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에는...”낙청연은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마마께서 드신 것은 죽은 갓난아기입니다.”낙청연이 내뱉은 말에 해 귀비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하마터면 쓰러질 뻔한 그녀는 손을 들어 제때 탁자를 짚었다.“뭐라고 하였느냐?”해 귀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낙청연을 바라봤다.낙청연은 연민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제 두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그러니 이것이 바로 문제의 근원입니다.”“이걸 장기간 드셨으니 몸에 한기가 심하고 약으로는 조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설령 마마께서 건강이 좋으셨다고 해도 이걸 장기간 먹으면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누구도 마마의 배 속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해 귀비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토하기 시작했다.조 어멈은 그 소리를 듣고 다급히 달려왔다.“귀비 마마!”“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뭘 하신 겁니까?”낙청연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토하게 놔두시오.”이렇게 잔인한 일을 알려줬으니 해 귀비는 적어도 며칠 동안은 밥을 먹기가 힘들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알려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그렇게 해 귀비는 한참 동안 속을 게워 냈다. 멈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참지 못하고 토를 했다.그렇게 해 귀비는 더 이상 토할 수 있는 게 없을 때까지 토했다.어제까지만 해도 그토록 화사했던 사람이 지금은 완전히 시들어버렸다. 연탑에 누운 해 귀비는 흡사 앓아누운 사람 같아 보였다.낙청연은 그녀에게 차를 건넸다.그러나 해 귀비는 차를 마신 뒤 또 토했다.그녀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낙청연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처방을 내렸고 조 어멈에게 약을 구해오라고 했다.낙청연은 옆에 앉아서 위로했다.“적어도 이젠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먹지 않으면 됩니다.”해 귀비는 미간을 좁히며 초췌한 얼굴로 물었다.“누가 한 짓일 것 같으냐?”“폐하일까?”
해 귀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비록 숨기기는 어렵겠지만 해 귀비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황후를 쓰러트릴 수는 없으니 이것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해 귀비는 낙청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황후가 너에게 벌을 내린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네가 공주를 다치게 했다면서?”낙청연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성에서 비밀이 아니었고 해 귀비가 알고 싶어 한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일이었다.“그렇습니다.”“그래서 너는 황후와 원한이 있느냐?”해 귀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바라봤고 낙청연은 웃었다.“당연히 있습니다.”“그러니 마음 놓으세요, 귀비 마마. 제가 마마의 비밀을 알게 된 건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저희는 한 편이기도 합니다.”“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지요.”“그렇지 않습니까?”해 귀비의 해쓱한 얼굴 위로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아버지가 사람을 정확히 찾았나 보구나.”“앞으로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그 말을 들은 낙청연은 팔로 탁자를 짚으며 거리를 좁히더니 물었다.“귀비 마마께서는 황후와 대적하려고 마음먹으신 겁니까?”“그래!”해 귀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그 점을 명심하거라. 폐하는 황후를 진심으로 총애한다.”“황후와 싸우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일 것이다.”“평생 한 사람만 섬기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없다면 나와 같은 편이 되리라고 쉽게 말하지 말거라.”그녀의 병증을 조사하는 것과 황후와 다투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그건 오랜 시간 싸워야 하는 일이었다. 예전에 해 귀비는 후궁에 맹우가 많았지만 다들 황후의 수단에 패하거나 황후를 두려워해 물러났다.낙청연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우연이군요. 저 또한 귀비 마마께 그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황후의 수법은 모질고 잔인합니다. 게다가 폐하의 유일무이한 은총까지 등에 업고 있지요.”“그 점은 상대하기 정말 어렵습니다.”낙청연의 말을
