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달려와 대제사장이 너를 천기당으로 데려갔다며 좀 이상하다고 나를 찾아왔다고 하더구나.”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런 거였구나!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우유에게 감사해야 하겠구나!“돌아가십시오. 저도 쉬겠습니다.”낙청연은 방문을 닫아버렸다.침서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지만 삼켜버렸다. 닫힌 문을 보며 그의 마음은 다소 무거웠다.곧이어 방안의 등불이 꺼졌다.하지만 침서는 떠나지 않았다. 온심동이 다시 낙청연을 찾아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낙청연은 너무 많은 혼무를 흡입했기 때문에 오늘 밤은 분명 몇 시진은 깊게 잠들 것이다.침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는 바로 지붕 위에 날아올라가 앉았다.온 밤을 그곳에 앉아 있었다.--낙청연은 눕자마자 바로 깊은 잠이 들었다.잠을 잘 때도 불안해하며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죽을힘을 다해 천명 나침반을 안고 있었다.낙청연은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밤에 나침반은 일월정화를 흡수하여 몸 안의 혼무를 점차 사라지게 했다.방금 일어났는데 우유가 들어왔다.“몸은 좀 괜찮으냐? 내가 약을 달여 왔으니, 어서 마시거라.”낙청연은 약사발을 건네받아 한 모금 마시더니 약간 놀랐다.“이건 혼무를 없애는 약인데 네가 어떻게……”우유가 대답했다. “침서가 말해줬다.”“오늘 아침에 일부러 나를 찾아와 나에게 말해주더구나. 그래서 내가 약을 달여왔어.”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침서는 날이 밝을 때까지 궁에 있었던 것이냐?”우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보아하니 출궁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낙청연은 순간 넋을 잃고 생각했다. 설마 침서가 어젯밤 여기서 밤새도록 지켰단 말인가?“왜 그러느냐? 약이 식기 전에 어서 마시거라.”낙청연은 정신을 차리고 약을 깨끗이 비웠다.“대제사장은 소식이 있느냐?” 낙청연이 물었다.우유가 대답했다. “대제사장은 어젯밤에 출궁했는데, 뭐 하러 갔는지 모르겠구나.”“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어.”낙청연은 생각했다. 온심동은 지금 아마 그녀
그 순간, 낙청연의 마음은 쿵 내려앉았다.“모원원?!” 구십칠은 놀라서 소리쳤다.구십칠도 한눈에 모원원을 알아보았다.세 사람은 다급히 강가로 달려갔다. 구십칠은 강물에 뛰어들어 시신을 건져냈다.가슴에 입은 치명상은 바로 몸을 뚫고 지나갔다.보기에 장검에 의한 상처 같았지만 어떤 검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보통 장검인 듯했다.“보아하니,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십칠의 표정은 어두웠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빨리 모원원을 찾으러 왔을 걸 그랬습니다. 그럼, 어쩌면 그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성을 나올 때 돌아가는 온심동을 마주쳤던 기억이 떠올랐다.온심동도 어젯밤에 출궁했다. 그럼, 그녀가 모원원을 죽인 건 아닐까?여기까지 생각한 낙청연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멎을 것 같았다.낙청연은 즉시 취혼부를 그렸다. 그러나 모원원의 혼은 모이지 않았다. 모원원의 혼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낙청연은 안색이 확 변했다.그는 즉시 천명 나침반을 꺼내 점쳐보았다.일월경에 길이 나타났다.낙청연은 서둘러 달려갔다.“구십칠, 모원원의 시신을 잘 묻어 두거라. 나는 일단 모원원의 혼을 찾으러 가겠다.”구십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조심하십시오.”곧이어 낙청연은 우유와 함께 말을 타고 계속하여 길을 재촉했다.낙청연은 천명 나침반을 들고 가는 길 내내 방향을 점치며 말을 타고 찾아갔다.대략 반 시진이 지난 후 그들은 흑룡산(黑龍山)에 도착했다.말을 타고 산에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낙청연과 우유는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산을 올랐다.“흑룡산에 고수들이 밀집해 있다던데, 우리 이렇게 바로 산으로 올라가도 될까?” 우유는 걱정스레 물었다.낙청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산에 사람을 찾으러 간 것이지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데 두려울 게 뭐 있어?”낙청연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산으로 올라갔다.흑룡산에 대단한 고수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들은 무리를 지어 있지 않고
