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도주성은 이미 류 장군(柳將軍) 손에 있소. 병권을 가진 사람이 대장이요. 성주가 알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소.”낙요는 실눈을 뜨고 물었다. “그래서 해막생이 류풍생을 매수했느냐?”설 대인이 대답했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나 류풍생은 곡유진에 온 적이 없었고 나를 귀찮게 한 적도 없었소.”어쩐지 거리낌 없다 했다.지금의 도주는 류생풍의 손아귀에 있다.류생풍이 방치하고 있으니 곡유진의 백성들은 아무리 울부짖어도 소용없다.곁에 있던 해막생은 억장이 무너졌고 절망했다.설 대인은 모든 것을 자백했다.전혀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설 대인의 자백이 끝나자 해막생 차례가 되었다.해막생은 잠깐 발악하더니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설 대인의 이 말들은 전혀 증거가 없소. 대제사장은 함부로 우리를 죽일 수 없소!”낙요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잠씨 형제가 증거 아니냐?”“설령 저자들이 없어도 내가 너희들을 죽이고 싶다면 아무도 감히 뭐라고 하지 못한다.”“설마 해씨 집안에서 너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해씨 집안의 가주와 지금의 상비 마마님이 이곳에 계신다고 해도 그들은 나를 막을 수 없다.”해막생의 안색은 몹시 안 좋았다우유가 냉랭하게 말했다. “주제를 잘 파악하시오. 대제사장께서 당신에게 살 기회를 주는데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죽을 길밖에 없소.”해막생은 내심 갈등하더니 결국 자백했다.“금광, 류풍생도 알고 있소.”“처음 금광을 발견했을 때 바로 상을 받을 생각에 류풍생을 찾아갔소. 만약 큰 공을 세우면 앞으로 출세할 수 있으니까!”“하지만 류생풍은 금광을 알고 나더니, 조정에 보고할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나더러 비밀로 하라고 했소.”“그리고 나에게 곡유진을 빈 마을로 만들라고 지시했고 아무도 금광에 대해서 알아서는 안 되며 심지어 설 대인에게도 비밀로 하라고 했소.”“하지만 광산을 캐려면 일손이 필요했소. 나는 잠씨 형제의 단련 솜씨가 마음에 들어서 여러 번 그들을 초청하여 나와 함께 일하자고
어찌 됐든 일단 류풍생을 만나봐야 한다.더 늦기 전에 낙요는 바로 결정했다. “당신들은 여기서 이 두 사람을 지키시오.”“나는 도주성에 다녀오겠소.”“류생풍을 만나봐야겠소.”어쨌든 곡유진 관아를 통제했다는 소식은 내일 어쩌면 바로 류풍생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다.그럼, 그도 경계할 것이다.그가 어찌할 새 없이 지금 가는 게 맞다.우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나와 함께 갈래?”“괜찮다. 너는 여기서 저 사람들을 지키거라, 나 혼자 가면 된다.”곧이어 그녀는 곧바로 말을 타고 도주성으로 향했다.도주성의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래서 류풍생은 도주성 내에 살고 있었고 도주성 장군 일가와는 완전히 달랐다.도주성에 들어서자, 낙요는 곧바로 류씨 집안을 찾아갔다.하지만 길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객잔으로 달려가는 여인을 보았다.그 얼굴, 낙요는 몹시 낯익었다.그녀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류운아 같았다.설마 잘못 본 건가?낙요는 재빨리 객잔으로 따라 들어갔다.마침, 그 낭자가 장궤로부터 방 열쇠를 달라고 하더니,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따라갔다.낭자가 문을 닫자마자, 낙요가 바로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낭자의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음식과 물 다 필요 없습니다.”“낭자, 우리 혹시 만난 적이 있소?”여인 목소리를 듣자, 안에 있던 사람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그 얼굴이 그녀 앞에 나타났을 때, 낙요는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류운아!”류운아도 당황한 기색으로 바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낙요가 강제로 방문을 밀고 들어가자, 류운아는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섰다. “우리 아버지가 보냈습니까?”“저를 강요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 당신과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류운아는 창가로 걸어갔고 한 발짝만 다가오면 창문으로 뛰어내릴 기세였다.낙요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 아버지가 보낸 사람이 아니오. 나는 당신 아버지를 찾으러 왔소.”“낯선데 당신은 도주성 사람이 아니죠?
