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청연은 침착하게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촛불을 찾아 방안을 환하게 밝혔다.큰 정원에는 한 줄기의 불빛밖에 없었다.어두움 속에서 타오르는 한 줄기의 불빛은, 마치 어두운 밤에 존재하는 그것들에게 목표를 찾아준 것 같았다.낙청연은 문을 닫지 않고 이불을 정리하고 바로 누웠다.그녀가 이 정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침반은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다. 음살 원기가 아주 심한 것이다.밖에서 갑자기 이유 없이 바람이 불더니, 정원의 나무 잎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걸걸걸” 공포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갑자기 한 가닥의 힘이 일진광풍을 말아 방문에 부딪쳤다.낙청연 수중의 나침반은 조용히 돌고 있었으며, 그 바람은 방문을 세게 부딪치더니 튕겨 나갔다.그러더니 바람으로 변하여 흩어졌다.방문은 삐거덕삐거덕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다.하지만, 그녀의 이 작은 객방은 무사했다.밖의 음살기가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일말의 살기도 그녀의 방으로 몰려들지 못했다.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 힘들은 그녀의 방 주위에 모여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낙청연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으며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라면 벌써 이 음산한 기운과 움직이는 소리로 때문에 겁을 먹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태부부에 하인이 적은 이유를 그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렇게 큰 태부부는 마치 음택(陰宅)같았다. 그러니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게 대단할 따름이다!-대략 반 시진이 지났다.줄곧 그녀의 방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음살 기운이 갑자기 흩어졌다. 흔적도 없이 깨끗이 사라졌다!바깥은 원래의 조용하던 모습을 찾았다.그녀는 의심스러워서 방문을 나갔다. 고요한 밤에 바람 한 점 없었다.사라진 건가?그녀는 정원을 나와 나침반을 한 번 보고, 또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 살기들이 모두 동남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큰일 났다!그녀는 미간은 흔들리더니 신속하게 달려갔다.-구석진 정원에
낙용은 당연히 나가지 않으려 했다. 낙청연은 신속하게 낙운희를 누르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그녀의 이마에 부적 한 줄을 그렸다. 주위의 살기는 조금 흩어지는 듯했다.낙청연은 이 틈을 타 낙운희의 손각락을 목으로부터 떼어냈다.목에 생긴 새까만 손바닥 자국은 섬뜩했고 사람을 경악시켰다.낙용은 수많은 풍파를 겪었지만, 종래로 두려워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딸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찢어지듯이 아팠다.하지만 낙청연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아주 차분했다. 주위의 살기를 몰아낸 후 그녀는 신속하게 부적 하나를 꺼내더니 태워서 물에 섞어 낙운희에게 먹였다.하얀 거품을 토하고 눈을 희번덕거리던 증상은 그제야 차차 사라졌다.그녀는 점점 평온해지더니 바닥에 누워있었다.“어서, 방으로 데려가 주십시오!”낙용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급히 사람을 불러 낙운희를 방으로 데려갔다.낙용도 나가려던 찰나, 머뭇거리더니 낙청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너는!”낙청연은 향안 제단을 한 발로 차버리더니 말했다: “금방 따라 갈테니 먼저 가십시오!”이 시각도 거센 바람은 멈출 줄 몰랐다. 분명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이었는데 지금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둠으로 물들었다.낙용이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이 모든 것은 너무나 괴이했기 때문이다!그녀는 황급히 떠날수 밖에 없었다.낙청연이 향안을 걷어차자 귀가에 갑자기 수많은 처량한 고함소리가 들렸다. 똑똑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귀에 마비가 왔다.그녀는 초혼번을 뽑았다. 그 순간, 거센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그녀를 날려버렸다.그녀는 바닥에 세게 넘어지고 말았다. 낙청연의 미간에는 난폭한 기운이 몰려왔다.“주제를 모르는구나!”그녀는 신속하게 초혼번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범위내에서 진법을 세우고 즉시 큰불로 초혼번을 깨끗이 태워버렸다. 귀가에 들리는 소리는 더욱 처량하고 날카로워졌으며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초혼번은
