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냐? 낙청연,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거라!” 그녀는 낙청연이 어찌 알고 청루로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낙청연을 만난 것은 참으로 재수 없는 일이다!낙청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태부부의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눈치챈 낙운희는 또다시 죽을힘을 다해 발악하고 있었다. “이거 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분노하여 질책했다: “멀쩡한 대갓집 규수(大家閨秀)가 집을 놔두고 어찌 외간 남자랑 도망을 가려고 한단 말이냐? 넌 체면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냐?!”낙운희는 즉시 반박했다: “원 오라버니는 외간 남자가 아니란 말이다! 그는 강호에서 유명한 협객이다! 낙청연, 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거라!”“또한, 체면? 체면을 말하면 누가 감히 너랑 비교가 되겠느냐? 그럼 네가 대신 혼인을 치른 것도 아주 체면이 서는 일이란 말이냐?”낙운희의 어투는 날카로웠다.하지만 낙청연에게는 일상이 되었다.그녀는 낙운희의 손을 놓지 않았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네가 어떻게 말하든 나는 상관없다. 하지만 오늘 반드시 너를 집으로 데려 갈 것이다! 서송원이란 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너!” 낙운희는 집으로 간다는 말에 더욱 저항하였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서 발악하고 있었다.결국 낙청연과 등 어멈 두 사람이 그녀를 억지로 부축하여 데려갔다.사분 같은 이런 일은 명성을 순식간에 잃게 하므로 낙청연은 후문으로 들어갔다.먼저 단독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어주는 하인에게 낙부인을 만나 뵙겠다는 청을 드렸다.잠깐 후, 낙용(洛榕)이 나왔다.낙용은 어려서부터 무예를 익혀서 일개 여류라고는 하지만 기세가 압도적이다.“부인.” 낙청연은 몸을 살짝 기울여 예를 행했다.낙용은 그녀를 훑어보더니 눈썹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낙청연?”“예, 부인께서 저를 알아보시다니요.” 낙청연은 온하하게 웃었다.하지만 낙용의 태도는 아주 차가웠다: “네 아버지가 보냈느냐? 어허, 너를 보내서 무슨 소용
“그것들은 당신들이 보고 싶은 사람을 불러오지 못합니다. 단지 무궁무진한 고통을 가져다주고, 심지어 재앙까지 불러옵니다.”이 말을 듣던 그 순간, 낙용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낙용은 제자리에 한창 멈춰 있더니 몸을 돌렸다.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낙청연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우리 집 일을 캐고 다니는 거냐? 허허, 내가 너의 수단을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그렇게나 은밀한 일을, 태부부에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데 낙청연이 어찌 알고 있는 걸까!과연, 대신 혼인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수단도 보통이 아니다!뚱뚱하고 건장하며 멍청해 보이는 외모 뒤에 숨은 마음은, 매우 영리했다.낙청연은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기를 띠더니 말했다: “제가 좀 알아봤습니다만, 악의는 없습니다.”“낙부인, 혹시 그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만나고자 하는 분은 이미 돌아가신지 수십년이 되었는데 만약 그분의 몸에 업보가 없으시다면 벌써 윤회하여 환생했을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낙청연의 질문에 낙용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에는 슬며시 파도가 일어났고 몹시 놀랐다.그렇다, 몇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벌써 윤회하여 환생하였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애타게 혼을 부르고 있었다, 무엇을 불러올 수 있겠는가?“낙부인, 이 일이 아니어도, 낙운희에 대해서 한마디하고 싶습니다. 낙부인께서는 제가 오늘 그녀를 어디서 찾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낙용의 눈동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매서운 눈빛은 낙쳥연의 속셈을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낙청연은 시종일관 얼굴에 우호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낙용은 도저히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이곳에서 섭정왕부까지 가려면 거리를 세 개나 지나야 하는데, 당당한 태부부가 손님을 대하는 도리는 설마 저를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아니시겠지요?”낙청연의 기어코 남고자 하
