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주지 않았지만, 점쟁이는 관상과 손금만 보고 말했다. “낭자는 극부(克夫)할 운명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낙요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옆에 있던 주락과 김옥한도 깜짝 놀랐다.“극부할 운명이라고요?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주락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점쟁이가 말했다. “장난이 아닙니다. 낭자는 친구를 위해 용삼을 구하는 게 아니지요?”“낭자는 혼자 살아야 할 운명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건 좋지 않으며, 낭자와 감정으로 얽힌 사람은 모두 좋은 결말이 없습니다.”“저는 원래 강화현을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큰 빗속에서 꿈틀대는 용의 기운을 보았으나, 그 기운은 억눌려 있어 제가 구출하러 왔습니다.”“제가 낭자에게 용삼을 주어도 낭자는 그를 잠깐은 살릴 수 있지만, 평생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그분이 완전히 무사하기를 바라면 낭자가 손을 놓는 방법밖에 없습니다.”“낭자가 앞으로 영원히 그 사내와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그의 목숨을 놓아주면, 제가 용삼을 낭자에게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손바닥을 말아 쥐었다.마음속으로 놀라기도 하고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낙요는 체념하지 않고 물었다. “당신은 그를 구출하러 오셨다면서, 또 내가 조건을 승낙하지 않으면 사람을 살리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그럼, 어찌 사람을 살리러 오셨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그리고 관상만 보고, 제가 극부할 운명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왜 내 자신이 극부할 운명이라는 게 보이지 않습니까?”낙요의 어투는 불쾌했다.하지만 점쟁이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니 낭자도 보통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낭자도 알다시피 점쟁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건 바로 자신의 운명을 보는 것입니다.”“낭자, 원래 당사자보다 방관자가 명확히 아는 법이죠.”낙요는 온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정말 그러한가?돌이켜보니, 그녀와 부진환이 함께한 후부터 확실히 좋은 결말이 없었다.그녀가 망설이자, 주락이 다급히 분노하며 점쟁이를 질책했다. “내가 보니 당신은 그저 강호에서 떠도는
주락은 속으로 탄식했다.부진환이 천궐국에서 여국으로 온 건 낙요 때문이었고, 그 많은 고난과 역경을 함께 겪었는데 절대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었다.하지만 낙요의 모습을 보니, 분명 흔들린 듯한 눈치였다.정말 다른 방법이 없다면, 낙요는 용삼을 바꾸어 부진환을 살릴 게 분명했다.말을 마치자, 갑자기 누군가가 주락의 팔을 덥석 잡았다.“무엇이라 했소?”주락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부진환이 깨어난 것이다!“세자, 깨어난 것이오?! 몸은 좀 어떻소?!” 주락은 감격하며 말했다.그러나 부진환은 주락의 팔을 꽉 잡고 계속 물었다.“방금 그게 무슨 소리요?”주락은 머뭇거리더니 곧바로 용삼을 찾다가 마주친 점쟁이의 말을 모두 부진환에게 알렸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애써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오려고 했다.“내가 청연을 찾으러 가보겠소.”주락은 깜짝 놀라 부진환을 다시 눕히며 말했다.“기다리시오, 내가 대제사장을 불러오겠소.”주락은 곧바로 낙요의 방 밖으로 와 말했다.“대제사장, 세자가 깨어났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하던 일을 모두 팽개치고 부진환의 방으로 달려갔다.방으로 와보니 부진환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깨어났습니까?”낙요가 앞으로 다가가 앉자 부진환은 곧바로 낙요의 손을 잡았다.“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부진환은 놀라운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제가 안 왔으면 당신은 침서 손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낙요는 부진환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가슴 아파했다.부진환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침서가 그 화살을 쏜 것이냐?”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부진환은 낙요의 손을 잡고 걱정하며 물었다.“다친 곳은 없느냐?”“없습니다.”부진환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연아.”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네?”