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천초는 맞장구를 치더니 놀란 척하며 말했다: “세상에! 이것도 알고 있습니까?”송천초의 놀란 소리는 주위의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즉시 사람들이 줄줄이 구경하러 모여들었다.다관 장궤는 더욱 한가롭게 뒤짐을 짊어지고 옆에서 듣고 있었다.낙청연은 정색해서 말했다: “송 낭자, 요즘 혼사를 준비하고 있지 않으십니까?”송천초는 몹시 흥분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예, 예! 이것도 알아차렸습니까?”“낭자는 오늘 돌아가시는 데로 망자의 무덤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 만일 생전에 가져가지 않은 물건이 있다면, 함께 태워주십시오. 만일 혼사를 치르시려면, 두 달 미루시는 게 좋습니다.”낙청연은 완전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낙청연은 또 그 무직한 돈주머니를 송천초에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돌아가서 당신의 모든 일을 처리하고 난 뒤, 만일 신통하다고 생각되면, 그때 제가 다시 돈을 받겠습니다.”듣고 있던, 송천초는 너무 기뻤다: “정말입니까? 그럼 대사님께 감사드립니다!”말을 마치고, 송천초는 총총히 가버렸다.지초는 틈을 타 행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 사부는 신통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여러분, 어서 오셔서 마음껏 시험해보십시오!”그리하여, 다관의 장궤는 또 차 한 주전자를 가져왔다. 그는 상 앞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정말 그 현산이라는 곳에서 나오셨습니까? 저도 한번 봐주면 안 됩니까?”어차피 신통하지 않으면 돈도 받지 않는다고 하고, 장사도 안되고, 그저 잡담이나 좀 해도, 별다른 손실이 없다고 장궤는 생각했다.낙청연은 웃으며 말했다: “장궤는 재물 운을 보고 싶은 것이죠?”듣고 있던, 장궩는 몹시 의하해하며 연속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요 몇 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모처럼 헐값에 이 점포를 받아 장사를 시작했지만, 장사는 여전히 뜸하고, 그저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입니다.”낙청연은 그에게 점을 쳐 주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이 다관을 한번 둘러보더니 말했다: “장궤, 당신의 재물 운은 괜찮은
다관 밖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돈을 지불하러 왔다.낙청연이 나타나자, 장궤는 다급히 그녀를 부르더니 말했다: “이웃들은 모두 돈을 갖다주러 왔습니다. 왜 이리 늦게 오셨습니까!”지초는 몹시 의아했다. 이렇게 빨리 영험했단 말인가?모두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한 모습을 보니, 거짓 같지는 않았다.낙청연은 다가가서 앉았다. 이 아주머니(李嬸)는 50푼을 건네며 말했다: “대사, 정말 영험하십니다! 어제 부뚜막에서 잃어버린 팔찌를 찾았지 뭡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받았다.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다가와 돈을 건넸다. 낙청연은 가격을 정하지 않았기에 모두들 성의껏 쥐여주었다.그러나 오늘은 곧바로 영험하는 작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 돈을 건네러 온 사람들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좀 늦을 것이다.하기에 오늘 번 돈은 그저 은자 몇 푼뿐이었다.송천초도 돈을 주러 왔지만 앞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래도 돈은 줘야 했다.송천초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감격하며 돈 봉투를 건네는 척 연기를 했다.“대사, 정말 대단하십니다! 앞으로 저도 대사 곁에서 뭐 좀 배우면 안 되겠습니까?”“어떤 일이든 맡겨만 주십시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송천초는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이게 되었다.심심하면 다관 장궤를 도와 잡일을 하고, 점을 봐주는 보수 외에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다관도 낙청연의 말대로 다시 배치하여 풍수를 개선하자 장사가 점점 잘되기 시작했다.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낙청연이 점을 잘 본다는 명성은 이미 마을에 쫙 퍼져 사람들은 매일 줄을 지어 점을 보러 왔다.그러나 낙청연은 본명으로 점을 봐주지 않았고, 가명 저낙(褚洛)으로 활동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저 신산(褚神算)이라 불렀다.낙청연도 한 달 사이에 살이 많이 빠졌다.한 달 동안 번 돈은 많지 않았지만 생활을 할 순 있었고 필요한 약재를 사고 남으면 옷을 만드는데 쓰였다.조금만 지나도 옷이 커져서 거의 하루 이틀에 한 번씩 옷을 만