낙청연은 침착하게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촛불을 찾아 방안을 환하게 밝혔다.큰 정원에는 한 줄기의 불빛밖에 없었다.어두움 속에서 타오르는 한 줄기의 불빛은, 마치 어두운 밤에 존재하는 그것들에게 목표를 찾아준 것 같았다.낙청연은 문을 닫지 않고 이불을 정리하고 바로 누웠다.그녀가 이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침반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음살 원기가 아주 심한 것이다.밖에서 갑자기 이유 없이 바람이 불더니, 정원의 나무 잎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걸걸걸” 공포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갑자기 한 가닥의 힘이 일진광풍을 말아 방문에 부딪쳤다.낙청연 수중의 나침반은 조용히 돌고 있었으며, 그 바람은 방문을 세게 부딪치더니 튕겨 나갔다.그러더니 바람으로 변하여 흩어졌다.방문은 삐거덕삐거덕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하지만, 그녀의 이 작은 객방은 무사했다.밖의 음살기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일말의 살기도 그녀의 방으로 몰려들지 못했다.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 힘들은 그녀의 방 주위에 모여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낙청연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으며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이 음산한 기운과 움직이는 소리로 때문에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태부부에 하인이 적은 이유를 그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큰 태부부는 마치 음택(陰宅)같았다. 그러니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대단할 따름이다!-대략 반 시진이 지났다.줄곧 그녀의 방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음살 기운이 갑자기 흩어졌다.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졌다!바깥은 원래의 조용하던 모습을 찾았다.그녀는 의심스러워서 방문을 나갔다. 고요한 밤에 바람 한 점 없었다.사라진 건가?그녀는 정원을 나와 나침반을 한 번 보고, 또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 살기들이 모두 동남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큰일 났다!그녀는 미간은 흔들리더니 신속하게 달려갔다.-구석진 정원에
낙용은 당연히 나가지 않으려 했다. 낙청연은 신속하게 낙운희를 누르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그녀의 이마에 부적 한 줄을 그렸다. 주위의 살기는 조금 흩어지는 듯했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낙운희의 손각락을 목으로부터 떼어냈다.목에 생긴 새까만 손바닥 자국은 섬뜩했고 사람을 경악시켰다.낙용은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종래로 두려워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딸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찢어지듯이 아팠다.하지만 낙청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아주 차분했다. 주위의 살기를 몰아낸 후 그녀는 신속하게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태워서 물에 섞어 낙운희에게 먹였다.하얀 거품을 토하고 눈을 희번덕거리던 증상은 그제야 차차 사라졌다.그녀는 점점 평온해지더니 바닥에 누워있었다.“어서, 방으로 데려가 주십시오!”낙용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급히 사람을 불러 낙운희를 방으로 데려갔다.낙용도 나가려던 찰나, 머뭇거리더니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는!”낙청연은 향안 제단을 한 발로 차버리더니 말했다: “금방 따라 갈테니 먼저 가십시오!”이 시각도 거센 바람은 멈출 줄 몰랐다. 분명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이었는데 지금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둠으로 물들었다.낙용이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이 모든 것은 너무나 괴이했기 때문이다!그녀는 황급히 떠날수 밖에 없었다.낙청연이 향안을 걷어차자 귀가에 갑자기 수많은 처량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귀에 마비가 왔다.그녀는 초혼번을 뽑았다.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그녀를 날려버렸다.그녀는 바닥에 세게 넘어지고 말았다. 낙청연의 미간에는 난폭한 기운이 몰려왔다.“주제를 모르는구나!”그녀는 신속하게 초혼번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범위내에서 진법을 세우고 즉시 큰불로 초혼번을 깨끗이 태워버렸다. 귀가에 들리는 소리는 더욱 처량하고 날카로워졌으며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초혼번은