막 싸우려는데 우유가 낙청연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돌려보라고 암시를 해주었다.고개를 돌린 낙청연은 지붕 위에, 그리고 뒤에 있는 사찰안에서 하나씩 내미는 머리들을 보았다.그들은 호시탐탐 그녀들을 노려보고 있었다.낙청연은 의아했다. 흑룡산 사람들은 이미 무리를 지어 다니는가?낙청연은 그제야 화를 눌렀다.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벗을 혼향으로 만들었습니다!”여 소경(餘瞎子)은 듣고 약간 의아해했다. “당신 벗이라고? 나는 모르오.”“나는 방금 죽은 사람으로 혼향을 만들지 않소. 하지만 이번은 예외였는데, 당신의 친구를 잡았다니!”“참으로 죄송하게 됐소.”낙청연은 손바닥을 꽉 움켜쥐었다. “누가 나의 벗을 죽였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혼백이 당신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까?”“누가 이 혼향을 부탁한 것입니까?”낙청연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그 혼향들을 보며 심경이 복잡했다.이 물건을 낙청연은 어젯밤에도 보았다.여 소경도 문제 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당부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대량의 혼향을 주문했소. 하지만 나는 소경인데 어떻게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소.”“남자인지 여인인지는 구별할 수 있지 않습니까?”여 소경은 그제야 말했다. “여인이요.”낙청연의 미간이 움찔했다. 여인!낙청연은 순간 온심동이 떠올랐다!“그 여인이 어젯밤에 이곳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까?”여 소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왔었소.”이 말을 들은 낙청연의 마음속 분노는 순간 활활 타올랐다.낙청연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온심동!낙청연은 온심동이 모원원조차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건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이곳까지 쫓아와 그녀를 죽이다니!심지어 그녀의 혼까지 혼향으로 만들다니!낙청연은 천천히 책상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내 친구의 혼향은 가져가겠습니다.”여 소경은 마음대로 하라고 손짓했다.“이 물건을 주었으니, 당신과 나의 원한은 이로써 끝난 것이오.”“다시 나를 괴롭히러 찾아온다면 그때는 나도 가만있지 않겠소.”낙
”낙청연!” 우유는 놀라서 소리쳤다.우유는 다급히 달려와 쓰러지는 낙청연을 부축했다.낙청연의 미간에 한 줄기 흑기가 모여 있었다. 우유는 몹시 긴장했으며 즉시 낙청연을 자기 말에 함께 태워 신속하게 도성으로 달렸다.도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낙청연의 온몸은 이미 불덩이처럼 뜨거웠다.우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 혼향에 함정이 있었다니, 게다가 낙청연을 기습까지 하다니!우유는 궁으로 돌아갈 겨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낙청연을 데리고 침서의 장군부로 달렸다.왕부에서 사람들이 나와 낙청연을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즉시 누군가 침서를 찾으러 나갔다.우유는 침상 옆을 지키며 낙청연의 눈꺼풀을 제쳐보며 눈동자가 혼탁한지 검사해 보았고 또 맥을 짚어 보았으며 또한 목덜미도 만져보았다.이때, 침서가 급히 방안으로 달려왔다.“무슨 일이냐? 낙청연이 왜 이러느냐?”우유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모원원을 찾으러 갔는데 결국 모원원은 이미 혼향으로 만들어졌었습니다. 이 혼향에 사기가 숨겨져 있었으며 그 사기가 낙청연을 기습했습니다.”“그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낙청연의 몸은 버틸 수 없었고 심지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습니다.”“만약 이른 시일 내에 이 사기를 없애지 못하면 아마 오랫동안 아플 것 같습니다.”“제가 약재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낙청연은 침서 장군께 맡기겠습니다.”우유는 지금 낙청연의 상황을 침서보다 더욱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약재를 찾으러 갔다.침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상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온몸에 열이 펄펄 끓고 의식이 없는 낙청연을 보며 침서는 가슴 아파하며 그녀의 뺨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너의 몸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구나!”침서의 어투는 평온했으며, 이 말속의 뜻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낙청연은 어렴풋이 깨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습니까?”“너를 보살펴 주고 있지 않느냐?”“저는 괜찮으니, 돌아가십시오.”침서는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그