“제가 바로 저 신산입니다. 이 진에 저낙은 저뿐이지요.”낙청연의 말에 어멈은 손을 뻗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저 신산이 직접 우리 부인을 찾아뵈시지요. 영험하다면 후하게 값을 치를 것입니다.”그렇게 낙청연은 송천초와 지초를 데리고 함께 마차에 올랐다.마차는 천천히 마을을 벗어나 수도로 향했다.수도는 진보다 훨씬 더 화려했다.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큰 눈이 내려 많은 사람이 즐겁게 눈밭에서 뛰어놀고 있어 거리가 떠들썩했다.낙청연은 다시 수도로 돌아왔다.그러나 이번에 수도로 돌아와 향한 곳은 섭정왕부가 아니었다.마차는 아주 조용한 거리로 들어섰고 한 저택의 후문에 도착했다.어멈이 먼저 마차에서 내려 낙청연 일행을 데리고 후문으로 들어갔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그들은 내원에 도착했다.가는 길 내내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고 큰 저택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아주 이상한 일이었다.난각(暖閣:옛날, 난방 설비를 하여 몸을 녹일 수 있게 했던 큰 방에 딸린 작은 방) 문밖에 도착하자 어멈이 입을 열었다.“저 신산 혼자 들어가면 됩니다. 두 분은 편청에서 잠시만 기다리시지요.”낙청연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멈을 따라 난각 안으로 들어갔다.난각 안에는 연탑에 몸을 기대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치장에서부터 귀티가 흘렀고 임신한 지 5, 6개월 정도 돼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안색이 창백했고 눈 밑은 검었으며 안광은 혼탁한 것이 정신 상태가 좋지 못한 듯 보였다.어멈이 옆에서 소개했다.“저 신산, 저희 부인은 임신한 뒤로부터 자주 악몽을 꾸었습니다. 의원을 몇 번이나 모시고 약을 먹었음에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임신한 지 여섯 달 정도 되어가는 데 이제는 눈만 감으면 악몽을 꾸게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여러 차례 아이를 잃을 뻔했지요. 지금은 몸이 많이 허약해져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아이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살이라도 낀 건 아닌지 저 신산께서 잘 살펴봐 주시지요.”그녀의 말에 낙청연은 앞으로
그것은 다름 아닌 부진환의 목소리였다.부진환이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낙청연은 곧바로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그러나 부진환이 때마침 문 앞에 도착했고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자리를 피하는 그녀를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 너는 누구냐?”부진환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때 마침 어멈이 나와서 예를 갖추며 대답했다.“이분은 저희가 모셔 온 저 신산입니다.”등 돌린 채 서 있던 낙청연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부진환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미간을 구겼고 부경한은 발걸음을 옮겨 방 안으로 들어갔다.“저 신산이 뭐라 했느냐?”어멈은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낙청연은 그들에게서 그곳에 남으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부진환이 이곳에 나타난 걸 보면 저 부인은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닌 듯했다.수도로 오자마자 이렇게 큰 일거리를 맡게 되고 심지어 부진환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니, 이것은 낙청연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그녀는 빠르게 별채로 향했다. 송천초와 지초 두 사람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어떠했습니까?”두 사람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물었고 낙청연은 우선 부인의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부인의 복부에 검은 기운이 몰려 있었지만 다른 곳에는 사악한 기운이 없었다. 아마 독에 당한 것 같구나. 게다가 좋지 않은 물건이 장기간 그녀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준 듯하다. 천초야, 넌 의술에 능하니 부인을 한 번 봐주거라.”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송천초가 막 걸음을 옮겨 나가려고 하는데 낙청연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그 방 안에는 섭정왕이 있으니 낙청연이라는 세 글자를 절대 입 밖에 꺼내서는 아니 될 것이다.”송천초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그녀는 낙청연의 신분을 줄곧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지초가 가끔 거리낌 없이 그녀를 왕비라고 부르고, 또 그렇게 좋은 별원에서 지내는 걸 보면 절대 평범한 신분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지금 보니 낙청연