“혹시 원래 진익을 싫어해서 그를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만든 건 아닐까요?”“황후는 수많은 진귀한 약재들을 고묘묘에게 줬고 고묘묘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을 먹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런 약재가 필요한 진익은 그것들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고묘묘가 진익이 얻어야 했던 모든 걸 빼앗아 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정말 그런 거라면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겁니다.”“그러니 이 부분을 잘 조사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필요하다면 진익에게 잘 보여야 할 것입니다.”낙청연의 말에 해 귀비는 깜짝 놀랐다.낙청연의 말이 놀랍기도 했고, 또 낙청연이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리 있게 척척 분석한 것도 놀라웠다.심지어 그녀는 해 귀비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줬다.해 귀비는 경악한 표정으로 한참을 말없이 낙청연을 바라보았다.낙청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러십니까?”해 귀비는 가볍게 웃었다.“넌 참으로 무서운 여인이구나.”“내가 널 얕봤다.”“네가 입궁한다면 나와 죽도록 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그 말에 낙청연은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해 귀비는 웃었다.“그래. 그래 보이는구나. 너에게는 더욱 큰 목적이 있겠지.”“내 일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관심 없다.”낙청연은 그 말이 무척 달가웠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협력하기로 한 것입니다.”“그래.”“하지만... 넌 궁에서 나와 며칠간 있어 줘야겠다.”낙청연은 동의했다.그 뒤에도 매일 아침 그 요리가 제때 도착했다.조 어멈은 요리를 받은 뒤 차마 그것을 해 귀비의 앞에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아 전부 버렸다.그렇게 해도 해 귀비는 구역질했다.연이어 며칠 동안 해 귀비는 입맛이 없었고, 어선방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먹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먹다가 토하기 일쑤였다.낙청연은 온갖 방법을 생각해 매운 음식을 만들었다. 그녀는 해 귀비의 입맛이 돌
이때, 벙어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고묘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으며 말했다. “왜? 오라버니에게는 무릎을 꿇을 수 있고, 나에게는 안된다는 말이냐?”벙어리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록 불전연을 가지고 싶었지만, 고묘묘에게 무릎을 꿇어도 그녀 같은 사람은 절대 불전연을 그에게 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돌아가려고 했다.그런데 고묘묘가 그의 어깨를 누르며 말했다. “노비 주제에, 감히 공주인 나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다니!”“설마 진익이 정말 너를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내가 너를 괴롭혀 죽여도 그는 절대 두말하지 않을 것이다!”벙어리는 그녀의 손을 떨쳐내고 떠나가 버렸다.그런데 이때, 고묘묘가 시위 몇 명을 불러내더니, 성난 소리로 말했다. “잡아라!”벙어리는 꼼짝 못 하고 잡혔다.그는 고묘묘 앞에 끌려갔다.고묘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꿇어라!”그러나 벙어리는 좀처럼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 시위들은 필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눌러 무릎을 꿇리려 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반항했다.성난 고묘묘는 바로 한 발로 걷어차 버렸다.“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지 않았느냐?”발에 걷어차인 벙어리는 연신 뒷걸음쳤다. 이때 시위들은 그의 뒷다리를 걷어찼다.벙어리는 발에 걷어차여 한쪽 무릎을 꿇고, 손바닥으로 땅을 받치고, 여전히 무릎을 꿇으려고 하지 않았다.고묘묘는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하찮은 노비 주제에 감히 본공주와 맞서려는 것이냐?”이 말을 하더니, 바로 발을 들어 벙어리의 어깨를 밟으려고 했다.바로 이때, 낙청연이 달려들어와, 고묘묘를 잡아당겼다.그리고 민첩하게 시위 두 명을 걷어차 버리고, 벙어리를 구해냈다.고묘묘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또 당신이요?”“당신이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요?”낙청연을 본 고묘묘는 마음속의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만약 침서와의 약속이 없었다면, 그녀는 절대 낙청연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나는 이 일을 참견하기
