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제 영감을 바라봤다. 장검을 쥔 그녀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쳤다.“우리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당신의 뜻에 달린 일이 아닙니다!”말을 마친 뒤 낙청연은 구십칠을 힐끗 봤다.“두 사람을 묶거라.”“일어날 수 없게 해.”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밧줄을 찾아와 바닥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두 괴뢰를 단단히 묶었다.낙청연은 검을 들고 제 영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살기등등하게, 기세 넘치게 말이다.제 영감은 곧바로 반격하며 낙청연과 싸우기 시작했다.바로 그때 밖에서 격렬한 발소리가 들렸고 곧 제씨 가문이 완전히 포위되었다.누군가 문을 밖차고 들어왔다.두 괴뢰를 묶어둔 구십칠은 고개를 들면서 검을 꽉 쥐고 경계했다.갑옷을 입은 한 사내가 기세 흉흉하게 들어왔다.제 영감은 낙청연과 거리를 두면서 여유롭게 말했다.“계 장군(系將軍), 드디어 왔군.”“여봐라, 이 여자를 잡거라!”제 영감이 명령을 내렸지만 계 장군이라 불린 자는 히죽 웃었다. 그는 낙청연을 붙잡으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아무도 제 영감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계잠(季潛)! 얼른 손을 쓰시오!”제 영감이 화를 냈다.계잠이 손을 내젓자 그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이 제 영감을 붙잡았다.제 영감은 화들짝 놀라며 발버둥 쳤다.“계잠! 미쳤군! 내게는 통령인(統領印)이 있는데 감히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오?”계잠은 덤덤히 웃었다.“제 영감, 지금은 예전과 다르오.”“제호는 죽었소. 통령인이 당신 손에 있다지만 당신은 상부에서 문서를 내려 정한 운주의 통령이 아니오. 심지어 당신은 관직도 없지!”“그런데 당신이 내게 어떻게 명령을 내리겠소? 그렇지 않소?”제 영감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 계잠, 당신처럼 양심 없는 자는 좋은 끝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오!”“우리 제씨 가문의 뒤에 누가 있는지 잊지 마시오! 당신이 감히 건드릴 수 있겠소?”제 영감이 호된 목소리로 위협하자 계잠은 순간 안색이 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양측 사람들은 검을 빼 들고 서로를 적대시했다.낙청연은 그들이 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하려 한다는 걸 눈치챘다.하지만 그녀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계 장군, 난 다른 일이 있으니 이곳은 당신에게 맡기겠소. 문제없겠지?”낙청연의 질문에 계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문제없소!”곧이어 낙청연은 구십칠과 두 괴뢰를 데리고 부랴부랴 제씨 저택을 떠났다.왕형은 낙청연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저들을 잡거라! 저들이 떠나게 놔두면 안 된다!”왕형이 장검을 휘두르는 순간, 계잠이 곧바로 달려들어 왕형을 막았다.이내 격전이 시작됐고 낙청연 일행은 기회를 틈타 도망쳤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주락과 석두가 사람들을 데리고 그들을 맞이하러 왔다.석두가 애타게 물었다.“아가씨는요? 기옥 아가씨는요?”낙청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기옥은 그곳에 없었다.”“우리가 거리에서 봤던 출가하는 대오에 있던 사람이 기옥일 것이다!”기옥을 이용해 낙청연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던 건 허울이었다.첫 번째로는 시간을 끌기 위해, 두 번째로는 낙청연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석두야, 안전한 곳을 찾아 이 두 사람을 그곳으로 보내거라. 절대 밧줄을 풀면 안 된다!”“이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다. 성주와 성주의 부인이 아니니 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낙청연이 당부했다.석두는 성주와 부인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너무 슬퍼서 손을 떨었다.곧이어 석두는 성주와 부인을 건네받은 뒤 그들을 데리고 황급히 떠났다.낙청연은 구십칠과 주락을 데리고 빠르게 말을 타고 떠났다.거리에서 수소문해 보니 출가 대오는 성을 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곧바로 성을 나섰다.구십칠은 몹시 걱정됐다.“꽃가마 안에 있던 사람이 정말 기옥입니까? 제씨 가문은 뭘 하려는 걸까요?”“간단하다. 기옥과 제호를 혼인시킬 셈이지.”낙청연은 그제야 그 점을 깨닫고 애가 탔다. 부디 늦지 않기를 바랐다.“어쩐지 그 8명의 검객이 나타나지 않았다 싶었는데, 그
