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홍이 뒤쫓아왔을 때였다.갑자기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전투에 뛰어들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행동을 멈췄다.그들은 일제히 길을 열어주는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무수한 시위가 몰려오더니, 뒤따라 위엄 있는 한 사람이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순간 뭇사람은 가슴이 뜨끔했다.제호는 들어오는 사람을 보더니 감격해 마지않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어 일어나, 비틀거리며 침서에게 달려갔다.“대장군! 마침 잘 오셨습니다!”제호는 화가 나서 우홍과 낙청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군님 어서 군사를 파견하여 반귀성을 진압하십시오! 반귀성의 성주가 저를 죽이려고 합니다!”“그리고 저 여인이 저에게 도발했습니다. 저는 이 여인을 잡아끌고 가서 관기로 만들겠습니다.”상처투성이가 된 제호는 우홍의 상대가 되지 않자, 자신의 배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마침 침서가 왔다. 그는 분명 침서가 자신을 위해 싸울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침서는 마지막 한마디 말을 들었을 때, 안색이 돌연 어두워졌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제호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뭐라고 하였더냐?”“저 여인이 뭐 어떻다고?”제호는 침서의 눈빛과 돌변한 그의 어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분노해서 말했다.“저 여인이 감히 저의 만방검을 빼앗았습니다. 순순히 검을 바치지 않고 뭐 하느냐? 저는 저 여인과 내기하였습니다. 만약 저 여인이 패하면 제가 잡아끌고 가서 관기를 시키겠다고 말입니다.”“이렇게 아리따운 낭자를 죽이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만약 대장군께서 마음에 들면 일단 장군께서 실컷 즐기다가 나중에 저희에게 주십시오!”이 말을 들은 침서의 안색은 확 변했다.제호는 몹시 기대됐다.침서가 왔으니, 그 누가 또 굴복하지 않겠는가?그런데 다음 순간, 제호의 득의가 가득한 웃음은 그대로 얼굴이 굳어버렸다.침서가 다급히 낙청연에게 달려가더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으냐?”침서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마음 아파하며 낙청연의 얼굴에 묻은 선혈을 닦아주었다.낙청연은
“당장 꺼지지 못하느냐!”제호의 부하들은 아주 신속하게 철수했다.삽시에 이곳은 썰렁해졌다.우홍도 다들 물러가라고 손짓했다.암시장의 시위가 급히 앞으로 달려와 시신을 끌고 나갔으며, 깨끗이 청소한 후에 신속하게 철수했다.이곳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고, 유독 공기 중에 가득한 피비린내만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침서는 자책과 죄책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미안해! 홧김에 너를 여기 혼자 남겨두는 게 아니었어!”낙청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끔 쳐다보며,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침서가 없으면 오히려 낙청연은 더 조용하고 좋다.떠나지 않고 그곳에 있던 주락은 마침 침서의 그 말과, 그 어투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낙청연이 그를 발견하고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아직도 가지 않았습니까? 한 번 더 싸워볼 생각입니까?”주락은 읍하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만방검을 건넸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는 감히 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검을 건네받은 낙청연은 마음속으로 주락은 그나마 눈치는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생각밖에 주락이 또 말했다. “다만, 저는 여전히 낭자와 겨뤄보고 싶습니다! 시간 되실 때, 공평하게 한번 겨뤄봅시다!”복맹이 죽었다. 하지만 복맹은 이 여인이 죽였다. 그럼, 이 여인은 분명 복맹보다 더 강할 것이다.주락은 오랫동안 복맹에게 억압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복맹에게 도전할 수 없으니, 이 복맹을 죽인 여인을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낭자께서 저의 도전을 받아주시길 바랍니다!”주락은 재삼 간곡히 부탁했다.낙청연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한 달 뒤에 다시 봅시다.”이 말을 들은 주락은 매우 기뻐했다.그런데 낙청연이 말했다. “제호가 만방검이 꼭 필요했던 건, 당신에게 주기 위해서입니까?”“그는 만방검으로 당신의 마음을 사려했습니까?”이 말을 들은 주락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어떻게 그녀는 이렇게 전부 다 알고 있을까?