왕비의 이런 표정을 볼 때마다 지초는 등허리가 서늘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왕비 마마, 인노침이 무엇입니까? 이것이 그 부인을 해친 물건입니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늘을 내려놓고 말했다.“얼굴을 가릴 면사를 가져오거라.”지초는 얼굴을 가리는 데 쓰일 면사를 꺼냈고 낙청연은 곧바로 그것으로 얼굴을 가린 뒤 물건을 들고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갔다.송천초는 미리 부진환과 부경한을 떨어뜨린 상태였다.두 사람은 방안의 병풍 뒤에 앉아있었는데 거리가 가까운 편은 아니었고 그들이 앉은 방향에서는 낙청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어떠냐?”낙청연의 질문에 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였다.“저 신산의 말씀대로 부인께서는 독에 당하셨습니다. 게다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 듯한데 아마 자주 예불을 행하고 향 냄새를 맡으면서 독을 흡입한 듯합니다. 독성이 강한 편은 아니고 치명적인 것도 아니지만 사람의 정신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지요. 게다가 그 상대가 아이를 가진 임산부라면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침상 위에 몸을 기대고 있던 부인은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치료할 방법은 있는 것이오?”송천초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치료는 가능하지만 그 뿌리까지 완전히 치료하는 건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역시 저 신산께 달리 발견한 것이 있는지 물어야 할 듯합니다.”낙청연은 물건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어멈께 건넸다.“염주에서 이런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쪽지에 적힌 사주팔자 중 하나는 부인 것이지요?”쪽지에 적힌 내용을 보자 어멈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 그녀는 머리털이 쭈뼛 섰다.“이… 이것은 부인의 사주팔자가 맞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마…”어멈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낙청연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부인은 절대 예사 인물이 아니었기에 이 사주팔자를 가진 이의 신분도 절대 평범하지는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어멈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이유는 그 사주팔자의 주인이 이미 죽었기 때문이었다.낙청연이 말했다.“이것은 인노
“신의에게 약재가 있으니 신의의 약재를 쓰는 게 좋겠군. 돈은 상관없소. 얼마나 들던 다 줄 수 있으니.”부경한이 뒷짐을 지고 걸어왔고 부진환도 그의 뒤를 따랐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부진환과 눈이 마주친 낙청연은 곧바로 시선을 피했으나 부진환의 시선은 낙청연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어쩐지 상대의 몸짓과 목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몸매를 보면 전혀 아니었다.“저 신산은 왜 얼굴을 가린 것이오?”떠보는 듯한 부진환의 싸늘한 목소리가 느긋하게 울려 퍼졌다.낙청연은 침착하게 대응했다.“제가 고뿔에 걸렸습니다. 부인께서는 몸이 허약하시니 혹시라도 저한테서 옮으실까 염려되어 면사를 쓴 것입니다.”생소하게 느껴지는 부진환의 시선에 낙청연은 그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한 달 동안 구란선삼으로 몸조리를 한 덕에 체내의 독소가 천천히 빠지며 돼지처럼 살쪘던 몸이 이제는 그저 통통한 편이 되었다.게다가 이러한 몸매는 사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라 그녀는 부진환이 자신과 낙청연을 연관시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저희는 약재값 외에 따로 진찰비와 사례금을 받을 것입니다.”낙청연은 곧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얼마를 주든 상관없었겠지만 부진환이 이곳에 있다면 한 푼도 덜 받아서는 안 됐다.부경한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말해보시오. 얼마면 되오?”낙청연이 대답했다.“진찰비와 사례금까지 더하면 오천 냥입니다. 약재값 역시 오천 냥이고요.”그 말에 부진환이 미간을 구겼다.“그렇게 비싸단 말이오?”낙청연은 그의 말에 웃었다.“비쌉니까? 저희의 약재는 결코 평범한 약재가 아닙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부경한은 부진환을 밀면서 얘기했다.“이 정도 돈은 제가 낼 수 있으니 값을 깎을 필요는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낙청연을 보며 말했다.“돈을 받으면 저 신산은 일을 깔끔히 해결해야 할 것이오.”낙청연은 덤덤히 대꾸했다.“앞으로 무슨
