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더 큰 밀실에 도착했다. 그 밀실에는 총 9개의 통로가 있었다.전방의 공터에는 화살과 표창이 가득했다. 낙요는 곧바로 몸을 날려 조각상 위로 올라가 암기의 기관을 껐다.9개의 통로를 살펴보니 전부 흔적이 있었다.낙요는 다시 한번 계산해 보려 했지만 이내 그는 이렇게 큰 기관을 부진환이 어떻게 해결하고 나갔는지 문득 걱정이 들었다.심지어 그는 다친 상태이다.주위를 쭉 둘러보던 낙요의 시선은 조각상으로 향했다.그녀는 다가가 조각상을 살펴보았다. 조각상을 두 개 지나자 조각상 뒤에 몸을 기대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부진환!”그녀는 곧바로 달려가 부진환을 부축했다. 그는 상처투성이에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낙요는 애가 타서 황급히 약을 꺼내 그에게 먹였다. 그러고는 진맥하여 그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심지어 그의 등 뒤에 화살 하나가 꽂혀 있었다.낙요는 조심스럽게 그의 옷을 찢었고 화살을 뽑아 상처를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그 화살은 연갑 때문에 그의 몸을 꿰뚫지 못했다.낙요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연갑 덕분에 부진환이 목숨을 건진 듯했다.수많은 기관을 헤치고 이곳까지 도망쳐 왔는데 만약 연갑이 없었더라면 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을 것이다.“부진환, 일어나 보시오.”낙요는 그의 뺨을 두드렸다.부진환은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눈을 뜨고 힘없이 말했다.“청연...”“내가 당신을 데리고 나가겠소!”낙요는 부진환을 부축하려 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었다.그리고 지금 나간다면 침서가 무조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이번에 부진환을 구한다고 해도 침서는 또 그를 죽이려 할 것이다.그가 여국에 와서 겪은 모든 고난에 낙요는 마음이 씁쓸했다.만약 마음속에 정말 증오와 원망이 있었다면 청봉산에서 금뇌와 함께 전부 사라졌을 것이다.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우선 부진환의 상처를 싸매면서 대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이때 갑자기 바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낙요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머리를 숙이고 몰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부진환이 도망친 걸 안다면 침서는 반드시 그를 죽이려고 갖은 수단을 다 쓸 것이다.어쩌면 반귀성마저 연루될지도 모른다.잠깐 생각한 낙요는 부진환을 반귀성에 머무르게 할 생각을 접었다.“약을 다 달였습니다.”낙요는 약을 그릇에 부은 뒤 몸을 일으켜 부진환의 방으로 가져갔다.부진환은 무슨 악몽을 꾸고 있는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애절하게 낙청연의 이름을 불렀다.낙요는 손수건을 들어 그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그녀는 마음이 무거웠다.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어떻게 해야 부진환을 가장 빠른 속도로 천궐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하지만 이 또한 그에게 돌아갈 의사가 있어야 했다.낙요는 부진환의 손을 잡고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부진환,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부진환은 의식불명인 상태였지만 마치 그녀의 말을 들은 것처럼 불안한 듯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절대 놓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낙요는 심경이 복잡했다.그녀는 강제로 부진환의 손가락을 떼어내고 몸을 돌려 방에서 나온 뒤 우홍에게 말했다.“오라버니, 몸을 숨기기에 적합한 곳을 알고 있습니까?”우홍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그를 반귀성에 머무르게 할 생각이 아니었느냐?”낙요는 고개를 저었다.“반귀성은 너무 뻔합니다. 침서가 그곳에 가서 수색한다면 인츰 그를 발견할 것입니다.”우홍은 고민하다가 말했다.“아는 곳이 한 군데 있긴 하다. 산속에 있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큰길은 없다. 그 산속에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상처를 치료하기엔 적합할 것이다.”“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라버니께서 그를 데려다주세요. 제가 느지막하게 찾아가겠습니다.”우홍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말을 타고 그곳을 떠나 빠르게 도주성으로 돌아왔다.도주성에 도착했을 때, 날이 이미 밝고 있었다.설진재는 여전히 묶여있는 상태였다. 낙요를 본 그는 자기를 풀어달라는 듯이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낙요는 그에게 다가가 입에 물렸던 헝겊을 빼냈다.“낙 낭자, 난