낙청연은 또 한 잔 따르고 몽땅 마셔버렸다.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연이어 차를 네 잔 마시자 낙청연은 조급해 났다.마지막 잔을 절반 마시고 내려다보니 잔에는 차가 아닌 피가 담겨 있었다…시뻘건 피였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며 손에 든 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문이 열렸다.곧바로 가슴에 검이 꽂힌 그림자가 문 앞에 나타났다.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밤바람에 흩날렸고, 창백한 얼굴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모원원이다!낙청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곧바로 모원원이 가슴에 꽂힌 검을 잡고 천천히 뽑기 시작했다.피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모원원은 뽑아낸 검을 들어 낙청연을 향해 찔렀다.낙청연은 급히 피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몸이 허약하다 못해 반격할 힘조차 없었다.낙청연은 긴장하게 대응하며 방문 밖으로 뛰쳐나갔다.하지만 세상은 온통 까맣고, 어디로 도망쳐도 어둠뿐이었다. 뒤에서 검을 들고 자신을 쫓아오는 그림자 빼고 말이다.……이른 아침, 햇살이 방을 비춰 낙청연 미간의 살기를 몰아냈다.낙청연은 급히 눈을 떴다.그제야 자신이 온저녁 악몽에 시달렸다는 걸 깨달았다.분명 꿈에서 도망을 다녔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몸이 피곤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고 한참이나 있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침서는 먹을 것을 들고 왔다.“어찌 그리 땀을 흘리는 것이냐? 오늘 몸은 어떠냐? 이것 좀 먹거라.”침서는 죽을 들고 낙청연에게 먹여주었다.낙청연은 죽을 건네받으며 말했다.“혼자 먹겠습니다.”침서는 낙청연이 드디어 음식을 먹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도 참, 모원원이 죽으면 죽은 거지. 어찌 그렇게 놓질 못하느냐.”“대제사장이 되는 사람이 이런 독한 수법에 당하다니.”“앞으로 소문이라도 나면 부끄럽지 않겠느냐.”낙청연은 죽을 반 그릇 먹다 이 말을 듣더니 넘어가지 않는 듯 다시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래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구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오히려 해치고 말
”당연히…… 아닙니다.” 낙청연은 눈썹을 들썩이며 전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침서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괜찮다. 내가 진심이면 된다.”“네가 만약 진심이면 오히려 재미없다.”“나는 도전을 좋아한다.”침서의 웃음은 사람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나가주십시오. 좀 쉬겠습니다.” 낙청연은 머리가 또 어지러워졌으며 침서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곧이어 침서는 방에서 나갔다.잠깐 후, 방문이 또 열렸다. 낙청연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 “휴식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저입니다.” 난희는 방문 입구에 서서 약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난희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들어오거라.”난희는 탕약을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이것은 우 낭자가 부탁한 것입니다.”낙청연은 약사발을 건네받아 약에 문제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셨다.약을 마시자, 난희는 빈 약사발을 건네받더니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가버렸다.낙청연은 약을 마시고 또 몽롱하게 잠이 들었다.어렴풋이 중간에 누군가 들어온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그렇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정신없이 잤다.낙청연은 갑자기 조열감을 느끼고 몸이 몹시 뜨거워졌다.마침 침서가 문을 열고 낙청연을 보러 들어왔다. 그는 침상 위의 낙청연을 보고 저도 몰래 깜짝 놀라고 말았다.낙청연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후끈거렸으며 계속 옷을 헤집고 있었다.침서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그런데 낙청연은 그 한 줄기의 차가움을 느끼고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반응에 침서의 두 눈에 한 줄기의 빛이 스쳤다.낙청연은 중독된 것인가?낙청연의 그 발그스름한 볼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침서는 몸을 굽혀 가까이 다가가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요, 괜찮다면, 내가 너의 독을 해독해 주마.”그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낙청연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낙
