔쳤는데 제가 잘못한 것입니까?”그 말에 부진환의 미간이 좁혀졌다.낙월영은 당황한 얼굴로 부
부진환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그는 힘껏 주먹을 움켜쥐었다.“네 상처는 내가 송 낭자에게 부탁하마. 너의 상처는 꼭 치료해주겠다. 그러니 그 약을 먼저 내게 건네거라.”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이 약은 왕야께서 사신 것이니 당연히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이것으로 낙해평을 구하게 놔둘 수는 없습니다!”낙청연은 더없이 사나운 말투로 불같이 화를 냈다.부진환은 낙태부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가 낙해평을 미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차라리 낙해평이 앓다 죽길 원했으니 약을 주고 싶을 리가 없었다.비록 그 또한 같은 생각이었고 낙청연이 이러는 것도 이해했지만 그가 내뱉은 말은 날이 서 있었다.“그래도 네 아버지가 아니더냐!”부진환은 미간을 좁혔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낙청연의 눈에서 증오가 불타올랐다.“왕야의 장인어른이시죠. 저랑은 아무 관계 없습니다!”낙청연의 눈빛에 모진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상자를 바닥에 내팽개쳤고 상자는 박살이 났다. 낙청연은 발을 들어 그 영삼을 힘껏 짓밟았다.“이 약을 없애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낙해평을 구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녀는 힘을 줘서 그것을 짓밟았고 백년영삼은 완전히 작살났다.낙월영은 대경실색하며 그녀의 발치에 엎드려 그것을 빼앗으려 했다.“영삼! 영삼이!”마음이 너무 급해서 목이 다 쉬었다.낙청연은 실수로 낙월영의 손등을 힘껏 짓밟았고 낙월영은 급히 손을 빼내며 아파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애처롭게 소리를 질렀다.“왜! 왜입니까? 언니의 아버지입니다! 언니를 길러주신 은혜가 있는데 어찌 이러십니까?”낙청연은 냉소를 흘렸다.“내 아버지라고? 그에게 자격이 있느냐?”부진환은 낙월영의 벌게진 손등을 보더니 눈이 벌게져 앞으로 나서 낙청연의 뺨을 때렸다.“낙청연! 적당히 하거라!”분노에 찬 목소리와 갑자기 얻어맞은 뺨에 낙청연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그녀는 뺨을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그녀는 지초를 안고 왕부 대문 앞 거리에 와서 섭정왕부를 향하여 무릎을 꿇었다.“왕비……” 등 어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낙청연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상관하지 마!”낙청연은 지초를 땅바닥에 반듯하게 눕혔다. 지초는 깨어나더니 말했다: “왕비!’“눈을 감고 죽은 척하거라, 내가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일어나지 말거라!”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주 얌전하게 눈을 감았다.곧 저녁이다 보니, 행인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낙청연이 왕부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으니, 유난히 눈에 띄었다.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은 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하곤 했다.밤이 되면서, 왕부 앞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아졌다.행인들은 작은 목소리로 의론했다: “저분은 섭정왕비 아닙니까? 왜 왕부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까?”“모르겠습니다.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사람들은 몹시 궁금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너무 궁금했다.낙청연의 이 행동은 부진환의 귀에 들어갔다. 부진환은 듣더니 몹시 놀랐다: “또 무슨 수작이야?!”침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낙월영을 보며, 또한 낙월영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는 고 신의의 말을 듣더니, 부진환의 안색은 몹시 안 좋았다.그래서 낙청연의 행동에 대하여 그는 더욱 화가 났다.문 앞에 있던 낙청연은 때를 기다린 듯이 소리쳤다: “월영아! 내가 잘못했다! 정말 잘못했다!”“비록 그때 네가 나보고 대신 혼인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결국은 내가 너무 사랑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런 망신스러운 일을 저질렀구나!”“하지만 나는 이미 왕야에게 시집왔으니, 제발 월영아, 살길을 좀 부탁한다!”“화가 나면 나에게 화풀이해, 언니는 벌을 달게 받겠다! 사흘 동안 이곳에서 무릎을 꿇어, 너의 노여움을 풀어주겠다!”“그러니 제발 오늘 이후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풀이하지 말아줘!”그녀의 목소리는 우렁찼으며, 어투는 몹시 간절했다.둘러서서 구경하던 백성들은 모두 다 들었다.아주 똑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