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윤은 어리둥절하더니 곧 차설아가 자기 말을 오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이 꼭 그 ‘하룻밤’이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성도윤은 설명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꼬듯 말했다.“나랑 자고 싶으면 자고, 대체 날 뭐로 보는 거야?”“장난감으로 여긴다. 왜?”차설아는 얼굴이 붉어져서 남자의 품에서 벗어났다.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오만 원짜리 지폐 여섯 장을 꺼내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 던지고는 말했다.“이건 하룻밤 비용이야. 충분한지 확인해 봐.”성도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잘생긴 얼굴에는 어이없는 웃음꽃이 피었다.“여섯 장? 충분하지.”“충분하면 됐어. 안녕!”차설아는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문을 열고 자리를 뜨려 했다.사람이 편안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뻔뻔함’이었다.얼굴이 아주 두껍다면 아무리 어이없는 일을 저질러도 심리적 압박도 없고 대가도 치르지 않을 것이다.예를 들어, 그녀가 성도윤과 하룻밤을 보낸 건, 절대 차설아의 ‘짐승 본능’ 때문이 아니라, 남자가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다. 타고난 여우 기질이 너무 강해서 범죄를 부르는 건 성도윤이었으니 말이다.성도윤도 차에서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인간 요람’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한 자세를 계속 유지하다 보니 뼈가 뻣뻣해졌고, 특히 허리가 시큰거렸다.그가 몸을 일으켜 앉자마자 허리춤에서 ‘뿌드득’하는 소리가 나더니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젠장!”진무열의 말대로 허리가... 삐끗한 것이다.“차설아!”그는 여자의 뒷모습을 향해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또 왜?”“와서 좀 도와줘.”성도윤은 늘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창피한 순간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도와달라고?”차설아는 고개를 돌려 로봇처럼 뻣뻣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별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지 않은데?”“허리를 삐끗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성도윤은 전형적인 거짓 미소를 지으며 차설아를 향해 말했다.“당신 말이 맞아. 난 운동 좀 해야 해. 다 나으면 나랑 같이 운동해 줘.”“콜록!”차설아는 저도 모르게 비뚤어진 생각을 했고 민망해서 더 이상 깝죽거리지 못하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병원까지 부축해 줄게.”“병원 안 가도 돼.”“허리를 다쳤을 때 병원에 가도 누워 있기만 해. 일단 부축해서 방으로 가 줘. 그리고 가정의 부르면 돼.”“그래.”차설아는 이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았다.성씨 가문의 가정의는 해안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병원의 전문의로 실력이 좋았다.“부축해 줄 테니까 내 목부터 잡아.”차설아는 허리를 약간 숙여 성도윤의 긴 팔을 잡아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남자를 부축해 차에서 내리려 했다.성도윤은 그녀의 모습에 당연히 마음이 아파 거절했다.“됐어. 그 야윈 몸으로 어떻게 감당하겠어...”“어허, 이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난 당장 당신을 메고 2층까지 갈 수 있어!”“잘난 척하지 마. 여자가, 아...”성도윤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떠지더니 차설아의 등에 꼿꼿하게 업혔다.차설아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마치 가벼운 깃털을 짊어진 듯 실력으로 남자의 입을 틀어막았다.“꼬마야, 이 누나는 체력 단련할 때 한 번에 모래주머니 세 개는 거뜬히 업었단다. 족히 300근을 짊어진 거라고!”남자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차설아의 등에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역시 차무진 장군의 손녀야. 이게 어디를 봐서 약골 아가씨야. 완전 핵무기나 다름없잖아!’그는 자신과 결혼한 4년 동안 차설아가 어떻게 조금도 티를 내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다.차설아는 손쉽게 성도윤을 메고 침실에 도착했다.“바로 오 닥터 부를 테니까 누워서 움직이지 말고 있어.”“당신도 좀 쉬어.”성도윤은 그녀가 걱정되어 말했다.아무리 ‘핵무기’라고 해도 여자로서 체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니, 만약 힘들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오히려 큰일이다.“힘들지도 않은
