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일찍 잃은 아들이 보고 싶은 거라면 왜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혼을 불러들이려는 것일까?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주인장도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았고 그저 물건을 마련하고 돈을 받는 것만 책임지고 있었다. 금전을 탐해서 이처럼 무모한 짓을 벌이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었다.그는 낙청연이 자신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 것이 고마워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은자 오백 냥을 건넸다.낙청연은 돈을 받는 순간 어쩌면 진짜 이 재주로 먹고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섭정왕부에서 매일 고생하고 화나는 일들을 당하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나을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들자 그녀는 태부부의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태부부는 명성이 자자했으니, 태부부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른 큰 집안에서도 자신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을 그녀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할지도 몰랐다. 이참에 명성을 얻어 이 재주로 돈을 제대로 벌어볼 셈이었다.영원당에서 나온 낙청연은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등 어멈이 물었다.“왕비 마마, 태부부의 일을 어떻게 해결하실지 생각해보셨습니까?”낙청연은 깊이 고민하면서 중얼거리며 대꾸했다.“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낙태부의 바람을 이뤄줘야 하는데…”그들은 귀신을 내쫓는 게 아니라 영혼을 불러들이려 했고, 그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그리고 그녀도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불러들일 수는 없었다.“등 어멈, 등 어멈은 섭정왕부에서 오래 지냈을 텐데 낙태부가 일찍이 아들을 잃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등 어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들어본 적 있습니다. 당시 낙태부의 집안에 큰불이 일었는데 부인과 아들을 잃고 그들과 관련된 물건들까지 전부 잃었다고 하더군요. 낙태부께서는 그 일이 가장 큰 유감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부인과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더군요. 그래서 2년 전 유명한 화공을 불러 낙태부의 마음속에 있는 부인과 아들의 모습을 그리
등 어멈은 따라오면서 안색이 확 달라졌다. “왕비, 운희 낭자가 설마……”낙청연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청루 후원에 쳐들어갔다. “어서 사람을 찾아!”후원 방안에서.낙운희는 보따리를 메고 남자의 팔을 잡고 말했다. “저를 데리고 떠나주십시오! 우리 가족들은 전부 미쳤습니다, 저를 데리고 떠나지 않으면 저는 죽을 겁니다!”서송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내가 만약 너를 데리고 떠나면, 이것은……바로 사분(私奔)이다!”“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원 오라버니, 저랑 함께 있고 싶지 않으십니까? 저도 원하는데 뭘 더 생각하십니까?’ 낙운희는 살짝 화가 났다.서송원은 이마를 찌푸리고 이를 악물더니 말했다: “그래, 우리 떠나자 꾸나!”두 사람은 문을 열더니, 보따리를 메고 손을 잡더니 밖으로 도망갔다.낙청연과 등 어멈이 정원에 들어서자, 때마침 웬 낯선 남자가 낙운희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네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순간 낙운희의 안색은 확 달라졌다.낙청연은 손을 들더니 바로 그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녀의 손을 놓지 못하느냐!”서송원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낙운희의 가족이 찾아온 줄 알고 감히 반격을 하지 못했다. 그는 낙청연의 손바닥에 뒤로 밀려났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낙운희의 손을 잡고 바로 밖으로 도망갔다.그들은 골목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줄곧 달렸다. 낙운희는 빈번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곤 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 “낙청연, 너 제정신인 거냐!”“웬 간섭 질이냐! 내 앞에서 꺼지지 못하느냐!”낙운희는 화가 나서 낙청연을 밀어 버렸다. 낙청은 한 발 뒤로 밀려나더니 말했다: “네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구나, 나 방금 너를 구해 준 것이야!”“누구 구해달라고 했냐! 그 남자랑 원래 아는 사이였어! 너 이게 무슨 소란을 피우는 게야!”낙운희의 도피계획이 실패하자, 그녀는 낙청연에게 분풀이하는 것이었다.이때, 그 남자도 급히 쫓아와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지금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냐? 낙청연,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거라!” 그녀는 낙청연이 어찌 알고 청루로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낙청연을 만난 것은 참으로 재수 없는 일이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태부부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눈치챈 낙운희는 또다시 죽을힘을 다해 발악하고 있었다. “이거 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분노하여 질책했다: “멀쩡한 대갓집 규수(大家閨秀)가 집을 놔두고 어찌 외간 남자랑 도망을 가려고 한단 말이냐? 넌 체면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냐?!”낙운희는 즉시 반박했다: “원 오라버니는 외간 남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는 강호에서 유명한 협객이다! 낙청연, 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거라!”“또한, 체면? 체면을 말하면 누가 감히 너랑 비교가 되겠느냐? 그럼 네가 대신 혼인을 치른 것도 아주 체면이 서는 일이란 말이냐?”낙운희의 어투는 날카로웠다.하지만 낙청연에게는 일상이 되었다.그녀는 낙운희의 손을 놓지 않았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네가 어떻게 말하든 나는 상관없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너를 집으로 데려 갈 것이다! 서송원이란 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너!” 낙운희는 집으로 간다는 말에 더욱 저항하였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서 발악하고 있었다.결국 낙청연과 등 어멈 두 사람이 그녀를 억지로 부축하여 데려갔다.사분 같은 이런 일은 명성을 순식간에 잃게 하므로 낙청연은 후문으로 들어갔다.먼저 단독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주는 하인에게 낙부인을 만나 뵙겠다는 청을 드렸다.잠깐 후, 낙용(洛榕)이 나왔다.낙용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혀서 일개 여류라고는 하지만 기세가 압도적이다.“부인.” 낙청연은 몸을 살짝 기울여 예를 행했다.낙용은 그녀를 훑어보더니 눈썹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낙청연?”“예, 부인께서 저를 알아보시다니요.” 낙청연은 온하하게 웃었다.하지만 낙용의 태도는 아주 차가웠다: “네 아버지가 보냈느냐? 어허, 너를 보내서 무슨 소용