어찌 자신의 딸로 술법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친 짓에다 목숨까지 위험한 일이니 낙운희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의 말을 듣고 난 낙용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의 손은 저도 모르게 소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해치려던 게 아니었다!”낙청연은 바로 물었다: “낙부인은 그 공자(公子)의 혼을 불러 낙운희의 몸을 빌려, 낙태부를 만나 다년간의 한을 풀어주려고 하신 거죠?”말을 듣더니 낙용은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너……어떻게 알았느냐?”낙청연은 어떻게 이토록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걸까?그녀는 대체 누구인가!낙해평의 딸이 맞는 건가!낙청연은 여전히 담연하게 웃었다. 그 여유 있는 모습은 매우 심오하고 헤아릴 수 없었다.“제가 말했다시피 그분은 이미 윤회하였습니다. 당신들은 그의 혼을 불러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결한 것들을 불러들여 낙운희의 몸을 점유하게 할 것입니다!”낙청연은 오늘 밤에 생긴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낙용은 당연히 알아들었다. 다만 너무 놀랐다. “너……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느냐?!”“그건 말씀드리기 좀 곤란하나 부인은 그저 제가 당신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만 믿으시면 됩니다!” 낙청연의 웃음은 간절했다.낙용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금방 발생한 일들을 돌이켜보더니 긴장한 나머지 이마에 식은 땀이 났다.낙청연은 정말 재주가 있었다. 만약 오늘 그녀가 없었더라면 낙운희는 오늘밤 화를 면치 못했을것이다!“오늘밤, 너무 고맙구나!”낙용은 일어나더니 아주 정중하게 낙청연을 향해 예를 행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말씀이 과분하십니다!”“따지고 보면, 저는 부인을 고모라고 불러야 합니다.”낙용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낙청연이 고모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분명히 일전에 그녀가 낙청연을 대하는 태도는 안 좋았거늘.낙용은 앉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리 집과 너희
“내가 이런 사실들을 너에게 말해준 것은 너의 집에 대한 우리 집의 태도를 알려준 것이다.”“네가 낙해평을 대신해 세객(說客)이 되려고 왔든지, 아니면 착한 사람이 되어 우리 두 집 관계를 만회하려고 왔든지, 무엇이든 간에 괜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낙용의 어투는 각별히 확고했다: “우리는 영원히 낙해평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듣고 낙청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 때문이었구나.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한 줄기의 쓴웃음을 띠더니 말했다: “고모, 지나친 걱정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저를 미워합니다. 심지어 태부의 수연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합니다. 뚱뚱하고 추한 저의 얼굴이 그를 망신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제가 이토록 태부부와 접근하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그녀의 직언은 낙용을 깜짝 놀라게 했다.낙청연을 보더니 미간을 더욱 찡그렸다. “낙해평의 마음속에는 그의 공명과 관록밖에 없으니, 이건 그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구나!”원인을 알고 나니 낙용은 낙청연에 대해 동정심이 생겼다.“그래서, 네가 대신 혼을 한 것도 아버지를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냐?” 낙용은 추측하여 물었다.낙청연은 살짝 놀랐다. 그녀는 쓴웃음을 띠며 말했다: “예, 맞기는 하지만 다는 아닙니다. 그 중의 연유는 일시에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낙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아버지를 겁낼 필요 없다! 우리 아버지의 수연에 시름 놓고 참석하거라! 누구도 너를 막지 못할게다!”이 말을 듣던 낙청연은 기쁜 나머지 급히 일어나서 예를 행했다: “감사합니다. 고모.”낙청연은 고모, 고모 하면서 어찌나 달게 부르던지 낙용은 듣다 보니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밖에서 조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방문이 부딪혀 열렸다.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두 사람은 모두 깜짝 놀라 신속하게 밖으로 달려갔다.바로 낙운희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어떤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운희!” 낙용은 크게 놀라서