이렇게 생각한 차설아는 남아서 성도윤과 이혼에 대해 잘 상의하기로 했다.오 닥터는 곧장 성씨 저택에 도착했다. 수년간의 의료 경험을 토대로, 성도윤은 요추 소관절 장애로 정상적인 배열을 잃어 허리 근육이 손상되고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걷기와 눕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지었다.“도윤 씨 허리는 과부하로 인해 심하게 손상되었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근거로 가장 적합한 처방을 해드릴 예정입니다.”“물어보세요.”“저기...”오 닥터는 성도윤을 보고 또 차설아를 보더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허리 부상이 심해서 반신불수가 된다거나 평생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건 아니겠죠?”차설아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보통 환자에게 희망이 없을 때 의사들이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니, 차설아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음, 그건 아니지만 저는 그냥... 도윤 씨 허리가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손상되었는지 묻고 싶지만, 두 분의 사생활이 관련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묻기가 거북해서요.”오 닥터는 손을 비비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 그러시군요!”차설아의 작은 얼굴이 순간 목덜미까지 빨개지더니 너무 민망한 나머지 고개를 돌렸다.‘이걸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해. 부끄러워 죽겠네!’성도윤은 덤덤하게 대답했다.“격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다 보니 허리 근육에 무리가 간 것 같아요.”오 닥터는 듣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자세가 굳어져 생긴 손상이라면 그리 심각하지 않습니다. 보통 파스를 붙이고 3-5일 동안 휴식을 취하면 됩니다.성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주의사항 같은 게 있나요?”“그럼 솔직히 말씀드리죠...”오 닥터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한 자세가 너무 오래되면 허리가 손상되기 쉬우므로 앞으로 자세를 자주 바꿔서 신체의 모든 부분에 힘을 고르게 가할 것을 권장합니다.”“좋은 자세는 부부의 감정을 증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여자를 앞에 두고 그런 낯 뜨거운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을 수 있어? 이건 변태 같은 짓이라고!”“다른 여자에게 했다면 변태 짓이겠지만, 당신에게 했다면 기껏해야 부부간의 즐거움이겠지.”성도윤은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눈빛에는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확고함이 가득했다.“지금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라는 걸 잊지 마. 부부가 올바른 자세에 대해 논의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흥, 합법적인 부부?”차설아는 더욱 분노가 차올라 차갑게 말했다.“비열한 수단으로 내 민증을 가로채고, 직원을 매수해 놓고는 지금 ‘합법적’이라고 말할 염치가 있는 거야?”“당연히 합법적이지. 이의가 있다면 혼인 철회 신청해 봐. 판사가 당신을 지지해 줄까?”“성도윤! 당신 정말 비열해. 이 사기꾼!”차설아는 무력감에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그녀는 당연히 판사가 그녀의 결혼 철회를 판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자식은 매사에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피해 갔기 때문이다.지금 상황에서 그와 이혼할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바로 그가 자발적으로 이혼에 동의하는 것,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성도윤, 대표님, 나으리, 내가 이렇게 부탁할 테니까 나 놀리지 말고 그만 놔주면 안 될까요?”차설아는 어쩔 수 없이 딱딱한 갑옷을 걷어치우고 남자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부탁했다.“지금 나랑 이혼해 주면 앞으로 언제든 두 아이를 만나게 해줄게. 절대 막지 않을게.”차설아는 성도윤이 원하는 것이 그녀가 아니라 단지 합법적으로 그녀의 손에서 두 아이를 빼앗으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건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양보였다.성도윤은 빙긋 웃었다. 비록 누워 있었지만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듯한 오만함이 느껴졌다.“차설아, 내가 바보야? 이혼하지 않으면 당신과 아이를 합법적으로 가질 수 있는데 내가 왜 이혼하겠어?”그의 물음에 여자는 거의 멘탈이 무너질 뻔했다.“나쁜 자식, 대체 무슨 속셈이야. 나 미치게 하려고 작정했어