이 말을 하며 침서는 붓과 종이를 가져와 앉아서 그리기 시작했다.그는 신속하게 그려 낙청연에게 건넸다.“이 모양이다. 마음에 드냐?”낙청연은 쳐다보았다. 몸통은 가늘고 몹시 가벼워 보였으며, 검 자루 근처에 ‘낙’자가 새겨져 있었다.낙청연이 물었다. “이런 검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립니까?”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보름 안에 꼭 만들어 주마.”낙청연은 의아했다. “보름 안에 가능하단 말입니까?”침서는 입꼬리를 올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가능하다. 그러나 네 도움이 필요하다.”“뭘 도와주면 됩니까?”“내가 필요한 재료를 반드시 3일 안에 구해 산으로 옮겨야 한다.”이 재료들은 암시장에서 구하기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 낙청연은 바로 대답했다. “문제없습니다!”뒤이어 침서는 진지하게 도면을 완성했고, 낙청연은 잠시 옆에서 지켜보았다.한편으론 침서의 천부적인 주검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직 검을 만들 때만, 그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지했다.낙청연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고 방에서 나갔다.뒤이어 집으로 돌아온 낙청연은 우화응을 만났다.우홍은 이미 그녀를 찾아왔다.우화응은 정원에서 낙청연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낙청연을 보자, 그녀는 바로 낙청연을 향해 걸어왔다.“일전에 있었던 일은 미안합니다.”“그리고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낙청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당신은 우경성에게 통제되었던 겁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예전에 저에게 했던 말은 모두 진실입니까?”우화응은 다급히 말했다. “모두 진실입니다. 한 마디의 거짓도 없습니다.”“다만 그때 저는 당신에게 숨기는 게 있었습니다.”“저의 오라버니가 우단봉에게 접근한 일을 숨겼습니다.”“다른 건, 다 진실입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돌아왔다는 건, 이미 성주에게 해명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우경성이 한 짓은 당신과 상관없으니, 마음에
“당신은 먼저 가서 말을 준비하십시오. 저는 구십칠에게 할 말이 좀 있습니다.”“알겠다.”뒤이어 침서는 말을 준비하러 갔다.낙청연은 마침 큰길에서 구십칠과 뒤에서 따라오는 기옥을 만났다.“내가 보름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으니, 네가 암시장을 좀 돌봐주거라.”“그리고 나 대신 오라버니에게 말 좀 해줘.”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마침 말고삐를 끌고 오는 침서를 보더니 구십칠은 걱정하며 물었다. “침서와 함께 가시는 겁니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괜찮다.”“제호가 죽었으니, 앞으로 암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잘 지켜보도록 하거라. 만일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곳에 와서 불꽃을 터뜨리도록 하거라. 그럼, 내가 볼 수 있다.”낙청연은 말을 하며 구십칠에게 지도 한 장을 건넸다.구십칠은 열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 당신도 조심하십시오.”낙청연이 돌아서 막 가려고 하는데, 문득 기옥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기옥의 얼굴에 흑기가 뒤덮여 있었다.낙청연은 이를 보고 저도 몰래 깜짝 놀랐다.“왜 그러십니까?” 기옥은 낙청연의 이상해하는 눈빛을 보더니 궁금해하며 물었다.낙청연은 기옥을 한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말했다. “요즘 집안 식구들은 괜찮으냐?”기옥은 잠시 멍해 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평안합니다. 왜 그러십니까?”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의 얼굴에 흑기가 뒤덮인 걸 보아하니, 가족의 운세가 그다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도 혈광지재가 있는 듯하니, 시간이 있으면 집에 돌아가 보거라.”기옥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놀라더니,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이때, 침서의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청연, 출발해야 한다.”“지금 가지 않으면 어둡기 전에 도착할 수 없겠구나.”낙청연은 기옥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스스로 조심하거라.”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침서는 말 두 필을 끌고 와서, 한 필을 낙청연에게 건넸다. 두