너무 괴이하다.“고모, 제가 둘째 할아버지를 좀 뵈러 가도 되겠습니까?” 낙청연은 물었다.낙용은 생각하더니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보거라.”“예.”뒤이어 낙청연은 낙운희의 맥을 짚어보더니 약 한 첩을 처방하여 낙용에게 주었다. 낙용은 매우 의아해했다. “네가 의술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낙용은 즉시 처방전을 임옥미(林玉薇)에게 주면서 약을 지어오라고 했다.낙청연은 무심코 처방전을 들고 나가는 계집종을 봤는데 바닥에는 축축한 발자국이 몇 개 남아 있었다.이상하다. 요즘은 모두 맑은 날이었고 비가 온 적이 없었다.어째서 축축하단 말인가?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계집종이 후원에서 일을 한다면 물에 축축하게 젖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모, 태부부에 있는 불결한 것들은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기는 쑥(艾草)으로 깨끗하게 청소하여 액운을 없애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내일 준비하여 되도록 빨리 그것들을 몰아내겠습니다. 태부부에 있는 모든 초혼번을 재가 될 때까지 태워 항아리에 넣어서 깊은 산속의 땅속에 묻어야 합니다.’낙용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 지금 바로 준비하도록 하마!”“밤이 늦었으니, 오늘 밤은 옆방에서 쉬도록 하거라. 객방은 음산하니 가지 말거라.”이 일을 언급하니 낙용은 갑자기 미안해졌다.처음에 낙청연을 객방으로 보낸 것은 그녀가 겁을 먹고 다시는 태부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려던 것이었다.그들은 낙해평 그리고 낙해평의 딸들과 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밤, 낙청연이 이렇게 큰 도움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참으로 그녀의 능력을 얕잡아 봤다!낙용이 가자, 낙청연은 방으로 돌아와 쉬었다.이날 밤은 평온했다.-다음날, 날이 밝았다.낙청연은 밖에서 물을 뿌리고 쓸고 닦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낙용은 직접 나와서 쑥 잎을 들고 하인들이 물을 뿌리고 쓸고 닦는 것을 감시하고 있었다.그녀는 옆방으로 가서 낙운희를 살펴보았다.낙운희는 아팠다. 열
정문 쪽 벽에는 그림 한 폭이 걸려있었다. 지금 그 그림은, 큰불이 한 여인과 한 어린아이를 미친 듯이 태우고 있었다. 처참한 비명은 생생하게 귀에 들렸다.그들은 안간힘을 다해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큰불에 삼켜버리고 만다.불에 타 죽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못한다.“청연?”낙랑랑은 멍하니 서 있는 낙청연을 불렀다.낙청연은 그제야 생각에서 깨어나, 다시 한번 눈여겨봤다. 그 그림은 어떤 온화한 여인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뒤돌아보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그림 중의 사람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었고,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낙랑랑을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낙청연은 더욱 놀랐다. 방 안에는 온통 비슷한 그림들이 걸려있었다.여인의 단독 화상(畫像) 있었고, 아이의 단독 화상도 있었다.모두 같은 화사(畫師)의 그림이 아닌 것이 보였다. 각자의 화풍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또한 분명한 건 화상중의 용모는 모두 낙태부의 묘사에 의하여 그려냈다는 것이다. 최종 나타난 용모는 모두 닮은 듯하면서도 또 동일한 사람이 아닌 느낌이었다.방 안에는 온통 화상이 걸려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빼곡한 사람뿐이었다. 낙청연의 눈에는 한 폭의 화상마다 모두 큰불에 타는 장면이 보였고, 처참한 비명이 들렸으며 그녀를 닭살 돋게 했다.너무 섬뜩했다!설사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빼곡히 걸려있는 화상들과, 커다란 흑백색이 온 방 안을 유난히 답답하게 했다.그 온 방의 화상 뒤에, 시커먼 단향목 의자에 백발의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는 흰색 긴 옷을 입고 있었고 아무렇게나 튼 상투는 헐렁해져 있었고 나른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낙청연은 더 자세히 보았다. 낙태부의 이마는 넓고 눈은 맑았으며 박식복록상이었다. 그러나 숨결이 약간 혼탁했다. 아마도 화상들의 영향 때문인 것 같았다.면상과 안색은 병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둘째 할아버지.” 낙청연은 앞으로 다가가더니 예를 행했다.낙태부는 그