부진환은 포기할 수 없었다.낙청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시오. 나에게 불전연을 구할 방법이 또 있소.”하지만 무심결에 그의 호흡이 고르지 않고, 몹시 허약한 걸 발견했다.“어찌 그러시오? 또 상처를 입은 것이오?”“나를 따라오시오.”낙청연은 부진환을 데리고 그들이 묵고 있는 객잔으로 왔다. 지금 그들은 이 객잔 전부를 빌렸다. 지금 구십칠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마침 그전에 해 영감이 선물한 약재가 아직 이곳에 있었기 때문에 낙청연은 벙어리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왔다.돈 상자를 내려놓고 낙청연은 분부했다. “옷을 벗어보시오.”벙어리는 약간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움직이지 않았다.옆에 있던 구십칠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돌아서 나갔다. “그럼,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사내가 남자 앞에서 옷을 벗지 못하다니!구십칠은 나가면서 방문을 닫았다.낙청연은 방안에서 약을 준비했다.벙어리가 옷을 벗자, 낙청연은 그의 어깨에 있던 상처가 찢어진 것을 보고 물었다.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았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다시 그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싸매 주었다. 그리고 다른 상처도 살펴보았다.다른 상처는 오히려 꽤 잘 회복되었고, 이미 딱지까지 앉았다.“그래도 좀 조심하는 편이 좋겠소. 자주 움직이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 상처들은 쉽게 낫지 않을 것이오.”벙어리는 침묵을 지켰다.그는 불전연을 찾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뒤에 또 무력을 썼다. 그리고 조금 전 고묘묘의 그 한 발을 더해 상처가 찢어진 것이다.낙청연은 벙어리의 상처를 싸매준 후, 맞은편에 앉더니, 턱을 괴고 그를 쳐다보았다.“내가 만약 진익에게 당신을 달라고 하면, 진익이 동의 하겠소?’벙어리는 약간 놀랐지만, 전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진익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긴, 진익이 설사 동의한다고 해도, 그는 이걸로 나를 협박하여 그를 위해 뭔가를 하라고 할 것이요.”“당신이 돌아온 후, 진익이 뭘 묻지
그가 열심히 적은 그 몇 글자를 보고 낙청연은 약간 감동했다.낙청연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며 물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모을 생각이요?”“사실 당신은 이 일을 진익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되오.”“그리고 겸사겸사…… 고묘묘의 귀에 들어가게 하면 되오.”이 말을 들은 벙어리는 의혹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약간 의심하며 몇 글자를 썼다: 확실하오?낙청연은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 “아주 확실하오!”“이 일은 당신에게 부탁하겠소!”벙어리는 여전히 그녀의 생각을 알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었다.낙청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우리 3일 뒤에 만나기오.”“오시에 성 밖에서 기다리겠소.”벙어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일어나 방에서 나갔다.잠깐 후, 구십칠이 걸어 들어왔다. “밖에서 들었는데, 암시장에 가신다고, 돈을 모으신다면서요?’“그런데 왜 고묘묘에게 이 일을 누설하라고 하셨습니까?”낙청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만의 계획이 있다.”“그럼, 우리 돈을 모을 필요 있습니까?” 구십칠이 물었다.낙청연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다. 돈이 자기 발로 찾아올 거다.”“예?” 구십칠은 멍해졌다.“준비하거라. 우리는 암시장에 간다. 돈은 한 푼도 가져갈 필요 없다. 그러나 어떤 물건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상자를 많이 준비하거라.”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부진환은 돌아가서 이 일은 진익에게 알렸다.멀리서 고묘묘가 보고 있었다. 부진환은 재빨리 자리를 떴다.고묘묘는 도도한 발걸음으로 걸어오며, 냉랭하게 물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셨습니까?”“저 사람은 왜 저를 보고 저렇게 빨리 자리를 피한답니까? 본공주가 무서우면 얼른 본공주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것이지?”진익은 약간 놀라더니, 다급히 해명했다. “묘묘, 오늘 일은 이미 다 들었다. 그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묘묘는 그의 말을 냉정하게 끊어버렸다. “저 자는 낙청연과 무슨 사