그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에야 한시름 놓았다.“정말 감사합니다!”낙요는 궁금한 듯 물었다.“아버지께서 보낸 사람들이오?”류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집에서 도망쳐 나왔더니 저를 쫓기 시작했습니다.”“그러니 아버지께서 보내신 겁니다.”그러나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허나 그 기세를 보니 당신을 찾아 집에 데려가는 건 아닌 것 같소.”살기등등한 것이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그나저나, 어찌 나를 모르는 것이오? 얼마 전에 궁에서 보지 않았소?”낙요는 일부러 떠보았다.이 말을 들은 류운아는 안색이 변하더니 어쩔 바를 몰랐다.그러나 곧바로 무언가가 떠오른 듯 깜짝 놀란 얼굴로 낙요를 보며 말했다.“궁? 궁중의 사람이란 말입니까? 도성에서 여기까지는 어쩐 일입니까?”“당신 아버지를 찾아왔소.”“그대는 류운아가 아니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류운아는 바짝 긴장하며 말했다.“저희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범한 겁니까?”낙요는 생각하며 말했다.“알아봐야 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소.”“아버지는 부에 있소?”류운아는 긴장하며 어쩔 바를 몰랐다.류운아의 경계하는 모습을 보자, 낙요도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그러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낙요는 창가에 가서 달빛을 바라보았다.달에는 핏빛이 돌았다.길한 징조는 아니었다.낙요는 급히 방에서 나왔다.류운아는 따라오며 물었다.“어디 가십니까?”낙요는 답하지 않고 객잔을 떠나 류 씨 저택으로 향했다.류운아는 낙요의 의도를 알아채고 행여나 아버지에게 불리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망설인 끝에 낙요의 걸음을 따라갔다.“저희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범한 겁니까? 어찌 이 밤중에 아버지를 급히 찾으시는 겁니까? 내일 가면 안 됩니까?”급히 찾아간다는 건, 심각한 일이라는 의미였다.류운아는 매우 걱정스러웠지만, 낙요는 아무 말이 없었다.류부에 도착한 후, 낙요는 문을 두드리고 찾아온 목적을 밝혔으나, 하인이 답했다.“장군은 부에 계시지 않으니 내일 다시 찾아와
바닥에 선혈이 낭자했다. 머리 없는 남자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탁자 위 나무 상자 속에 그 남자의 머리가 놓여 있었다. “아버지!”류운아가 달려오며 소리쳤다.낙요는 황급히 류운아의 눈을 가리고 그녀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아버지께 무슨 일 생겼어요?” 류운아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낙요는 방 안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검의 피를 닦고 있는 서진한을 쳐다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류운아에게 말했다. “부친께서 돌아가셨습니다.”“네? 아버지...”류운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진한은 탁자 위의 나무 상자의 뚜껑을 덮은 뒤 이불을 찢어 시체 위에 덮었다.낙요는 그제야 류운아를 풀어줬다.바닥을 흥건히 적신 핏물에 충격을 받은 류운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불이 덮인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불 한쪽 모서리를 들고 아버지의 손을 확인했다. 손목에 붉은 실을 확인한 류운아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류운아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결국 얼마 뒤 기절해버렸다.서진한은 긴 검을 닦은 뒤 천천히 류운아의 목에 검날을 대자 낙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멈추시오!”“내 앞에서 감히 사람을 죽이려는게요?”서진한이 검을 거둬들이지 않은 채 미소를 지었다. “대제사장, 난 명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오!”“명이라니? 누구의 명이란 말이오?”“그야 당연히 황상이지!”서진한은 품에서 성지를 꺼냈다.낙요는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로 성지였기 때문이다.“왜 류풍성을 죽이라고 했소?”서진한이 대답했다. “류풍성은 기군을 범했고 가짜 류운아를 만들어 대신 궁에 들여보냈소. 황제가 격노하는 게 당연하지 않소?”“류풍성을 처단하는 수밖에 없었소.”낙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 “성지에 류운아를 잡아오라고 하지 않았고, 류풍성을 죽이라는 말도 없었소.”“결국 죽이겠다는 것이오?”서진한이 웃으며 말했다. “류운아는 궁으로 데려가 황상의 처벌을 받을 것이오.