낙랑랑은 낙청연의 사연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들의 관계 또한 좋았다. 비록 어머니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특수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면 항상 함께 놀곤 했다.낙청연이 큰 병을 앓고 뚱뚱해지고 나서부터 그녀들은 완전히 왕래가 끊어졌다.낙청연은 그 뒤로 다시는 외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운희의 상황을 둘째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면 걱정하시고 괴로워하실 거예요. 하물며 할아버지께서 보고 싶어 하시는 사람의 혼을 부르려다가 저런 일을 당하셨으니 자책도 하실 거고요, 둘째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어요.”낙청연의 이 말을 듣더니, 낙랑랑의 눈동자는 반짝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역시 네 생각이 깊구나!”“청연은 여전히 어릴 때처럼 총명하구나!’그동안 바깥에 사람들이 낙청연을 멍청이라고 비웃을 때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용기를 내어 그들과 논쟁하다가 항상 그들에게 비참하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그녀는 낙청연을 위해 변명할 능력이 없었다. 매번 이 일을 생각하면 유감스러웠다.오늘 만나보니, 그녀는 여전히 어릴 때와 다름없었다.낙청연은 낙랑랑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더니 마음속으로 한순간 감개무량했다. 그녀들은 어릴 때 아마도 아주 친한 사이였던 것 같다.그녀는 다정스럽게 바로 낙랑랑의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낭언니, 둘째 할아버지의 방에 있는 그 화상들은 다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어째서 나는 계속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요?”낙랑랑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 본인이 직접 화사를 모셨다, 할아버지는 그분들의 화상을 갖고 싶어 하셨지. 하지만 몇 명을 모셔도 할아버지 마음속에 모습을 그려내지 못했다 더구나.”“후에 이 소식이 어떻게 퍼졌는지 태부부에 아부하는 사람들은 전부 화상을 뇌물로 보내 더구나.”“할아버지는 너무 그리운 나머지 잘 그렸던 못 그렸던 전부 다 남겨두었지, 아마도 그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것이다..”“그래서 긴 세월 동안 이렇게 많은 화상을 모으게 된 거란다.”
낙청연은 작은 목소리로 낙용의 귀에 대고 자신의 방법을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낙용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정말 그게 가능하냐?”“저만 믿으세요.” 낙청연은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낙용은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하물며 어젯밤에서야 생각이 좀 바뀐, 여태껏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낙청연의 자신만만한 모습에는 이상하게도 믿음이 갔다.“그래, 그럼 부탁하마! 일이 성사되면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다!” 낙용은 팔을 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낙청연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그런 서먹한 말씀 마셔요, 고모를 도와주는 게 저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이건 사실이다. 그들을 도와주는 건 확실히 낙청연에게도 도움이 된다.이 말을 들은 낙용은 낙청연에게 더 호감이 갔다.목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주 명확하지만 반감을 일으키진 않고 오히려 진심이 느껴졌다.낙청연은 부에서 주의해야 할 일들을 당부하고 혼을 불러오는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도 자세하게 알려줬다.그리고 곧바로 태부부를 떠났다.낙용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배웅하려 했으나 태부부에 하인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남은 하인들은 부의 일까지 처리해야 하니 바쁜 것 같아 낙청연은 거절했다.-섭정왕부.“왕야, 이걸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낙월영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부진환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고 울음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짜증이 가득했지만 꾹 참고 낙월영을 달랬다.“걱정 말거라. 고 신의가 널 치료해 줄 테니 다 나아질 거다.”그러나 낙월영은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고 신의께서도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절반의 희망밖에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라도 돌아오지 못한다면…”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소유도 머리가 아파 왕야 앞으로 가서 말했다. “왕야, 고 신의께서 천산설련이 큰 효과를 볼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몇 년 전 엄가에서 낙태부에 준 선물에 천산설련이 있었습니다. 왕야, 태부부에 가보시는 게 어떻겠습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