낙청연은 침서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제호가 침서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은 분명 널리 퍼질 것이다.설령 원수가 있더라도 운주영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필경 제호의 죽음은 그들에게 좋은 점만 있을 뿐 나쁠 건 없다. 이 통솔자의 자리는 분명 많은 사람이 다툴 것이다.만일 누군가 이 원한을 암시장에 품고 있다고 해도, 우홍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어젯밤 그 전투에서 제호조차 우홍의 상대가 못되었는데, 그 누가 감히 또 제 발로 찾아오겠는가?잠깐 휴식을 취한 후, 낙청연은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먹을 걸 좀 찾아오겠습니다.”침서가 그녀를 불렀다. “내가 같이 가 줄까?”낙청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당신은 당신 볼일 보십시오.”낙청연은 숲속으로 걸어갔다. 침서가 따라 나와,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천궐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그녀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침서는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더니, 그만뒀다. 혹여라도 낙청연이 발견하면 분명 화낼 것이기 때문이다.곧 침서는 물건을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그는 방안의 침대도 다시 정리했다.낙청연은 조용한 숲속을 걸었다. 날은 점점 저물어 갔고 어둠이 숲을 뒤덮는 모습을 보며 처음 이곳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그때의 그녀는 어떻게 여기서 도망갈지 매일 생각 했다.그런데 어느 날 주동적으로 침서를 따라 이곳에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앞길은 낯설고도 익숙했다.제월산장은 어떻게 되었을까?이미 재건되었겠지?주위는 여전히 사냥감이 보이지 않았다. 낙청연은 계속해서 찾으러 갔다.전방 풀숲에 드디어 움직임 소리가 들렸다.낙청연은 허리를 굽히고, 허리춤에서 비수를 뽑아 살금살금 다가갔다.풀숲에 꿩 한 마리가 있었다.낙청연은 민첩한 행동으로 즉시 비수를 내던졌다. 꿩은 날개를 퍼덕이었지만, 낙청연의 비수에 날개가 찔렸다.낙청연은 즉시 달려가 꿩을 붙잡아 들고 만져보았다. 하지만 너무 야위여서 두 사람 먹기에는
이치대로라면, 벙어리는 이곳을 알 이유가 없다.벙어리는 손짓으로 그녀를 따라 함께 산에 올라왔다고 했다.“당신은 나를 따라온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혹시 진익이 시킨 것이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또 고개를 흔들었다.낙청연은 그의 긴장한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됐소. 당신을 나무라지 않았소.”“마침 잘 됐소. 나도 아직 식사 전이니, 함께 먹기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곧 두 사람은 주위에서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시냇가에서 깨끗이 씻은 후 불더미 위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다.정리하고 나니, 이미 밤이 되었다. 밤바람은 차가운 기운을 불어왔다.낙청연은 추위에 불더미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벙어리는 일어나 바람받이에 앉았다. 그는 몸으로 그녀를 위해 밤바람을 막았다.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고기를 구웠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세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진익이 당신에게 또 새로운 명령을 내렸소?” 낙청연은 그가 갑자기 떠났던 그날이 떠올랐다. 아마도 진익이 그를 불렀을 것이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뭇가지로 썼다: 침서를 지켜보라고 했소.“침서를 지켜보라고? 그런 거였군!”낙청연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벙어리는 벙어리만의 임무가 있다. 그건 그녀와 상관없다.“그럼, 당신은 줄곧 산에 있을 생각이오? 우리는 산에서 보름은 묶어야 하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들이 언제 하산하면 그도 언제 산에서 내려갈 거라고 뜻을 표했다.낙청연은 이 산의 밤바람을 느껴보더니, 속상해하며 말했다. “이 산의 밤은 너무 춥소.”“잇닿아 있는 이 몇 개의 산에는 동굴이 없소. 오직 숲이요. 밤을 어떻게 보낼 셈이요? 불을 피우겠소?”“아니면 나와 함께 저쪽에 있는 집으로 가는 게 어떻소?”그러나 벙어리는 고개를 흔들며 승낙하지 않았다.“침서를 만날까 봐 그러는 것이오? 하긴, 당신이 우릴 따라온 걸 침서가 알게 되면 그는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깊은 밤.부진환은 급히 돌아가 명령했다. “지금부터 모든 사람은 십 리 후퇴한다. 내 명령 없이는 경거망동하지 말거라.”침서가 갑자기 산에 올라왔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행동을 멈춰야 했다.그리고 부진환은 또 다급히 다리를 건너 제월산장으로 돌아왔다.