서진한은 매우 진지해 보였다.낙요가 답했다. “좋소.”대제사장, 고맙소.”낙요는 류운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류풍성의 방에는 금은보화가 배낭에 들어 있었다. 아마 도망갈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하지만 미처 도망치지 못했다.그리고 장부 하나도 발견했다. 그 안에는 그간 류풍성이 받았던 선물과 그가 해막생에서 건넨 선물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해막생은 대담하게 거액의 뇌물을 류풍성에게 건넸고 류풍성도 그 뒤로 곡유진을 모른 체했다.잠씨 형제를 쫓아내기 위해 류풍성은 사람까지 보냈다.잠리와 부경한을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들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도주의 수장이 뇌물을 받고 부유한 상인의 편에 서서 백성을 착취했다. 서진한은 낙요에게 정보를 흘려 낙요가 증거를 모으게 했다.당시 도주에 강등된 그는 류풍성의 부하가 되었다. 그러던 오늘날, 그는 류풍성의 목을 벴다. 비록 진익의 명령이 있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득을 얻은 사람은 서진한이다.류풍성이 죽었고 서진한은 공을 세웠다. 도주를 지킬 수장이 없었다. 서진한이 도주의 새로운 수장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이것도 서진한의 계획 중 일부일 수 있었다.류풍성의 방을 다 둘러봤을 무렵, 기절했던 류운아가 깨어났다. 그녀는 아버지를 만나겠다며 지가는 사람을 붙잡고 행방을 물었다.자기가 봤던 장면이 꿈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낙요를 발견한 류운아는 현실을 깨닫고 눈물을 쏟아냈다.“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관사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위로했다. “아씨, 대감께서 생전에 가장 신경 쓰셨던 게 바로 아씨입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야 합니다.”낙요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류운아가 울면서 낙요의 팔을 잡아당겼다. 원망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 어디 있어요? 그를 잡아서 죽이지 않았어요?”“저 대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주세요.”“대제사장님이잖아요! 우리 아버지 대신 복수 해줘요!”낙요
”항상 면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누군지 모릅니다.” “부친께서 그녀를 만났을 겁니다. 류연이 저 대신 궁에 들어갈 계획을 서방에서 짰습니다. 둘은 서방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진한도 있었습니다.”낙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류연이 아씨를 대신해 궁에 들어간 일에 서진한이 처음부터 개입한 겁니까?”류운아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진한의 능력이 출중해 아버지께서 그를 신뢰했습니다.”“서진한은 제가 궁에 들어가길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께 제안했습니다. 안 그랬으면 저 대신 궁에 들어갈 사람으로 류연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아버지께서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아버지를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온전한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단 말입니까?”류운아는 분노에 차서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을 흘렸다.낙요가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였나요?”류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류연이라는 여자는 서진한이 도주에서 데려온 사람이다. 서진한은 당시 도주로 좌천된 처지였다. 그런 사람이 여자를 데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다른 여자를 대신 궁에 들여보내는 건 정말 서진한의 계획일 수 있다.서진한은 류연을 궁에 들여 보내면서도 그녀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때마침 진익이 이 일의 진상을 알아차렸고 류풍성은 황제를 속인 벌로 죽임을 당했다.류풍성의 죽음으로 서진한은 큰 공을 세웠다.결국 모든 사건의 배후에 서진한이 있었던 거다.서진한은 도주로 좌천되었을 때부터 이 계획을 세운 것 같다.“대제사장님, 저희 아버지가 거짓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이 일을 뒤에서 꾸민 배후가 존재한다면 제발 공정하게 처리해 주십시오.”류운아는 낙요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낙요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안심하세요. 부친께서 다른 사람에게 속은 거라면 제가 공평하게 처리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물었다. “부친께서 금광에 관해 얘기한 적 있으세요?”류운아는 그