낙요가 분부했다.“설진재의 시신을 처리하거라.”“그리고 명심하거라. 나와 오라버니는 성주부에서 나간 적이 없다. 알겠느냐?”낙요는 반귀성의 호위에게 당부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뒤편에 있는 마당으로 향했다.기옥은 홀로 마당에 앉아있었고 주락은 마당 밖에서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키고 서 있었다.낙요가 온 걸 보자 주락이 황급히 다가왔다.“대제사장님.”낙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마당 안의 그녀를 바라봤다. 홀로 고독히 계단에 앉아있는 모습은 아주 쓸쓸해 보였다.기옥은 먼저 부모님을 잃었고 그다음에는 구십칠을 잃었다.그리고 유일하게 가족이라고 여겼던 허서화가 그녀의 부모님을 죽인 원수였다.지금 기옥은 모든 걸 잃었다.그런 기옥이 자결하지는 않을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님의 복수를 했다고 그릇된 생각을 할까 두려웠다.하지만 낙요는 알고 있었다. 기옥은 단지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뿐이었다.많은 일을 겪은 기옥은 더 이상 예전의 기옥이 아니었다.낙요가 밖에 서 있는 걸 눈치챈 기옥이 고개를 들었다.“언니.”낙요는 천천히 걸어가서 그녀의 곁에 앉았다.“복수했느냐?”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했습니다.”“앞으로는 어찌할 생각이냐?”낙요가 물었다.“나와 함께 도성으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반귀성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느냐?”그 말에 기옥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아무런 계획도 없습니다. 그냥 도주성에 조금 더 있으면 생각을 정리할 생각입니다.”낙요는 사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지.”갑자기 기옥은 뭔가 떠오른 건지 황급히 입을 열었다.“언니, 저희 성주 어르신을 뵈러 갑시다.”“그의 병을 치료하고 싶습니다.”“이제 허서화는 없지만 성주부가 무너져서는 안 됩니다.”낙요가 대답했다.“나도 그럴 생각이었다.”“성주부에 이렇게 큰일이 생겼으니 성주 어르신께 말씀드려야지.”성주 어르신이 이 소식을 받아들일 수
기옥은 놀라운 표정으로 성주 어르신을 쳐다보며 캐물었다. “어찌하여? 할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계셨으면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까?”성주 어르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죽을 때가 다 된 사람이라 죽어도 괜찮지만, 너희들은 아직 젊지 않으냐?”성주 어르신은 무거운 어투로 말하며 탄식했다.그는 추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말했다.“처음에는 우리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단다. 서화는 수단이 몹시 악랄했어. 골치 아픈 사람들은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어.”“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지.”“그래서 성안의 사무를 처리할 때, 나는 덕으로 사람들을 따르게 했지만, 서화는 수단으로 강압하기 좋아했어.”“그래서 우리는 수도 없이 다퉜단다.”“가장 심하게 싸웠던 건, 서화가 혼인하려던 그 사내가 결혼식 날 서화를 버린 것 때문이었어.”“하지만 그 사내는 강요당한 것이고, 서화와의 혼인을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결혼식 날 도망간 거야. 서화는 성주부의 모든 사람을 출동시키고, 또 밖에서 사람까지 고용하여 미친 듯이 학살했어.”“나는 서화의 미친 짓을 멈추기 위해 모두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지. 하지만 서화는 포기하지 않았고 어디서 살수들을 엄청나게 모집했더구먼.”“나는 서화를 막을 수 없었어.”“서화의 마음은 일편단심 그 사내에게 있었고, 내 어린 손녀딸은 그때 세 살이었어. 그날 밤 서화는 아이를 지켜내지 못했어. 아이 혼자 화원의 정자에 남겨두었거든.”“서화가 다시 생각나서 돌아갔을 때, 아이는 이미 물에 빠져 죽었어.”“그때 내가 서화를 혼냈고, 사람을 시켜 서화를 가두라고 명령했으며 그만 학살을 멈추라고 했지.”“서화는 죽은 아이의 시신을 끌어안고 방 안에서 3일을 지냈어.”“나는 서화가 정신 차릴 줄 알았지만, 서화는 그 뒤로 오히려 완전히 미쳐버렸어. 나에게 독을 먹여 몸져눕게 하고 이 기회에 성주부의 대권을 손에 넣은 거야.”“서화는 그 남자를 반드시 찾아,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하더구나.”“내가 말렸지만, 오히려