낙청연과 사람들은 말을 타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대나무 숲에 도착했다.주위의 공기는 싸늘했고, 세 사람은 멈춰 섰다.바로 이 근처일 것이다!주락은 낮은 목소리로 귀띔했다. “상대편 머릿수가 우리보다 많을 겁니다.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낙청연은 입술을 피식거리며 말했다. “나는 이곳에 이들을 죽이러 온 것이오.”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주락을 보며 눈썹을 들썩이더니 말했다. “나와 함께 당신의 경쟁자들을 죽일 자신 있소? 앞으로 이 검객 순위에 오직 당신 한 사람뿐일 것이오!”이 말을 들은, 주락은 흠칫 놀랐다.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여인은 마치 미친 것 같이 날뛴다!이때, 공중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우릴 죽인다고? 감히 이런 오만방자한 소리를 하다니!”“안타깝게도 너희들에겐 아마 그럴만한 능력이 없을 게다!”낙청연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도발적으로 말했다. “그럼, 숨어있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거라, 이 겁쟁이들아!”그들은 반드시 서둘러야 기옥을 살려낼 수 있다.만약 더 지체한다면, 기옥은 정말 죽을 수도 있다.이 말이 떨어지자, 공중에서 중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나이에,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가 없구나! 그럼, 내가 너와 맞서 보겠다!”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공중에서 검을 들고 바로 낙청연을 공격해 왔다.낙청연은 검을 뽑아 들고 몸을 날아오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영감, 이 나이를 먹고도 순위에 오르다니, 참으로 쉽지 않군요.”낙청연의 조소하는 어투에 그 영감은 격노했다.말이 끝나자, 상대방의 날카로운 장검이 낙청연을 향해 날아왔고, 검초(劍招)가 몹시 흉악했다. 평소대로라면, 낙청연은 그 사람이 한 조를 다 치고 나서, 상대방의 수법을 확실히 알아낸 다음 맞선다.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시간이 없었다.낙청연은 차가운 눈동자로 분심검을 들고, 맹렬하게 공격하여 세 수 만에 그 영감의 벽혈칠검(碧血七劍)을 깨뜨렸다.낙청연은 인정사정없이 바
이때, 제호 체내의 그 그림자가 날아오르더니,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기옥, 내가 너와 혼인하려는 건, 너를 중히 여겨서인데, 네가 감히 나의 호의를 무시하다니!”“좋다. 그럼, 나는 평생 너를 귀찮게 할 것이고, 영원히 너를 편안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기옥은 화가 나 눈물이 막 쏟아져 나오려고 했다.낙청연은 두 사람 손에 묶어진 붉은 실을 보았다. 이건 강제적으로 인연을 묶어 놓은 것이다.기옥을 평생 묶으려는 것이다.낙청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죽어서도 이리 점잖지 않으니, 이젠 재가 되어 사라지게 할 수밖에 없구나.”이 말을 하며, 낙청연은 손에 든 분심검을 꽉 잡았다.그 남자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가소롭구나! 두 사람의 운명은 이미 묶어져 있으니, 당신이 제호를 재가 되어 사라지게 한다면, 기옥도 따라서 사라지게 될 것이오!”낙청연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럼, 나는 이 붉은 실을 잘라버리겠다!”“내가 동의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저 둘을 함께 묶어 놓을 생각 하지 말거라!”이 말을 하며 낙청연은 분심검을 들고, 단칼에 쪼개버렸다.그 남자는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어차피 제씨 집안과 했던 약속은 이미 지켰다.그 뒤에 생긴 일은, 그의 임무 범위가 아니다.어차피 낙청연도 그들 사이의 속박은 풀지 못할 것이다.그리하여 그는 차분하고 느긋하게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낙청연은 부적을 내던져 제호의 혼백을 잡아냈다.그리고 또 기옥을 덥석 끌어당겼다.낙청연은 손끝을 베어, 선혈로 공중에 부적을 그리고, 일장으로 두 사람의 몸을 명중했다. 두 사람의 몸에서 붉은 핏빛이 밀려 나왔다.자세히 보니, 그것은 엉겨 붙은 정백(精魄)이었다.낙청연은 나침반을 꺼냈다. 금진의 빛 아래서, 낙청연은 손끝을 살짝 움직여 아주 손쉽게 이 정백을 갈라 놓았다.낙청연은 정백 반을 기옥의 체내에 밀어 넣었다.그리고 다른 반을, 낙청연은 분심검을 들더니 바로 가로로 휩쓸어 버렸다.검기는 맹렬하게 그 절반