“그것들은 당신들이 보고 싶은 사람을 불러오지 못합니다. 단지 무궁무진한 고통을 가져다주고, 심지어 재앙까지 불러옵니다.”이 말을 듣던 그 순간, 낙용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낙용은 제자리에 한창 멈춰 있더니 몸을 돌렸다.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우리 집 일을 캐고 다니는 거냐? 허허, 내가 너의 수단을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그렇게나 은밀한 일을, 태부부에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데 낙청연이 어찌 알고 있는 걸까!과연, 대신 혼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수단도 보통이 아니다!뚱뚱하고 건장하며 멍청해 보이는 외모 뒤에 숨은 마음은, 매우 영리했다.낙청연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띠더니 말했다: “제가 좀 알아봤습니다만, 악의는 없습니다.”“낙부인, 혹시 그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만나고자 하는 분은 이미 돌아가신지 수십년이 되었는데 만약 그분의 몸에 업보가 없으시다면 벌써 윤회하여 환생했을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낙청연의 질문에 낙용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에는 슬며시 파도가 일어났고 몹시 놀랐다.그렇다, 몇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벌써 윤회하여 환생하였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애타게 혼을 부르고 있었다, 무엇을 불러올 수 있겠는가?“낙부인, 이 일이 아니어도, 낙운희에 대해서 한마디하고 싶습니다. 낙부인께서는 제가 오늘 그녀를 어디서 찾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낙용의 눈동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매서운 눈빛은 낙쳥연의 속셈을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시종일관 얼굴에 우호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낙용은 도저히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이곳에서 섭정왕부까지 가려면 거리를 세 개나 지나야 하는데, 당당한 태부부가 손님을 대하는 도리는 설마 저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아니시겠지요?”낙청연의 기어코 남고자 하
낙청연은 침착하게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촛불을 찾아 방안을 환하게 밝혔다.큰 정원에는 한 줄기의 불빛밖에 없었다.어두움 속에서 타오르는 한 줄기의 불빛은, 마치 어두운 밤에 존재하는 그것들에게 목표를 찾아준 것 같았다.낙청연은 문을 닫지 않고 이불을 정리하고 바로 누웠다.그녀가 이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침반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음살 원기가 아주 심한 것이다.밖에서 갑자기 이유 없이 바람이 불더니, 정원의 나무 잎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걸걸걸” 공포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갑자기 한 가닥의 힘이 일진광풍을 말아 방문에 부딪쳤다.낙청연 수중의 나침반은 조용히 돌고 있었으며, 그 바람은 방문을 세게 부딪치더니 튕겨 나갔다.그러더니 바람으로 변하여 흩어졌다.방문은 삐거덕삐거덕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하지만, 그녀의 이 작은 객방은 무사했다.밖의 음살기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일말의 살기도 그녀의 방으로 몰려들지 못했다.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 힘들은 그녀의 방 주위에 모여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낙청연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으며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이 음산한 기운과 움직이는 소리로 때문에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태부부에 하인이 적은 이유를 그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큰 태부부는 마치 음택(陰宅)같았다. 그러니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대단할 따름이다!-대략 반 시진이 지났다.줄곧 그녀의 방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음살 기운이 갑자기 흩어졌다.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졌다!바깥은 원래의 조용하던 모습을 찾았다.그녀는 의심스러워서 방문을 나갔다. 고요한 밤에 바람 한 점 없었다.사라진 건가?그녀는 정원을 나와 나침반을 한 번 보고, 또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 살기들이 모두 동남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큰일 났다!그녀는 미간은 흔들리더니 신속하게 달려갔다.-구석진 정원에