성도윤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조금 충격받은 표정이었지만 곧 평정을 되찾고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당신 솜씨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전혀 놀랍지 않아.”성도윤은 사실 차설아에게 숨겨진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일찍이 짐작했다.본분을 지키는 차씨 가문의 아가씨는 그저 외부인에게 보이는 가면에 불과했고, 가면 뒤에 숨겨진 신분은 모든 사람의 인식을 깨뜨렸다.다만, 성도윤은 그녀의 가면을 찢을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만약 그녀가 오늘 대범하게 고백하려 한다면 그는 오히려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그래?”차설아는 손가락을 맞잡고 꾸드득 소리를 내더니 조금씩 침대로 다가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다음 목표가 당신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지금의 당신은 내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목숨을 앗아갈 수 있어. 그러면 우리 결혼은 자동으로 해지되겠지. 당신과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시간 낭비 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마치 몇 개의 날카로운 칼처럼, 번개 같은 속도로 남자의 목을 겨누더니 계속 말했다.“사실 마지막으로 내 손에 죽은 남자는 당신보다 더 건장한 백인이었어. 그저 엄지와 식지만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그 사람 목이 비틀어지고 혀가 무려 몇 센티미터나 떨어져 나갔어. 영화 속의 목매달아 죽은 귀신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고.”차설아는 이 실제 사례를 통해 남자가 자신이 얼마나 지독하고 냉혈한 여자인지 알고 결혼을 취소하기를 바랐다.하지만 남자의 반응은 오히려 정반대였다.성도윤은 전혀 겁먹은 기색도 없이 놀라움까지 띤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손가락 두 개만으로 목을 비틀었다고?”차설아는 어리둥절했다.‘이 자식,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그게 중점이 아니잖아!’“내가 알기로 세상에 그런 손가락 힘이 있는 사람은 다섯 명을 넘지 않아. 그 다섯 명 모두 만만한 사람이 아닌데, 설마 당신이 그중 한 명이야?”성도윤은 한가로이 떠들어대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주 예리하게 시탐하고 있었다.
차설아의 폭주에 성도윤은 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을 보이더니 느릿느릿 말했다.“아니, 불가능해. 절대 불가능해!”성도윤의 말에 차설아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계속 물러서더니 급기야 남자의 방을 나가버렸다.그녀가 보기에 성도윤의 끈질김은 분명 남모를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남자가 웃는 얼굴일수록 뒤에 숨어 있는 칼날이 더욱 날카로운 법이니 그녀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그 속을 짐작할 수 없었기에 차설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멀리하고 자신에게 해를 끼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남자가 그녀 때문에 허리를 삐끗하고 지금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이렇게 가버리는 건 너무 인정머리는 없는 행동이었다.그래서 차설아는 소영금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드님이 허리를 다쳤으니 사람을 보내 돌봐주세요.”차설아의 전화를 받은 소영금은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하려던 참이었어. 내가 지금 어디게?”차설아는 어이가 없어 건성으로 물었다.“몰라요, 어디신데요?”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아드님이 허리를 삐끗했어요. 꽤 심각해요.”“하하하, 바보야. 나 지금 원이와 달이를 데리고 애들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 만나러 가는 길이다. 두 사람 오늘 반드시 미칠 듯이 기뻐하겠지. 너도 어서 도윤이와 함께 오거라. 그럼 어르신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니.”“네? 원이와 달이를 데리고 가셨다고요?”차설아는 폭발할 지경이었다.“누가 함부로 제 아이를 데려가라고 했어요? 당장 돌려보내세요!”그녀가 아이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성씨 가문이 보통 집안도 아니고, 그들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차설아가 맞서야 하는 것은 성도윤 한 사람뿐만이 아니었다.“아가, 그게 무슨 말이냐. 할머니인 내가 애들을 데리고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이 뭐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냐?”“제 동의를 거치지 않았으면 그제 잘못이죠!”“그럼 지금 정중히
