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랑랑은 낙청연의 사연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녀들의 관계 또한 좋았다. 비록 어머니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특수한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면 항상 함께 놀곤 했다.낙청연이 큰 병을 앓고 뚱뚱해지고 나서부터 그녀들은 완전히 왕래가 끊어졌다.낙청연은 그 뒤로 다시는 외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운희의 상황을 둘째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면 걱정하시고 괴로워하실 거예요. 하물며 할아버지께서 보고 싶어 하시는 사람의 혼을 부르려다가 저런 일을 당하셨으니 자책도 하실 거고요, 둘째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싶어요.”낙청연의 이 말을 듣더니, 낙랑랑의 눈동자는 반짝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역시 네 생각이 깊구나!”“청연은 여전히 어릴 때처럼 총명하구나!’그동안 바깥에 사람들이 낙청연을 멍청이라고 비웃을 때마다 그녀는 몇 번이고 용기를 내어 그들과 논쟁하다가 항상 그들에게 비참하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다.그녀는 낙청연을 위해 변명할 능력이 없었다. 매번 이 일을 생각하면 유감스러웠다.오늘 만나보니, 그녀는 여전히 어릴 때와 다름없었다.낙청연은 낙랑랑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더니 마음속으로 한순간 감개무량했다. 그녀들은 어릴 때 아마도 아주 친한 사이였던 것 같다.그녀는 다정스럽게 바로 낙랑랑의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낭언니, 둘째 할아버지의 방에 있는 그 화상들은 다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어째서 나는 계속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요?”낙랑랑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 본인이 직접 화사를 모셨다, 할아버지는 그분들의 화상을 갖고 싶어 하셨지. 하지만 몇 명을 모셔도 할아버지 마음속에 모습을 그려내지 못했다 더구나.”“후에 이 소식이 어떻게 퍼졌는지 태부부에 아부하는 사람들은 전부 화상을 뇌물로 보내 더구나.”“할아버지는 너무 그리운 나머지 잘 그렸던 못 그렸던 전부 다 남겨두었지, 아마도 그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것이다..”“그래서 긴 세월 동안 이렇게 많은 화상을 모으게 된 거란다.”
낙청연은 작은 목소리로 낙용의 귀에 대고 자신의 방법을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낙용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정말 그게 가능하냐?”“저만 믿으세요.” 낙청연은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낙용은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하물며 어젯밤에서야 생각이 좀 바뀐, 여태껏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낙청연의 자신만만한 모습에는 이상하게도 믿음이 갔다.“그래, 그럼 부탁하마! 일이 성사되면 섭섭지 않게 챙겨주겠다!” 낙용은 팔을 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낙청연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그런 서먹한 말씀 마셔요, 고모를 도와주는 게 저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이건 사실이다. 그들을 도와주는 건 확실히 낙청연에게도 도움이 된다.이 말을 들은 낙용은 낙청연에게 더 호감이 갔다.목적이 없는 게 아니라 아주 명확하지만 반감을 일으키진 않고 오히려 진심이 느껴졌다.낙청연은 부에서 주의해야 할 일들을 당부하고 혼을 불러오는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도 자세하게 알려줬다.그리고 곧바로 태부부를 떠났다.낙용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배웅하려 했으나 태부부에 하인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남은 하인들은 부의 일까지 처리해야 하니 바쁜 것 같아 낙청연은 거절했다.-섭정왕부.“왕야, 이걸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낙월영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다.부진환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고 울음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짜증이 가득했지만 꾹 참고 낙월영을 달랬다.“걱정 말거라. 고 신의가 널 치료해 줄 테니 다 나아질 거다.”그러나 낙월영은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고 신의께서도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절반의 희망밖에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라도 돌아오지 못한다면…”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소유도 머리가 아파 왕야 앞으로 가서 말했다. “왕야, 고 신의께서 천산설련이 큰 효과를 볼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몇 년 전 엄가에서 낙태부에 준 선물에 천산설련이 있었습니다. 왕야, 태부부에 가보시는 게 어떻겠습