말을 끝낸 성주 어르신은 상 위의 비수를 들어 자결하려고 했다.기옥이 다급히 제지했다.“성주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이 모든 건 다 허서화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뛴 탓입니다. 할아버지도 고충이 있었습니다.”누구에게나 신경 쓰이는 일과 사람이 있다.성주 어르신의 이 세 자녀 중 유일하게 그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은 군한이다.허군한은 상우산과 혼인하여,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낳은 세 자녀 또한 착하고 효성이 지극하다.성주 어르신은 이렇게 화목하고 원만한 가족이 상처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성주 어르신은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저었다.“너에게서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니 참 부끄럽구나. 나는 자격이 없다.”기옥이 위로했다. “오늘 밤 저는 본래 할아버지께 허서화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뢰러 왔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절 원망할 줄 알았습니다.”“부모님의 원수는 이미 갚았습니다. 제가 할아버지의 딸을 죽였다고 절 원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성주 어르신은 감동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그는 애절한 마음으로 기옥을 품에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그래 아가야, 서화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 어찌 너를 탓할 수 있겠느냐? 네가 마음의 그 응어리를 풀어서 다행이구나!”“네가 괜찮다면, 앞으로 할아버지와 함께 살자꾸나.”이제 보니 성주 어르신은 사리가 밝은 분이었고 기옥이 자기 딸을 죽인 것도 탓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옥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그러니 기옥이 성주 어르신과 함께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기옥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도 제때 약 드시고, 밥도 잘 드셔서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셔야 합니다.”“이 성주부는 할아버지가 나서서 관리해야 합니다.”“저는 못 합니다.”성주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알겠다.”“할아버지가 네 말을 잘 들을게.”상황을 지켜보던 낙요는 바로 약 처방을 내리러 나갔다.방안을 나설
곧이어 낙요는 사람을 시켜 재료를 준비했다.그리고 방안에서 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기옥도 성주부를 재정비했다.곧 사람들은 각자 위치로 돌아가 바삐 돌아쳤다.성주부 내에서 허서화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류 관사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기옥은 사람을 시켜 약을 달여 직접 성주 어르신께 갖다주었다.방에서 나왔을 때 낙요도 이미 물건을 다 만들었다.방안에서.낙요는 기옥에게 등불과 부적 몇 장을 주었다.“여해는 이 등에 있으면 혼백이 날아가는 걸 막을 수 있다.”“이 부적은 여해가 너의 몸에 들어가도 의식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만약 문제가 생기면, 이 부적을 사용하거라. 이건 그녀를 너의 몸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그리고 이건 허서화의 검인데, 위에 사귀를 쫓는 부적을 녹여 넣었어. 이것을 호신용으로 쓸 수 있다.”“여해를 상대하기엔 충분하다.”기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리고 낙요는 또 허서화의 방을 수색했다.그곳에서 허서화의 개인 재산과 금은보화를 찾아냈다.허서화는 설진재와 협력하여 재물을 취하려고 사람을 죽이는 짓을 수도 없이 했다.허서화가 모은 돈은 도주성 하나를 더 사고도 남았다.그리고 허서화와 왕생방이 왕래한 서신들도 있었다.낙요는 모든 서신을 다 훑어보았지만, 약인을 만드는 사람과 연락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허서화는 그들과 전혀 왕래가 없었다.허서화는 심지어 이 일을 모르고 있었다.류축이 그 사람들을 도와 기지를 찾아주고, 약재를 운송한 것을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류축이 왕생방 몰래 장사를 받은 게 확실했다.정말 신기한 일이었다.이 허서화와 허계지 두 남매는 서로 제각기 움직였다.“언니, 뭘 찾고 있습니까?”기옥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기옥을 쳐다보았다. “옥아. 한 가지 의논할 일이 있다.”“네가 도주성에 남아있겠다고 하니, 날 도와 약인을 만드는 사람을 유념해 줄 수 있겠느냐?”“상대방은 아