차설아가 소영금이 아이들을 데려가도록 내버려둘지 망설이고 있을 때, 소영금의 목소리가 갑자기 엄숙해졌다.“설아야, 네가 우리 가문에 원한을 품고 있다는 거 잘 안다. 내 아들을 미워하고 나도 미워하겠지. 전에는 우리가 확실히 너에게 상처 주는 일을 많이 했어. 하지만... 아버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를 진심으로 대하셨고 친손녀처럼 대하셨어. 그건 잘 알고 있지?”“할아버지께서 제게 잘해 주신 것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그러니까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이번 한 번만 봐줘, 응?”“...”차설아가 여전히 답이 없자 소영금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넌 모르겠지만 아버님 건강이 요즘 많이 안 좋아지셨어. 의사가 이번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했어.”“네?”차설아는 여기까지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심장이식 수술을 받으셨잖아요. 게다가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왜...”“설아야, 금세 잊은 거야? 그게 다 4년 전 일이다. 네가 해안을 떠난 지 4년이 지났고, 아버님도 연세가 드셨어. 이식된 심장도 사용 기한이 있어 뒤로 갈수록 위험이 커지고, 게다가 많은 기초 질환이 있어 지금 상태가 아주 안 좋아.”“할아버지는 한 번도 제게 그런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없었어요. 제가 만나러 갈 때마다 기운이 펄펄 나셔서 건강이 잘 회복된 줄 알았어요...”차설아의 눈시울이 저도 모르게 붉어졌다.그녀의 마음속에 성주환은 친할아버지 못지않게 중요한 사람이었다.그렇게 인자한 어르신이 할아버지처럼 세상에서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그녀는 정말 괴로웠다.“네가 떠난 요 몇 년 동안, 아버님은 늘 네 얘기만 하셨어. 퍽 하면 도윤이를 눈이 멀어 너처럼 좋은 며느리를 놓아주었다고 혼냈어. 아버님의 가장 큰 소원이 바로 너랑 도윤이가 화해해서 작은 증손자를 안겨 주는 거야...”소영금은 원래 꿋꿋한 성격이지만,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슬퍼져 코끝이 시큰거렸다.“도윤이는 이런 일로 너에게 부담을 줄
“하하, 방금까지만 해도 나랑 결혼하지 못해 안달이더니 이제는 또 당신네 가문 일이라고?”차설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금 목이 메어왔다.“만약 할아버지가 갑자기 떠나시면 내가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본 적은 있어?”성도윤은 차갑게 웃었다.“뭐 어떤 심정이겠어? 당신 눈에 우리 가문은 죄악이 깊으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거 아니야?”“성도윤! 이 나쁜 놈!”차설아는 화가 나서 그의 앞에 달려들어 팔을 치켜올리고 그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지만 아직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다.“날 대체 어떤 사람으로 여기는 거야? 내가 당신과 같은 냉혈동물인 줄 알아? 내가 친할아버지처럼 여긴다는 걸 알면서 왜 날 속였어? 내가 평생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기를 바라?”“당신한테 알려주면 뭐가 달라져?”성도윤의 눈빛은 차갑게 목소리는 시큰둥했다.“지금 당신이 알았다고 해서 뭘 바꿀 수 있는데? 아니면 할아버지가 완쾌하기라도 하셔?”“내가 알았으니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릴 거야...”차설아는 묵묵히 주먹을 쥐더니 단호하고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성도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물었다.“예를 들면 어떻게?”“뭐겠어? 바보야!”차설아는 남자를 힐끗 쳐다보면서 이 녀석이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고 생각했다.“나 진짜 몰라.”성도윤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성도윤은 복잡한 차설아의 생각을 추측할 수 없었다.“할아버지께서는 늘 우리 재결합을 바라셨어. 어쩌다 보니 지금 혼인신고까지 했으니 할아버지 소원을 이뤄준 거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원이와 달이의 힘까지 보태면 할아버지가 너무 기쁘셔서 병이 나으실지도 모를 것 같은데?”차설아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녀는 그동안 성주환의 병세가 이 지경이 된 줄 몰랐기 때문에 그의 앞에서 ‘연기’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보니 이 ‘연기’는 꼭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성주환은 평생 한을 풀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것이다.“그러니까 나랑 다시 시작하겠