부진환은 낙요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어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때 내가 천궐국을 떠나 여국에 오면서 얼마나 큰 결심을 했는지 아느냐?”낙요는 흠칫했다.부진환은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준비도 충분하여 문제는 없을 것이다.어느덧 밤이 되었다.큰비가 퍼붓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러나 어느 고요한 거리의 지붕 아래에는 한 점쟁이가 서 있었다.그는 비바람 속에서 한참 동안 기다렸으나, 기대하던 사람을 보지 못했다.갑자기 누군가가 우산을 쓰며 다가오자, 점쟁이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지만 또다시 실망하고 말았다.침서는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안 올 것이오.”점쟁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쏟아지는 비를 보며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오.”침서는 평온한 어투로 답했다.“절대 이 인연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오.”“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거란 말이오.”침서는 씁쓸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마음속에는 시기와 질투, 억울한 마음도 뒤섞였다.점쟁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부진환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것이오? 참 이기적인 여인이구먼.”말을 마친 점쟁이는 등을 돌려 떠났다.침서도 우산을 쓰고 묵묵히 따라갔다.한참 후, 점쟁이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등을 돌리고 예리한 눈빛으로 침서를 바라보았다.“도성에 돌아가 용삼을 찾으려는 것이오!”“부진환의 상처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낙요의 의술이라면 도성까지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오!”점쟁이는 말을 마치더니 곧바로 서늘한 어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어떻게든 강화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시오!”침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차가운 바람과 함께 비가 쏟아졌다.밥을 먹은 후, 낙요는 일찍이 방문을 닫고 불을 때어 부진환에게 약을 달여주었다.“비가 너무 퍼부어서 창문을 모두 닫았습니다. 약 냄새는 견딜 만합니까?”낙요는 부채질하며 물었다.부진환은 천천히 옆으로 다가와 낙요 옆에 앉았다.“그렇게 허약하진 않다.”말을 마친 부진환은 곧바로 기침하며 상처를 움켜쥐었다.낙요는 깜짝 놀라 부진환을 부축하며 등을 조금씩 두드려주고 이마를 만져보았다.“아직 조금 뜨거우니 오늘 약을 먹으면 좀 나을 겁니다. 내일 길을
말은 그렇게 해도, 낙요는 다시 부진환 옆에 앉았다.그렇게 부진환과 함께 따뜻한 화로를 바라보며 밤을 보냈다.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말없이 있으니 매우 따뜻하고 아늑한 기분이었다.날이 밝자, 그들은 떠날 준비를 했다.진익은 이들이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낙요에게 물었다.“밖에 마차가 있는 걸 보니 도성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강화 쪽 일은 대황자께 부탁하겠소. 우리는 먼저 도성에 가볼 테니, 대황자의 공적도 모두 황상께 알릴 것이오.”이번 일에는 진익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었다.그러나 진익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아니, 못 가오.”“그게 무슨 말이오?”진익은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강화를 떠나는 다리가 끊어졌소.”“이른 아침부터 소식을 듣고 달려왔는데, 도성에 돌아간다는 소식은 못 들었소. 지금은 갈 방법이 없소.”이 말을 들은 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게 무슨 소리요?! 어떻게 끊어진 것이오?”“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그 든든한 돌다리가 왜 끊어진 걸까.진익은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수위 때문이 아니라 누가 폭발시킨 것이오. 내가 검사해 봤소.”“누군가가 또 암암리에 손을 썼소!”진익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이번에 강화에 와보니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도 힘들었고,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였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자꾸 뒤에서 손을 쓰는 것 같았다.“폭발?”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강화에 매년 물이 불어도 그 다리는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소.”“다리를 폭발시키려면 화약이 많이 필요할 테니, 일반 백성의 짓은 아닐 거요.”이 말을 들은 진익은 의문스러운 듯 물었다.“그럼 대체 누구요? 강화현에 이런 대단한 인물도 있었단 말이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곧바로 누군가가 떠올랐다.낙요는 서늘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침서도 강화에 있소!”지난 전투 후, 침서는 종적 없이 사라졌다.심지어 갑자