갑자기 뒤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엊저녁, 왕비는 우리 부에 있었습니다!”고개를 돌려보니 낙용이 비단함을 든 계징종 몇 명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낙청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부진환도 살짝 놀라더니 공손하게 예의를 차렸다: “낙부인."낙용은 웃으며 앞으로 걸어오더니 낙청연을 슬쩍 보고 말했다: “청연이가 우리 부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특별히 귀한 약재들을 들고 왔지요.”낙청연이 큰 병을 앓고 나서 뚱뚱하고 못생겨졌다는 것도 낙랑랑이 알려줘서 알았다.태부부에는 해마다 많은 사람이 선물을 보낸다. 하지만 너무 귀한 건 받을 수가 없으니 사람들은 점점 약재를 선물하기 시작했다. 태부의 병을 치료하고 몸 보신을 해주라면서 말이다. 이러면 후환이 남지 않고 남의 입에 오르내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낙청연한테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운희의 목숨을 구했으니 기본적인 예는 차려야 한다.낙청연은 기뻐하며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부인.”낙용은 갑작스라운 호칭의 변화에 놀랐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깜짝 놀란 건 부진환이다. 낙청연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낙부인께서 직접 인사까지 올리러 온 것일까?경도의 높은 분 중에서도 낙부인은 어렵기로 소문난 분이다.누구든지 그녀의 눈 밖에 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낙용은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보더니 말했다. “왕야, 왕비는 엊저녁 우리 부에 있었습니다. 온저녁 있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인께 폐를 끼쳤습니다.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십시오.”“그럴 필요 없습니다. 선물을 전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낙용은 몸을 돌려 떠났다.계집종들도 얼른 비단함을 섭정왕부의 시종에게 전달했다.비단함을 열어보던 소유는 깜짝 놀라 다급하게 말했다: “왕야, 이건…”부진환도 시선을 돌리더니 깜짝 놀라고 만다.모두 진귀한 약재들이었다.그중, 천산설련도 덩그러니 놓여있었다!부진환의
부진환은 서방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렇게 소유는 정오가 돼서야 보고하러 돌아왔다.“왕야, 태부부 하인은 입이 너무 무거워서 왕비가 낙운희를 찾아 데리고 왔다는 것밖에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낙부인이 왕비를 부에 하룻밤 머물게 한 거랍니다.”“소인 태부부 밖에서 반 시진 넘게 머물렀습니다. 부에 하인들은 청소하느라 바빴고, 어젯밤 무슨 심각한 일이 있었는지 다들 말을 아껴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이를 들은 부진환은 신경이 곤두섰다.낙청연은 대체 무슨 속셈인가!낙운희를 데리고 태부부로 돌아가서 낙부인이 직접 찾아와 인사를 올린 것인가? 그럴 리는 없다!하물며 선물한 것은 모두 진귀한 약재들이다.생각에 잠긴 순간, 익숙한 발걸음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왕야…” 낙월영은 아파서 말도 제대로 못 했고,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부진환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문밖으로 뛰쳐나갔다.“월영아.”낙월영은 그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왕야, 저 너무 아픕니다…”왕야께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으니 얼굴을 치료하는 약을 얻지 못한 게 분명했다. 그러니 낙월영은 직접 찾아와 울고불고하는 수밖에 없었다.낙월영은 알고 있었다. 부진환은 낙월영의 눈물을 보지 못한다는 걸.“조금만 참아보거라. 본왕이 꼭 방법을 생각해 약을 찾아줄 테니.” 그리고는 사람을 불러 낙월영을 데려다주라고 했다. “고 신의를 모셔서 통증을 가라앉히는 약이라도 좀 처방받거라, 어서!”낙월영이 떠나자 부진환은 피곤한 듯 이마를 주물렀다.소유는 안쓰러워하며 말했다: “둘째 아씨 얼굴을 고치지 못하면 매일 왕야를 찾아올 겁니다.”“어떤 수를 쓰든 천산설련을 찾아야 한다!” 부진환은 두통을 꾹 참으려 말했다.그러자 소유는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람을 보내 경도의 모든 의관을 찾아 헤맸지만 천산설련은 없었습니다. 너무 귀한 물건이라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찾을 수 있는 건 왕비 손의 것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 제일 먼저 들려온 건 부운주에 관한 소식이었다.