“역시 불순한 자입니다.”우유가 물었다. “그럼 우리 언제 돌아가요?”낙요가 대답했다. “먼저 도성으로 돌아가세요. 서진한은 사람을 끝까지 따라 붙일 겁니다. 마차에 탄 두 사람을 유인하세요.”“전 기회를 찾아 몰래 빠져나가겠습니다.”우유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혼자 가능할까요?”“괜찮아요, 도우미가 두 명 더 있어요.”“돌아가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낙요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다음 곳으로 가세요. 곡유진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지만 다른 곳을 돌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 순찰하는 게 좋겠습니다.”“좋습니다.”이튿날 저녁, 역참에서 쉬고 있을 무렵, 낙요는 조용히 대열을 떠났다.그녀는 다시 도주로 돌아갔다.이튿날, 낙요는 곡유진의 잠씨 대장간으로 향했다.때마침 장궤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온 것을 알아차리고 특별히 두 가지 요리를 더 추가했다.설삼도 깨어났다.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장궤는 술잔을 들고 말했다. “대제사장님 덕분에 곡유진이 안전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잔 올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낙요는 말을 끝낸 뒤 술잔의 술을 들이켰다.설삼도 술잔을 들고 말했다. “대제사장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줬습니다. 저도 한 잔 올리겠습니다.”낙요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잠리가 그녀의 손에 든 술잔을 가져갔다.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습니다. 술 마시지 마세요.”설삼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술 대신 차를 마실게요.”낙요는 설삼이 잠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눈치챘다.그녀는 술 대신 차로 설삼과 한 잔 마셨다.“해씨 집안이 없어졌는데 갈 곳은 있습니까?”설삼은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던 잠리를 바라보았다. 잠리가 아무 말이 없자 설삼이 말했다. “아직 없어요.”“상처가 치료되면 대감집을 찾아 몸종이나 되어야겠지요.”“누군가를 모시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장궤는 설삼이 잠리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몸종은 무
낙요는 놀란 듯 물었다. “잠리가 정말 설삼을 좋아합니까?”그녀는 곧 모든 게 이해되었다.부경한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비록 그들은 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지내지만, 잠리의 충성심은 올곧았고 잠리는 부경한을 지키려는 마음뿐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자기 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상대의 마음을 받아줄 수도 없을 것이다.“좋아하오. 저 녀석은 설삼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했소.”“천궐국을 떠나면 의지할 사람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만 혼자구려.”부경한은 푸념을 늘어놓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잠리를 찾으러 갔다.낙요도 그들과 할 말이 있었기에 부경환의 뒤를 따랐다.잠리를 따라잡은 부경한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설삼을 좋아하면 대담하게 남자답게 말해. 여인을 속상하게 만드는 건 남자가 할 일이 못 돼.”잠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부경한이 재빨리 그의 말을 끊었다. “변명은 하지 마.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하지만 우리 둘이 늙을 때까지 한평생 같이 지낼 작정이냐?”“최근 몇 년 간, 내 칼 솜씨도 발전했다. 스스로 보호하는 건 문제 없어.”“날 오랫동안 보호했으니 그거로 충분하다. 더는 네 신세를 질 수 없어.”“내 말을 들어. 설삼을 찾아가 네 마음을 분명하게 전해. 두 사람이 같이 작은 장사나 하면서 오붓하게 살면 얼마나 좋니?”잠리가 눈썹을 찌푸렸다. “그럼 나리는 어떡합니까?”부경한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난... 난 아무 일이나 찾아서 할 것이다.”“안 됩니다!” 잠리는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그는 안심되지 않았다.두 사람은 옥신각신 말싸움하며 누구도 먼저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친형제처럼 보였다.결국 참다못한 낙요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나중의 일까지 생각하지 마십시오.”“남은 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된다면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해 드리죠.”“두 분이 얼마나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는지 압니다. 가정을 이룬다고 헤어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다 같이 도성으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