어찌 자신의 딸로 술법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친 짓에다 목숨까지 위험한 일이니 낙운희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의 말을 듣고 난 낙용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소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해치려던 게 아니었다!”낙청연은 바로 물었다: “낙부인은 그 공자(公子)의 혼을 불러 낙운희의 몸을 빌려, 낙태부를 만나 다년간의 한을 풀어주려고 하신 거죠?”말을 듣더니 낙용은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너……어떻게 알았느냐?”낙청연은 어떻게 이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걸까?그녀는 대체 누구인가!낙해평의 딸이 맞는 건가!낙청연은 여전히 담연하게 웃었다. 그 여유 있는 모습은 매우 심오하고 헤아릴 수 없었다.“제가 말했다시피 그분은 이미 윤회하였습니다. 당신들은 그의 혼을 불러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결한 것들을 불러들여 낙운희의 몸을 점유하게 할 것입니다!”낙청연은 오늘 밤에 생긴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낙용은 당연히 알아들었다. 다만 너무 놀랐다. “너……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느냐?!”“그건 말씀드리기 좀 곤란하나 부인은 그저 제가 당신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만 믿으시면 됩니다!” 낙청연의 웃음은 간절했다.낙용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금방 발생한 일들을 돌이켜보더니 긴장한 나머지 이마에 식은 땀이 났다.낙청연은 정말 재주가 있었다. 만약 오늘 그녀가 없었더라면 낙운희는 오늘밤 화를 면치 못했을것이다!“오늘밤, 너무 고맙구나!”낙용은 일어나더니 아주 정중하게 낙청연을 향해 예를 행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말씀이 과분하십니다!”“따지고 보면, 저는 부인을 고모라고 불러야 합니다.”낙용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낙청연이 고모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분명히 일전에 그녀가 낙청연을 대하는 태도는 안 좋았거늘.낙용은 앉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리 집과 너희
“내가 이런 사실들을 너에게 말해준 것은 너의 집에 대한 우리 집의 태도를 알려준 것이다.”“네가 낙해평을 대신해 세객(說客)이 되려고 왔든지, 아니면 착한 사람이 되어 우리 두 집 관계를 만회하려고 왔든지, 무엇이든 간에 괜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낙용의 어투는 각별히 확고했다: “우리는 영원히 낙해평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 때문이었구나.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한 줄기의 쓴웃음을 띠더니 말했다: “고모, 지나친 걱정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저를 미워합니다. 심지어 태부의 수연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합니다. 뚱뚱하고 추한 저의 얼굴이 그를 망신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제가 이토록 태부부와 접근하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그녀의 직언은 낙용을 깜짝 놀라게 했다.낙청연을 보더니 미간을 더욱 찡그렸다. “낙해평의 마음속에는 그의 공명과 관록밖에 없으니, 이건 그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구나!”원인을 알고 나니 낙용은 낙청연에 대해 동정심이 생겼다.“그래서, 네가 대신 혼을 한 것도 아버지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냐?” 낙용은 추측하여 물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녀는 쓴웃음을 띠며 말했다: “예, 맞기는 하지만 다는 아닙니다. 그 중의 연유는 일시에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아버지를 겁낼 필요 없다! 우리 아버지의 수연에 시름 놓고 참석하거라!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할게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기쁜 나머지 급히 일어나서 예를 행했다: “감사합니다. 고모.”낙청연은 고모, 고모 하면서 어찌나 달게 부르던지 낙용은 듣다 보니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밖에서 조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방문이 부딪혀 열렸다.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두 사람은 모두 깜짝 놀라 신속하게 밖으로 달려갔다.바로 낙운희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어떤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운희!” 낙용은 크게 놀라서