하지만 모두 본 적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곧 다른 사람들도 달려왔다.그들은 담화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상녕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실종이라니요? 부진환이 왜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겁니까?”주락이 즉시 대답했다. “대제사장이 허서화에게 잡혔는데, 허서화는 유인하는 계략으로 부진환을 따돌렸소.”“그래서 어제 나와 부진환은 두 갈래로 나뉘어, 나는 성주부로 향했고, 그는 당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고 했소.”“한데 왜 오지 않았단 말이오?”동정을 듣고 달려온 침서가 마침 이 말을 들었다.순간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뭣이라? 허서화가 대제사장을 잡았다고?”침서는 다급히 앞으로 걸어오더니, 낙요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은 게냐?”낙요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당신은 부진환을 본 적이 있습니까?”침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본 적이 없다.”다들 몹시 곤혹스러웠다. 부진환이 대체 어디로 간 걸까?상녕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혹시 도주성으로 간 게 아닐까요? 도주성은 찾아보셨습니까?”낙요가 대답했다. “거긴 찾아보지 않았습니다.”“만약 부진환이 도주성에 있다면, 그는 분명 곧바로 성주부에 나를 찾으러 왔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겁니다.”낙요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때, 주락이 생각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아참, 그때 우리에게 소식을 전하러 왔던 사람은 도주영의 병사였소.”“상 낭자가 부진환을 찾아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였소.”“뭐라더라? 아, 황폐된 그 주둔지로 오라고 하였소.”이 말이 나오자, 침서의 눈빛이 돌연 차가워졌다.상녕이 놀라서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사람을 시켜 당신들을 찾아간 적은 더욱 없고요.”“큰일 났습니다. 틀림없이 누군가 내 사람으로 가장하여 그를 유인해 갔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황폐된 주둔지?”“상안의 그 주둔지를 말하는 겁니까?”이 말이 나오자, 침서의 안색은 확
일행은 즉시 시신을 검사했다.상안이 말했다. “왕생방의 살수들인 것 같습니다.”“그래서 왕생방의 살수들이 부진환을 죽이려고 한 것이란 말입니까?”낙요는 무거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즉시 흩어져 찾기 시작했다.곧이어, 낙요와 주락이 먼저 그 막사 밖까지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도 신속하게 달려와서, 온 사방에 널려 있는 시신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사람들은… “침서의 시위들이잖아!모든 사람은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상우산도 달려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땅바닥의 시신을 쳐다보았다.설마 침서가 부진환을 죽이려고 했단 말인가?“왕생방의 살수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찌하여 침서의 시위들도 이곳에 있습니까?” 상녕은 어리둥절했다.곧 침서가 달려왔다.그는 온 사방에 널려있는 시신을 보더니, 안색이 확 변했다.또한 시위가 미처 내보내지 못한 신호를 보더니 동공이 흔들렸다.이 사람들은 변을 당한 지 이미 오래됐다.그러나 침서가 놀랄 겨를도 없이, 낙요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미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침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순간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몰라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낙요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나타난 겁니까?”침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요… “낙요의 어투는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제가 묻지 않습니까? 이 시위들이 왜 여기에 나타난 겁니까? 제가 설마 당신 부하들을 몰라볼 줄 알았습니까?”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침서를 쳐다보았다. 다만 아무도 감히 입을 뻥긋하지 못했다.침서가 해명했다. “아요, 내 말 좀 들어봐!”“난 단지 부하들에게 가서 상황을 보고 오라고 했을 뿐이야, 그들도 아마 왕생방의 살수들에게 죽임을 당한 모양이구나.”일이 너무 갑작스레 터져서 모든 것이 예상과 정반대로 돌아갔다.그의 거짓말은 너무 서툴렀다.낙요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 말을 당신은 믿습니까?”이 말을 하며 낙요는 막사 안을 뒤졌고, 그곳에 비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