곧 구십칠과 주락이 달려왔다.구십칠은 급히 달려가 기옥의 몸에 묶여 있는 밧줄을 풀면서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며 물었다. “다치진 않았느냐?” 기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기옥은 결국 참지 못하고 구십칠의 품속에 와락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구십칠은 그저 그렇게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했다.낙청연과 주락은 일단 그곳에서 나왔다.“사람은 모두 깨끗이 처리하였소?” 낙청연이 물었다.주락이 대답했다, “모두 죽었습니다.”이런 경험은, 예전의 주락으로선 생각도 못 했던 것들이다.“검객 순위에 있는 열 명을 당신이 아홉 명을 죽였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당신 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니, 정말 영광입니다.”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저도 몰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당연히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오.”“하지만 이 명단에 한 사람은 남겨두는 게 맞긴 하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검을 쓰는 자들과 맞선다고 생각할 것이오.”주락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지금도……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았다.두 사람이 시신을 검사해 보니, 쓸모 있는 물건이 별로 없었고, 심지어 돈주머니도 없었다.“이 사람들은 설마 돈 때문에 제씨 집안에 불려 간 것이오?” 낙청연은 곤혹스러웠다.주락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오히려 제가 보기엔, 제씨 집안에 들어간 뒤에, 자신과 관련된 물건을 모두 제출한 것 같습니다.”“그 이후로 그들은 과거의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직 제씨 집안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거였군!”“만약 돈 때문이 아니라면, 제씨 집안이 이 여덟 명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소. 필경 당신을 위해 십만 냥으로 만방검까지 사려고 했으니까!”“그 사람들이 이렇게 통 크게 고수들을 끌어모으는 원인이 무엇인 것 같소?”주락도 곤혹스러워하며 대답했다. “
“그리고 대나무 숲의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었습니다. 당신 아들 제호도 포함입니다.”“그는 또 한 번 죽었습니다. 이번엔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습니다!”낙청연의 무심한 말은 제 영감과 제 부인을 몹시 놀라게 했다. 곧이어 그들은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제 부인은 더욱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낙청연! 넌 제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틀림없이 저보다 먼저 죽을 거니까요. 자신들 걱정부터 하시지요.”“당신들이 어떻게 기옥의 부모를 대했으면, 기옥도 당신들을 똑같이 대할 겁니다. 당신들의 결말은 분명 그들보다 만 배는 더 비참할 것입니다!”제 부인이 노하여 질책했다. “우리 제씨 집안이 그들과 혼인을 맺으려 한 것은, 그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어디서 감히 주제도 모르고, 딸 여식의 도혼을 감싸고 돌아! 이건 죽어 마땅하다!”낙청연은 이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 어떤 부모가 있으면 어떤 자식이 있군요.”바로 이때, 왕형이 낙청연을 질책했다. “이건 우리 운주성의 일이오. 외인과는 무관하오!”“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간섭하는 것이오?”낙청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내가 간섭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오. 뭐 어쩔 셈이요?”왕형은 화를 못 이겨 돌아서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그러나 계잠이 막아섰다.바로 이때, 문밖에서 누군가 뒤짐을 짊어지고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그 위엄 있는 기세에 걸어 들어오는 그 순간, 양측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대장군!”계잠과 왕형도 걸어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즉시 동작을 멈추고, 공손히 예를 행했다.“대장군!”침서가 왔다!제 영감과 제 부인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마음속에 강렬한 증오가 쌓였지만, 또한 침서를 두려워했다.“이게 무슨 일이냐?” 침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왕형이 한발 앞서 대답했다. “장군님! 계잠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습니다. 그는 제호 통령의 부모를 살해하