“왕비, 지금 부에 난리도 아닙니다. 다들 누가 5황자께 손을 댔다는 일만 의논하고 있습니다! 들어보니 상태도 아주 심각한 것 같습니다!”낙청연은 깜짝 놀라 다급하게 물었다: “5황자께 손을 대? 무엇 때문이냐?”무려 5황자다. 누가 감히 5황자에게 손을 댄단 말인가?“전하는 말에 의하면… 공자들이 왕비를 의논했답니다. 왕비를 비웃고 얕잡아 봤는데, 마침 5황자께서 지나가던 길이라 왕비를 위해 몇 마디 했답니다. 그런데 그 공자들은 오히려 왕비께서 부도를 지키지 않고 5황자와 사통하며 못생긴 데다 여기저기 내통한다고 모욕했답니다.”“5황자께서는 화가 치밀어 올라 먼저 손을 댔지만 너무 허약한 나머지 그 무리에 맞아 일어나지 못해 쓰러진 채 왕부에 들려왔다고 합니다. 정말 너무 안타깝습니다!”등 어멈은 안타까워하며 말을 꺼냈다.이 말을 들은 낙청연도 마음이 아팠다. 그녀를 위해 이 지경이 되다니…“등 어멈, 5황자의 상태가 어떤지 보고 오거라.”저녁 시간이라 직접 가면 다른 사람 입에 오르내릴 게 분명하니 낙청연은 일단 등 어멈을 보내 상태를 알아보라고 했다.등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을 나섰다.-부운주가 다쳤다는 소식은 부진환의 귀에도 들어왔다.이 소식을 들은 부진환은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사람을 죽일 듯한 얼굴로 물었다: “손을 댄 자는 누구냐? 어디에서 그랬다더냐?”감히 황자에게 손을 대다니, 간땡이가 부은 게 분명하다!소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망심호의 정자에서 그랬답니다. 그곳에는 어부 한 명밖에 없었는데, 일이 터지고 나서는 쓰러진 5황자밖에 찾지 못했습니다. 그 어부는 누가 누군지 몰라 아직도 손을 댄 사람을 잡지 못했습니다. 5황자께서 깨어나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그리고…”소유는 잠깐 머뭇거렸다.“할 말 있으면 하거라!”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등 어멈이 남각에 갔습니다.”소유는 이 말 한마디만 했지만 부진
“왕비…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5황자께서도 왕비께 적지 않은 약을 보내왔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어려운 상황인데…”“뭘 어쩌겠느냐.” 낙청연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큰 발걸음으로 방문을 나섰다.그리고는 부진환의 서방으로 향했다.부진환은 일부러 부운주를 치료해 주지 않는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건 낙청연을 협박해 천산설련을 얻으려는 것이다. 지금 남각에 가도 아마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부진환을 찾으러 갈 수밖에 없다!늠름한 몸짓의 부진환이 느긋하게 서방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가락은 여유롭게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리고 있었고, 너무 평온하다 못해 산만해 보였다.하지만 낙청연의 눈에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낙청연을 본 부진환은 놀란 기색 하나 없었다. 심지어 의도가 무엇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왜 5황자께 약을 써주지 않는 겁니까? 섭정왕부에서 죽으라고 그러는 겁니까?”낙청연은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운주를 위해 직접 본왕을 찾아오다니. 두 사람, 아주 각별한 사이인가 보구나.”그 의미심장한 어투는 날카롭다 못해 베일 것 같았다.낙청연은 숨이 탁탁 막혀 더는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낙청연이 아니다. 부진환에게 죽기 살기로 매달리며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이 몸에 남은 원한과 억울함이 그녀를 괴롭히지만, 이런 감정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낙청연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말 가소로운 일이다!“그럼 말해보시죠. 조건이 무엇입니까?” 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천산설련.”역시, 부진환은 그 이름을 꺼냈다.둘은 서로의 목적을 뻔히 알고 있었다.정말 숨 막힐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았다.“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5황자를 치료해 주시죠!” 낙청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다.낙청연이 과연 이렇게 쉽게 협