너무 괴이하다.“고모, 제가 둘째 할아버지를 좀 뵈러 가도 되겠습니까?” 낙청연은 물었다.낙용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보거라.”“예.”뒤이어 낙청연은 낙운희의 맥을 짚어보더니 약 한 첩을 처방하여 낙용에게 주었다. 낙용은 매우 의아해했다. “네가 의술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낙용은 즉시 처방전을 임옥미(林玉薇)에게 주면서 약을 지어오라고 했다.낙청연은 무심코 처방전을 들고 나가는 계집종을 봤는데 바닥에는 축축한 발자국이 몇 개 남아 있었다.이상하다. 요즘은 모두 맑은 날이었고 비가 온 적이 없었다.어째서 축축하단 말인가?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계집종이 후원에서 일을 한다면 물에 축축하게 젖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모, 태부부에 있는 불결한 것들은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기는 쑥(艾草)으로 깨끗하게 청소하여 액운을 없애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내일 준비하여 되도록 빨리 그것들을 몰아내겠습니다. 태부부에 있는 모든 초혼번을 재가 될 때까지 태워 항아리에 넣어서 깊은 산속의 땅속에 묻어야 합니다.’낙용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 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하마!”“밤이 늦었으니, 오늘 밤은 옆방에서 쉬도록 하거라. 객방은 음산하니 가지 말거라.”이 일을 언급하니 낙용은 갑자기 미안해졌다.처음에 낙청연을 객방으로 보낸 것은 그녀가 겁을 먹고 다시는 태부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었다.그들은 낙해평 그리고 낙해평의 딸들과 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밤, 낙청연이 이렇게 큰 도움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참으로 그녀의 능력을 얕잡아 봤다!낙용이 가자, 낙청연은 방으로 돌아와 쉬었다.이날 밤은 평온했다.-다음날, 날이 밝았다.낙청연은 밖에서 물을 뿌리고 쓸고 닦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낙용은 직접 나와서 쑥 잎을 들고 하인들이 물을 뿌리고 쓸고 닦는 것을 감시하고 있었다.그녀는 옆방으로 가서 낙운희를 살펴보았다.낙운희는 아팠다. 열
정문 쪽 벽에는 그림 한 폭이 걸려있었다. 지금 그 그림은, 큰불이 한 여인과 한 어린아이를 미친 듯이 태우고 있었다. 처참한 비명은 생생하게 귀에 들렸다.그들은 안간힘을 다해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큰불에 삼켜버리고 만다.불에 타 죽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못한다.“청연?”낙랑랑은 멍하니 서 있는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나, 다시 한번 눈여겨봤다. 그 그림은 어떤 온화한 여인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뒤돌아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그림 중의 사람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었고,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낙랑랑을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낙청연은 더욱 놀랐다. 방 안에는 온통 비슷한 그림들이 걸려있었다.여인의 단독 화상(畫像) 있었고, 아이의 단독 화상도 있었다.모두 같은 화사(畫師)의 그림이 아닌 것이 보였다. 각자의 화풍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또한 분명한 건 화상중의 용모는 모두 낙태부의 묘사에 의하여 그려냈다는 것이다. 최종 나타난 용모는 모두 닮은 듯하면서도 또 동일한 사람이 아닌 느낌이었다.방 안에는 온통 화상이 걸려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빼곡한 사람뿐이었다. 낙청연의 눈에는 한 폭의 화상마다 모두 큰불에 타는 장면이 보였고, 처참한 비명이 들렸으며 그녀를 닭살 돋게 했다.너무 섬뜩했다!설사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빼곡히 걸려있는 화상들과, 커다란 흑백색이 온 방 안을 유난히 답답하게 했다.그 온 방의 화상 뒤에, 시커먼 단향목 의자에 백발의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흰색 긴 옷을 입고 있었고 아무렇게나 튼 상투는 헐렁해져 있었고 나른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낙청연은 더 자세히 보았다. 낙태부의 이마는 넓고 눈은 맑았으며 박식복록상이었다. 그러나 숨결이 약간 혼탁했다. 아마도 화상들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면상과 안색은 병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둘째 할아버지.”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예를 행했다.낙태부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