잠에 들었던 송천초는 낙청연의 소식을 듣더니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치고 달려 나왔다.“무슨 일입니까? 좋은 소식입니까? 나쁜 소식입니까?” 송천초는 매우 긴장했다.부진환은 무직한 어투로 말했다. “낙청연과 침서 두 사람 모두 산에 있소. 낙청연은 아마 이틀 안에 올 거 같소.”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감격해 마지않았다. “정말입니까?”“정말 온단 말입니까?”“드디어 낙청연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러나 부진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들은 반드시 나의 신분을 비밀로 해야 하오.”“절대 낙청연이 나의 신분을 알게 해서는 안 되오.”이 말을 들은 송천초는 약간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입니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일 낙청연이 나의 신분을 알게 되면, 내가 그녀 곁을 따라 따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게다가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속였는데 인제 와서 진실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요.”이 말을 들은 송천초의 마음은 비록 씁쓸했지만 그래도 응했다. “알겠습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부진환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러분께 부탁하오.”비록 지금 용삼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살 수 있는지는 그도 모른다.그는 단지 남아 있는 자신의 생명을 더욱 가치 있게 보내고 싶다.그녀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저 그녀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그녀의 남은 인생 다시는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이른 아침, 산속은 여전히 약간 싸늘했다.낙청연은 일찍이 잠에서 깨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침서가 검을 주조하는 헛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그는 이불을 덮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낙청연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그물을 들춰보니, 적어도 일곱여덟 마리는 되었다.낙청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틀 동안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겠소.”“가져가서 키워야겠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여기서 잠깐 기다리시오. 이걸 갖다 놓고 나와 함께 어디 좀 가 주시오.”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곧이어 낙청연은 다급히 돌아갔다.침서는 이미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꿩을 들고 오는 그녀를 보고 그는 매우 놀라 했다.“아요가 이렇게 대단했느냐? 이런 재주가 있었다니!”낙청연은 목판을 찾아 정원 모퉁이에 큰 울타리를 만들어 꿩을 가둬 놓았다.“키워서 천천히 먹읍시다.”침서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면서 몹시 만족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요,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 여기서 지내는 게 어떠하냐?”“그때 내가 이 정원을 좀 더 크게 가꿀 테니, 너는 네가 좋아하는 화초와 풍을 심고, 작은 동물을 키우거라.”“한가할 땐 그들과 놀과, 먹고 싶으면 죽여 먹는 게 어떠하냐?” 침서의 머릿속엔 이미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상상하고 있었다.이건 그가 꿈에 그리던 생활이다.낙청연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정말 멀리도 내다봅니다.”“일단 눈앞의 일부터 잘하십시오.”“저는 다시 나가봐야 합니다. 먹을 걸 더 찾아봐야 합니다.”“그럼, 일찍 돌아오거라.” 침서는 한 마디 당부하더니 일어나 검을 주조하러 헛간으로 가서 다시 바삐 보냈다.낙청연이 돌아갔을 때, 벙어리는 과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갑시다요.”낙청연은 벙어리를 데리고 그 익숙한 방향으로 걸어갔다.벙어리는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가는 쪽을 알고 있었다.역시, 그녀는 그 벼랑으로 가고 있었다.먼 길을 걸어, 점점 그 벼랑에 가까워지자, 낙청연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그런데 벼랑 끝에 이르렀을 때, 눈앞의 광경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 다리! 이미 고쳤다니!그녀는 그저 여기 와 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