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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성도윤은 분노했지만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사람이랑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심지어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으면서 감정이 그렇게 깊다고?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아?”

“좋은 데가 어디 한두 군데인 줄 알아?”

“예를 들면?”

“예를 들어, 그 사람은 나에게 밥을 해줘. 매일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무리 몸과 마음이 피곤해도 식탁에 따뜻한 밥이 차려져 있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거든...”

“밥은 누가 못해? 요리 학원에 등록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

“맞아, 이 세상에 요리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미스터 Q는 오직 한 사람뿐이야. 쓰레기 전남편은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

“그럼 대체할 필요 없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란 생각은 안 해봤어?”

성도윤은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바로 후회했다.

그는 확실히 미스터 Q가 맞았다. 정확히 말하면 미스터 Q를 대신한 사람이었다.

진짜 미스터 Q는 그해 싸움에서 패배하여 생사를 알 수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성도윤은 가면 하나와 특수 개량된 목소리로 성심 전당포를 인수하여 영흥 부둣가의 새로운 질서를 잡았다.

하지만 차설아와 아이들이 엮일 줄은 전혀 몰랐다. 운명이란 장난 앞에서 그들은 또 한 번 엮이게 된 것이다.

거짓말 하나를 지키려면 천 개의 거짓말이 필요한 법이다.

그가 가면을 쓰고 미스터 Q의 신분으로 그녀를 마주하고, 그녀의 믿음과 사랑을 얻게 되었을 때,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지금 모든 것을 고백한다면,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성도윤이 분명 고의로 자신을 놀리고 모욕했다고 여길 것이다. 가뜩이나 균열이 생긴 그들 사이는 만회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성도윤은 또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아이러니한 것이, 성도윤의 연적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니. 이것 또한 일종의 업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미스터 Q,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모욕하면 안 되죠...”

차설아는 남자의 따듯한 품에 안겨 횡설수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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