활시위를 당기자, 제 영감은 쓰러졌다.이를 본 제 부인은 대경실색하며, 고개를 돌려 침서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죽고 나 죽고 한번 해 보자!”그러나 제 부인은 침서의 앞까지 달려가기도 전에 침서의 화살에 가슴이 뚫려 쓰러지고 말았다.침서는 활을 버리고 경멸의 눈빛으로 말했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분수를 모르는구나!”왕형은 깜짝 놀랐다. 그는 흠칫 놀랐다. “장군, 제씨 집안……”그러나 침서의 차가운 눈빛에 왕형은 겁에 질려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이때, 침서가 그 인장을 계잠에게 던져주면서 말했다. “참 잘했다. 앞으로 네가 운주영의 통령이다.”이 말이 떨어지자, 계잠은 기뻐하며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장군님, 감사합니다!”왕형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제자리에 굳어 버렸다.장군은 이렇게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설마 오늘 발생한 모든 일을 장군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단 말인가?그래서 장군은 정말 이 여인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란 말인가?장군 옆에 여인은 그렇게 많은데, 종래로 이런 적은 없었다!한창 생각 중인데, 침서는 이미 낙청연 곁으로 걸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물었다. “괜찮으냐?”낙청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침서는 말을 하면서, 손을 들어 낙청연의 옆머리를 살짝 젖히며,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청연은 내가 아예 필요 없구나,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모르겠네?”기쁜 건, 그의 아요는 실력이 절반 이상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그렇게 강하다.슬픈 건, 이렇게 강대한 낙청연은, 별로 그가 필요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낙청연은 담담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당신은 마땅히 기뻐해야 합니다. 내가 당신의 짐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전 아직 볼 일이 남았으니, 당신은 당신 일이나 보러 가십시오.”낙청연은 말을 끝내고 주락을 데리고 제가를 떠났다.옆에 있던 왕형의 안색은 파랗게 질렸다.그는 지금까지, 장군이 이런 태도로 여인을 대
이 말에 기옥은 놀라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눈물이 뺨을 적시며 말했다. “뭐라고요? 괴뢰?”낙청연이 해명했다. “이건 천궁도의 괴뢰술이다. 너의 부모님은 돌아가신 후에 괴뢰로 만들어진 거다. 그러니 생전에 그렇게 고통받지 않으셨다.”“그러나 돌아가신 후 시신은……”기옥은 듣고, 옷깃을 꽉 움켜쥐더니, 눈물을 걷잡을 수 없이 뚝뚝 흘렸다.하지만 완강하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낙청연이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너의 부모님 체내에 고충이 통제하고 있다. 만약 부모님을 묻어드리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너는 안 보는 게 좋아. 그러나 나는 이 일을 너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이 말을 듣고, 기옥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언니, 언니 말을 따르겠습니다.”“저는 상관하지 마시고, 할 일을 하십시오.”“저는 보지 않겠습니다.”이 말을 끝내고, 기옥은 돌아서 달려 나갔다. 그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구십칠이 곧바로 쫓아 나갔다.이윽고 낙청연은 다른 호위들도 정원에서 내보냈다.주락 혼자 옆에 남아 도와주고 있었다.“밧줄을 풀고, 등을 위로 향하게 눌러주시오.”뒤이어 낙청연은 물 한 대야를 준비해 오고, 옆에서 불을 지폈다.주락은 이미 밧줄을 풀었고, 이미 사람을 힘껏 바닥에 눌러 놓았다.이때, 낙청연이 비수를 들고 걸어오더니, 머리 뒤쪽 갈진 틈을 찾아 바로 비수를 꽂아 넣었다.깔끔한 동작에 주락의 가슴은 순간 덜컹 내려앉았다.그러나 분명한 건, 이 시신은 이미 다른 사람이 열어보았단 것이다.목덜미부터 머리끝까지 모두 봉합한 흔적이었다.낙청연은 봉합한 흔적에 따라 조금 열었다.곧이어 타오르는 땔감을 들었다. 온도가 높아지자, 안에 있던 고충은 차가운 곳으로 다가가더니, 대야로 들어갔다.주락은 보더니, 머리털이 곤두섰다.고충이 전부 나오자, 낙청연은 사전에 물 대야 밑에 깔았던 헝겊을 들어 갑자기 고충을 전부 감싸버렸다.물은 스르르 넘쳐흘렀다.더 이상 물이