낙청연은 정신을 차리고 방안에서 걸어 나갔다.침서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한창 사람을 배치하고 있었다.낙청연이 나오자, 침서는 매우 놀라서 말했다. “왜 나왔느냐? 너의 독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 어서 방으로 돌아가거라.”하지만 낙청연은 냉랭하게 말했다. “제가 바로 이 일 때문에 나왔습니다.”“난희를 데려오세요.”침서는 약간 놀라더니, 즉시 사람을 시켜 난희를 데려오게 했다.난희는 약간 긴장해하며 낙청연과 침서의 앞으로 다가왔다. “장군, 무슨 일입니까......”말이 끝나기도 전에.짝—낙청연은 호되게 난희의 뺨을 후려갈겼다.난희는 얼굴을 감싸더니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낙청연의 날카로운 눈빛에 난희는 안절부절못했다.“난희의 방을 수색하세요! 분명 연정향(燃情香)이 있을 겁니다.”침서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난희를 쳐다보더니 물었다: “너의 짓이냐?”난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무릎을 털썩 꿇었다.“장군님 용서해 주십시오!”“제가 낙청연이 약을 먹고 잠든 후에,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 연정향을 피웠습니다.”“저는 장군님을 위해 그랬습니다.”“장군님은 매일 낙청연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만 그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장군님께서 소원을 이루게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난희는 꿇어앉아 울며 말했다.이 결정을 한 난희도 마음이 몹시 아팠다. 하지만 난희는 장군께서 원하는 건 다 가지길 바랄 뿐이었다.“장군께서는 매번 거절당하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했지만, 사실 밤만 되면 혼자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난희는 장군께서 그리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난희는 흐느껴 울었다.침서는 분노하며 한 발로 난희의 가슴을 걷어차, 바로 그녀를 넘어뜨렸다.“누가 너에게 그런 담을 준 것이냐? 내가 너를 정말 죽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침서는 화를 내며 바로 분사검을 뽑았다.하마터면 검으로 난희를 찔러 버릴 뻔했다.난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
낙청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난희의 방을 슬쩍 훑어보았다. 초라하지만 아주 깔끔했다.진열된 물건은 대부분 남자 것이었다. 전부 침서를 위한 물건인 것 같았다.난희는 정말 침서에게 정이 깊은 것 같았다.낙청연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말했다. “해독약을 아직 나에게 주지 않았다.”난희는 그제야 다급히 해독약을 가져와 낙청연에게 건넸다.낙청연은 냄새를 맡아보더니, 바로 해독약을 복용했다.난희는 한쪽에서 몹시 긴장했다. “저…… 오늘 밤, 일은 정말 미안합니다.”“그리고 저를 위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난희를 보더니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감사는 말로 하는 게 아닌데.”난희는 잠시 멍해졌다. 낙청연이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을 돕지 않았을 거라는 걸 난희는 알고 있었다.“그럼, 제가 뭘 하면 됩니까?”낙청연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직은 할 일이 없으니, 이 신세는 나중에 갚아라!”난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겠습니다.”낙청연은 단도직입적이었다. 그러니 오히려 난희의 마음은 더욱 안심됐다.난희는 낙청연이 겉으로는 자신을 돕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복수할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낙청연은 솔직하게 그녀에게 신세를 갚으라고 했다. 그럼, 이건 낙청연이 앞으로 그녀를 필요로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럼, 난희도 낙청연이 그녀를 방해할까 봐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어두운 밤, 부진환은 성안에서 도주하며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뒤에는 장군부의 추격병이 쫓아오고 있었다.부진환은 어두운 골목에 숨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슬쩍 쳐다보았다. 뜻밖에 침서도 쫓아오고 있었다.부진환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긴 시간 동안 달리다 보니, 부진환은 약간 숨이 찼다.한 번 죽고 난 후부터, 부진환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그러나 그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낙청연을 지켜야 한다.“오늘 온 도성을 전부 뒤집어서라도 반드시 사람을 찾아내거라!” 침서는 성난 목소리로 명령했다.침서는 장군부의 모든 인력을 전부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