낙용은 당연히 나가지 않으려 했다. 낙청연은 신속하게 낙운희를 누르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그녀의 이마에 부적 한 줄을 그렸다. 주위의 살기는 조금 흩어지는 듯했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낙운희의 손각락을 목으로부터 떼어냈다.목에 생긴 새까만 손바닥 자국은 섬뜩했고 사람을 경악시켰다.낙용은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종래로 두려워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딸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찢어지듯이 아팠다.하지만 낙청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아주 차분했다. 주위의 살기를 몰아낸 후 그녀는 신속하게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태워서 물에 섞어 낙운희에게 먹였다.하얀 거품을 토하고 눈을 희번덕거리던 증상은 그제야 차차 사라졌다.그녀는 점점 평온해지더니 바닥에 누워있었다.“어서, 방으로 데려가 주십시오!”낙용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급히 사람을 불러 낙운희를 방으로 데려갔다.낙용도 나가려던 찰나, 머뭇거리더니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는!”낙청연은 향안 제단을 한 발로 차버리더니 말했다: “금방 따라 갈테니 먼저 가십시오!”이 시각도 거센 바람은 멈출 줄 몰랐다. 분명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이었는데 지금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둠으로 물들었다.낙용이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이 모든 것은 너무나 괴이했기 때문이다!그녀는 황급히 떠날수 밖에 없었다.낙청연이 향안을 걷어차자 귀가에 갑자기 수많은 처량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귀에 마비가 왔다.그녀는 초혼번을 뽑았다.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그녀를 날려버렸다.그녀는 바닥에 세게 넘어지고 말았다. 낙청연의 미간에는 난폭한 기운이 몰려왔다.“주제를 모르는구나!”그녀는 신속하게 초혼번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범위내에서 진법을 세우고 즉시 큰불로 초혼번을 깨끗이 태워버렸다. 귀가에 들리는 소리는 더욱 처량하고 날카로워졌으며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초혼번은
어찌 자신의 딸로 술법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친 짓에다 목숨까지 위험한 일이니 낙운희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의 말을 듣고 난 낙용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소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해치려던 게 아니었다!”낙청연은 바로 물었다: “낙부인은 그 공자(公子)의 혼을 불러 낙운희의 몸을 빌려, 낙태부를 만나 다년간의 한을 풀어주려고 하신 거죠?”말을 듣더니 낙용은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너……어떻게 알았느냐?”낙청연은 어떻게 이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걸까?그녀는 대체 누구인가!낙해평의 딸이 맞는 건가!낙청연은 여전히 담연하게 웃었다. 그 여유 있는 모습은 매우 심오하고 헤아릴 수 없었다.“제가 말했다시피 그분은 이미 윤회하였습니다. 당신들은 그의 혼을 불러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결한 것들을 불러들여 낙운희의 몸을 점유하게 할 것입니다!”낙청연은 오늘 밤에 생긴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낙용은 당연히 알아들었다. 다만 너무 놀랐다. “너……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느냐?!”“그건 말씀드리기 좀 곤란하나 부인은 그저 제가 당신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만 믿으시면 됩니다!” 낙청연의 웃음은 간절했다.낙용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금방 발생한 일들을 돌이켜보더니 긴장한 나머지 이마에 식은 땀이 났다.낙청연은 정말 재주가 있었다. 만약 오늘 그녀가 없었더라면 낙운희는 오늘밤 화를 면치 못했을것이다!“오늘밤, 너무 고맙구나!”낙용은 일어나더니 아주 정중하게 낙청연을 향해 예를 행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말씀이 과분하십니다!”“따지고 보면, 저는 부인을 고모라고 불러야 합니다.”낙용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낙청연이 고모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분명히 일전에 그녀가 낙청연을 대하는 태도는 안 좋았거늘.낙용은 앉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리 집과 너희
“내가 이런 사실들을 너에게 말해준 것은 너의 집에 대한 우리 집의 태도를 알려준 것이다.”“네가 낙해평을 대신해 세객(說客)이 되려고 왔든지, 아니면 착한 사람이 되어 우리 두 집 관계를 만회하려고 왔든지, 무엇이든 간에 괜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낙용의 어투는 각별히 확고했다: “우리는 영원히 낙해평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 때문이었구나.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한 줄기의 쓴웃음을 띠더니 말했다: “고모, 지나친 걱정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저를 미워합니다. 심지어 태부의 수연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합니다. 뚱뚱하고 추한 저의 얼굴이 그를 망신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제가 이토록 태부부와 접근하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그녀의 직언은 낙용을 깜짝 놀라게 했다.낙청연을 보더니 미간을 더욱 찡그렸다. “낙해평의 마음속에는 그의 공명과 관록밖에 없으니, 이건 그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구나!”원인을 알고 나니 낙용은 낙청연에 대해 동정심이 생겼다.“그래서, 네가 대신 혼을 한 것도 아버지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냐?” 낙용은 추측하여 물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녀는 쓴웃음을 띠며 말했다: “예, 맞기는 하지만 다는 아닙니다. 그 중의 연유는 일시에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아버지를 겁낼 필요 없다! 우리 아버지의 수연에 시름 놓고 참석하거라!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할게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기쁜 나머지 급히 일어나서 예를 행했다: “감사합니다. 고모.”낙청연은 고모, 고모 하면서 어찌나 달게 부르던지 낙용은 듣다 보니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밖에서 조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방문이 부딪혀 열렸다.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두 사람은 모두 깜짝 놀라 신속하게 밖으로 달려갔다.바로 낙운희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어떤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운희!” 낙용은 크게 놀라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