침서의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둘의 인연을 끊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낙요의 앞에는 이 길밖에 없는 것 같았다.엊저녁에야 굳힌 결심이 오늘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생각에 잠긴 그때, 허약한 그림자가 우산을 들고 서서히 다가왔다.끊임없이 쏟아지는 비에 금방이라도 묻힐 것 같았지만, 그 그림자는 여전히 풍파를 뚫고 낙요 옆으로 걸어왔다.“큰비가 내리는데 어찌 나온 것이오.”진익이 씌워준 우산이 따라가기도 바쁘게 낙요는 급히 달려갔다.비를 조금 맞은 낙요는 곧장 부진환과 함께 우산을 썼다.부진환은 고개를 숙이고 낙요 얼굴에 묻은 빗물을 닦아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다리가 끊어졌다고 들었소.”“곧바로 그 점쟁이에게 달려가 맹세할까 봐 무서워서 찾아온 것이오.”낙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부진환은 낙요의 속을 꿰뚫고 있는 느낌이었다.낙요의 반응을 본 부진환은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내가 딱 알아맞힌 거 아니오?”“정말 용삼을 바꾸러 가는 것이오?”“나를 버리는 것이오?”농담 같은 말을 나지막하게 내뱉는 부진환을 보자, 낙요는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고개를 들어 부진환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으로 부진환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당신을 버리겠소? 절대 그럴 일은 없소, 영원히.”부진환은 웃으며 만족스러운 듯 낙요를 품에 안았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묵묵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그러나 진익은 묵묵히 시선을 돌렸다.인정하기 싫지만, 진익은 부진환이 질투 났다.비가 점점 거세게 내리자, 우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일행은 마차에 올랐다.김옥한이 물었다.“이제 어떻게 합니까? 산길을 걷는 겁니까? 세자의 몸으로는…”김옥한은 걱정스러운 듯 부진환을 보며 말했다.그러나 부진환은 한시라도 아까운 듯 낙요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부진환의 의견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부진환의 눈빛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부진
“나의 마음속엔 오직 낙요 한 사람뿐이고, 이번 생에도 오직 그녀뿐이요.”“하물며 지금 나의 몸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씨의 여생을 책임질 힘이 없소.”이 말이 나오자, 김옥한은 고개를 숙이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절대 세자를 강요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이 대답을 들은 부진환은 안심하며 또 말했다. “하지만 내가 김 현령에게 당신을 돌봐주겠다고 약조했으니, 아씨를 그냥 둘 수도 없소.”“김 현령이 순직하였으니, 도성에서 곧 새로운 현령을 보낼 것이오. 이곳에 아씨의 친척이나 친구는 있는지? 강화에 남을 생각이요?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요?”“만약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라면 도성으로 오시오. 나와 대제사장이 당신을 잘 보살펴주겠소.”“힘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움을 청하시오.”김옥한과 혼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녀를 안착시키는 건 어렵지 않다.김옥한은 잠깐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저에겐 친척이 없습니다.”부진환이 말했다. “그럼, 비가 그치면, 주락더러 당신을 도성으로 호송하라고 부탁하겠소.”김옥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낙요는 큰비를 맞으며 산길을 살피러 갔다.하지만 가장 평탄한 길도 매우 험난하게 되었다.큰비가 산비탈을 무너뜨리는 바람에 길은 온통 흙으로 뒤덮여 몹시 질척거렸으며 넘어지기 쉬웠다.이 때문에 낙요는 매우 골치 아팠다.산길도 통하지 않으니,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비록 기분이 없었지만, 현령부로 돌아온 그녀는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활짝 웃는 얼굴로 부진환의 방으로 갔다.“자, 약 먹을 시간입니다.”부진환은 기침 두 마디 하더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산길은 통하더냐?”두 사람은 난로 옆에 앉아, 낙요가 탄식했다. “산길도 통하지 않습니다.”“지금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부진환은 낙요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버틸 수 있으니, 걱정하