그러나 이것은 절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낙청연은 방 안에 앉아 있었는데 눈꺼풀이 심하게 떨렸다.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아예 그만뒀다.“왕비 마마, 왜 이렇게 불안해하십니까?”등 어멈이 걱정스레 물었다.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니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하늘이 보였다. 낙청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낙월영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네가 보기에 왕야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으냐?”등 어멈은 그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왕비 마마께서는 왜 가짜를 주신 것입니까?”낙청연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마치 억울함과 숨이 막힐 듯 답답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듯이 말이다.“분이 풀리지 않아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또 원래 낙청연의 화풀이도 해주고 싶었다.부진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이 연모하는 이를 구하려고 했다. 심지어 낙청연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를 해치면서까지 말이다.그게 너무도 억울했다.그가 그럴수록 낙청연은 낙월영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낙월영과 부진환 두 사람 모두 자신을 괴롭혔으니 말이다.자신도 편히 지내지 못하는데 두 사람이 편히 지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말이 끝나자마자 처소 밖에서 통곡하는 소리와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등 어멈은 그 소리에 순간 안색이 돌변하더니 얼른 자리를 옮겨 상황을 살펴보려 했는데 누군가 거세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온몸에서 분노와 살기를 내뿜고 있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온몸을 휘감은 난폭한 기운은 그를 지옥에서 온 수라처럼 보이게 했고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겁을 먹어 감히 그의 얼굴을 직시할 수가 없었다.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방문 쪽으로 향했고 경악한 얼굴로 부진환의 안색을 살폈다. 그는 흉포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이마에는 파란 핏줄이 돋아있었으며 미간 사이에는 은은하게 혈선(血線)이 보였다.부진환은 아예 다른
낙청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녀는 눈썹을 까딱이면서 부진환을 바라봤다.“천산설련은 이미 왕야께 드리지 않았습니까? 왕야께서 진정 필요하신 건 천산설련이 아니라 제 목숨 아닙니까?”낙청연의 냉혹한 목소리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그러나 그 말투가 부진환의 화를 돋웠는지 부진환은 또 한 번 손을 들어 낙청연의 뺨을 때렸다.“내 앞에서 또 연기를 하는 것이냐! 아니면 태부부에서 너에게 가짜 천산설련을 줬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비릿한 향을 풍기는 피가 낙청연의 입가에서 뚝뚝 떨어졌다. 피로 얼룩진 그녀의 모습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낙청연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부진환의 모습을 보고 냉소를 흘리며 대꾸했다.“왕야, 이렇게 가다가는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부진환의 눈동자는 더욱 탁해져 있었고 정서적으로도 이성을 잃고 많이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갖고 있던 용의 기운도 더는 그를 보호할 수 없었고 상황은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 더욱 심각했다.그러나 부진환의 노여움은 점점 더 정도가 심해졌다. 그는 낙청연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화를 돋우고 자신을 도발한다고 생각했다.그는 화가 난 상태에서 명령을 내렸다.“수색하거라!”부진환의 명령을 받은 호위들은 우르르 방 안으로 들어가 방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지면서 수색을 시작했다.낙청연은 바닥에 앉은 채로 호위들의 자신의 방을 뒤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마치 범인의 처소를 뒤지듯 굴었고 왕비의 존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등 어멈과 지초는 완전히 겁에 질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낙청연 대신 부진환에게 사정하고 있었다.그러나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는 부진환의 눈에는 울먹이고 있는 낙월영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왕야… 천산설련이 없으면 전 어떡합니까? 제 얼굴 치료할 수 있는 것입니까?”낙월영의 눈물은 멈춘 적이 없었고 그녀가 쓰고 있던 면사포는 이미 눈물로 푹 젖어있었다.부진환의 목소리가 조금은 누그러졌다.“없으면 내가 사람을 보내 다른 곳에서 구해 오게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