가느다랗게 뜬 침서의 두 눈에 약간 위험한 빛이 스쳤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침서는 맞은편에 앉은 벙어리의 목을 덥석 잡더니, 음산한 어투로 말했다. “이 자가 가자고 한 것이냐?”“내가 너 대신 죽여주마!”침서의 이 동작에 낙청연은 깜짝 놀라 다급히 큰 소리로 질책했다. “멈추세요!”“침서, 허튼짓할 거면 당장 내려가세요!”침서는 즉시 벙어리의 목에서 손을 내렸다.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농이다. 뭘 그리 긴장해하느냐?”말을 하며 그는 마차 벽에 기대어, 다리를 꼬고는 맞은편에 앉은 벙어리를 훑어보더니, 범연한 태도로 말했다. “네가 만일 벙어리 시위가 좋다면, 그럼, 내 시위의 혀를 잘라버린 후 너에게 선물할 수 있다.”“실력이 저 자보다 강할 뿐만 아니라, 또한 일편단심일 것이다.”낙청연은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이 말을 하더니, 즉시 구십칠에게 분부했다. “자, 출발하자꾸나!”가는 길 내내, 침서는 쉴 새 없이 지껄였으며, 각종 방법으로 낙청연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부진환은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침서가 몹시 미웠다.만일 침서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낙청연은 여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며, 또한 이렇게 많은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언젠가 그는 반드시 침서를 죽이고, 청연을 데리고 돌아갈 것이다!가는 길에, 낙청연은 침서를 별로 상대하지 않았지만, 그가 낙청연에게 아첨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침서가 말했다. “이번에 네가 암시장에 간다고 해서, 나도 돈을 좀 준비했다.”“저번에 불전연을 얻지 못했지만, 이번에 네가 원하는 물건은, 내가 반드시 사주마!”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반귀성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리하여 그들은 도중에 객잔에 들려, 음식을 좀 먹으며, 날이 어두워지면 산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리고 구십칠은 가져온 물건들을 안배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과 동행하지 않
낙청연에게 들키자, 문밖에 있던 그 사람은 재빨리 도망쳤다.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어보았지만,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었다.그러나 낙청연은 그 두 눈을 알아보았다.온심동이였다!온심동도 이곳에 오다니!오늘 밤, 경매장은 재미있게 생겼군!때가 되자, 모든 등불이 켜지고 건물은 대낮같이 훤했다.경매사가 밑에서 소개했다. “오늘 경매할 보물은 모두 30점이며, 모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진귀한 보물입니다. 여러분은 기회를 잘 보고 착수하시고, 절대 망설이지 마십시오.”그리하여, 첫 번째 보물을 올려왔다.경매사가 아직 소개도 하기 전에 침서가 바로 값을 말했다. “5천 냥!”옆방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1만 냥!”오기가 생긴 침서는 바로 외쳤다. “2만 냥!”그런데 상대방은 반드시 물건을 손에 넣고야 말 기세였다. 바로 4만 냥을 불렀다.그리고 결국 가격을 8만 냥까지 올렸다.침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가격은 분명 더 올릴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은 아예 부족하다.낙청연은 침착하게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8만 냥은 너무 비쌉니다. 다음 물건을 봅시다.”그리하여 두 번째 보물이 올라왔다.그런데 옆방에서 바로 8만 냥을 부를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심지어 가격을 부를 기회도 그들에게 주지 않고, 바로 물건을 낙찰해 갔다.세 번째 보물이 올라왔을 때, 낙청연은 드디어 온심동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3만 냥을 불렀다.침서는 즉각 4만 냥을 불렀다.그런데 옆방에서 또 8만 냥을 불렀다.그리하여 이 보물을 또 낙찰해 갔다.연속 여덟 점을 이렇게 깔끔하게 옆방에서 낙찰해 갔다.구십칠이 걱정스레 말했다. “이미 여덟 점을 가져갔습니다.”“모두 30점밖에 안 되는데, 우리는 적어도 20점을 낙찰해야 합니다.”“옆방에 저 사람은 대체 언제까지 살 건가요?”낙청연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급하지 않다.”이 말을 들은 침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곧이어 아홉 번째 보물이 올라왔을 때, 침서는 전혀 망설임 없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