"이 일은 당신이 잘 처리했어요. 당신 생각도 옳아요.김옥한이 당신에게 시집가면 불행할 거예요. 도리어 피해가 될 거예요. 김현령도 이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부진환은 개의치 않았고 낙요도 안심했다.낙요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도성에 돌아가면 그녀가 묶을 집을 마련해 줄 거예요.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고 싶다면 그렇게 도울 것이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그 역시 도울 거예요.""그녀가 평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해줄 거예요."부진환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큰비가 오고 있었던 탓에, 두 사람은 외출할 수 없었다.게다가 부진환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함부로 걸어 다닐 수 없었다. 따뜻한 방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낙요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부진환과 함께 방에서 바둑을 두거나 그림을 그렸다.다음 날, 낙요의 초상화가 완성되었다.그림의 여자는 창문 앞의 부드러운 침대에 앉아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녀의 자태를 비추었다.창문이 살짝 여리더니 미풍이 가랑비를 휘감으며 들어왔고 그녀의 앞에 놓인 책과 그림의 잉크가 번졌다.산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고 여자는 붓을 쥐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묘한 자태에 초상화 전체가 주는 아늑함과 더해져 매혹적이다."그림이 아주 좋아요, 눈매에 표정까지 아주 좋아요."낙요가 그림을 감상하며 평을 내렸다.갑자기 부진환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눈썹은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하지 않나?"낙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부진환은 붓을 들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치켜들더니 낙요의 눈썹을 부드럽게 쓸었다.낙요가 걱정했다. "못생기게 그리는 건 아니겠죠?"부진환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잘생긴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낙요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그의 눈매와 코끝, 입술까지 내려오는 선을 감상하며 결국 침을 꿀꺽 삼켰다.설령 그림이 못나더라도 그녀는 좋아할 것이다.그녀가 침을 삼키는 동안 그
낙요가 방문을 닫고 돌아서 부진환에게 말하려는 순간,부진환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이 하얗게 변해 쓰러졌다.낙요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부진환!"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부진환에게 다가갔다.하지만 부진환은 이미 바닥에 쓰러졌다.낙요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부축하며 맥을 짚었고 눈물을 흘렸다.맥박이 너무 가늘어서 언제 숨이 멎어도 이상할 게 아니었다.낙요는 눈물을 닦으며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을 불렀다.주락이 빠르게 뛰어와 부진환을 침대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낙요는 얼른 침을 꺼내 그에게 놓기도 하고, 그의 상처를 살피더니 약을 올렸다."대제사장님, 세자 저하께서..." 주락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낙요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창백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주락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가 그 점쟁이를 만나겠습니다. 용삼을 어떻게든 빼앗아오겠습니다!"주락은 말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갔다.낙요가 급히 그를 잡아 세웠다. "그 점쟁이는 침서의 사람이오. 용삼을 빼앗을 수 없을 것이오, 오히려 침서에게 잡힐 것이오.그는 인정사정이 없는 사람이오.그대를 구십칠처럼 만들 수 없소."용삼이 침서의 손에 있을 수 있었다. 빼앗으려 해도 빼앗지 못할 것이다.주락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럼 어떡합니까...""내가 가겠소."낙요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부진환을 바라보며 신신당부했다. "잘 돌봐주시오."주락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대제사장님,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아니요. 나 혼자 갈 것이오, 침서는 날 죽이지 못하니 혼자 가는 것이 안전하오." 낙요는 말을 마친 뒤 바로 문을 나섰다.그녀는 최선을 다해 약을 짓고 침으로 부진환의 생명을 연장하려 했지만 용삼이 없었던 탓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게다가 최근, 그의 상태가 악화하였던 탓에 그를 구할 방법은 용삼밖에 없었다.이 몸 상태로 도성으로 가는 것은 위험했다.그녀는 위험을 무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