송천초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초경이 관심 어리게 물었다.“어디 아픈 것이냐?”송천초는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아직도 무서울 뿐입니다.”“제가 아니었다면 묵계가 당신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돕지도 못하는데 짐이 되었습니다.”그들의 싸움에 그녀는 끼어들 수 없었다.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자책하는 것을 보고 초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쓸데없는 생각이구나.”“네가 없어도 묵계는 다른 사람을 겨냥하고 나쁜 짓을 저지를 것이다.”“너를 데리고 여제의 도움을 청한 후 여제가 너를 구할 때 묵계는 여제의 몸까지 차지하려 했다.”“너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할 필요 없다.”“힘없는 사람들이야 많고 많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살짝 놀랐다. 그녀가 다급히 물었다.“청연은 어떻게 됐습니까?”“궁으로 들어가 만나봐야겠습니다.”송천초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초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치료부터 하고 가거라. 여제는 괜찮다.”“묵계도 죽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송천초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다리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다. 멍이 들고 상처는 검고 짓물렀다.“이미 약을 발랐지만 싸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으로 인한 상처라 꽁꽁 싸매지 말아야 한다.”“아프면 진통제를 발라주마.”초경을 말을 하다 약병을 가지러 갔다.송천초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이 정도 상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그녀는 묵계에게 몸을 빼앗겼지만 정신은 있었다. 그녀는 묵계의 조종을 받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자기 몸이 통제를 받지 않는 느낌은 정말 무서웠다.만약 묵계가 성공했다면 이 세상에는 송천초라는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초경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다시 그 내단을 꺼냈다.
말을 마치자마자 초경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묵계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성공한 것입니까?”낙요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초경은 바로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가 내단을 보고 한숨 돌렸다.“수위가 높아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낙요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다행히 저 녀석은 속이기 쉬웠습니다.”“수작을 조금 부리니 바로 넘어왔습니다.”방금 그녀는 일부러 묵계가 그녀의 몸에 들어오게 했다. 사실 묵계는 그녀의 몸에 들어갈 능력이 없었다.“천초의 뱀독이 심해졌으니, 어서 독을 없애십시오.”그 말을 듣고 초경이 얼른 그녀의 독을 없앴다.하지만 독이 심하게 퍼져서 물린 곳의 피부가 짓물러 빨리 낫지 않을 것이다.초경은 마음이 아팠다.낙요는 곰곰이 생각하다 내단을 초경에게 주었다.“이 내단을 천초에게 쓴다면 상처도 곧 나을 것이고 흉터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그리고 끝없이 긴 수명도 얻을 수 있습니다.”“천초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늙지 않고 죽지 않은 기회가 있습니다.”“두 사람은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천초가 깨어나면 잘 상의하십시오. 천초가 원하다면 내단 흡수를 도울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초경은 살짝 멈칫했다.그는 낙요가 손에 들고 있는 내단을 보고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어찌 남겨두지 않습니까?”“여국의 여제로서 불로장생한다면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까?”초경은 인간 세상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많은 제왕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것을 본 적 있다.수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낙요의 손에 쥐어져 있지만 낙요는 오히려 남에게 주려 했다.낙요가 웃었다.“들어보니 참 괜찮습니다.”“하지만 나라의 흥망은 모두 운명입니다. 왕조의 교체도 자연에 순응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강제로 바꾼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제가 감당할 것이 아닙니다.”“제사장족 천벌만으로도 충분합니다.”“게다가 제왕이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