이것을 부씨 가문의 천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분명 엄씨 가문의 천하였다.부진환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들에게 휘둘러지는 게 싫다면 이 아이를 어떻게든 지켜야 합니다. 만약 사내아이라면 황제의 장자가 되겠지요. 그래야 장차 희 귀인(曦貴人)이 황후의 자리를 다툴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엄씨 가문의 딸이 황후가 된다면 엄씨 가문의 통제 아래 평생을 살게 될 겁니다.”부진환의 말에 부경한은 위기를 느꼈고, 또 이러한 압박감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그는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으며 얘기했다.“형님, 지금 제가 기댈 수 있는 건 형님뿐입니다. 저에게는 좋은 방법이 없으니 형님께서 방법을 생각해주세요.”부진환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자시가 지났기에 성문은 닫혀 있는 상태였다.어멈은 그들을 성안의 객잔으로 데려가 하룻밤 묵게 했다. 그녀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 나서는 그들을 위해 먹을 것과 마실 것까지 시켜줬고 내일 정오쯤에 그들을 데리러 진으로 가겠다고 얘기해두었다.어멈은 그들을 위해 세 개의 방을 잡아줬으나 세 사람은 같은 방에서 묵었다.부엌으로 가서 뜨거운 물을 가져온 지초 덕분에 세 사람은 방안에서 족욕을 할 수 있었고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천초야, 네가 쓴 약재들이면 충분하니 너무 비싼 것은 쓰지 말거라.”낙청연의 당부에 송천초는 웃으며 대꾸했다.“괜찮습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천 냥이라는 큰 액수를 요구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진찰비와 사례금까지 더하면 만 냥은 족히 될 텐데요.”낙청연이 말했다.“섭정왕과 함께 있었으니 황실 사람이 아니겠느냐? 그런데 돈이 부족할 것 같더냐? 그리고 값을 제멋대로 부른 것도 아니다. 앞으로 수도에서 계속 장사를 해야 할 텐데 가격을 너무 높게 불렀다가 소문이라도 나는 날엔 날 찾으려는 사람이 없겠지.”그녀의 말에 송천초와 지초는 깜짝 놀랐다.“왕비 마마께서는 수도로 돌아올 생각이십니까?”지초가 흥
그 순간 낙청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그녀는 몸을 돌리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계속해 걸어갔다.그러자 뒤에 있던 부진환이 다시 한번 입을 열어 그녀를 불렀다.“저 신산.”낙청연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저 신산은 변하진의 사람이오? 그렇다면 낙청연을 알고 있소?”부진환은 떠보듯 물었다.저 신산은 전에 만난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황제가 희 귀인의 얘기를 꺼냈을 때 그가 맨 처음 떠올린 사람이 바로 낙청연이었다.그러나 그가 낙청연의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황제는 이미 저 신산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모릅니다.”낙청연이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또 다른 용무가 있으십니까?”부진환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꾸했다.“없소.”낙청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송천초와 함께 자리를 떴다. 그녀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어쩐지 낙청연과 전혀 닮지 않은 듯했다.낙청연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일지도 몰랐다.낙청연을 떠올린 부진환은 걸음을 옮겨 섭정왕부로 돌아갔다.“소유.”소유가 급히 다가왔다.“왕야.”“별원 쪽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느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소유는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사람을 보내 주기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왕야께서는 왕비 마마 스스로 자생, 자멸하게 놔두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을 하더니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난 별 뜻 없이 물은 것이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어갔다.“사람을 더 자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부진환은 차갑게 말했다.“낙청연에게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혼자 힘으로 버티기 어려우면 날 찾아오겠지.”그는 낙청연이 이 기나긴 겨울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볼 셈이었다.“알겠습니다.”소유는 왕야가 왕비의 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모순적이라 생각했다.왕야는 비록 왕비의 일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사람을 보내 별원을 살피게 했다.왕비의 병은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